인피니트 빙의글 김성규 학교 점심시간, 코 앞으로 훌쩍 다가온 시험날.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서 점심시간을 쪼개어 틈틈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의자끄는 소리가 들렸다. 옆반 김성규. 볼 꼴 못볼 꼴 다 본 내 소꿉친구 김성규. 내가 마음 속으로 좋아라 하는 김성규. 내심 좋으면서도 괜히 툴툴대며 뭐하러 왔냐고 물어보니까 항상 장착되어있는 무기력한 톤으로 '공부'. 이 한마디만 하고 자기가 가져온 문제집에만 시선을 쏟는다. 말을 한마디라도 더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 둘 다 말도 없이 그저 공부만 …… 아니, 나는 빼고. 성규 옆에서 공부를 하려니 머릿속이 이리 저리 엉켜서 내가 이 문제를 바르게 풀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이다. 사각사각, 샤프심이 종이와 마찰하는 소리조차도 크다 느껴질 정도의 적막. 그러다가 김성규가 흘리듯 내 이름을 불렀다. 무슨 말을 할까 싶어서 그를 흘끗 봤는데, 하필이면 여자들은 평소에 무슨 애정표현하는 걸 좋아할까? 랜다. 그에게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때가 기억나버렸다. 분명 그 애를 위해서 물어보는 거겠지. 짜증나. 순식간에 기분이 저 바닥을 내리치길래 무의식적으로 책을 소리나게 덮었더니 그가 나를 달래듯이 웃는다. 자동적으로 내려가는 입꼬리를 억지웃음으로 무마시키고 자꾸 솔로의 마음에 불을 지른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넌 내 투덜거림을 보고도 계속해서 알려달라고 재촉한다. 진짜 미워 죽겠다, 김성규. 이 질문에서 빨리 답해버리고 친구에게로 가버리고 싶어서 '뭐 뽀뽀나 그런 거 좋아하겠지.' 하고 대충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분명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내 팔을 잡고 날 도로 자리에 앉힌 김성규는 대체 뭐하자는 걸까. 가차없이 구겨진 내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일부러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있었는데 내 볼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짧게 닿았다. 쪽 놀라서 김성규를 바라보면 그가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