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쿵쾅거리는 심장때문에 추운지 느낄수 없었다.내 오랜 꿈, 노래를 배우기 위해 동네에서 알아준다는 실용음악학원 문 앞까지 왔다.이 문만 열고 들어가면 되는데.왠지 모르게 망설여졌다.엄마 몰래 온 패기는 어디간건지, 문 앞을 한참 서성거렸다.
딸랑
굳게 닫혀있던 학원 문이 열렸다.나는 깜짝 놀라 후다닥 자동차 뒤로 몸을 숨겼다.학원 밖으로 한 남자가 걸어나오고 있었다.갈색머리에 하얀피부, 큰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전화기를 삐딱하게 대고 있는 자세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까지.딱봐도 허세에 찌든 고등학생이겠구만.
"응, 조금 있으면 마쳐. 응. 내가 그 쪽으로 갈게 거기서 보자. 나도 사랑해."
사랑한단 말을 저렇게 감정 없이 하는 인간도 있나 싶어서 한참을 얼 빠진듯 바라보다 더러워진 교복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그 남자는 다시 학원 안으로 들어간건지 보이지 않았다.그래, 여기까지 온거 한번 해보자. 몇번을 결심하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학원 가운데엔 큰 기둥이 있었고 그 주위로 소파가 빙 둘러져 있었는데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기타를 메고 앉아 연주하고 있었다.학원 왼쪽 구석엔 아주 큰 그랜드 피아노가 밝은 조명을 받으며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그 주위에서 화음을 맞추는 사람들로 분주했다.그들은 모두 색채를 머금은듯 얼굴엔 화사한 웃음을 띄고 있다.
" 멋지다.. "
자유롭고 익숙하지만 낯선 이곳 분위기에 압도 당했다.그럴수밖에 없었다.내가 꿈꾸던 것이 이곳에 있었으니까.한참을 멍하니 있다 본분을 깨닫고 지나가던 여자를 잡고 물었다.
" 저기, 보컬선생님은 어디계세요? "
연습실에 계실건데.. 저기 맨 끝쪽 방으로 가보세요. 손가락으로 안쪽 방을 가리키는 여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선생님이 계시다는 방으로 향했다.어떤 사람일까.이왕이면 잘생겼으면 좋겠는데.속으로 히히거리며 잡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도착했다.문고리를 잡고 살짝 심호흡을 한뒤 문을 열었다.
방 안에서 꽃 향기가 풍겨왔다.그러니까 자세하게 말하자면 섬유유연제 라벤더 향? 청결한 사람인가보네. 하며 발을 들였다.뒤돌아서 피아노만 치고 있던 남자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았다.
아까 그 남자였다, 허세에 찌든 고등학생이라고 했던.너무 놀라 바보같은 표정만 짓고 있었다.그런 나를 무심하게 바라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 노래 배우려고? "
고개만 연신 끄덕이던 나는 그가 턱짓으로 가리킨 소파에 앉았다.곧이어 그도 맞은편 소파에 앉아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 노래는 왜 배우려고. "
" 제 꿈이예요, 오랜 꿈. "
" 니가 생각하는 것 만큼 쉽지않아. "
" 그래도 할수 있어요. "
확고한 눈빛으로 야무지게 대답하는 나를 몇초간 지그시 바라보던 그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흩뜨려 놓았다.
" 대답 하나는 맘에들게 잘하네. "
남자가 환히 웃었다.웃는게 멍멍이 같았다.조금 사납게 생긴 멍멍이.
학원은 매일 오후 다섯시에 가기로 했다. 사실 내가 무슨말을 했고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 남자가 웃고 난 후의 일은 하나도 기억이 안났다.
아, 남자의 이름은 김성규였던것같다.
읽고 난 후 |
으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꼭 써보고 싶던 소재였는데 제가 잘 썼을지 모르겠네요.. 중편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빙의글/인피니트/성규] 보컬선생님 김성규 01 11
13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전후상황 알고 나니까 이이경 AAA에서 한 수상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