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하는 알림음이 울렸지만 원우는 선뜻 휴대폰을 볼 수 없었다. 이게 뭐라고... 원우는 한숨을 쉬며 채팅창을 열었다.
- 전원우!
-짝지야 진짜 오랜만이다ㅠㅠ
-근데 좀 빨리 축하해 주지
-한국은 내 생일 벌써 지난거 아니야?
원우는 카톡을 보며 생각했다. 7년전과 다른것이 하나도 없구나. 원우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8년이라는 시간은 中
그녀와 짝이 되고 난 이후, 그녀는 원우를 짝지라고 불렀다.
원우는 다음달도, 그 다음달도 OO와 짝이 되었다. 원우는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OO는 추위에 약했다. 담요로 칭칭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OO는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탔다.
OO가 "짝지야 추워..."하면 원우는 옅은 미소를 띄며 의자에 걸려있던 자신의 옷을 덮어줬다.
OO를 보며 시를 쓰는 것, OO가 쉴새없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 OO에게 옷을 덮어 주는 것, 그것이 원우의 행복이었다.
원우는 P출판사의 백일장 운문부문에서 장원을 받았다. 물론 OO를 주제로 쓴 시였다.
<늦봄과 여름사이> 원우는 시 한편을 완성하기 위해 한달동안 밤낮없이 퇴고작업에 힘썼다.
원우의 시는 교지에도 실렸다. 혹시나 알아보면 어쩌지 마음 졸이던 원우의 걱정과는 달리
"짝지야! 여기 니가 쓴 시도 있다. 문학소년이네. 멋있다. 이거 진짜 큰 대회 아니야? 축하해 진짜로!"
원우의 장원 소식에 자신보다 더 좋아하는 OO였다.
80자 로맨스의 시작은 OO의 결석이었다. 원우만의 로맨스였지만. 제 입으로 너무 튼튼해서 걱정이라고 말하던 OO였다.
원우는 비어있는 옆자리를 바라봤다. 고작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고 혼자 노래를 부르던 OO가 너무 보고싶었다.
원우는 휴대폰을 들었다.
-많이 아파?
정말 원우다운 문자였다.
원우와 OO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주말 저녁엔 뭐하고 있냐고 물었고, 주중에는 OO의 레슨이 마치면 그녀에게 칼 같이 문자가 왔다.
레슨이 끝나는 시간은 원우가 야자를 마치는 시간과 비슷했다. 원우는 9시가 좋은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5월의 마지막 날은 OO의 생일이었다. 원우는 얼마 전부터 고민에 빠졌다. 챙겨주자니 명목이 없고, 그냥 넘어가자니 마음에 걸렸다. 좋고 예쁜걸 주고 싶었다.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그녀를 보고싶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고민한것도, 혼자 선물을 사러 간것도. 고민끝에 원우는 향수를 골랐다. OO가 쓰던 향수와 비슷한 계열의 향수를. 혹시 OO의 취향이 아닐까봐 작은 걸로.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녀와 잘 어울리는 향이었다.
바보 같았다. 원우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분명 몇일전에 휴대폰에 알람까지 맞춰놨는데 알람이 울리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알람이 잘 못 된 것이 아니라 하루전이었다. 그러니까 원우는 5월 31일이 아닌 5월 30일에 OO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어차피 그녀의 생일은 주말이라 미리 축하한셈이었지만.
원우는 그녀에게 선물을 줄 타이밍만 엿보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를 그렇게 뺏길 줄은 몰랐다. 청소시간이었다. 키가 크고 잘생긴 남학생이 그녀를 찾아왔다. 원우는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남학생은 케이크를 건네고 이야기를 나누다 사라졌다. 친구들이 더 난리였다. OO에게 무슨사이야? 사귈거야? 라고 . 원우가 마주한건 OO의 발그레한 핑크빛의 볼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야자를 마친지 한참이 지났지만 문자는 오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월요일은 비가 오는 월요일이었다. 금요일에 본 그 남학생이 우산을 들고 OO를 데리러왔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고, 손이 떨렸다.
애써 담담한척했지만 원우는 꽤 오랜시간동안 열병을 앓았다.
원우에게 남은건 예쁘게 포장된 향수와 시가 쓰여진 공책 한 권이었다.
OO와 그자식은 세달을 채 가지못했다. 어느 수요일, 아침부터 OO의 눈이 붉었다. 원우는 마음이 아팠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자신의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원우는 그게 제일 슬펐다. 좋아한다고 말이라도 해볼걸.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않는다.
-나 한국들어가면 밥이나 한끼하자
빈말이라도, 형식적인 말이라도 좋았다. OO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했다.
내용도 짧고...상은 정말 제가 썼지만 좋았는데 중은...눈물...
하편 열심히 써올게요❤
여러분 상편의 관전포인트는
1. 문학선생님의 호칭이 문학에서 문학선생님으로 바뀐점
2. 신중한 원우가 앞,뒤 생각없이 국어교육과 써서 낸 것
3. 문학하는 남자가 좀 멋진것 같아. 익숙한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