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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억의 과정 上

 

 

 

나는 하루에 한 번, 24시간 동안 과거의 어느 하루로 시간을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게 특정 시간으로 되돌려주길 바라는 의뢰인과의 거래만 깔끔하게 성립한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되돌려주곤 했다.

 

목돈을 바라는 어린 마음으로 능력을 악용했던 이 짓을 그만 둔지는 꽤 되었다.

철이 든 것도 있지만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버려버릴 수 있을만큼, 하다보면 기분이 이상해져서 싫었다.

 

나는 시간만 돌릴 수 있는 것이지 운명까지 바꿔주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칼에 손가락을 베인 사람이 손가락을 다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린 후 칼을 멀찍이 치워둔다고 해도, 다른 무언가에 손가락을 칼로 벤 것처럼 똑같이 다치게 되어있다, 이런 말이다.
…즉, 과정만 바뀌는 것이고 그 결과는 같다. 그냥, 반복하는 것일 뿐. 이렇기 때문에 결과는 개의치 않고 과정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나를 찾았다.

 

…망할, 과정을 바꾸려고 힘들게 날 찾아와서 시간을 돌렸으면, 좀 그럴싸하게 바꾸란 말이야, 이 병신들아….

 

 

[김주영/기성용이나오는글] 1억의 과정 上 | 인스티즈

 

 

* * *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익숙하게 창문 커튼을 걷어내는데, 때마침 창문에 매달린 작은 빗방울들이 옅은 물줄기를 그리며 창틀로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 응, 비가 오는구나.
비라…아, 그러고보니 어제 하릴없이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멈춘 뉴스에서, 날씨를 알려주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예쁜 누님이 오늘 새벽부터 조금씩 비가 내린다고 했었다. 꿈뻑꿈뻑, 게으른 눈운동을 하며 길게 내려와 눈을 덮은 앞머리를 옆으로 슥 넘겼다. 그래도 깊게 감긴 눈은 좀처럼 떠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마, 어제 새벽 내내 꿈을 꾼 모양이다.

 

꿈.

 

멀뚱히 창문 앞에 서서 잠깐동안 머릿속을 헤집었다.
…음, 이번엔 무슨 꿈을 꾸었는진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데, 기억이 나던 나지 않던 꿈을 꾸고 난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이렇게 혼은 아직 꿈속에 가 있고 육체만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골골거리곤 했다.
으…잇새로 터져나오는 골골 앓는 소리를 굳이 막지 않고, 까치집이 되어 이리저리 뻗친 머리를 꾹꾹 내리 눌러 정리하면서 터덜터덜 부엌으로 향했다.
기억나지 않는 지난 밤의 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라도 했는지 목이 타는 듯한 갈증에 잠결로 비틀거리는 다리를 애써 빠르게 놀렸다.

 

 

ㅡ우르릉, 우르릉….

 

 

떠지지 않는 눈 덕에 오직 손 끝의 감만을 의지해 냉장고 벽을 더듬으며 우유팩을 찾던 동작을 멈추었다.
천둥이 친다.…아니, 하늘이 오만상을 찡그린다. …설마…. 얼른 우유팩을 찾아 꺼내든 후 눈을 완전히 감고 고개를 천장을 향해 들어올렸다.

 

느껴진다. 잿빛 하늘의 울상이 된 얼굴이.

 

고개를 들고 감은 눈 속으로 하늘의 얼굴을 그려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쏴아아 하고 빗줄기가 굵어지는 소리가 이어 들렸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딱딱히 굳어진 땅바닥을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들어올렸던 고개를 가만히 내리고, 꾹 감았던 두 눈도 느릿하게 떠 내었다.

 


´주영아.´

 

´네, 할머니.´

 

´오늘처럼 저렇게 하늘이 우는 것은, 비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닌다는거여.´

 

´네?´

 

´이런 날, 나같이 하늘의 기(氣)가 있는 무당들에게, 비가 그치기 전까지 그런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한 명이나 두 명 씩은 꼭 찾아오지.´

 

´으…비냄새는 눅눅해서 싫어요.´

 

´긴 사연을 가진 불쌍한 사람들이니까, 될 수 있으면 그 사람들의 비냄새 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의 예의인거여.´

 


간만에 하늘이 세상을 적시며 서럽게 우는 것이, 오늘 빗방울의 향이 진하게 배어나는 사람이 집으로 찾아 올 것임에 틀림 없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기상에 관련된 무당이신 할머니의 품에서 오랫동안 살고있는 것이 자연스레 이런 안(眼)을 길러 준 덕에, 하늘의 상태를 보면 그날의 특별한 사건 정도는 대충 때려 맞출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쩌지. 할머니는 지금 다른 지역으로 굿을 가시고 없어서, 오늘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은 헛걸음 한거나 다름 없을텐데. 할머니 방 서랍을 뒤져 작은 부적이라도 하나 쥐어서 보내야하나. 아니면 나라도 대신 이야기를 들어줄까.

 

 

* * *

 

 

우유팩을 손에 쥐고 다시 2층의 내 방으로 돌아와 엉기적 엉기적 침대맡에 등을 기대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야, 오늘 비 냄새가 나는 사람이 찾아 올 것 같다.

「비 냄새가 나는 사람?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난 네가 그런 말 할 때마다 무서워 죽겠다, 이 무당새끼야.」

-아, 나 무당 아니라고…. 그런데 할머니 지금 어디 가시고 없는데 어떡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돌려보내야지. …아 갑자기 으슬으슬해졌어.」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안 가려고 하면, 그건 또 어떻게하냐.

「너희 집에 강아지 있잖아. 그 녀석 보고 확 물어버리라고해.」

-그럴까. 우리집 강아ㅈ…

 


친구놈과 잠깐 문자를 주고받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섬광 한 줄기에 침대맡에 기대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후다닥,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 밖을 내다보려했는데, 빗방울이 뿌옇게 창문을 흐려놓은 덕에 밖의 모습이 잘 보이질 않는다.
마당에 매어 둔 우리 강아지를 좀 보려고 했는데…. 녀석, 잘 있으려나. 엊그제 오래 된 개집 지붕이 주저앉아버린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새 것으로 갈아주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우유팩에 꽂은 스트로우로 우유를 빨아올리며 흐린 방 창문을 조금 더 쳐다보다가 결국 장롱 구석에 놓아두었던 접이식 우산을 꺼내들었다.

 

 

빗줄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굵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라는 말이 딱 어울릴만큼, 내 생에 이렇게 거센 빗줄기는 본 적이 없었다.
텅, 텅, 텅, 거센 빗줄기가 그대로 내 우산 위에 내려 꽂힌다. 그에 어깨가 슬쩍 움츠러들었다. 규모가 작고 두께가 얇은 접이식 우산인지라 우산 위를 내려치는 빗줄기가 감당이 되지 않을만큼 힘들었다.
살짝 몸을 집 안쪽으로 하여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신발장에서 쓰는 나무발판을 집어들었다. 이걸 개집의 임시 지붕으로 얹어 줄 셈이였다.
강아지는 지금 홀딱 젖은 채 벌벌 떨고있겠지? 털도 짧은 단모종이라 보온도 잘 되지 않을텐데, 얼마나 추웠을까. …기다려라, 형이 간다.
나무발판을 쥔 손에 꾹 힘을 더하고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몸을 던지듯 뛰어 강아지가 묶여있는 마당의 왼쪽 구석으로 향했다.

 

그렇게 열 걸음 전까지만 해도, 강아지는 혼자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개집에 가까워질수록 강아지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빈틈없이 세상을 꽉 메운 빗줄기에 개집 앞까지 다다랐을 때에야 강아지의 머리 위로 검고 큰 우산 하나가 놓여져 있고, 그 앞에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채 온몸으로 비를 받아내고 있는 한 남자가 쭈그려 앉아 있는 것을 알아 차렸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가 앉은 상태로 고개만 들어 내 얼굴을 마주했고, 나도 그 얼굴을 들여다 보려는데

 

순간,

 

찌르르- 코가 아파왔다.

 


비냄새가 난다. 지금 이 세상을 적시고 있는 거센 빗줄기보다 더 진한 비냄새가.
코끝을 아프게 찌르는 그 향에 손등으로 얼른 코를 막았다. 그런 나를 입고 온 정장만큼이나 깔끔한 얼굴을 하고 한참동안 올려다보던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있었을 땐 몰랐는데 그는 키가 제법 컸다. 보통 남자의 평균키보다 한참은 더 큰 키로 휘청휘청 내 앞에 조금 가까이 다가와 선 그가 초점없는 두 눈에 억지로 힘을 주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부탁 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지금 할머니는 다른 곳으로 굿을 가시고 안 계신데요.˝

 

˝아니, 나는 김주영 군, 당신을 찾아 온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고 조곤조곤했지만 비보다 더 진한 향을 가진 터라 세찬 빗줄기의 고함 속에서도 선명하게 울려 내 귀에 정확히 닿아왔다.
그나저나 그는 할머니가 아닌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인 나에게, 적어도 20대 초-후반의 사회인 쯤 되어보이는 그가 무슨 볼일이 있는 것일까.
나를 찾아왔다는 그의 말에 앞쪽으로 기울여 쓰고있던 우산을 뒤로 조금 더 젖혔다. 우산이 가리고있던 부분이 거두어지자, 아까는 보지 못했던 서류가방이 유독 눈에 크게 와 박혔다.
서류가방에 멈춘 내 시선을 보았는지, 그가 단단히 쥐고있던 서류가방을 그의 가슴께까지 들어올렸다.

 


˝이 안에는 1억이 들어있습니다.˝

 


1억.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 한 번 놀라고.

 


˝이것으로 김주영 군의 능력을 빌리고 싶습니다.˝

 


그가 나의 비밀스런 능력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한 번만…딱 한 번만 시간을 돌려주세요, 제발.˝

 


텅.
마지막 말과 함께 온 힘을 다 잃어버린건지 파리하게 떨리는 그의 손을 떠난 서류가방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고, 그 역시 금방이라도 그의 서류가방처럼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게 날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의 시선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제대로 마주하지도 않았다.


아, 젠장. 어떻게 알고 찾아왔대…. 아 안 해요, 더 이상은.


몇 주 전, 그와 같은 이유로 날 찾아 온 사람에게 했던 말이였다.
과거의 어느 하루로 24시간 동안 시간을 돌리는 나의 능력. 그를 포함하여 내가 가진 능력과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사람들이 원하는 과거의 그 어느 하루가 무엇인지, 이제 더이상 알고 싶지 않다.
모두가 짙은 후회와 슬픔으로 가득 찬 사람들 뿐이라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정말이지 괴롭기 짝이 없었고 또 대단한 고역이였다. 내 앞에 서있는 그 역시도 그러하지 않은가.
그에게도 저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고 골치 아픈 것을 봤다는 듯한 말투로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나는 더이상 내 능력을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ㅡ오늘처럼 저렇게 하늘이 우는 것은, 비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닌다는거여.

 


˝…내 능력이 운명까지 바꿀 수 없다는 건 알고 오셨나요.˝

 

˝…물론입니다.˝

 


ㅡ긴 사연을 가진 불쌍한 사람들이니까, 될 수 있으면 그 사람들의 비냄새 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의 예의인거여.

 


˝왜 시간을 돌리시려는지 들어봐도 될까요.˝

 

˝…그것도, 물론입니다.˝

 

 

비 냄새가 진하게 나는 긴 사연을 가진 불쌍한 그를, 차마 이 빗속에서 외면할 수 있을만큼의 냉혈인이 못 되었다.

 


* * *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은 죽고 없지만,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지금도 사랑하고 있으니 내게 그 사람은 언제까지고 계속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죽은지 벌써 2주일이 다 되어갑니다. 2주 전의 그 날, 생각해보면 하루종일 다투기만 했어요.


그 사람이 작은 회사엘 다녔는데 거기 회사에서 아는 오빠가 있었나봐요. 죽기 바로 전날, 그 오빠라는 사람과 함께 운전면허 시험 결과를 확인하고 오는 것까진 좋았는데, 영화까지 보러갔다지 뭡니까. 이렇게 사지 멀쩡한 남자친구를 놔두고. 그래서 화를 좀 냈었습니다. 너는 남자친구 놔두고 다른 남자랑 놀러다니냐고….

그 사람을 믿었지만, 그래도 질투라는게 나긴 나더군요. 참 모순적이지요. 나도 내가 많이 웃겼습니다.
그 사람은 당황하고 황당해서 당연히 아니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나는 나대로 목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고…. 그러다가 자연스레 그 사람의 운전면허 시험 얘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 이번이 3번째 치르는 시험인데 또 떨어졌다고 하더라구요. 바보같지만 꼭 안아주고 싶을만큼 굉장히 귀여웠는데, 그 때의 나는 활활 타오르는 질투심에 일부러 못된 소리를 했었습니다.

 


´바보냐?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 그 오빠랑 영화보러 갈 생각에 시험 제대로 못 치른건 아니고?´

 

´야,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해?´

 

´그렇게 설렜어? 그 오빠랑 영화보러 가는게?´

 

´…기성용! 그런게 아니잖아!´

 


대충 이런 대화가 이어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였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남자친구라고 하나 있는 것이, 위로는 못 해줄망정 다른 남자와의 외도까지 의심까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그 사람은 날 한참이나 노려보다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뛰쳐나가더군요. 장소는 그 사람이 사는 투룸 자취방이였는데, 나 때문에 집주인인 그 사람이 나갔어요. 웃기죠?

 

차라리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 아니면 뛰쳐 나가는 그 사람을 다시 안으로 데려와 미안하다고, 내가 너무 심했다고 용서를 빌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 사람의 집 거실 가운데에 멀뚱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그 때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뛰쳐나가는 그 사람의 뒤로 보이는 부엌 식탁 위에 놓인 조그만 케이크를 봐버렸기 때문일까요.

생각해보니, 그 날은 내 생일이였습니다. 나는 멍한 눈으로 터벅터벅 부엌으로 발걸음을 한 후, 케잌 뒤에 있던 쪽지를 꺼내들었습니다.

 


「여보! 내남자! 동갑내기 내 서방! 기성용! 생일 축하해 ♡
바보같고 고집쟁이인 나랑 3년간 연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근데 자기야, 나 운전면허 또 떨어졌당…T.T…흑…찌질하게 울 뻔 했어…
그래도 회사에서 아는 오빠랑 코미디영화 한 편 보고 왔더니 좀 나아졌다^-^
진짜 시원하게 웃고왔당ㅋ_ㅋ 난 남자가 기성용뿐이라 다른 남자 앞에선 내숭없이 웃지요. 푸하하! 이렇게 XD
무튼! 생일 축하하구요, 생일 선물은 네가 가지고 싶어했던 지갑이랑…그리고 이건…으흐흐…
아가 신발이다 >_< 같은 디자인으로 파랑이랑 분홍이샀어.
너는 파랑이 가지고있어! 난 분홍이 가지고 있을게.
우리 결혼해서 첫 애 낳을 때 남자애면 네가 파랑이 신겨주고 여자애면 내가 분홍이 신겨주는거 하자.
아- 생각만해도 좋다 ♡ 기성용 진짜 사랑해! 내가 엄청엄청 사랑해 ♡♡」

 


시험에 떨어져서 우울할텐데도 나를 위해서 이렇게 생일선물까지 준비한 그 사람에게 나는, 나는 대체 무슨 짓을…
나는 그 사람에게 전화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꺼내들었지만, 염치 없는 짓이라 생각하고 다시 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는, 그 사람이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 준비했을 아기 신발과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지갑을 품에 안아들고 그 사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아니 돌아올 수 없는 그 사람을 하루가 꼬박 넘도록 뜬 눈을 하고 기다렸어요.

 

그런 내게 아침의 새소리와 함께 찾아 온 것은 그 사람이 아닌 병원으로부터의 전화였습니다.


…주영군 난, 난 정말 그 때로 시간을 돌리고 싶습니다. 사실 주영군이 이 일을 그만두었다는 것, 알고 온 겁니다. 그렇지만…한 번만…딱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결과는 내가 어떻게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한번 더 느끼는 거나 다름 없을 거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그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때의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 때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싶습니다.
부탁드릴게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서…난…난….

 


* * *

 


생각보다 평범한 사연이였다.
지금껏 사랑하는 사람과의 문제로 날 찾는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그의 사연은 내게 별 것 아닌 가벼운 무게로 다가왔다.
대개는 충동적인 살인을 한 사람들이 자기가 살해한 사람이 죽는 과정에서 자신을 지우기 위해 나를 많이 찾아왔었다. 그리고, 그 역시도 그런 류의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랑이라니.

 

살인과 사랑.
…나만 그런 것인가, 내게는 살인의 무게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연에 색다름을 느꼈고 작은 호기심도 생겼다.

 


˝…눈을 감으세요.˝

 

˝주영군….˝

 

˝지금부터 내가 성용씨의 눈을 가리고 숫자를 셀 겁니다. 정확히 셋을 셀 건데요. 내가 셋을 센 후 성용씨의 눈을 가렸던 손을 치우면, 그 때부터 성용씨가 원하는 그 날의 하루가 시작되는 겁니다.
나는 성용씨 옆에 있을거에요. 그 때의 그 곳에는 내가 없었을테니 투명한 몸을 하고 성용씨를 지켜보고 있을겁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4시간 뿐입니다. 제발, 제발 그 때보다 좀 더 나은 과정을 만들고 돌아오세요. 이 짓 하면서 괜찮은 과정으로 이끌어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짧은 한 마디를 남긴 성용씨가 가만히 눈을 감았고, 나는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 사이로 손을 들어올려 성용씨의 감은 두 눈에 가로로 길게 얹었다.


궁금합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성용씨는 어떤 과정을 그리고 계시나요.
그게 무엇이 됐건,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결과는 변하지 않겠지만 그녀를 보내주는 마음과 안타까웠던 과정만은 달라지길 바래요.
셋 이라는 숫자는 짧지만, 성용씨의 생각은 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숫자를 세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는 되셨는지요.

 

하나

 

 

그리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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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대박............너무 좋네여..............글잡에 글올렸더니 밑에 글있길래 봤더니.........대박........소름;; 아 내글은 짜게 식어가겠군;; 아 진짜 잘쓰시네 어서 다음편을 주thㅔ요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날것가타여...하.... 진짜 잘쓰시네......신알신하고 튀어여 =3
11년 전
독자2
헐이소름끼치는내용운뭐지요........대박....님하...이러시면...안대염 ...................절대...안되요.....지금...저를...신알신하게하시다니....
11년 전
독자3
.......쩌러!!!!!!! 다음글 주세여 하악하악
11년 전
독자3
작가님 정말 내용이 신선하고 좋아요 다음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신알신 하고 가겠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11년 전
독자4
오와 내용완전신선해요!다음편이 기대되네요ㅜㅜㅜㅜㅜㅜ
11년 전
독자5
아 대박이다.진짜 좋다...소름돋아요진짜...
11년 전
독자6
이 작품 완전 대작인데요!!! 본 직업이 작가분이 아닌가 싶을정도로요 ㅎㅎㅎㅎㅎ 다음편 기다릴게요!!
11년 전
독자7
헐 쩐다... 이건 그냥 책으로 하나 만들어야 하는거야..헐 ㅠㅠㅠㅠ 아 대박 ㅠㅠㅠ 아 브금도 아련하고 기성용이랑 여자분이랑도 겁나게 아련하고 ㅠㅠ 아 증말 나 진짜 소름돋고 이렇게 슬프고 김주영 빙의글 되는건 처음이듯..ㅠㅠㅠ 아 증말 날 이렇게 빙의 하게 해 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는 둣.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필체는 왜이렇게 이쁘게 잘 쓰는데... 내가 이래서 언니를 롤모델이라고 하고 내 사랑이라고 하는 거임..ㅠㅠㅠ 언니 나랑 결혼하자... 우리 사랑 영원히..ㅠㅠ 아 증말 ㅠㅠㅠ 진짜 잘쓴다.. bb 진짜 계속 말하는데 언닌 국대들의 넘사벽임..ㅎㅎㅎ...아 ㅠㅠㅠ 사라애휴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8
헐쩐동ㅋㅋ커플링완전신선ㅋㅋ브금뭔가요좋네요굿
11년 전
독자9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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