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 pie - Standing Egg
※이름의 마지막 글자에 받침이 없는 분은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여름이라 시간이 천천히도 가는지 지금 시간이 늦었다 싶을 때 쯤 파란 하늘이 붉게 물들어갔다. 기상청에서 내놓은, 구름이 많을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에는 구름 한 점도 없이 맑았다. 밖으로 나온지 몇 십분이 지나고 조금 쉴 겸 벤치에 가만히 앉아 인형탈 구멍 사이로 하늘을 보고 있는데 빠른 속도로 구름이 모이면서 굵은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햇빛을 가리려고 쳐놓은 어닝 아래에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자 가게 밖에 마련되어 있던 우산꽂이가 보였다. 일주일 전에 내가 가져온 까만 우산이 하나가 덩그러니 꽂혀있었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들자 우산도 없이 책가방을 앞으로 멘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가는 여학생이 보였다. 아마 우리학교 학생인 것 같았다. 우산을 집어들어 가까이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자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봤다.
"어, 감사해요…."
김칠봉..? 너무 놀란 나머지 인형탈 안에서도 어버버 거리며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팔목을 잡아 손에 우산 손잡이를 쥐어주었다. 말을 하기엔 나라는 것을 들킬 것 같아 행동으로 이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라는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꼭 돌려드릴게요!"
그러고는 내게 꾸벅 인사를 하고 아까 골목 끝에서 걸어왔던 속도보다는 조금 빠르게 남은 길을 걸어갔다. 검은 우산이 골목 끝에서 사라질 때 까지 가만히 서서 칠봉이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
*
*
"왔어? 오늘은 웬일로 일찍왔네?"
"일단 땀 좀 식히고 이따 겁나 흘릴 예정이라서요."
"나 찔리게 왜그러냐- 아, 오늘은 쿠키도 좀 나눠줘. 여기 바구니에 담겨있는 거 다 주면 들어와도 돼."
또 지나갈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칠봉이에게 줄 음료수를 하나 사왔다. 카운터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자 윤 고용주님은 오늘도 내게 인형탈과 새로운 미션을 주셨다. 바구니 안에는 우리 카페에서 인기가 좋은 쿠키들이 다양하게 담겨있었다. 얼른 하고 끝내자는 생각에 스탭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채 카페 밖으로 나왔다.
*
어제보다는 바람이 불었지만 더 나아진 건 없었다. 뜨거운 바람에 숨이 막힐지경이었으니. 큰 골목에 있는 카페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아 쿠키의 양은 대폭 줄지는 않았지만 여러개를 가져가시는 아주머니들 덕분에 겨우 두개가 남았다. 벤치에 앉아 좀 쉬엄쉬엄 하려는데 눈 앞으로 가방끈을 부여잡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우리학교 여자교복이 보였다. 머리 묶은거랑 가방이 칠봉이랑 똑같은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자 나를 발견 못했는지 땅만 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으아! 어제 그 토끼? 안녕하세요!"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는 길을 슬쩍 막아서자 내 가슴팍에 머리를 살짝 박더니 화들짝 놀라며 내게 인사를 해줬다. 바구니에 있던 쿠키 두개를 꺼내 저에게 건네자 이게 뭐냐며 받아들더니 '이거 여기서 제일 맛있는 거 아니에요? 제가 이거 완전 좋아하거든요!'하며 신나했다.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빤히 바라보고 있다 아까 사 놓은 음료수가 생각이 나 벤치로 갔다. 벤치에 앉아 내 옆자리를 손으로 팡팡 내려쳐대니 천천히 걸어오더니 벤치에 앉는 칠봉이였다.
그늘에 놓아둔 음료수를 장갑을 뺀 채로 만져보았으나 날씨가 날씨인지라 차가운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 벤치 뒤에서 한참을 '어떡하지?'하고 생각하는데 고개를 뒤로 빼꼼 내밀며 뭐하냐 묻길래 얼른 음료수를 집어들고 수줍게 건넸다.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는 말을 하던 칠봉이에게 음료수에 붙은 메모지를 가리켰다.
" '그때는 정말 고마웠어요. 이건 내 선물.'
에이, 나 이거 바라고 드린 거 아닌데. 나도 고마워요. 진짜 잘 마실게요!"
음료수를 살짝 흔들어보이며 환하게 웃다가 작은 탄식을 내뱉더니 자신의 가방에서 까만 우산 하나를 꺼내들어 내게 건넸다. 며칠 전 비오는 날 내가 빌려준 우산이었다.
"그때 이거 아니었음 지독한 감기 걸렸을지도 몰라요. 진짜 고마워요!"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지만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는 칠봉이때매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뭔가 엄청나게 큰 일을 한 것만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말이다.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나서 갑작스레 근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뱉는 칠봉이였다. 인형탈에 가려져 보이진 않았겠지만 덩달아 내 표정까지 안 좋아졌다. 왜 그러는지 묻고 싶어 어깨를 살짝 건드리자 나를 바라보는 칠봉이에게 손짓으로 물었다.
"...이러는 게 되게 웃기긴 한데 제 고민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끄덕끄덕)"
"혹시, 짝사랑 해본 적 있어요?"
아, 짝사랑.
지금 내가 열렬히 하고 있는 행동이었다. 처음엔 너의 친절함에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모든 행동을 하는 너에게 여러번 반해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런 나에게 짝사랑을 해 본적이 있냐니. 내가 지금 너때매 하고 있는 중인데. 내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자 날 보던 눈이 자신의 손으로 옮겨졌다. 손을 만지작거리다 짧게 한숨을 내뱉더니,
"제가 좋아하는 남자애 맘을 모르겠어서 답답해요.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벽이 있는 것 같아서.."
손을 어색하게 들어 어깨를 토닥여주자 자신의 어깨에 있던 내 손을 살짝 잡았다. 애써 밝은 미소를 짓곤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더니 위로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나중에 또 고민 들어주세요! 그리고, 토끼님 짝사랑 얘기 꼭 해줘요. 알겠죠?"
약속이라며 내게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들이밀기에, 장갑낀 손 그대로 새끼손가락 고리를 걸어주려다 내 마음이 이 아이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장갑을 벗어 내 손으로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내가 준 음료수와 쿠키를 가방 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가 보겠다는 말을 했다. 같이 일어나 손을 흔들어주자 내게도 크게 손을 흔들어주곤 뒤를 돌아 집으로 가고 있었다. 장갑이 벗겨져 있는 오른손을 빤히 내려보다 얼른 바구니를 들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
.
.
"어, 네가 여기 웬일이야? 이제 문 닫을거야."
"알아. 순정남 연애사업이 잘 되가나 해서. 권순영은?"
"여기있다, 이 새끼야. 순정남이라고 하지 좀 말라고."
"토끼탈 쓰는 애가 입이 저렇게 험해서야."
'근데 웬 순정남?'이라 묻는 정한이형에게 빌어먹을 이석민이 입을 놀리려는 것 같아 팔꿈치로 갈비뼈를 가격하자 입을 열다 꾹 다물고는 고개를 저었다. 난 가식적인 웃음을 보여주며 가보겠다는 인사를 하고 이석민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얜 지치지도 않나.
"오늘도 만났냐!?"
"어. 내가 음료수도 줌."
"나나 좀 사줘. 내가 너랑 몇 년 친군데."
"징그러, 꺼져."
정수리를 내 팔에 부비적거리는 이석민을 가볍게 처치하고 유유히 거리를 걸었다. 뒤따라오다 옆으로 서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이석민이 내게 말했다.
"힘내라, 순정남~"
***
아낌쪄가 아 ! 낌 ! 쪄 ! |
[숭늉] [순녕] [망고] [혹시] |
아낌쪄입니다~
벌써 일요일, 주말의 끝이 오고 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다음 주도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제 비루한 글에 암호닉 신청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ㅠㅠㅠㅠ
사랑해요 매일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