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박지민
1
박지민은 어린 시절,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도란도란, 바쁜 일을 끝내고 온 부모님이 차려준 식사를 하며 나누는 이야기는 따뜻했다.
초,중,고 학교를 다닐 때에는 나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선천적으로 유연한 몸과, 시선을 사로잡는 유려한 몸짓으로 무용을 전공하려고도 했다.
물론, 그 꿈은 고등학교 일 학년 때까지의 일이다.
2
고등학교 1학년이, 2학년이 되기 전 맞는 겨울방학에 입시학원을 발품 팔아 찾아다니고 있었다.
꽁꽁 얼어 빨개진 양 볼을 목도리에 부비었다.
춥다, 얼른 집에 가야지.
올해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왔으면 좋겠다. 예쁠거야.
횡단보도를 건너려다가, 코를 자극하는 붕어빵의 냄새를 맡았다.
옆으로 고개를 젖히니, 인자해보이는 할머니가 붕어빵을 뒤집고 있으셨다.
마침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삼천원이 비집고 나온다.
꽤 수북한 봉투를 들고, 집에 도착했다.
다녀왔습... 아빠?
의자에 어정쩡하게 걸터앉은 박지민의 아버지는, 흰 와이셔츠가 붉게 물들어있는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강도가 들어온건가 싶은 박지민은 비좁은 방 두 칸을 확인했다.
서둘러 아버지의 곁으로 가 상태를 확인했다.
아빠, 괜찮으세요? 강도가 들어왔었어요? 119에...
괜찮아. 내 피가 아니야.
아, 네. ...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결국 그동안의 일을 말해주었다.
3
박지민의 아버지는, 사실 백수였다. 물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할 당시에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지민이 태어날 때도 딱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지민이 3살 때, 아장아장 걷는 게 귀여워 다 낡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저장할 때.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아내는 돌연 쓰러진다.
병원에서는 암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다행히 초기이며, 완치 가능성이 높으니 통원을 하며 치료를 해도 늦지 않다고 의사는 말했다.
혹여나 의사의 오진일까, 병원 두 군데를 더 다녀 같은 판정을 받고나서야 치료를 시작했다.
첫 암은 위암이었다. 완치했다.
재발한 두 번째 암도 완치했다.
그러나 세 번째 암인 유방암은, 아내의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을 잃게 했다.
암은 생각보다 완치를 곧잘 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계속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되고, 재발했다.
n번째의 암을 완치했을 때, 아내 또한 고통과 심리적 불안감에 허약해졌고, 당연히 일도 그만두어야 했다.
그리고 일을 하여 벌어들인 수입은 전부 치료비로 들어갔다.
그는 어느 날, 직장 상사의 히스테리를 버티지 못해 홧김에 사직서를 내고 왔다.
아내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노가다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노가다를 새벽 아침부터 시작하게 되면, 12시가 될 때까지 무거운 벽돌을 옮기는 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먼지가 날아다니는 그 공간에서 차가운 밥을 먹는다.
항상 불평 불만이 많던 A씨.
박지민의 아버지는 허허 하며 웃어넘기고, 그래봤자 같이 담배를 피워줬을 뿐이었다.
딱 한 번, A가 일에 나오지 않은 날이 있었다.
그 다음날은 A가 출근했다.
A씨는 그날따라 얼굴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호기심에 물어본 그는, 그렇게 물어본 그 날을, 자신을 자책한다.
흠흠, P씨... 내가 그동안 나한테 잘해줬으니 알려주는 건데...
대부업체에서, 딱 하루 단기알바를 모집한다고 한다.
대부업체라고 무서워할 것도 아니고, 그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검은 정장 쫘악 빼 입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된단다.
그러면 그날 바로, 현금 백 만원을 지급해준다고.
당연히 그는 믿지 않았다. 어떻게 가만히 서 있는데 백 만원을 주나? A씨, 술을 너무 많이 먹었군.
참 나. 진짜야. 난 오늘도 갈 걸세. 믿기지 않으면 슬쩍 와 보게나.
혹여나 자신이 해코지가 당할까, 방어적인 성격이 강했던 그는 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니, 초등학생인 박지민이 꼬물꼬물 가정통신문을 내민다.
아빠아, 학교에서 수학여행 간대요오...
으응, 그렇구나.
삼십, 삼십만원이나 한다고?
지민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초롱초롱 바라본다.
슬쩍 겉옷 주머니를 뒤져 통장을 본 P는 잔고를 확인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번 달 월세도 내지 못했다.
있는 건 십 만원 정도...
즉답이 나오지 않자, 어렸던 지민은 애써 괜찮다는 얼굴로 그에게 다시 말한다.
아빠, 근데 굳이 안가도 된다고 했어요. 선생님이 괜찮다고 말했어.
...
그 날 수학여행 안가고 집에서 있어도 된다고...
으응, 아냐. 아빠가 정신이 없어가지고 바로 말을 못했네. 가도 돼, 친구들이랑 추억 만들어야지. 그지?
와!
와락 아빠에게 안긴 박지민의 얼굴은 순진무구함 그 자체였다.
어린 그를 안은 P는, 어쩐지 입 안에서 씁쓸함이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4
그 길로, P는 A씨가 말한대로 알바를 나갔다.
현금 백만원이, 손에 쥐어졌다.
허리가 부서질 듯 아파오고, 수십번을 공사판을 왔다갔다해도 하루 일당 10만원이 안되는 액수에 열 배.
그러던 어느 날, P의 눈 앞에 대부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그제서야 이 곳 현실이 어떤지 깨달은 그는 도망치려 했으나, 짓밟힘 당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화풀이 대상이 된 것뿐.
갑자기 발길질이 멈췄다.
누가 사람을 그렇게 패라고 가르치든.
형님, 오셨습니까!
사내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P는, 바로 코 앞에 반지르르한 구두코가 보이자 황급히 몸을 일으킨다.
사람 얼굴을... 이렇게 개 패듯 패면 되냐아.
죄송합니다!
돌려보내라잉.
다시는 보지 않을 줄 알았으나, 점점 생활이 힘겨워지자 제 발로 그를 찾아간다.
남자는 받아들여주었다. 싸움도 배우고, 30대 후반에, 잘 돌아가지는 않는 머리로 전산 회계도 배워 조직의 일을 도왔다.
그러다 고등학생인 박지민에게 들킨 날, 처음 제 손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었다.
5
...네 엄마에겐 말하지 마라.
아빠, 그치만...
이제 빠져나올 수도 없다. 빠져나오려고 하면, 이 손가락 하나 이상은 버려야 해.
...
더러운 일을 하고 있지만, 좀 더 나이가 들면 그냥 내보내준다고 하더라. 너무 걱정하지마.
...
네가 하고 싶은 건, 계속 하게 해줄거야. 돈 걱정도 하지 말고.
박지민은 아버지를 붙잡고 서럽게 울었다.
6
엄마! 나 상 탔어!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무용경연대회에서 2위를 했다.
엄마는 지민에게 아주 잘했다며 부둥켜 안았다.
아빠가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오늘따라 늦으시네.
그러네. 오늘 있잖아, 음악 수행평가를 하는데 같은 반 남자애가 노래를....
띵동.
아빤가?
문을 여니, 비를 잔뜩 맞은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어... 누구...
..여기가 P 형님 댁 맞으신가요.
네, 맞는데.. 누구...세요?
사내와 함께 간 곳은, 한 병원이었다.
병원이 보이자, 아내와 박지민은 덜컥 겁이 났다.
교통사고라도 당하신 걸까. 아주 큰 병?
혹시 위독한 상태?
사내에게 P의 상태를 물었으나, 그는 꿋꿋하게 말하지 않았다.
7
영안실.
...저, 우리 아버지가... 왜 여기 계신지...
...
아, 사실 다른 직장 동료분이 돌아가셔서 이 곳에 오신 건가요?
...
아이 참. 아저씨도 융통성이 없으시네. 놀랐잖아요. 그죠? 맞죠?
...
...맞잖아요. 왜 대답을 안하세요?
사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벌벌 떠는 손으로, 아내와 박지민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하얀 천을 살짝 거두니, 영원한 안식으로 간 그의 얼굴이 보인다.
아내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저앉아버린다.
눈물이 주륵 흘러나오는 것을 막지 못한 박지민은, 아버지의 얼굴을 살펴본다.
또 다른 사내가 박지민에게 귓속말로 전했다.
「칼을 맞아, 살해되었다.」고...
아버지. 칼을 맞아 죽음을 문턱에 두셨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가족? 엄마? 아니면 이 곳에서 일한 후회?
어떤 생각을 하시고, 죽음으로 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겠습니다.
지금 아버지의 얼굴은 굉장히 편해보이세요.
다행입니다.
그것만으로, 안심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손가락질을 받았을지 몰라도,
어머니에게 끝까지 이 일을 하신 것을 숨겼지만,
존경하는 아버지.
편안하시고, 사랑합니다.
그제서야, 울음이 터져나온다.
8
고3에게 가장 중요한 여름방학이 돌아왔다.
방학 전 상담을 할 때, 박지민의 담임 선생님은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나 차분한 얼굴, 예전과 다를 것 없는 말투.
대학교에서 탐내어하는 인재.
그러나 돌연 대학을 진학하지 않겠다는 박지민.
분명 원래 성격대로라면 욕을 하면서라도 대학교를 가라고 했을 테지만,
담임 선생님은 그 말 한마디조차,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9
지금 사장 자리가 공석입니다.
그치만, 저는 싸움을 할 줄 모르는데요.
...저희 졸개들은, 형님이 갑자기 사망하시는 경우, 그 아드님을 앉히는 게 이 곳 규칙입니다.
왜요?
그래야, 납득하니까요.
...
갑자기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는 새끼가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오면, 하루도 안 지나서 반발을 할 겁니다.
...
사장님이 되셔서 하시는 일은, 주먹질이 아니라 개들을 훈련하시면 됩니다. 충직한 개를요.
10
단 일 년간이었지만, 사장이었던 P씨의 곁을 아주 강직하게 지켜왔던 비서는 박지민에게도 깍듯하게 대했다.
덕분에 대부업체의 깊은 곳까지 알게된 박지민은 고등학교 졸업식 때, 또래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무용이 흥미가 없어졌다고 말하고, 취직했다고 핑계를 둘러댔다.
사장직을 물려받은 지 6개월 쯤, 한 여자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한 편에 1-10까지 쓰려니 ㅎ..^^ 처음으로 과거현재미래 왔다갔다한게 아니라 쭉 과거부터 써서 훨씬 보기 편하실 거에요..
예고했던대로 삼형제 중 막내 태태의 친구 짐니 번외편이 나왔습니다!(짝짝짝.)
근데 아직 짐니 짝궁 탄소는 나오지도 않았네요...'ㅁ'..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ㅎㅎㅎ..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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