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306131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엙뗅! 전체글ll조회 2228


 

 

[EXO/세훈] 너징에게 열등감 있는 피아노과 오세훈 X 바이올린 천재 징어 | 인스티즈

 

 

 

 

"씨발 재능만 믿고 나대는게"

 

 

 

오세훈이 나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오세훈이랑 나랑은 큰 접점이 없었다.

적어도 나는 이 합주가 있기 전까지 오세훈이란 애를 몰랐다.

바이올린, 바이올린, 바이올린.

내 머릿 속을 가장 많이 채우기 위해 다른 것들을 비워냈다.

'쓸데 없는 정보들'을.

오세훈은 그 '쓸데 없는 정보들'중의 하나였다.

 

 

 

이쪽 전공 관련 된 애들 대부분이 그렇 듯, 나 역시 버클리 음대를 꿈꾸고 있다.

그 와중에 음악쪽으로 꽤 이름 난 우리학교로 한 공고가 들어 왔다.

버클리 음대가 주최하는 클래식 콘서트에, 나를 초청하고 싶다고.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목을 받아 왔었다.

11살 때 우연히 나간 이름 있는 국제 콩쿨에 등장해 대상을 탔다.

그 후로 16살까지 될 수 있는대로 많은 대회에 나갔다.

나간만큼 상을 받았었고.

 

 

 

미디어에서는 바이올린의 신동이라고 떠들기도 했다,

13살에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을 완벽하게 연주했을 때는

부끄럽지만, 파가니니의 환생,천재의 탄생이라며 칭찬했다.

나는 주목 받는 신인이었다.

 

 

 

2년동안 잠적했던 건 고등학교는 국내에서 졸업했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바램때문이었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거절했지만 해외의 여러 명문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못한 스트레스로 슬럼프에 빠졌었다.

지금은 완전히 빠져나왔지만.

 

 

 

 

어쨌든, 나는 좋은 기회를 잡았고, 나를 도와줄 반주자에게 역시 좋은 기회였다.

피아노 과에 관심이 없어 고민하던 나에게 추천해 준 애가 오세훈이었다.

피아노 과 수석인데 다른 애들이랑은 월등히 차이 난다고.

확연한 1등 이라고 했다.

 

 

 

그 길로 나는 2학년 1반으로 달려갔었다.

6반인 나와는 완전히 반대인 반.

잠깐 망설이다 문 근처에 있는 애에게 오세훈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 애는 나를 보고 흠칫하더니 오세훈을 듣고 또 흠칫했다.

그 때 알아챘어야 됐는데.

 

 

 

"어..저기, 일단 안녕. 

음, 나는 6반에 ○○○인데,

그.. 내가 이번에 공연을 가기로 했는데, 반주자를 못 찾아서..

혹시.. 해줄 수 있어?"

 

"왜 난데."

 

"선생님이 너 정말 칭찬하시면서 추천해주시더라.

다른 애들이랑 차원이 다르다고 하면서."

 

"너만 하실까. 나로 되겠어?"

 

"어..? 난 괜찮은데.. 해주는 거야?"

 

"나로 괜찮으면."

 

"고마워! 혹시 오늘 한번 맞춰 볼 수 있을까?

이거 내 번혼데.."

 

 

 

나는 바로 전화번호를 써 놓은 포스트잇을 오세훈에게 줬다.

어쩐지 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찝찝했었지만

이만큼일 줄은 몰랐었다.

 

 

 

 

 

 

벌써 4번째 만남, 공연일까지 3주 남았다.

 

 

"와. 여억시 대단하시네."

 

"..또 뭐가 문젠데."

 

"문제는. 그런데 피아노는 어떻게 따라가줄까?

천재라 그런지 맞추기 어렵네.

편곡도 이상한 것 같고. 어차피 반주인데 뭘 이런 기교를 넣냐고."

 

"내가 말했잖아.

내가 편곡해준 악보가 내가 생각하는 마왕을 표현하기 가장 이상적이라고.

그리고 반주인데 기교라니, 넌 반주 아니라니까."

 

"그러면."

 

"..너 마왕을 제대로 이해한 건 맞아?

내가 왜 굳이 편곡하면서 까지 마왕을 선택한지 모르겠어?"

 

"응. 난 천재가 아니라서.

설명해줘, 난 영 모르겠네."

 

 

 

여전히 비꼬고, 비꼬고, 비꼬고.

오세훈은 뭐가 그렇게 꼬였는지 비꼬기의 달인이다.

저번에 한 번 설명해 줬을 때, 귓등으로 듣더라니.

나는 한숨을 쉬고 다시 한 번 더 설명했다,

 

 

 

"마왕의 포인트는 세 등장인물과 서술자야.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비오는 날에 말을 타고 갈 정도로 절박한 아버지,

마왕을 보며 공포에 떠는 아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아이를 유혹하는 마왕.

전부 바이올린으로 표현하기 적절한 요소 잖아.

아버지는 바이올린의 음을 끊지 않고 빠른 연주와 느린 연주를 번갈아하며

절박하면서도 아이를 살리고 싶다는 애절한 마음, 아이를 진정시키려는 마음을 표현하고,

아이는 스타카토를 강조해 연주해서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마왕은 화려한 기교로 부르는 테너의 목소리를 그대로 연주할 거야."

 

"그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듣는 듣한 그 모습에 어쩐지 감동스러우면서도,

얘도 역시 음악하는 애구나, 싶었다.

첫 만남 때부터 계속 핸드폰만 만지고 건성이길래 진짜 바꿔야 하나 했는데.

들을 생각이 있는 채로 들으면 이해를 잘하는 것 같았다.

 

 

 

"반면에 서술자나 간주같은 경우는 바이올린으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어.

말발굽의 긴박한 소리는 피아노의 느낌이 훨씬 좋아.

물론 바이올린도 스타카토로 표현할 수 있지만 피아노만큼 깔끔하고 둔탁하지 않다고.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자는 바이올린보다 좀 더 부드럽고 무거운 피아노가 낫지.

난 니가 서술자를 할 때, 바이올린으로 밑바탕을 깔아줄게."

 

"...바이올린으로, 간주를?"

 

 

오세훈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오케스트라에서 솔로할 때 다른 악기만 서포트 해주나.

바이올린은 이상하게 '서포트를 못 하는 악기'라는 고정 관념이 있는 것 같았다.

부드럽게 연주하면 어쩌면 첼로나 피아노보다 더 나은 서포트를 할 수 있는데.

조금 괘씸한 마음에 삐뚤어진 대답을 했다.

 

 

 

"왜, 니가 그렇게 극찬하는 천재께서, 못 하실까봐?

제발 악보대로 한번만 쳐줘라.

너 실력 좋잖아. 맞춰보고 얘기하자."

 

 

 

오세훈은 인상을 한 번 쓰더니, 악보를 체크했다.

그러더니, 예고도 없이 인트로를 시작했다.

악보 그대로.

 

 

 

"응! 이 느낌이야!

조금만 수정하고 맞추면 되겠다!

고마워!"

 

 

 

몇 번의 합주가 끝난 후,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그렇게 사이가 좋은 편도 아닌데 친한 척, 웃으며 말을 했다.

오세훈은 잠깐 멈칫 하더니 말했다.

 

 

 

"..씨발, 재능만 믿고 나대는 게."

 

 

 

그래, 그게 니 본심이었구나.

나는 재빨리 정색을 하며 안녕, 짧게 뇌까리고 연주실을 나섰다.

오랜만에 욕 나오네. 씨발, 잘 해보려고해도 저 새끼가.

 

 

 

 

 

그 뒤로도 오세훈은 이상하게 굴었다.

합주는 잘 맞춰주면서 매일 짜증내고, '재능만 믿고 나대는 게.'하고.

내가 웃는 것만 봐도 화가 나는지 얼굴이 시뻘게지며 씩씩거리기나 하고.

사내새끼가 빠져가지곤.

 

 

 

 

 

 

나는 평소와 다름 없이 여섯 시에 학교에 도착횄다.

아. 아침 냄새. 바이올린 켰을 때 제일 좋아하는 온도와 습기.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시간.

 

 

 

남들은 잘 쓰지 않는, 낡은 느낌의 제 7 음악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감성적인 곡을 연주할 때 먼지를 먹어 살짝 먹먹한 음이 나와 마음에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꽤 낡고 아무도 쓰지 않는다는 점과 다르게 방음하나는 끝내줬기 때문이다.

이 시간, 이 공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에서 내가 가장 설레어 하는 음 점검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엄청 큰 행운이 아닐까.

음을 맞추고 현 위에 활을 얹는다.

그리고 연주.

 

 

 

낡은 음악실을 채우는 마왕은 꽤나 로맨틱했다.

가늘게 떨어내는 소리도, 억세게 눌러내는 소리도, 현을 부드럽게 오가는 소리도.

그래서 눈치를 못 챘을지 모른다.

문에 달린 작은 창 사이로 보이는, 경악한 표정의 오세훈을.

연주가 끝난 후에서야 느낀 인기척에 돌아본 오세훈은 마치, '니가 ..연습을?'이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너 매일 여기서 연습하냐?"

 

"아.. 여태 한 번도 안 들켰는데. ...내가 연습할 것 같지는 않지?"

 

"아니, 뭐, 그냥, 좀.. 의외다.

내가 너 연습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봐서, ..이런데서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아무도 모르지."

 

"그냥, 연습하는 거 보이는 게 싫어."

"왜?"

 

"내가 연습을 안 하고도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지 상대방한테 압박감이 가지.

아, 쟤는 연습을 안해도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서 일등하는데 연습 해도 안되는 나는 도저히 못 이기겠구나, 하는 거."

 

"아.."

 

"내가 연습을 한다는 걸 알면, 그때부터 걔들에게 나는 한 단계 더 낮은 존재가 될 거 아니야.

나도 연습하면 따라잡을 수 있겠다 싶은 거."

 

"어.. 뭔가 이때까지 내가 오해한 거 같아서, 좀.."

"아니야. 그럴려고 그런 건데 뭘.

이제야 말하지만, 합주도 많이 못 맞춰서 미안."

 

"아, 나도 ..미안."

 

 

 

 

"..반주해줄까?"

 

오세훈이 날보며 처음으로 웃었다.

 

"응."

 

오세훈은 피아노 의자에 앉았고, 나는 늘어트린 팔을 다시 올려 현을 고쳐 쥐었다.

피아노가 섞인 마왕은, 혼자 켜던 바이올린보다 훨씬 로맨틱했다.

 

 

 

 

 

-

오세훈

 

 

 

 

6반 ○○○는 우리 학교의 유명인사다.

많은 대학교가 탐내고, 모든 에이전시가 탐내는 바이올린의 천재, 파가니니의 환생.

온갖 수식어로 찬사를 받는 너이다.

무엇보다 진짜 예뻐서 학교 남자애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는 이유도 포함되지 않을까.

 

 

 

어렸을때 보러간 콘서트에서 내 또래의 ○○○가 연주한 하바네라를 듣고 엄청 감동을 받았던 나는 언젠가 저 애와 꼭 합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수가 부른 원곡보다도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켜는 하바네라는 억지로 시킨 피아노도 즐겁게 해줄만큼 매력적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다짐은 너의 재능에 따라가지 못 했다.

내가 이만큼하면, 어느새 저만큼하고 있는 ○○를 보며, 몇번이나 절망했었다.

그래도 더 잘하면 되겠지, 더 잘하자, 하며 4년을 버텼었다.

16살, ○○○가 갑자기 잠수를 타기 전까지는.

 

 

처음에는 무슨 일 있나, 싶고 걱정되었다.

이렇든 저렇든 4년 간 ○○○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마음이 바뀌었다.

아. 천재님은 잠복기를 가지셔야 된다, 그거지? 같은, 너를 비난하는 마음으로.

어쩌면 보고싶지만 애써 마음을 감추느라(사춘기 소년에게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자체만으로 부끄러웠다.) 얼굴을 비추지조차 않는 너를 비난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너를 미워하면서도 사실은 계속 좋아했었다.

피아노는 나의 미련이었고, 나는 차마 그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렇게 찾아도 없던 ○○○가 학교 실기 시험장에 왔을 때, 모두가 경악했었다.

하지만 너는 태연한 얼굴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악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이올린 과 시험장은 전멸.

많은 아이들이 눈 하나 깜박 않고 별 다른 기교 없이 감성만으로 곡을 이끌어나가는 너를 보며 절망했었다.

널 따라 잡느라 남들보다 훨씬 잘한다고 생각한 피아노도, 너의 연주를 따라잡기는 버거웠다.

어찌됐든 수석이었지만, 나는 날 신경도 안 쓸 너에게 부끄러웠다.

 

 

 

같은 학교, 다른 과이지만 수석, 같은 학년.

공통점들은 꽤 많았지만 너와 나의 접점은 없었다.

다시 2년을 너는 앞을 보고, 나는 너를 보며 보냈다.

아무런 노력 없이도 완벽하고, 감성마저 충만한 연주를 하는, 너.

그런 너를 보며 나는 매일 절망하면서도, 매일 노력했다.

 

 

 

그래서 그 날은 기적, 이라고 생각했다.

꿈에서나 이루어질까 하던 합주.

 

 

 

"어..저기, 일단 안녕. 

음, 나는 6반에 ○○○인데,

그.. 내가 이번에 공연을 가기로 했는데, 반주자를 못 찾아서..

혹시.. 해줄 수 있어?"

 

 

 

아. 귀여워.

부탁하는 거 봐. 진짜 귀엽다.

근데 나같은 걸로 돼?

 

 

 

"왜 난데."

 

 

아. 굳어서 그런지 차갑게 나온 내 말에 내가 더 놀랬다,

 

 

 

"선생님이 너 정말 칭찬하시면서 추천해주시더라.

다른 애들이랑 차원이 다르다고 하면서."

 

"너만 하실까. 나로 되겠어?"

 

 

 

이, 이게 아니라, 나같은 걸로도 괜찮니, 같은. 응, 그런...

 

 

 

 

"어..? 난 괜찮은데.. 해주는 거야?"

 

 

 

아.. 밝아졌다. 웃었다.

예쁘다.

 

 

 

"나로 괜찮으면."

 

"고마워! 혹시 오늘 한번 맞춰 볼 수 있을까?

이거 내 번혼데.."

 

 

헐, 번호도 받았다.

대박.

안녕, 작게 인사하고 뒤로 통통통 뛰어가는 너와 포스트잇을 번갈아 보며 미소가 나왔다.

[010-0000-0000, ○○○ 잘해보자 세훈아!!]

글씨가 참 동글동글하고 예뻐, 너처럼.

 

 

 

나에게 4번째 합주 연습날은 정말 특별했다.

 

 

너에게 나의 연주를 들려주기엔 차마 부끄러워 계속 딴청만 피우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합주했으니까.

악보를 한번 켜보는데, 정말 대단했다.

천재란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와. 여억시 대단하시네."

 

 

이게 아니라, 진짜 대단하다고, 존경스럽다고, 나도 너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또 뭐가 문젠데."

 

 

아, 착한 널 까칠하게 만들어서 미안한데, 입이 내 말을 안 듣는다.

 

 

 

"문제는. 그런데 피아노는 어떻게 따라가줄까?

천재라 그런지 맞추기 어렵네.

편곡도 이상한 것 같고. 어차피 반주인데 뭘 이런 기교를 넣냐고."

 

 

 

이게 아니라, 네 연주에 어떻게 따라가야 될지 설명 좀 해줄래?

나도 너처럼 연습량이 적어도 금방 맞추고 깔끔하게 연주했으면 좋겠다.

근데 편곡이 좀 특이하네. 난 분명히 반주 하기로 했는데 기교가 있어서, 무슨 느낌인지 좀 알려주라.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말했잖아.

내가 편곡해준 악보가 내가 생각하는 마왕을 표현하기 가장 이상적이라고.

그리고 반주인데 기교라니, 넌 반주 아니라니까."

 

 

 

바, 반주해달라며..

아니, 반주만으로도 영광인데, 그러면, 그러면.. 나 연주하다가 죽을지도 몰라.,

 

 

 

"그러면."

 

 

무심코 생각하던 말이 튀어나왔다.

 

 

 

"..너 마왕을 제대로 이해한 건 맞아?

내가 왜 굳이 편곡하면서 까지 마왕을 선택한지 모르겠어?"

 

 

 

미안, 내 나름 해석해 봤는데, 바이올린 연주가 없으니까 해석하기 힘들더라.

 

 

 

"응. 난 천재가 아니라서.

설명해줘, 난 영 모르겠네."

 

 

 

이게 아니라고!!!!!!!!!!!!

이런 독특한 편곡을 처음봐서 당황했는데, 니가 좀 설명해줬음 좋겠어, 라고!!!!!!!!!

(사실, 설명해줬는데 그날 너무 떨려서 정신이 없던 내가 기억 못한 거였지만.)

 

 

 

"마왕의 포인트는 세 등장인물과 서술자야.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비오는 날에 말을 타고 갈 정도로 절박한 아버지,

마왕을 보며 공포에 떠는 아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아이를 유혹하는 마왕.

전부 바이올린으로 표현하기 적절한 요소 잖아.

아버지는 바이올린의 음을 끊지 않고 빠른 연주와 느린 연주를 번갈아하며

절박하면서도 아이를 살리고 싶다는 애절한 마음, 아이를 진정시키려는 마음을 표현하고,

아이는 스타카토를 강조해 연주해서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마왕은 화려한 기교로 부르는 테너의 목소리를 그대로 연주할 거야."

 

"그래서?"

 

 와, 조곤조곤 설명하는 모습마저 예쁘다.

그건 그렇고, 이게 진짜 천재구나, 싶었다.

바이올린의 다양한 기교를 활용해서 이렇게 편곡을 할 수 있다니.

내용과 어울리는 적절한 기교와 박자.

아, 얼른 맞춰보고 싶다.

 

 

 

 

"반면에 서술자나 간주같은 경우는 바이올린으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어.

말발굽의 긴박한 소리는 피아노의 느낌이 훨씬 좋아.

물론 바이올린도 스타카토로 표현할 수 있지만 피아노만큼 깔끔하고 둔탁하지 않다고.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자는 바이올린보다 좀 더 부드럽고 무거운 피아노가 낫지.

난 니가 서술자를 할 때, 바이올린으로 밑바탕을 깔아줄게."

 

"...바이올린으로, 간주를?"

 

 

바이올린으로 간주라니!

순전히 자기를 위한 기회인데도 본인만 돋보이려 한게 아니라 곡의 조화를 생각해서 편곡한 것이었다.

말발굽이나, 어투같은 작은 포인트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려하는 편곡이 새삼 놀라워졌다.

진짜, 진짜 대단하다.

 

 

 

"왜, 니가 그렇게 극찬하는 천재께서, 못 하실까봐?

제발 악보대로 한번만 쳐줘라.

너 실력 좋잖아. 맞춰보고 얘기하자."

 

 

 

아, 그런 뜻 아니였는데..

○○○가 스스로 그렇게 깎아 내리는 모습을 보며, 사소한 말 하나에도 상처 받는 구나, 싶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자책하며 악보를 다시 한번 더 봤다.

아, 치고 싶어 미치겠다, 라는 생각도 하기 전에 손이 움직였다.

내 연주가 너의 연주를 망치면 어쩌지, 초조해 하며 연주했던 것 같다.

 

 

 

"응! 이 느낌이야!

조금만 수정하고 맞추면 되겠다!

고마워!"

 

 

 

너는 나를 격려하며 입꼬리를 올려 예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씨발, 재능만 믿고 나대는 게."

 

 

...아무 말이나 던져버렸다.

 

 

 

 너는 굳어진 얼굴로 안녕, 낮게 인사하며 합주실을 나갔다.

..○○야, 날 죽여...

 

 

 

 

 

기분이 좋아 6시에 나온 학교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제 7음악실에,

너는 너무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

그 날따라 왜 낡아빠진 제 7음악실에 갔는지 모르겠다.

럭키 세븐!이라는 마음으로 갔었던 것같은데, 가장 끄트머리 음악실에서 연주하고 있는 너를 보며, 나는 충격 받았다.

아무도 안 온 아침 6시에, 연습을?

그리고, 너와 눈이 마주쳤다.

 

 

 

"..너 매일 여기서 연습하냐?"

 

"아.. 여태 한 번도 안 들켰는데. ...내가 연습할 것 같지는 않지?"

 

"아니, 뭐, 그냥, 좀.. 의외다.

내가 너 연습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봐서, ..이런데서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아무도 모르지."

 

"그냥, 연습하는 거 보이는 게 싫어."

"왜?"

 

정말 궁금해서 물어 본 말이다.

왜?

 

"내가 연습을 안 하고도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지 상대방한테 압박감이 가지.

아, 쟤는 연습을 안해도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서 일등하는데 연습 해도 안되는 나는 도저히 못 이기겠구나, 하는 거."

 

"아.."

 

 

압박감.

너는 생각치도 못했던 걸 이용하고 있었다.

 

 

 

"내가 연습을 한다는 걸 알면, 그때부터 걔들에게 나는 한 단계 더 낮은 존재가 될 거 아니야.

나도 연습하면 따라잡을 수 있겠다 싶은 거."

 

 

 

아니다.

연습만으로도 될 수 없는 게 있다.

예를 들면, 너의 풍부한 기교나 감성 같은, 선천적인 것.

 

 

 

"어.. 뭔가 이때까지 내가 오해한 거 같아서, 좀.."


 

 

오해는 무슨, 그냥, 이 기회에 새롭게 봤다는 척 하면서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다.

오해는 맞지만, 널 나쁘게 본 적은 절대 없으니까.

 

 

 

"아니야. 그럴려고 그런 건데 뭘.

이제야 말하지만, 합주도 많이 못 맞춰서 미안."

 

 

아.. 뒤에 날개가 보인다.

 

 

 

 

 

"..반주해줄까?"

 

 

나도 모르게 웃으며 뱉은 그 말에 너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

 

 

 

"응, 그런 적도 있었지."

 

"아.. 내가 그 땐 어렸으니까.."

 

"뭐래. 2년 전 얘기 거든. 그리고 그때 내가 진짜 상처 받았었 거든."

 

"우리 ○○! 내가 미안해.."

 

"그래! 내가 봐 준다!"

 

 

 

둘 다 버클리 음대에 합격하고, 초청 무대 끝나고 고백한 오세훈 받아줘서 둘이 잘 사귀고 있음.

 

 

-


읽으면 득 되는 말,

그렇습니다. 얘들 사귑니다. 축하한다 신발

오세훈은 열등감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호구였습니다.

진짜 너징 더쿠에 좋아 죽는 호구 새낑인데 츤데레 빙의한 거.

사실 둘의 접점은 '합주'였져.ㅇㅇ

너징에게는 기회, 오세훈에게는 소망, 그리고 서로 만날 수 있는 매개체 같은ㅇㅇ

네. 사실 읽어도 별로 득 될 건 없는 말이었습니다.

낚시 ㅅㄱ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대표 사진
독자1
완전좋아여ㅠㅠㅠㅠ오랫만이에오셧네여ㅠㅠㅠㅠㅠㅠㅠ엉엉,,,,,,이런츤츤이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앜ㅋㅋㅋㅋㅋ세후닠ㅋㅋㅋㅋㅋㅋㅋ귀엽네요 이런 츤츤이같으니♥ 둘이 행쇼행쇼해서 다행이야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이런ㅇ.....오호구씨;;ㅋㅋㅋㅋㅋㅋ아ㅜㅜㅜ피아노와바이올린의행쇼라니ㅜㅜㅜ자까님짱...♥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아아아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일 좋아하는 클래식 악기 둘의 접점이라 더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오세훈라행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오세훈바버ㅋㅋㅋㅋㅋ츤츤바버ㅋㄱㄱㅋㄱ마왕ㅠㅠㅠ제가 제일좋아하는 슈베르트곡이에여♥노래마져 취향저격ㅠㅠㅜ
12년 전
대표 사진
엙뗅!
슈베르트 더쿠..☆ 마왕 좋아하시면 매드 씬도 괜찮으실 거에요! 클래식더쿠는 이렇게 웁니다;_;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7
오세훈ㅋㅋㅋㅋㅋㅋ츤츤ㅋㅋㅋㅋ뀌요워요 그리고 징어는 진짜..천잰듯요...편곡얘기할때 소오름...!!!!!!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8
우엌ㅋㅋㅋㅋㅋㅋ세훈이ㅠㅠㅠㅠㅠ츤츤이라닠ㅋㅋㅋㅋ겁귀다ㅠㅠㅠ계속행쇼행쇼ㅠ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9
아좋아여ㅠㅠㅠㅠㅠ츤데레 오센 착한ㅇㅇ이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10
호궄ㅋㅋㅋㅋㅋㅋ말을 못해서 왜 오해하게만들어 이츤츤앜ㅋㅋㅋㅋㅋㅋㅋ행쇼ㅜㅠ좋네옄ㅋ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11
헐ㅜㅜㅜㅠㅜ이런것도좋네요ㅜㅜㅜㅜㅜ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12
마음이랑 말이랑 다르게 나가는게 난 왜이렇게 좋져...하.....츤데레 세훈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다좋아ㅠ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13
오올 결말은 행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둘이 결혼해서 얘나으면 얘는 완전 천재겠다ㅋㅋㅋㅋ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