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탄소야"
"나에요, 저 형이에요?
"나야, 저 고딩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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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수십 번은 듣는 말이다. 어찌 그렇게 둘이 싸워대는지 내가 자기 소유물인 마냥 내꺼네 지꺼네 난리도 아니다.
오늘은 정국이가 야자 끝나고 잠깐 만나자길래 정국이 학교쪽으로 가는 길에 태형이를 만났다.
"너 어디가냐?"
"어..나? 나 학교!"
"이 시간에?
아. 설마 그 학교가 전정국 학교?"
"응. 그럼 난 간다. 안녕!!"
"멈춰. 스탑. 같이 가.
그 음흉한 고딩을 내가 어떻게 믿어."
이럴 줄 알았다. 아니 김태형이 길너머 내 눈에 보인 그 순간부터 정해진 결과였다. 거절해 봤자 졸졸 따라올 김태형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냥 같이 가기로 했다.
"전정국 걔는 뭔데 자꾸 너를 밤에 불러?
걔 집 혼자 못 가냐?"
"아니... 그건 아니지만 할 말이 있으니까 불렀겠지?"
"그럼 핸드폰이 괜히 있냐? 전화로 하면...
아니다. 전화 하지마. 톡도. 고딩이 공부도 안 하고 아주 난리났네."
김태형이 열심히 전정국 까는 동안 벌써 전정국 고등학교 교문 앞까지 도착했다. 하나 둘 학생들이 나왔다.
밤늦게까지 계속된 야자에 눈 속에 이미 졸음을 한가득 안고 있는 학생.
벌써 시작한 드라마를 보러 전투적으로 뛰어가는 학생.
그리고 저 멀리 나를 보며 해맑게 뛰어오는 전정국 학생.
"이 형 또 왔어요?
아 짜증나게..
오늘 할 말도 많은데.. 형은 진~짜 할 일 없네."
"할 일 많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딩 떼어내기.
너 내가 김탄소 불러내지 말랬지."
"피 마르면 죽어요. 형.
형도 누나 꽤 귀찮게 하는 거 같은데,
안 그래요. 누나?"
"어..?
아니야. 너희 둘 다 같이 있을 때 난 정말 즐거워^^::"
이제 슬슬 시작이다. 절대 나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김태형과 어떻게든 날 데려가려는 전정국. 둘이 말 한마디라도 시작하면 무조건 싸움이 난다.
그리고 나는 항상 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새우처럼 치인다.
이쯤에서 나와 저 둘의 관계를 정리하자면 김태형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마다 있는 공부만을 위한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다.
어쩌다가 옆자리, 어쩌다가 밥 친구, 어쩌다가 같은 대학교.
김태형과 나 사이에는 어쩌다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어쩌다가 친구가 된 것에 비하면 우리 둘의 관계는 꽤 끈끈하다고 할 수 있다.
.
.
.
김태형이 살 찐 것을 알아채고 몇 달간 놀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바로 체력학원을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
거기서 만난 게 전정국이다.
내가 살면서 그렇게 격한 운동을 해봤겠나. 넘어지기는 기본,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지도 못 했다.
어느 날은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너무 힘든 나머지 팔은 펴는 법을 까먹어버렸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대유잼을 선사한 후 나는 학원을 그만두려했다.
학원을 그만두려고 결심한 후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저 탄소에요.
이만큼 배웠으면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 날 잊지 못 할거에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000쌤-
뭐지.. 왜 전화를 하시지. 나를 너무 아끼시나? 아니야. 난 그 날의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것을 본 것만 같았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어..
-여보세요..?-
-누나.-
-???-
-누나? 탄소누나 아니에요?-
-네. 저 탄소누나 맞는데요..?-
-아 맞네. 저 전00 동생이에요.
아니 근데 왜 학원 그만뒤요? 전 그 날 너무 귀여웠는데?
앞으로 연락할게요.
내 이름은 전정국이에요. 기억해둬요.-
뚝
어떻게 보면 김태형이 극도로 싫어하는 전정국은 김태형 자기 스스로 불러낸 것이다.
그리고 사실 전정국은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아이인지. 날 좋아하는 건지 그냥 재밌어하는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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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은 입 좀 다무시고. 누나. 저번에 나랑 떡볶이 먹으러 갔잖아요.
거기 이번에 신메뉴 나온다는데 갈래요?"
"김탄소, 말도 없이 전정국이랑 떡볶이 맞고싶지?"
"아..아니. 난 정국이가 그..
"야 전정국 너 이제 할 말 없는 거 같으니까 집이나 쳐들어가고
넌 나랑 맥주나 마시자."
"나도 갈게요."
"교복입고 어딜가. 민증에 잉크나 말리고 오세요?"
"아씨..뭐만하면 술 먹는다고 데려가.
나도 얼마 안 남았어요."
오늘은 김태형의 승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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