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6년전의 그 소름끼치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의 나라면 코웃음을 칠 정도의 상황인데 그때는 너무도 무서웠었다. 어두운 방안. 조용한 주위에 단단히 묶여있던 손목발목. . 끼이익- 작게 울리는 듣기싫은 쇳소리에 몸을 한번 부들, 떨었다. 터벅, 터벅 울리며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에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고갯짓으로 넘기며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잠재우며 물었다. "저, 저기 누구 계신가요?" 뚝. 끊긴 발소리에 소름이 오소소 돋으며 입을 닫았다. 어두워서 대충 보이는 실루엣으로 판단해보자면 대략 다섯걸음정도 떨어져 있는 듯 했다. 말소리가 들리지 않자 한번 더 물으려고 입을 뗀 순간 "김여주." 차가운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드는 듯 했다. 대답하기도 뭐하고 잠잠해진줄 알았던 무서움이 발끝부터 시작되는 듯 했다. 이내 또 다시 걸음소리가 들려오며 말을 하는 남자. "그래. 올해 막 중학교를 입학했나?" 물론 그 목소리는 다정했다. 중저음의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듣기좋은 목소리.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내 머릿속은 온통 소용돌이 쳤다. 도대체가 무슨 일인가 혼란스러워져 다시 입을 때려는 순간 팟- 불이 켜졌다. 흙먼지가 떠도는듯 온통 뿌연 공간에 한참 두리번거리다 앞에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 싱긋 웃으며 나를 보는 눈빛에 괜히 두려워져 눈을 내리깔자 개의치 않다는듯 말을 이어가는 남자였다. "그래그래. 알았어. 그니까 바로 어제 아버지가 돌아가셨지 그래?" 예상 못했던 말이 나오자마자 반사적으로 남자와 눈을 마주했다. 역시 계속 말을 잇는 남자였다. "너 김남준 알지? 물론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은 아니고 이어지다 이어지다 보니, 뭐." "뭔데요..." "그래 여주야. 안타깝지만 너에게 설명해줄게 조금 있는 것 같네." 남자는 방 구석탱이에 있던 의자를 끌고와 마주 앉았었다. 난 그 두려운 상황에 왈칵 눈물을 흘렸다. 이게 뭐야. 뭐야. 게다가 남자의 입에서 나온 남준이란 이름에 난 더 울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2년전 실종된 친오빠 이름이 왜 저 남자 입에서 나오는거야. "자자 울지 말고. 일단 내 이름은 김태형이라고 해. 반가워"
전혀 반갑지 않은 남자였지만 이내 눈물을 살짝 삼켜 똑바로 김태형이란 남잘 쳐다보았다. 그러자 네모지게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나 18살이니까 오빠라고 불러. 그래... 우선 너는 니네 아버지가 빚쟁이로만 알고 있었겠네. 그거 아냐. 나도 귀찮으니까 쉽게 말하자면 조직 오른팔이셨는데 자식들때문에 나가시겠다고 하시다가 나락으로 떨어지셨거든. 담보로 니네 오빠, 김남준 데려왔고. 그러다 일주일 전인가, 아마도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나보더라고. 그러다가..." 나는 아마 믿을 수 없는 그 말들을 들으면서 무언 중에 뒷말을 예상했고, 얼굴을 찡그리며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려고 했었다. 하지만 꽁꽁 묶인 몸이 그걸 허락하지는 않았다. "어제 죽였어. 조직에서." 말도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입술을 질끈 물었다. 어어-하며 다가온 남자에 저항도 못하고 노려보는데 입술을 떼어내며 웃는 남자였다. "제안하나 하려고 해, 여주야." 가만히 입술을 오물거리며 할말을 찾으려고 했다. 일단 지난 일은 넘어가고, 나는 오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아무말도 못하고 어지러울 뿐이었다. "충격받았어? 세상에 유리멘탈이네." "제안, 말해보세요." "너 갈 데 없지. 친척 조부모 다 모르잖아 너." "..." "조직에서 일해볼래?" 그 뒤에 남준이가 그렇게 총질을 잘해. 동생인 넌 어떨까하고 형님이 궁금해하시더라. 나는 이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딱 하나를 원했다. 김남준, 내 오빠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 난 멍청하게도 그 상황에서 오로지 유일한 혈육을 찾고 싶었다. 끌리듯 온 곳에는 오빠가 있었고. 보자마자 김여주???하고 눈이 땡그래진 오빠를 잊을 수 없다. 고작 2년간 훌쩍 커버린 오빠는 약간 울먹이기까지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오빠는 불편해보였지만 난 할말이 없었다. 오빠는 이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여주야. 오빠랑 이 일 할거야?" 오빠가 하는 일은 조직 내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행동파라고 할 수 있는 킬러였다. 원래 킬러들은 두명씩 움직이는데 오빠 아직도 파트너 없다고. 근데 그래서 너랑 같이하고 싶지는 않다며 나를 달랬다. 무서울거라며 죄책감들거라며. 뭐 그래서 그 끝은, 난 킬러가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죽인 사람은 적어도 수백명은 되어간다. 저렇게 조직에 들어와 6년동안 오빠와 파트너로 일하며 킬러B조로 일하고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다섯은 죽이는 것 같은데 무뎌지는 죄책감에 회의감을 느낀 것도 오래전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하나의 킬오더가 들어왔다. '전정국 20살 남...' 그리고 붙여진 사진. 거짓말같게도 6년전, 내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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