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겨 울 0 6
小星 ; 소성
별 사이에서 가장 작고 힘 없는 별, 눈에 띄지 않는 별. 그리고 나.
* 여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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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비 온다."
"그러게."
긴 베란다 창문위에 토도독 빗방울이 떨어진다. 협주곡처럼. 내 마음을 울린다. 창문 앞에 황색의 작은 테이블 위의 갈색의 화분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인가 그 작고 여리던 새싹이 단단한 땅을 뚫고는 길게 자라났다. 어느새 잎도 2개나 더 났다. "아저씨 새싹 많이 자랐다." 그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그는 조용히 쇼파에 앉아 빗방울 소리를 배경으로 삼으며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고있었다. 마치 자연을 관찰하는 순수한 아이의 흥미로운 시선처럼. 저런걸 아직도 읽네? 하며 그를 흘끔보고는 새싹에 시선을 돌렸다. 예쁘다. 예쁘다. 손끝으로 조심히 톡 건들였다. 그 작은 새싹에겐 큰 고통일테지만 새싹은 꿋꿋히 뿌리를 내리곤 서있는다. 부럽다, 이렇게 작고 여린데도 단단해서.
"아저씨, 근데 이거 무슨 꽃이야?"
"비밀이라니깐."
"칫."
"끝까지 관찰하면 알게 될꺼야. 원래 그런 궁금증으로 키워야 더 재미지지."
"췌에엣."
볼에 바람을 넣으며 삐진척 연기를 했지만 그는 그 책에 푹 빠진듯 하였다.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 심심하다. 새싹을 보다 자세를 편하게 바꿔 다리를 쭉 뻗고는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방울로 바깥이 뿌옇게 보인다. 그와 함께한지 일주일째. 그는 아직도 내가 씻을때면 부끄러워한다. 아직도 나는 그에게 존댓말을 한다…. 어느샌가 그의 옆자리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아저씨."
"왜 꼬마야."
"재밌어?"
"엉."
그는 귀찮은듯 건성 건성 대답했다. 우씨 진짜…. 책에 푹 빠진 그를 건들고는 싶지 않아 스케치북을 펼쳤다. 온통 나무그림뿐인 스케치북의 한 끝에 새싹의 그림이 연하게 그려져 있었다. 설마 아저씨가…? "아저씨, 아저씨가 스케치북에 새싹 그렸어요?" , "몰라." 그가 책 한장을 스륵 넘기며 대답했다. 맞네, 하긴 그가 아니면 누가 그릴까…. 잘 그린건 아니였지만, 왠지 새싹이 의미있게 보였다. 방으로 가 가위를 들고와 새싹그림을 오렸다. "어디다가 쓰게?" 그가 궁금한 듯 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책에 꽂은채로 물었다. "비~밀." 그에게 놀리듯 말하자, 그가 살짝 인상쓰더니 그래라 하는 것 처럼 눈으로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칫, 반응 재미없다. 새싹이 그려진 작은 종이조각을 구겨질라 조심히 쥔채로 갈색코트의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코팅해서 간직해야지, 나만의 비밀이다.
"아~ 저~ 씨~ 나랑 놀아줘!"
"이것만 다 읽고."
"그게 그렇게 재밌어? 응? 나보다?"
"야! 너 언제부터 말 놨어?"
"크크, 들켰네."
그의 옆에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히 앉은 뒤 그가 읽고 있는 책 안에 시선을 몰래 두었다. 작은 글씨들, 책을 별로 안좋아하는 나이기에 이내 그의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넌 이거 다 읽었냐?"
"당연하죠, 그거 초딩때 다 뗏는데?"
"무슨 내용인데?"
어? 어… 그게…. 당황스러워 하며 어버버 거리자 그가 그럴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금새 두 손을 휘저으며 "그그 사막에…어린왕자가…꽃이랑……." , "쯧쯧." 그의 혀를 차는 소리가 날 슬프게했다. "그깟 책 안읽어도 되거든요?" , "얼씨구." 자꾸 내 자존심을 갉아 먹네 이사람이?
"그럼 아저씨는 무슨 내용인지 알아요?"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는 이상한 소년을 만나 양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소년은 애인인 장미꽃을 제가 사는 별에 남겨 두고 여행길에 오른 왕자로서 몇몇 별을 순례한 후에 지구에 온 것이다. 외로운 왕자에게 한 마리의 여우가 나타나서,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또한 다른 존재를 길들여 인연을 맺어 두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친다. 됬지?"
"헐… 어떻게 다 알아요?"
"지금 열번째 읽는거니까."
헐… 입을 벙하니 벌린채 그를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가 살짝 쑥쓰러워 하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원래 책은 여러번 읽어야 이해가 되거든." 그의 눈빛이 사뭇 달라졌음을 느꼈다. 빗방울의 세기도 더욱 세졌음을 몸으로 느꼈다. 비의 냄새가 나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너의 장미꽃을 소중하게 만든것은, 그 꽃을 위해 너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좋은 말이네요."
그 말이 가슴을 울렸다. 그의 눈빛이 나를 뇌쇄적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나와 너일지도 몰라. 어린왕자와 장미꽃은…." 그래요. 쇼파에 몸을 편안히 기댔다. 구름처럼 날 감싸주는 이 푹신한 촉감이 마음에 든다. 언제든…. "아저씨는 외롭지 않았어요?" 문득 생각이 나 물었다. 나의 물음이 의외라는 듯 고갤 까딱였다. 주위의 공기가 날 숨막히듯 조여왔다. 족쇄처럼…. "외로웠지." 아저씨도 외로움을 느끼는구나.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내 머리위에 손을 얹졌다. 그의 버릇이였다. 남의 머리에 손을 얹히는것, 남의 머리를 쓰다듬는것. 그와 함께 해온 일주일동안 캐치해낸것이다.
"근데, 어디있든 누구나 외로워…."
"……."
"오히려 무리속에서 외로운것 보단 혼자있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
"아파요. 외로운 건."
"그럼."
"근데 이제 안 아파요, 아저씨가 곁에 있어서."
"……."
그는 책갈피를 꼽고는 책을 덮었다. 그리곤 그의 허벅지 위해 단정하게 놓았다. 노란색으로 어린왕자 라고 쓰여져있는 그 책이 왠지 많이 닳아있어보인다. 그만큼 많이 읽었기 때문일까. "그러는 너는 왜 그렇게 외로움을 느끼는거야? 아직 어리잖아." 그가 묻고 싶었던걸 묻는 사람처럼 말했다. 머뭇거림이 말속에 들어있었다. 희미하게. 아마 날 위해 꼭꼭 숨겨두다가 얘기하는 듯 했다.
"어린 삶도 외로운거에요. 아픈거에요."
"……."
"10대도 20대도 30대도… 죽는 그 순간까지도 아픈거에요. 그 사람의 시선에선."
"…그래."
그가 다 풀렸다는 것처럼 말했다.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던 그의 따뜻한 손을 맞잡았다. 언제나 단단하고, 크고… 날 감싸준다. 언제까지고 그럤으면… 하는 바램이 날 아프게한다. "너는 날 사랑해선 안돼." 그가 중얼거렸다. 너는 날 사랑해선 안돼… 너는 날 사랑해선…… 왜 일까,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건…. "나도 널 사랑해선 안돼…." 몇번이고 되뇌였다. 그의 힘없는 입술을 토닥여 주고 싶었다. 그렇게 힘들여 쥐어짜내지 않아도 되요. 마음만은 가득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려내렸다. 처음이였다. 그의 우는 모습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는 닦지도 않고 눈물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여전히 말했다. "넌 날 사랑해선 안돼…."
"왜요?"
당돌한 철이 안든 아이처럼 물었다. 그가 다른 한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곤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마치 운적없는 사람처럼, 그러나 그 안속의 깊은 슬픔만은 얼굴에 띄어이었다. 적어도 난 보였다.
"난 쓰레기거든."
"무슨말이에요."
그에게 물음표 없이 물었다. 그는 어딘가에 홀린 사람처럼 대답했다. 그 말뿐이였다. 그의 말은…. 궁금함이 가득했지만 물을수 없었다. 더 이상 물었다간 그가 비눗방울처럼 터져버릴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어떡해요? 이미 파도가 울렁이는데, 참을수 없을만큼 폭발하는데… 막을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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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네요......................................................................ㅠ
더 쓰고싶다......근데 보인다... 눈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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