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전정국이 누구에요? 움찔. 다음 시간은 왜 또 물리야, 짜증나게, 하곤 책상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려던 정국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오죽했으면 책상까지 들썩였을까. 그런데 그 목소리는 분명. 쟤요. 저기 창가 옆에. 저도 모르게 고개가 뒷문 쪽으로 향했고 그리고 보이는... 맞다, 정국의 예상대로 몇 시간 전 바보같이 자신의 체육복을 빌려준 그 예쁜 누나가 맞았다. 정국은 여주(이)가 다녀간 쉬는시간 이후로 수업도, 친구들과의 대화도 전부 흥미가 없었다. 제 체육복을 작은 손으로 받아들여 귀엽게 복도를 달리던 그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리고, 자신의 옷을 입었을 예쁜 누나가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상상에 정국은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심지어 수업 도중에는 귀랑 목까지 붉어지고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주변 아이들과 선생님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고... 그럼에도 정국의 머릿속엔 그저 아까 그 누나, 누나, 누나 생각 뿐. 그런데 누나가 저를 찾고 있다니.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았지? 온갖 의문이 난무했지만 그딴 게 신경 쓰일 리 없는 정국. 정국은 괜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야, 야 전정국! 너 자꾸 멍 때릴래? 자식이 불러도 대답이 없어. 아, 아, 왜. 저 선배가 너 찾잖아. 야, 근데 좀 예쁘다? 아는 사이면 나 소개 좀. 미쳤냐? 존나 안돼.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뱉는 호석을 한 번 째려주곤 다시 한 번 뒷문을 힐끗 쳐다보니 체육복을 품에 안고 우리 반 안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 여주(이)였다. 미친. 저렇게 사람이 귀여워도 돼? 정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 계속 달라붙은 호석을 떼어내곤 뒷문으로 달려갔다. 아, 정국이? 옷에 새겨져 있던데 너 맞지? 잘 입었어! 고마워, 하며 수줍게 웃어보이곤 옷을 돌려주는 여주에 정국은 또 사과마냥 달아오르려는 제 얼굴을 삭히려 속으로 애썼다. 전정국도 아니고 정국이. 정국을 성 떼며 부르는 여자애들은 넘쳐났지만 그나저나 교복 살 때 체육복에도 이름 새기길 잘한 것 같다, 고 생각하는 정국이다. 입학 전 와이셔츠는 물론 넥타이에까지, 곳곳에 이름은 다 새겨놔야 한다는 엄마와 그렇게 실랑이를 벌인 정국은 이 순간 집으로 당장 달려가 엄마께 뽀뽀라도 해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근데 내가 체육하다 넘어져서 옷에 흙이 좀 묻었는데... 어떡하지... 진짜 미안, 네?! 넘어졌어요? 옷만 돌려주고 바로 갈 줄 알았던 여주(은)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옷이 조금 더러워졌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여주(은)는 속으로 어디 맞는 건 아닌가 눈 질끈 감고 말했던 것인데 옷 더러워진 게 문제가 아닌 정국. 냅다 소리를 지르는 정국에 여주도, 정국네 반 아이들도 깜짝. 하지만 여전히 정국은 여주(이) 걱정이 일순위였다.
어디, 어디 다친데 없어요? 무릎 까졌나... 정국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여주의 무릎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보건실에 다녀온건지 거즈로 덮인 여주의 무릎을 본 정국은 그대로 미간을 지푸릴 수 밖에 없었다. 나,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체육복 어떡해... 자신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고 다시 사과를 건네는 여주에 '이 누나는 사과를 도대체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착해도 너무 착하네.' 라고 생각하는 정국이었다. 그럼 선배가 이거 빨아주세요. 어..? 이제 월요일인데 너 체육은 어쩌고... 선배가 너무 미안해하니까 제가 신경쓰여서 그래요. 그대로 가면 선배도 마음 쓸 거 아니에요. 응? 정국은 받아들인 체육복을 다시 여주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럼 내가 하루, 아니, 이틀만에 빨아줄게! 종 치겠다, 안녕! 무심코 손목에 찬 시계를 본 여주(은)는 황급히 정국에게 인사를 건네고 윗 층으로 우다다 뛰어간다. 푸흐, 정국은 방금 어떤 정신으로 여주(과)와 대화하고 무슨 자신감으로 체육복까지 빨아달라고 부탁했는지 몰랐지만 그저 기분은 좋아 다른 건 무시하기로 한다.
전정국 근데 너 네 옷 누가 가져가는 거 싫어하잖아. 나한테도 안빌려주면서. 실망이다.
그냥.
그냥?
이러면 옷 돌려준다고 또 나 찾아올 거 아니야.
...넌 하루 봐놓고 그렇게 좋냐. 전정국 맞음?
몰라, 인마. 그냥 좋아.
인사말 + 초록글 자축 |
독자 여러분, 처음 인사드리는 내 품입니다! 〈체육복 빌리러 온 누나>가 제가 많은 사람들 앞에 처음 내놓은 글이어서 나름 긴장도 많이하고 부끄러워서 지우려고도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고 기다리겠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왠지 모를 감동이 벅차오르는 것 있죠.. (그렇다고 울진 않았습니다) 부족한 글이었는데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신알신, 암호닉 신청해 주시는 분들께도 전부 감사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나저나 초록글이라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 기대도, 생각도! 진짜 진짜 안했는데 갑자기 알림 떠서 많이 놀랐어요 물론 기분 좋은 것도 숨길 수 없었구요,, 하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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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 윤개 꾹피치 뽀뽀와 키스의 차이점은 혀의 유무다 바니 ㅇㅇㅈ 윤치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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