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 영입니다. (下) - 1
순영이 밖으로 나가고 일을 시작해야할 여주였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분명 어젯밤 오른쪽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어떻게 그 발로 몸을 지탱하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것인지 여주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마음에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물론, 이 집이 보통집과는 다르다는 것 쯤은 진작에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가 쎈 만큼 그만한 감당을 해야겠지. 라는 생각에 여주는 이 일을 그만두지 않은 것이 조금은 후회된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밤이 되면 다쳐서 들어오는 순영의 모습에 여주는 순영이 보통적인 일은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집 안의 소리 하나 하나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여주는 이 상황에 대해 정리하기로 시작했다.
“그러니까, 순영씨는 분명 아침에 오른발로 스트레칭을 하고 계셨지만, 어젯밤에 그 발은 다치셨고..”
A4와 검정색볼펜을 하나 가져와 종이에 끄적거리던 여주는 저 말을 적어 놓고 점차 글을 적어갔다. 결벽증 저리가라는 매일하는 극심하게 깨끗한 청소와 자신의 손댄 음식은 다 먹는 특징. 거기에 아침이면 다정하기만한 성격이지만 밤만되면 다쳐서 돌아오며 까칠하다 못해 싸가지 없다. 여기까지 적은 여주는 자신이 적은 문장들을 읽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마치 겉모습만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두..사람?”
그냥 막 내뱉은 말이였지만, 여주는 이거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겉모습만 제외한다면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각자 다른 사람이였다면 첫 날에 순영이 말했던 대화도 들어맞는다. 오른쪽다리도 밤의 순영이 다쳤기에 아침의 순영은 스트레칭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청소는 그렇게 깨끗하게 하고, 식사는 그렇게 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게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뭘까.
여주는 여기까지 생각했지만 더 이상의 무리였다. 자신의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탐정이나 경찰. 혹은 드물게 똑똑한 일반인이 아니였다. 아무래도 일단은 원래 해야할 청소를 해두고 밤에 순영이 집에 들어온다면 물어볼 생각이였다.
띵동-, 이 집에 일하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벨소리가 집 전체에 울려퍼졌다. 마침 여주는 모든 일을 마치고 편히 쉬고 있던 터라 귀찮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벨을 누른 사람을 확인해보자 여주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동시에 모르지만 어렴풋이 아는게 있는 여주는 자연스레 손과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벨을 누른 사람은 경찰이였으니까 말이다.
“여기 사는 주인과는 무슨 관계이십니까?”
“네..? 저 그냥 단순한 고용관계인데요..”
경찰의 말에 말은 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드는 탓에 여주는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경찰은 들어오자 마자 집안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말릴 틈새도 없이 방금 청소를 끝낸 집안은 엉망이 되었다. 더구나 자신의 앞에서 질문을 하는 경찰에 여주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걸까 싶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여기 집주인은 범죄자입니다.”
“범..범죄자요?”
“예, 마약을 거래를 하는.. 뭐, 그런 비슷한 밀거래범인데 혹시 알고 계신거 있으십니까?”
범죄자, 마약 밀거래범이라는 세 단어에 여주의 귀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서 계속 아침에 자신에게 웃으며 다정히 대해주던 순영과 밤이 되면 다치고 성격이 달라지는 순영이 떠올랐을 뿐이다.
*
일단 유일하게 순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뿐이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로 온 여주는 처음보는 장소와 사방이 가로막히 벽에 앉아 있는 것이 불편했다. 달칵, 취조실에 문이 열리고 경찰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말을 했다. CCTV로 녹화중이라니 진실만 말해야 한다느니. 여주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떨리는 손을 맞잡으며 맘을 가다듬었다.
“일단 질문하겠습니다. 식기에서도 침대에서도 욕실에서도 머리카락 한올, 먼지 한 톨도 나오지 않더군요. 혹시 여주씨가 하신건가요?”
“네.. 청소를 굉장히 깨끗하게 하는게 제 일중에 하나였습니다. 식기도, 침대시트도, 욕실도요.”
경찰을 질문을 들으며 여주는 새삼 깨달았다. 청소를 그렇게 깨끗이 해야만 했던 이유를 말이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가장 간단한거였다. 청소를 하게 됨으로써 남는 것은 없다. 자신의 DNA를 나타낼 머리카락도 분비물도. 거기에 왜 자신이 손댄음식을 다 먹는지까지 말이다. 혹시나 남아 있는 음식물에서 자신의 흔적이 발견되서는 안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본인은 집주인의 이름을 권순영이라고 말했는데 확실한가요?”
경찰은 의상하다는 듯 턱을 만지며 여주에게 물었지만 여주가 알고 있는 사실은 그게 전부였다. 아직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주가 알고 있는 순영에 대한 정보는 이름. 이거 하나 뿐이였다.
경찰은 책상위에 놓여있는 파일을 들어 펼쳐보였다. 안에는 글씨들과 숫자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옆에 작게 프린트된 사진까지. 경찰이 여주쪽으로 파일을 밀자 여주는 파일을 차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눈이 커지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경찰을 바라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 파일에 적힌 글들의 공통점은 ‘권순영’ 그리고 숫자들은 그들의 주민번호와 전화번호였다. 더불어 사진은 그들의 증명사진에서 비롯된 사진들이였다.
“보셨다싶이, 그건 권순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중에서 여주씨가 아눈 권순영은 없죠? 물론, 저희가 찾는 권순영도 마찬가지로 없었습니다.”
“진짜에요! 분명 저한테 이름이 권순영이라고 했어요. 거짓말이 아,”
“네, 그건 압니다. 그래서 물어보려는게 이겁니다.”
혹시나 자신이 말한 것이 거짓말이 될까 불안했던 여주가 아니라며 조금 소리치자 경찰은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그것은 다름아닌 여주가 낮에 적었던 A4. 그리고 그 A4는 경찰이라면 풀 수 있는 단서들이기도 했다. 아침의 순영과 밤의 순영에 대해서 알려줄.
“글들을 보면 여주씨가 적었다 싶이 두명을 묘사하는 듯한 문장이죠?”
“네, 하지만 그건 제가 그냥 혼자서 막 적은.”
“아뇨, 여주씨가 맞았습니다.”
“네?”
이것 좀 보시죠. 경찰은 곧 또 다른 서류 파일들을 보였다. 그 파일을 펼치자 그 안에 여주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권순영’의 얼굴이 말이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찾았을까.
경찰들은 아무런 흔적이 나오지 않는 집에 낭패했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문이 잠겨 있던 유일한 방. 바로 밤의 순영이 지내는 방이였다. 그곳은 여주가 들어가지 않았으니 당연히도 흔적이 많았다. 곳곳에 쌓여있던 먼지들도, 머리카락들도 심지어 더 이상은 부정할 수가 없는 혈흔들도 말이다. 덕분에 조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경찰들은 집 안에서 나온 DNA와 주민등록상에 나와있는 지문들을 대조하며 조사한 끝에 가장 일치하고 얼굴도 자신들이 찾고 있던 얼굴과 똑같던 사람이 나왔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권..영..?”
DNA가 일치하는 인물은 권순영이 아니라 권영이였다. 그리고 동시에 서류파일 뒷장에는 권순영, 아니 권영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였지만 다른 인물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권순’. 권순영이란 이름은 애초에 두 명의 이름을 합한 이름이였고, 역시 아침의 권순영과 밤의 권순영은 다른 사람이였다. 그저 그들은 얼굴과 이름이 비슷한 쌍둥이였을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입니다. 두 명이 공범일지, 아니면 한 명만이 범인일지 말입니다. 그리고 한 명이 범인이라면 권 순, 권 영. 과연 둘 중에 누가 진짜 범인일지 말입니다.”
만약 현장에서 DNA가 발견되었다면 둘 중에 누가 진범인지 찾았을 테지만 경찰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그 집에 사는 주인이 범인이라는 사실이였다. 그렇기에 DNA가 권영의 것만이 나왔더라고 하더라도 권순이 범인이아니고 권영이 범인이다 라는 건은 단정지을 수 없었다.
*
일단 돌아가라는 경찰의 말에 여주는 결국 경찰서를 나왔지만 이미 집에서 쫒겨나고 순영, 아니 권순과 권영의 집에서 살던 여주였기에 갈 곳 없어 결국 주머니에 있던 적은 돈으로 사우나를 가려 발걸음 돌렸다.
택시나 버스를 탈 돈도 없어 조금 늦은 밤거리지만 직접 걸어가려던 여주는 곧 후회했다. 날씨도 추워서 옷이 얇았던 여주는 추위에 떨며 골목길에 들어가 모퉁이를 돌던 찰나 익숙한 인형이 보였다. 그것은 역시 권순 또는 권영. 모자를 눌러쓰고는 여주에게 다가오자 여주는 무서운듯 주춤거리며 뒤로 물렀지만 그것을 보고 자리에서 멈추는 그를 보고 여주도 그 자리에 멈춰섰다.
“많이 놀랬겠네요? 그렇죠?”
웃으며 말하는 것이 꼭 아침에 보던 권순같았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조금 안정이 된 여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경계를 조금씩 풀어갔다. 물론 그렇다고 경직된 몸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묻고 싶은게 많은 얼굴이지만, 시간이 없어서 답해드릴 수는 없어요. 미안해요”
그의 말대로 여주는 묻고 싶은게 산더미처럼 많았다. 하지만 그걸 물어볼 용기도 없었고 애초에 그것을 묻는다고 곧이곧대로 알려줄 그가 아니였기에 여주는 미안하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표현을 대신했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추워서 빨개진 볼을 하고 고개를 젓는 여주를 보며 귀엽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문제라며 동시에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모자를 벗었다. 그에 여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것이 더 귀엽다는 듯이 웃어보이다가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뗏다.
여기서 그가 내는 문제는.
“전 권순일까요~?”
그는 ‘권순’ 일까, 아니면
“권영일까.”
‘권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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