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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전원우] 평행선공리
W. 러트
“원우야, 짐 다 쌌어?”
“응."
한껏 들뜬 나를 보며 옅게 웃음짓는 네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오늘 날씨와 같아 참 좋았다.
“가자!!”
네 손을 꽉 맞잡아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문을 나섰다. 콜택시를 불러 트렁크에 캐리어를싣고 차의 앞문을 열어 발을 집어넣으려는데,
“어디 가, 옆에 타.”
하며 내 팔을 붙잡는 네게 괜히 기분이좋아 배시시 웃으며 뒷좌석에 앉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인천공항에 도착해 각자 가방을 매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 앞뒤로 흔들며 공항의 입구로 들어섰다.
“원우야, 비행기 탈 땐 신발 벗고 타는거래. 너 이거 모르면 큰일 난다?”
“어쭈, 누굴 바보로 아네. 나 그거 고등학교 수학여행 갈 때 김민규한테 속아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뻔 했잖아.”
“그걸 또 속았냐, 진짜 바보.”
“내 양말보고 스튜어디스 누나들이 막 웃는데 너무 수치스러웠어..”
“.. 예뻤어?”
“아니.”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인터넷에서 봤던 일화가 생각나 원우에게 말하니 이마를 약하게 콩, 쥐어박으며 씩 웃는다. 스튜어디스들이 웃었다는말에 괜히 마음이 꽁기해져 예뻤냐고 물어보니 바로 정색하며 아니란다. 하여간 눈치 빠른건 알아줘야 해. 비행기 시간이 20분 남짓 남았을까,
“누나 예뻐요!!”
지나가던 남고생들이 앉아있던 내 옆을 지나가며 크게 소리쳤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근심 걱정 하나 없이 즐거워보이는 학생들을 웃으며 바라보다 옆이 조용해 고개를 돌려 올려다보니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원우가 시야에 들어왔다.
“전원우, 삐졌어?”
“아니.”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는 네가 귀여워 살풋 웃었다.
“누가 봐도 삐졌는데 뭘, 삐진거 아니면 질투해?”
“아니라니까,”
얼굴엔 불만이 가득해 표정관리도 못하고 끝까지 부정하는 네게서 고개를 돌려 아까 그 남학생들이 있는 곳을 찾았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음이 끊이지않는 모습에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보니 옆에서 날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따가운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계속해서 학생들을 응시하니,
“.. 아, 짜증나.”
라며 혼잣말하는 볼멘소리가 들렸다.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감추려 애쓰면서 못들은 척 미간을 찌푸리는 널 곁눈질했다.
“성이름, 쟤네 보지마."
“왜?”
“나 심심해. 나랑 놀아.”
“그래? 심심하면 애들 노는거 같이 보자, 되게 귀여워!”
“아, 진짜.”
뜻대로 되지 않는듯 머리를 헝크리며 인상쓰는 네 반응이 귀여워 보란듯이 다리를 꼬고 턱을 괴어 공항구석에 앉아 막 게임을 시작하려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원우는 내 팔을 약하게 잡아끌어 내 팔에 한쪽 팔을 끼워넣곤 뚱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봤다.
“어린 놈들이 예쁜 건 알아가지고, 질투나 죽겠으니까 쟤네 보지말고 나 봐.”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하는 네가 너무 귀여워 웃자 -뭘 웃어, 라며 부끄러운듯 바닥으로 시선을 돌리는 너에 한참을 웃다 비행기 시간이 임박해 가방을 챙겨 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행기 안
기내로 들어서서 자리를 찾으려 티켓을 들고 한참을 헤메다 좌석에 앉았다. 이륙 전이라 그런지 스튜어디스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기체의 상태를 점검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옆을 돌아보니 바삐 돌아다니는 스튜어디스들을 슥 보곤 관심 없다는 듯 책으로 눈을 돌리는 네가 보였다. 마음속 깊은데서 올라오는 뿌듯함과 왜인지 모를 설레임에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대니 날 내려다보곤 한쪽 손을 들어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네가 너무 좋았다.
***
#제주도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탁 트인 제주도의 경치에 그동안의 무거웠던 마음까지 트이는 기분이었다. 너도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걸려있었고 11월의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기도전에 넌 내 목께의 옷깃을 단단히 여며주었다. 만난지 5년이나 되었는데도 네 손길은 늘 조심스러웠고 다정했으며 나를 향한 마음 역시 한결같았다. 마침 점심때라 제주도에가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고깃국수집이 있다길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에 들어서 가방을 옆의자에 놓고 식사주문을위해 메뉴판을 향해있던 시선을 위로 올렸는데,
“.. 부승관?”
“성이름? 헐!”
고등학교 친구인 승관이가 있었다. 그 땐 그저 또랑또랑하고 눈 큰 토마스기차였는데 못 본새 남자가 다 되어있었다. 놀란 마음에 눈을 크게 뜨며 승관이에게 물었다.
“야, 너 여기 어떻게있어!”
“나 고향 제주도잖아. 잠깐 알바하고있었는데 넌 여기 어떻게왔냐?”
“나 잠시 여행왔어. 와, 진짜 오랜만이다.”
“그러게. 여긴 남자친구?”
“응. 원우야, 인사해. 내 고등학교 동창."
“안녕하세요, 이름이 고등학교 친구 부승관입니다.”
“.. 전원우입니다.”
승관이와 반갑게 말을 나누다 원우에게 승관이를 소개했는데 왠지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너에 고개를 갸웃하곤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너 계속 여기 살아?”
“어. 근데 너 진짜 사람이 바뀌었네, 대박이다. 시험기간에 머리도 안 감고 공부하던거 아직도 선명한데.”
“그런거 기억하지마, 건강에 해로워.”
“.. 주문 안 해?”
“맞다, 승관아 우리 고기국수 두 개.”
“이모한테 잘 말해서 서비스 올려줄게!”
“.. 뭐야, 저 토마스기차는,”
승관이가 주방으로 가자마자 잘게 찢던 휴지를 내려놓으며 혼잣말하는 원우의 말에 놀라 물었다.
“너 승관이 별명 토마스였던거 어떻게 알았어?”
“딱 봐도 그렇게 생겼잖아. 저 사람이랑 많이 친했어?”
“고3때 같은 반이었어. 우리 반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좋겠다, 너랑 같은 학교 다녔어서.”
“너랑 나도 옆학교였던것 치고는 자주 봤잖아.”
“내가 너 꼬신다고 애 많이 썼지.”
“맞아, 너 나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매일 교문 앞에 서있고 그랬는데…”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니 밤길이 위험하다며 야간자율학습이 마치기 5분 전에 옆학교에서 부리나케 뛰어와 숨을 고른 후 아무렇지않은 모습으로 교문 앞에 서서 날 기다리던 원우가 생각나 배싯 웃었다. 내 말에 너도 옛날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씩 웃으며 그런 나를 바라보았다.
“원우야 그거 기억나? 우리 도서관에서 집 가다가 니가 나한테 속미인곡 이야기 해줬던 거.”
“그거 아직도 기억해?”
“응, 그 때 니가 나한테 차라리 사라져 낙월이나 되어 임이 계신 창문 안을 환히 비치리라,에서 낙월이 무슨 의미인지 아냐고 물어봤잖아”
“맞아.”
넌 옛추억에 부끄러운 듯 살풋 웃었고 그런 너에 교복차림에 가방을 나란히 둘러메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집을 향해 걸어가는 19살의 우리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거 나한테 왜 물어본거야?”
“그 땐 나 혼자만 너 좋아했었으니까. 가을 탔던것도 있었고.”
교문앞에서 날 기다리며 매일 밤마다 나를 데려다주기 시작했던 날부터 원우의 학교와 수련회를 같이 가 얼굴이 빨개진채로 민규씨와 함께 춤을 추던 장기자랑시간의 너를 봤던 날, 수능날 밤에 집 앞으로 찾아와 풋사과같이 수줍고 싱그러운 단어로 내게 고백했던 날, 한 지붕 아래서 동거를 처음으로 시작했던 날까지. 찬란한 봄날같은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놓으며 웃다 우리에게 다가와 수육을 서비스로 얹었다며 윙크를 날리는 승관이에 또 미간이 찌푸려지는 원우의 손을 꼭 잡아 스멀스멀 올라오려하는 질투를 가라앉히며 고맙다고 말한 후 젓가락을 들었다.
***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해안도로를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미리 예약해놨던 숙소를 찾았다. 짐을 푼 후 근처의 작은 구멍가게로 들어가 스파클라 폭죽과 로망캔들 폭죽을 여러개 사들고 숙소 앞의 바닷가로 향했다. 미리 챙겨온 담요를 고운 모래사장위에 깔고난 후 폭죽을 옆에 둔 채 나란히 앉아 고개를 위로 젖혔다.일주일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너무 많이 겪었다.여느 다른 연인들이 바다여행을 갈 때 꼭 한 번씩 해본다는 불꽃놀이를 함으로써 우리도 평범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는것을, 결코 남들과 놓인 환경이 다르지 않다는것을 내 스스로에게 입증시키고싶었다.
“와, 별 진짜 많다.”
“그러게, 저게 다 몇 개지?”
별이 많다못해 쏟아지는 제주도의 밤, 칠흑같이 까만 하늘과 하얀 너의 조화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굳이 가까운 단어를 찾아보자면 아득했다. 잔잔히 파도치는 바다를 앞에 두고 손가락으로 별들의 갯수를 하나, 둘 세는 너는 마치 잘 그려진 한 폭의 명화같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네 두 눈에 고요히 담겼고 물기에 젖어 염분을 품은 바람이 우리 둘 사이를 순행했다. 그런 너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니 광활한 우주에 너와 나, 수많은 별들. 세 가지만이 존재해 공허한 우주를 채워나가는것만 같았다.
“이렇게 마음 놓고 하늘 쳐다보는것도 오랜만이다, 그치”
“응, 너랑 여행 온 것도 그렇고 같이 하늘 올려다보는것도 다 오랜만이야. 행복하다.”
“이름아 저기 봐, 초승달 떴다.”
“우와, 손톱달이다 손톱달. 가만보면 원우 넌 달 참 좋아하더라”
“맞아, 나 어렸을 땐 달에 가보는게 소원이었어. 엄마가 어린이날에 어디가고싶냐고 물어보면 달나라 여행가고싶다고 그랬었는데.”
저도 몰래 쓰게 웃는 원우의 손을 조심스레 감싸쥐었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얘기를 꺼낼때면 원우의 입가엔 늘 씁쓸한 미소가 자리잡았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건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우린 늘 암묵적으로 그 사실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했는데 어쩌다 부모님에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면 위로의 말보다는 손을 맞잡음으로서 체온을 통해 서로를 위로했다. 너와 나는 서로를 제외하면 완벽히 혼자였기에, 무조건적인 믿음과 무한한 신뢰로 옆을 지켜줄 사람은 내겐 너, 네겐 나밖에 없었기에 더욱 서로를 의지했고 묵묵히 사랑했다.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나란히 서 스파클라 폭죽에 불을 붙이고, 타들어가는 막대를 가만히 지켜보다 너를 올려다보았다. 곧게 뻗은 콧대와 다물려있는 입술을 빤히 바라보고있으니 앞을 응시하고있던 네가 고개를 돌려 날 내려보았다. 넌 그런 날 말없이 계속해서 쳐다보다 -왜 그렇게 봐, 뽀뽀하고싶게. 라며 살풋 웃었다. 네가 웃자 함께 공존하던 어둠이 잠시 물러가는듯했다. 넌 내게 빛과 같은 사람이었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폭죽을 든 채 다른 한 쪽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조심스레 입맞추는 너와 함께라면, 아직은 약하고 여린 내 옆에 네가 있어준다면 앞으로 겪게 될 크나큰 고통과 고난들에 꺾이지않고 버텨낼 수 있을것같았다.
폭죽이 다 타들어가 막대의 불이 꺼지자마자 우린 로망캔들 폭죽을 모래바닥에 꽂고 다시금 불을 붙였다. 화려한 불꽃이 검은 하늘을 장식했다. 다양한 불꽃들의 행렬이 고요한 바다 위를 수놓았다. 네 손에 깍지를 끼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낙엽이 흩날리던 19살의 가을, 속미인곡의 낙월의 뜻을 아냐고 물어보던 원우는 모르겠다며 되묻는 내게 멀리서 잠시 동안 임을 바라보고 사라지는 달이라고 대답했다. 신이 존재한다면 내 모든 것을 다 앗아가도 좋으니 내겐 빛과 같은 이 사람만은 내게서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가진 빛을 잃어가며 아픔에 힘겨워할 때 그 모습을 바라보아야만하는 내게 버틸수 있는 힘을 달라고 부탁하고싶었다.
넌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면 태양이었지 떨어지는 달 따위가 아니다. 설령 빛을 잃어도 네가 전원우인것은, 내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것은 변하지 않을뿐더러 태양은 쉽게 지지 않는다. 네가 태양이라면 난 가진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지만 지친 네가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작은 내 어깨에 기대어 고요한 안식을 찾을 수 있도록 널 감싸는 드넓은 바다의 수면이 되어, 엘림의 샘물 혹은 종려나무의 그늘이 되어 너란 큰 태양을 사력을 다해 품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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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트입니다. 근 3주만에 부족한 글을 들고 찾아뵙네요.
변명을 하자면 몸상태가 굉장히 안좋았어서 통원치료 다닌다고 정신이 없었어요.
나름대로 복선도 깔고 쓴다고 열심히 썼는데 글이 마음에 안 들어서 독자님들 찾아뵈는데 굉장히 부끄러워요.
이번 화는 원우 사진도 그렇고 BGM도 평소 제 글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죠?
4화에서는 여느 연인들과같이 평범하게 연애하는 원우와 이름이를 그려내고싶었어요. 덤으로 질투하는 원우의 모습도요 !
원우와 이름이가 왜 서로를 놓을 수 없는지, 원우를 향한 이름이의 마음이 얼마나 큰 지도 확인하실수있겠네요.
발랄한 연애보다는 조금은 성숙한 24살의 연애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는데 생각한만큼 잘 안되더라구요ㅠㅠ.. 제 필력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오래 기다리게해드려서 죄송해요, 시험이 끝나고 5화로 찾아뵐게요.
수능 치신 고3분들 수고많으셨어요 :)
그리고 얘들아, 베스트 스타상 수상 진심으로 축하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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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보고싶었던 내 님들, 혹여나 지쳐서 떠나시진 않으셨을까 많이 불안했어요. 빨리 보고싶어요. 정말 많이 사랑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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