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 금요일에 만나요.
─ 도화살(桃花煞)
w. 미소년
아, 글쎄. 난 싫다니까. 석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귀에 가까이 대고 있던 핸드폰을 조금 떼어냈다. 아, 왜여! 형! 낮은 남성의 목소리가 핸드폰 밖으로 흘러나오는 듯했다 홀로 큰소리로 쨍알거리는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엄지손가락으로 통화 종료를 꾹 누르고 있더라. 끙. 꽤 욱신거리는 이마를 꾹 지압했다. 행복한 생각, 행복한 생각, 행복한.
" 아, 저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번호 좀,"
"…. "
행복한 시발이다. 해피 시발!
* * * * *
" ...형이 무슨 연예인이에요?"
" ...조용히 해, 사람들 쳐다보잖아."
" 참나, 이 남자가 뭐가 좋다고."
" ..여튼. 부른 용건이 뭐야?"
갑자기 '형, 형. 완전 대박인 거 알려줄 테니까 얼른 이리 와요!'라고 문자 한 통만 댕강 남겨둔 호석 덕분에, 집으로 향하던 걸음을 뒤로 돌렸던 석진이었다. 그리곤 점퍼 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선글라스를 쓰곤 당당한 걸음을 이어갔다. 갈색빛을 도는 녹색의 머리에 깔끔한 피부,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살구색 빛을 유지하는 입술에, 검은색 목폴라와 코트를 입은 누가 봐도 남다른 석진의 차림에 여럿의 눈길이 석진에게 푹푹 날아들었다. 헐, 저 사람 연예인이야? 모델인가? 웅성거림을 귀에 담은 석진은 더 걸음을 빨리 옮겼다. 아니, 전 아무것도 아닌 대학생입니다.'라고 차마 말도 못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저를 향해 돌진해 오는 한 남성을 보고 기겁을 하며 거의 다 도착한 카페 유리문을 부실 듯 열어 재끼면, 호석은 다시 한 번 더 딸기 셰이크를 마시는 것인지, 먹는 건지 모를 정도로 볼에 한가득 채워 넣곤 손을 흔든다. 여기!
쪼록, 어느새 자신의 셰이크를 다 마신 호석은 석진 앞에 놓여있던 연분홍빛의 딸기 셰이크까지 뺏어 먹고 있었다. 셰이크가 빠르게 올라갔다가 천천히 내려온다. 석진은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다 뒤로 몸을 뉘며, 점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 도화살, 이라.."
" 크으, 아 그러니까. 제 친구도 형이랑 비슷하거든요. 사람이 꼬여도 너무 꼬여서 형처럼 꽁꽁 싸매고 다닌다니까,"
" 그럼 걔도 나처럼 막, ...어."
" 동성한테만 그러냐구요? 에, 뭐 그런 것 같던데. 전 당사자가 아니라 잘 모르죠. 데려올 걸 그랬남,"
" ... "
" ..."
" 야."
" ..에?"
" 번호 좀"
" 예에?!"
" 뭐냐, 그 반응은. 네 친구 번호 달라고."
" ..."
아.. ㄴ, 난, 또오.. 식겁했자나여! 쪼옥 끝까지 셰이크를 다 빨아 마신 호석의 컵에서 툭툭 끊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석진은 호석의 반응에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 새끼가 날 진짜 게이로 보나? 선글라스 속 석진의 눈매가 날카롭게 빛났다. 눈치가 없는 호석은 모든 셰이크를 다 마셔서 시원하다는 듯 만족한 표정을 하며 손등으로 대충 입가를 비적이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든다. 혹시 모르니까 이 친구한테 물어보고 줄게요. 애가 형이랑 완전 반대라. 입으로 쫑알이면서도 한 손으로 뭔갈 빠르게 휘갈기던 호석은 바로 오는 답장에 만족한다는 듯 보조개를 보이며 석진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이놈이에요. 000.
" ..김 석진 입니다."
" ...네에"
'놈'이라며. 석진은 방긋 웃는 표정을 유지하다가 얼굴 전체에 경련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호석은 자신에게 해맑게 웃으며 이놈이에요. 라며 방긋 웃었는데, 아니 그냥 처 웃고 있던 그 얼굴에 곧바로 주먹을 내리꽂았어야 했었네. 석진은 푸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겨우 진정시키려 테이블 밑에 있던 두 손을 세게 말아쥐었다. 녀석의 푹 파인 보조개에 꼭 두 주먹을 박을 것이라고 다짐한 석진은 앞에 앉은 00을 흘깃 바라보았다. ..꽤, 남자 여럿 울리게 생겼는데 말이지. 자신도 하얀 편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저렇게 백지장처럼 하얀 사람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살짝 올려진 붉은 색의 입술이 참 잘 어울렸다. 근데, 여자한테 그렇게 시달리다니. 저 얼굴로 남자 한 번도 못 만났으려나. 휘적휘적, 석진의 머릿속에는 00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들어찼다. 그런데도 한 마디도 못하고 있는 이유는.
" ...끙"
호석의 말대로 000은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작고, 낯을 심하게 가리는 듯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00의 꼼지락거리는 열 개의 손가락만 봐도 충분히 00의 상태는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석진과 00은 삐쭉하고 식은땀이 흐를 것 같았다. 00의 눈동자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한다. 그러다가 석진의 뒤를 보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헤, 하고 벌린다. 얼빠진 00의 표정에 석진은 고개를 살짝 틀어 뒤를 돌아보자 왠 사납게 생긴 여자가 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 찢어진 눈으로 저를 부라리는 게 아닌가. 끔벅. 석진은 당황스러움에 00을 한번, 사나운 여자를 한번 바라보았다. ..뭔가,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나?
" ...어?"
" 자기, 뭐해요. 안 일어나고."
" ...어, 아니, 네.."
일어나면서 00의 손목을 살짝 잡은 석진은 조심스럽게 00을 자신의 옆에 데려와 그 사나운 여자 옆을 지나쳐 나왔다. 그 카페에서 나와 한참을 걸었을까. 뭔가가 석진의 손등을 꾹, 꾹 하며 누르는 것 같아 그제야 석진은 고개를 돌려 붉게 물들여진 00의 얼굴을 마주했다. 아, 맞아. 손.
" ..아휴, 감사합니다.. 일주일 내내 시달렸는데.."
" ..."
" 아 개운해라."
" ..화 안 났어요?"
" ..제가 왜 화를 내요?"
" 마음대로 자기라 부르고, 00씨 끌고 나왔는데요?"
" ...어, 그러게요?"
뭐 어때요! 그 여자를 떼어냈는데! 헤실, 00의 조금 포동한 볼살이 입꼬리와 함께 올라가 귀여운 웃음을 보였다.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볼 만지면 찹쌀떡 같을 것 같아. 생각을 마친 석진도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도 참 힘들게 살아요. 그쵸? ..그러게요. 석진의 어깨높이에서 00의 앞머리가 걸음에 맞춰서 흔들거린다. 정호석, 거짓말쟁이네. 나까지 홀리게 생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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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로 이런 형식의 글로 찾아 뵐 것 같은 미소년입니다.
취미아닌 취미로 쓰는 글이라 많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좋게 봐 주셨으면 해요. :-)
모든 글은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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