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한 냄새가 지호의 코를 찔렀다. 머리가 띵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는 상황 파악을 위해 주위를 살폈다. 사방이 막힌 낯설고 생소한 공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오도도 돋는 지호였다.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여기서 혼자 쓰러져있는 걸까. 의식이 선명해질수록 아파져오는 머리를 짚곤 애써 침착하게 기억을 되살렸다. 분명 자신은 멤버들과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향했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피곤한 몸을 끌며 문을 여는 순간…. 점점 또렷해 오는 두통에 미간을 좁히는 지호. 그다음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생각이 안 난다. 일단 이 답답한 곳에서 빠져나와야 겠다고 생각한 지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그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벽에 자그마하게 금이 가더니 이내 보지도 못한 문의 형태가 나타났다.
"미친…."
여기, 정체가 뭐야. 갑작스러운 문 출현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주춤하다가 이내 혹시나 몰라 낮은 포복으로 천천히 문을 향해 다가가는 지호. 그리곤 주섬주섬 바지 주머니에 있는 동전 몇 개를 문을 향해 던졌지만, 뭐가 날아온다든지 부서진다든지 아니면 예쁘고 잘빠진 여자가 나온다든가…. 그런 위험한 장치는 없었다. 약간의 안심이 맴돎과 동시에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순간, 지호의 눈앞이 번쩍거렸다. 갑작스러운 빛에 뒤로 나자빠진 지호가 신경질적으로 일어나자 조금 전까진 밋밋하게 아무것도 없던 문에 커다란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
'블락비중에 누가 제일 잘생겼는가.'
……! 문제…? 맞혀보란 건가. 눈을 멀뚱멀뚱 뜬 채 살살 눈치만 살피던 지호는 이내 나자빠진 몸을 일으키곤 맑고 명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지호!"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지호의 목소리만이 윙윙 크게 울러 퍼졌다. 그리고 약간의 정적. 자신의 생각과 달리 아무 일도 안 생기자 지호는 답답함에 발을 동동거리는 순간, 문에 선명히 적혀있던 글이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다른 글자가 하나하나 빠르게 새겨졌다.
'틀렸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을 구하러 오기 전까진 이 방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어, 씨발! 이게 무슨 개소리야!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문구에 당황스러워 문을 쾅쾅 두드리고 문고리를 몇 번이나 잡고 돌려봤지만, 꿈쩍도 안 하는 문. 절망감에 지호는 허탈하게 웃으며 축 처지는 몸을 늘어트렸다. 야, 이 새끼들아. 나 좀 구해줘.
***
"태일이 형! 일어나봐요!"
다급한 지훈의 목소리에 태일을 부스스 눈을 떴다. 그리곤 이내 띵해져 오는 머리에 눈을 찡그리곤 주위를 살폈다. 여긴 어디야? 태일의 자그마한 물음에 지훈은 무거운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고, 사방이 막혀있는 공간이 답답한 듯 제 가슴을 퍽퍽 쳐댔다. 다른 형들은 다 어디 있는 걸까요. 지훈의 중얼거리다시피 묻는 말에 태일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숨이 탁탁 막혀온다.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쾌쾌하고도 무거운 공기 압박에 미칠 지경이었다. 일단 여길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
"흠. 하긴."
태일은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차가운 벽을 턱턱 짚었다. 아무리 봐도 그냥 벽인데, 누가 우리를 이런 괴상한 곳에 가둬놓은 걸까. 벽을 짚은 손에 먼지가 잔뜩 붙었다. 탈탈 신경질적으로 손에 붙은 먼지를 털고는 고개를 돌리니 지훈이 어느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어버버거렸다. 형, 저기!
"…. 분명 문이 없었는데…?"
아까는 보지도 못했던 문이 태일과 지훈을 반겼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수상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문에 그 누구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지훈이 용기 내서 문고리를 잡고 돌렸고, 그 순간 눈앞이 번쩍거림과 동시에 벌건 글씨로 생소한 문구가 문에 선명하게 새겨진다.
'이 세상엔 거지코와 코파는 박경, 딱 두 명이 있다. 거지코를 선택하면 코에 있는 기름을 짤 수 있고 코파는 박경을 선택하면 코딱지가 엄청난 가치로 어마어마한 금액에 팔 수 있다. 당신의 선택은?'
뭐지. 이 병신같은 질문은? 지훈은 약간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차게 소리쳤다.
"그 인간들 선택할 바엔 그냥 죽을래요."
무거운 정적. 지훈의 낮은 목소리가 듣기 안 좋게 윙윙 울렸다. 그리고 그 동시에.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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