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자철]한라봉선생님
w.성춘향
02: Naver Stop
성용은 자철이 재미있었다.
항상 촌티나는 남색 니트에 한쪽 팔에 영어책을 끼고,한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뒤뚱뒤뚱 다니는 새 담임.
애들이 뭐만 물어보면 우물쭈물 얼버무리며 제대로 혼내지는 못할망정 대답해주고,바보처럼 아이들이 수업 안 하려고 작전을 짜면 또 거기에 휘말리고.
생각하는 건 어찌나 표정에 확 드러나는지.
당황했을 땐 울먹이고,기쁠 땐 해맑게 웃고,겁먹을 땐 덜덜 떨고.저렇게 표정이 솔직한 사람은 또 없을 거다,고 성용은 확신했다.
손에 들고 있는 막대기는 폼인 듯 했다.저런거에 의존하는 선생들이 오히려 만만하지.성용이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성용은 자철을 보고 아이들이 자기를 촌놈,바보 등등이라고 놀리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지 문득 궁금해졌다.또 말이나 더듬겠지.
실제로 자철은 만만했다.아이들이 떠들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조용히 하자 하며 더듬거릴 뿐 호통을 칠 줄도,때릴 줄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성용은 자철의 행동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구경하는 게 좋았다.
몇몇 아이들이 자철을 곤란하게 할 땐 알 수 없는 화도 약간 밀려왔지만.
"얘들아 출석부 부를게..."
아침 자습 시간였다.
자철은 큼큼,하고 입을 가다듬으며 출석부를 폈다.
오늘은 좀 제대로 해 보자.자철이 생각했다.
자철은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편이였다.
부임 이튿날에 아이들 명단을 보고 새벽4시 동안 주구장창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감고 외웠지만 다음날 남태희,라는 아이보고 어 그..그...밤톨아.라고 부르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하필이면 밤톨이는 태희가 제일 싫어하는 별명이였기에 자철은 다시는 이런 실수를 일으키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자철은 아이들을 둘러보고는 성용을 보고 화들짝 놀라 다시 출석부에 눈을 옮겼다.
"소..손흥민."
"여기여."
"나...남태희."
"저요."
자철은 떨려서 말을 더듬으며 출석부를 하나하나씩 읽어내려갔다.
"융...아니 윤석영."
"걔 없어여!"
흥민이 손을 들고 대신 대답했다.자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어..어디 갔는데?"
"걔 밥 먹으러 갔을 걸여?"
"아마 밥 쳐먹으러 갔을 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맨날 밥 먹으러 학교 빠져요."
한 번 묻자 쭈르륵 밀려오는 답에 자철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뭐...뭐야 이 학교 무서워...자철은 눈물을 머금었다.
밥 먹으려고 학교를 빠지는 건 뭐야.그걸 또 당연시 여기는 아이들은 뭐고..
윤석영이라는 학생이 궁금해 출석부 앞의 증명사진을 힐끗 본 자철은 음,밥 잘 먹게 생겼네.생각하고는 다시 명단으로 넘겼다.
자철은 이 이상한 학교에 정상적인 학생은 정말 없는 것인가 잠시 생각하다 다시 출석부를 읽어내렸다.
"기..김영권."
"저요."
"김..주영."
"여기요."
"...기...기..."
아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철을 바라보았다.
자철은 분명 기성용,이라고 쓰여진 글자를 보았지만 읽는 것이 두려워 고개를 숙이곤 말을 더듬었다.
그걸 보고 있던 성용은 풉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리에서 손을 들었다.
"여기"
"아!응 맞아...성용이."
자철이 얼버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용은 자철이 자신을 무서워하나 생각하고는 자철을 빤히 보았다.
자신의 시선에 조금 움찔 한 것 같긴 했다.
"와 나 진짜 열받아서!!!썩을 놈들이 자꾸 독도가 우리땅인 이유를 증명해보라고 합니다!!!애국심이 없는 놈들이 학교에 판칩니다!!!!!"
역사 담당인 박종우 선생이 주먹을 애꿎은 교무실 책상에 쾅 내리치며 열불을 냈다.
박 선생은 자신의 수염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였으며,애국심이 충만 한 듯 보였다.
그리고 자철이 봐온 바로는 항상 단정한 수트 차림으로 근무했다.
자철은 맨날 수트만 입으면 불편할 텐데,생각하며 자신의 남색 니트를 힐끔 내려다보았다.좀 더 차려입을 걸 그랬나.
그렇게 교무실에서 열띈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박 선생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린 사람이 있었다.
"씨발 좀 조용히 합시다.원래 여기 학생들 다 병신이에요."
윤리 김남일 선생님이였다.
박 선생은 급 깨갱....하며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김남일 선생은 유부남인듯 했으며 자철의 눈에는 매우 무섭고 욕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비쳤다.
자철은 김 선생을 보고 저 선생님이 윤리 담당이라니 믿기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김 선생의 카리스마가 부러워 동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자철은 김 선생과 눈이 마주치자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무서워....
'벌컥'
교무실 문이 열리고 하품을 하고 계신 안정환 교장님이 보였다.
안 교장님은 오늘도 빛나시구나,자철이 생각했다.실제로 안 교장은 엄청난 미남이였다.
교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꾸벅 숙였다.안 교장님은 풀린 눈으로 대충 손을 흔들었다.
안 교장님은 저 잘테니 알아서 해요,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문을 쾅 닫았으며 교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인사했다.
자철은 이제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이상한 건 학생들뿐이 아니였다.
근무 시간에 자러 가는 교장과 또 그걸 당연시하는 교사들...
자철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교무실 안을 들어오는 홍 선생을 발견했다.홍 선생은 오늘도 핫초코 두 컵을 손에 들고 있었다.
홍 선생이 고개를 갸웃 젓더니 자철에게 핫초코를 건네며 물어왔다.
"안 선생님 또 주무시러 간대요?"
"네..."
그렇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홍 선생에 자철은 다시 한 번 무너졌다.홍 선생마저...
갑자기 자철은 이 핫초코를 마시면 안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철은 자신은 절대 이 학교에 전염되지 않을 거야,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어제 준비해 온 영어 지문들을 정리했다.
성용은 운동장 의자에 앉아 평생 펼치지 않을 것 같던 영어 교과서를 펼치고는 선생님 란에 구자철,이라고 적었다.
구자철,눈 빤짝거리는 구자철.성용이 실실 웃어대고는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들썩였다.
축구를 막 끝낸 직후여서 그런지 옷에 땀이 붙어대 끈적였다.성용은 축구복 차림이였기에 제법 통풍이 잘 되었지만.
파란 가을 하늘을 보며 성용이 드러누웠다.성용의 옆에 우뚝 선 단풍나무가 바람에 살랑이며 잎을 떨어트렸다.
성용의 얼굴에 빨간 단풍 하나가 떨어지자 성용은 피식 웃으며 일어나 영어 교과서에 구자철 이라고 쓰여진 곳 옆에 단풍잎을 살짝 댔다.
구자철 손 같다.성용이 생각하며 교과서를 닫아 단풍잎을 꾹꾹 눌렀다.
"쌤 이상형이 누구에여?"
드디어 정상적인 질문을 해오는구나..자철이 생각하고는 헤헤 웃으며 흥민을 돌아보았다.
흥민은 눈을 똘망똘망 빛내며 아이유가 짱이죠?라고 물었다.
옆에서 주영이 은혁...이라고 중얼대자 흥민은 주영의 머리를 홱 쳤다.자철은 하하...참 과격하구나...중얼대며 입을 뗐다.
"선생님 이상형은 음...소야란다.너무 예쁘지 않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자철이 말하자 아이들은 오오~~하며 수긍했다.자철은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성용은 뭐가 저리 좋을까.생각하며 웃음을 참고 자철을 보았다.
성용은 반듯하게 말려진 단풍잎을 매만졌다.
"아 소야 예쁘져~"
"소야 가슴 존나 크던데."
"소야같은 애들이 침대에서 짱이지."
주영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별의별 야한 말들을 뱉었다.어디서든 주영은 음담패설의 중심에 있었다.
결국은 또 음담패설로 흘러가는구만...자철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며 소야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라고 중얼거렸다.
"쌤이 더 예쁜데."
시끌거리던 아이들 뒤에서 성용이 한 마디 하자 아이들은 단체로 뒤를 돌아보았다.
자철은 분필을 툭,떨어트리며 헐...하고 입을 손으로 가렸다.
미쳤다....미친 게 분명해.자철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안절부절했다.
성용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축구공이 떨어지며 통 통 소리를 내면서 굴러갔다.
성용은 고개를 으쓱대며 뭐?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철은 이럼 안돼,생각하며 분필을 주워들고 영어 참고서를 들었다.지문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자철은 칠판에 그대로 베껴쓰기 시작했다.
"I will naver stop traveli....."
자철이 칠판에 영어 문장을 또박또박 쓰자 아이들이 등 뒤에서 킥킥대며 웃었다.
자철은 뭐지?하며 자신이 적고 있던 문장을 보고 경악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이버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씨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문에는 분명히 I will never stop traveling all around the world,라고 써 있었으며 자철은 그것을 그대로 베꼈을 뿐이다.
그런데......
naver이라니..naver이라니...자철은 화끈대는 얼굴로 지우개를 들고 쓱싹쓱싹 지워댔다.자철은 이게 다 성용이의 개소리 때문이야....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머금었다.
아이들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호탕하게 웃어제꼈다.자철은 창피해 발만 동동 굴렸다.
그 광경을 보던 성용은 자철이 귀여워 고개를 숙이고 끅끅 웃어댔다.바보 같아 진짜.
그 이후로 자철의 별명은 naver stop,이 되었다.
안녕하세여?
이거...다음주 목요일까지 끝내야 하는뎅....참...(다음 주 목요일이 제 레벨8등업일이에여!!익스야 기다령!)
포풍연재 해야 하나....
아무튼 자초리의 남고적응기
아 그리고 어떤 독자분께서 저보고 다소곳한 자처리님이냐고 물어보셨는데
저 아니에여 저 익스에 글 못남겨여 레벨미달.....레..레벨아 올라가랑
그리공 그림은 그냥 장면 나누기용으로 그리는거에여
병맛학교 이야기임.주인공만 정상
근데 저 지금 모하고 있는거?이런거나 쓰고있네여.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그리고 세라핌님...으앙
그럼 전 오늘도 이뿐 자초리와 함께
퇴장합니당.빠이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