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는 다시 그 깜깜하고 위험한 길을 내려갔다. 아까 다친 곳이 쓰라린것도 잊은채로 후다닥 달려가선 어른들을 찾았다. 어른들은 아직도 시우민을 찾느라 혈안이었다. 늑대에게 물려간것 같다느니, 산에 가다 길을 잃은것 같다느니. 제각각 의견도 피력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그런 어른들 사이를 지나 아빠에게 달려갔다."아빠! 아빠!""안자고 뭐해? 위험하니까 얼른 들어가 자."아빠가 타이르듯 말하자 크리스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될까 서둘러 말했다."찾았어요! 성당에 있어요 성당!"크리스가 발을 동동 굴렀다. 크리스의 말에 동네 어른들이 귀를 쫑긋거렸고 모두들 성당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자 안은 고요했다."아까두 여기 와봤는데 아무도 없었어."한 어른이 말했다. 크리스는 답답한듯 앞장서 이층으로 올라갔다."저 위에 있어요!"크리스가 당당하게 올라가자 아빠와 엄마, 그리고 마을의 제일 어르신이 뒤를 따랐다. 이들이 반쯤 올라가자 동네 청년들도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크리스가 다락방 문 앞에 멈췄을때 문 앞엔 많은 짐들이 쌓여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위해 가져다 놓은 것들이었다. 젊은 남자들이 나서서 짐을 치우고 문을 열자 다시 한번 사람들은 조용해졌다."아무소리도 안나는데? 크리스 장난치면 안돼.""장난 아니에요!"크리스가 꽥 소리를 치자 저 쪽 구석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엄마.."시우민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놀란 어른들은 모두 작은 다락방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뒤 마을에서 하는 일이 많은 젊고 힘이 센 남자가 시우민을 안고 나왔다. 시우민의 몰골은 꾀죄죄했다. 고작 하루지만 많이 힘들었던듯 시우민은 고대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크리스는 품에 안겨 나가는 시우민을 한번 보고 아빠를 한번 보았다."어떻레 알았어?""음..기도하러 왔다가 알았어요."아빠는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이라는 작은 이름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것 같았다.***크리스가 성을 간다는게 알려진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궁금한건 못참는 시우민이 끝까지 크리스의 뒤를 쫓은 끝에 알아낸 사실이었다. 크리스는 이제 다치지 않고 안전한 길로 편하게 가는 방법을 익혔다. 이곳저곳 까지던 일들은 다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남았다. 성의 문 앞에서 시우민은 칭얼거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투정이었다."누가 사는데? 누가 살길래 맨날 가는거야. 알려주면 안돼?"크리스는 곤란함에 눈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시우민의 눈이 점점 가로로 찢어졌다."안에 여자라도 있어?""아니야! 그런거 아니야..""그럼 뭔데 숨기는거야? 정말 안에 괴물이라도 살아?""괴물 아니야!"크리스가 순간적으로 벌컥 화를 냈다. 시우민은 갑작스런 큰 소리에 벙 쪄있었다. 크리스는 애써 화난척 표정을 가다듬었다. 시우민이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아니라고 말하지. 미안."시우민이 뒤를 돌았다. 비탈길을 아슬아슬하게 내려가는게 크리스는 못내 마음에 걸렸다."..야."시우민이 뒤를 돌았다. 크리스는 얼마 내려가지 못한 시우민을 끌고 다시 성 앞으로 올라왔다. 시우민의 손을 잡고 성의 문을 두드리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야, 뭐하는거야!"시우민이 손을 뿌리쳤다."궁금하다며. 괴물이 아니야. 그건 그냥 겁주려고 만든것 뿐이었어."크리스는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섰다. 성 안에서 크리스는 성밖의 시우민을 바라보았다.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자 시우민은 쭈삣쭈삣 들어왔다. 문이 닫히자 시우민은 이곳저곳 기웃거렸다."크리스!"맑은 목소리와 함께 방 안에서부터 한 남자가 뛰쳐나왔다. 당장에 크리스의 품에 안긴 남자는 잠시뒤 시우민의 존재를 확인했다."크리스, 누구에요?""내 친구."시우민은 느껴지는 남자의 시선에 어쩔 줄 몰라하며 서있었다. 무엇보다 놀란건 남자가 너무 자연스레 안긴것과 그걸 당연한듯 받아주는 크리스의 모습이었다."레이."크리스가 말했다. 레이는 크리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올려 크리스를 보았다. 자신말고도 누가 들어왔건 말건 레이는 언제나와 같은 똘망한 눈을 빛냈다."들어가자."크리스는 레이를 품에서 떼어 안으로 들여보내고 시우민을 억지로 끌어들였다. 시우민이 방안으로 들어서자 알 수 없는 압력을 받았다. 살짝 피곤해진 시우민은 목을 돌렸다."어! 어어!"시우민은 난데없이 뒤로 자빠졌다. 쿵하고 엉덩방아를 찧자 크리스가 얼른 달려와서 시우민을 일으켰다."괜찮아? 왜그래.""그, 그러게."시우민은 자신을 쳐다보는 레이의 눈을 바로 볼 수 없었다. 쳐다보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거니와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 보통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크리스.""응?"레이가 작게 크리스를 불렀다. 둘은 무언가를 속삭이더니 똑같이 한숨을 폭 쉬었다. 영 기분이 찝찝했던 시우민이 가겠다며 뒤를 돌자 알 수 없는 한기가 온 몸에 돌았다. 잠깐 몸을 부르르 떤 뒤 다시 성을 나와 내려가는 동안 시우민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시간이 더 흘러 크리스가 마을로 내려와 시우민을 찾아갔지만 끝끝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돌아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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