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너] Goodbye summer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a/c/3ac996d26baf012eb26fbbe8b468f8bf.jpg)
Goodbye summer
01
지루한 문학시간은 이제 끝이었다. 그가 처음 내 앞으로 서있던 날. 비록 그는 학생인 나와 달리 선생님이란 자리에 서있었지만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동경이나 착각이 아닌 진심으로 그를. 아니 선생님을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선생님"
하고 부르면
"응? 반장이구나, 왜?"
하고 다정하게 대답해주는 것도 좋았고. 특히 나에게만 해주는, 머리에 손을 올려 토닥이는 그 행동이 가슴 떨리게 좋았다. 뭐, 그런 이유로 답답한 학교생활에서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문학시간이 되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는지. 첫 날 책만큼은 잘 챙겨 혼나지 말라며 반 아이들 모두에게 프린트해준 시간표가 닳아버려 너덜너덜해질 만큼 선생님을 좋아하는 거 같다. 더불어 반듯반듯하게 쓰여 있던 문학 시간 밑 조그마하게 적힌 선생님의 이름인 김석진이라고 적힌 부분의 종이가 다 일어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장!"
언제 종이 쳤는지 선생님은 생각에 잠긴 나를 부른다. 이런 멍한 모습을 본 건 우리 선생님. 적어도 선생님한테는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진 않았는데.. 다른 시간에는 자도 선생님 시간만큼은 아무리 피곤해도 한번 잔적 없었다. 아니 선생님 얼굴을 보느라 잘 수 없었던 게 더 올바른 표현 인거 같지만. 어쨌든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부끄러웠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고 웃는다. 그러더니 나를 포함한 반 아이들을 한 번씩 쳐다보더니 말한다.
"피곤해도 모두 힘내자."
"네-"
최대한 예쁜 목소리로 말하는 여자아이들과 변성기가 지나 남자답게 변한 남자아이들의 대답을 들은 선생님은 한 아이에게 지문을 읽게 시키고는 아직도 약간 멍한 나에게 다가와 머리에 손을 올려 토닥여준다. 그러면서 옆자리에 앉은 태형이를 보더니 어려워하는 부분을 알려준다. 또다. 정작 나한테 오면 뭐해. 나를 보는 게 아닌데. 내가 남자애한테 그것도 나랑 친한 남자애를 질투나 해야 하다니. 이게 뭐야. 나는 나빠진 기분에 내 머리에 올라와있던 선생님의 손을 내렸다. 내 옆에 서있던 선생님은 내 표정을 본건지 당황하며 아이들과 정확히는 태형이와 이야기하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어? 왜 그래, 우리 반장 아파?"
이 상황에도 정말 짜증날 정도로 착한 그리고 다정한 선생님은 아프면 엎드려있으라며 친절히 뒤의 친구에게 담요를 빌려 나에게 덮어준다. 그리고 내 머리를 토닥여주더니 이내 교탁으로가 수업 진도를 나가기위해 수업을 진행한다. 칠판에 수업내용을 쓰는 든든한 선생님의 등을 엎드려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내 얼굴 옆에 샤프로 무언가를 써 내린다.
'아파?'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태형이의 샤프를 뺏어 나도 글을 써 내렸다.
'태태. 남자가 지나치게 다정하면 뭘까?'
내 말에 너는 고민하더니 필통에서 새로운 샤프를 꺼내 밑에 또박또박 쓴다.
'관심 있거나 좋아하거나 아니면'
그 다음 말이 궁금해 너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너는 다시 나를 엎드려 눕히며 사각사각-소리를 내며 적어간다
'예뻐서?'
그 글에 실없이 웃으며 선생님이 보이도록 자세를 잡았다. 날 보는 태형이의 눈길이 느껴진다. 바보 같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중간 중간 칠판에 글을 써 내리는 팔. 칠판에 가지런히 적힌 선생님의 글씨 그리고 날 쳐다봐주는 눈 하나하나 기억했다. 좋아해요. 이렇게 말해봤자 들리지 않겠지만 뭐, 나를 위한 말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좋아해요. 이 말만 되뇌고 있는데 종이 쳐버렸다. 아- 선생님 가버리겠다. 싫다. 종소리에 선생님은 차곡차곡 짐을 정리하더니 나에게 웃으며 말한다.
"반장, 아파도 선생님한테 인사는 해줄 거지?"
다정하다. 기대하게 된다. 선생님이 덮어준 담요를 치우며 일어섰다. 오로지 선생님과 나만이 있는 것 같은 기분. 나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선생님이 좋다.
"차렷. 경례"
내 말에 웃으며 같이 인사하는 선생님이 보이고 뒤이어 들리는 소리.
"아, 반장 너는 마치기 전까지 선생님한테 내려오고"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는 휘적휘적 사라진다.
"야. 넌 좋겠다?"
선생님이 나간자리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응? 뭐라고?"
"좋겠다고. 그렇게나 좋아하는 선생님이 친히 내려오라 시네"
네 말에 웃었다.
"태태. 나 지금 바보 같았지"
"응. 정말 바보 같았지."
내 바보스러움을 손수 인정해주는 태형이를 째려보았지만 사실이라 뭐라 할말이 없다.
"야. 너는 저 새끼가 그렇게 좋냐?"
"저 새끼가 아니라 김석진 선생님"
내말에 네네 알겠습니다. 라며 대충 넘어가는 너를 째려봤다. 사실 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건 태형이 밖에 없다. 그러니까 선생님과 학생이 아닌 남자와 여자로써 좋아하는 것. 사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밝혀지면 선생님께 득이 되는 게 없어 열심히 숨겨 보았지만 18년 인생 중 4살 때 만나고 14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본 김태형에게 이 사실을 들키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는 너에게 웃으며 답했다.
"응!"
너무 좋다고. 좋아서 미치겠다고. 그리고 너는 잔인하게도 좋았던 나의 기분을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근데 선생님들은 너 여자로 안 봐. 선생님들한테는 우리는 애기야"
애기라는 단어가 내 귀에 푹푹 박힌다. 평소에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던 단어가 오늘따라 왜 그렇게도 잔인하게 느껴지는지.
"알고 있어."
"그럼 정신 차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듣기 싫어. 뒤돌아 반을 나왔다. 이 넓은 학교에서 나 하나 갈 곳이 없다. 아까 찾아 오랬던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어 교무실로 걸어갔다. 김태형이 날 말리던 선생님이 날 여자가 아닌 학생으로 봐도 상관없었다. 그냥 내가 좋아할 거다. 그리고 유독 나에게만 그리도 다정했던 선생님이 생각났다. 잔인해.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한두 번이 아닌 여러 번이라 선생님은 나를 더욱 기대게 만들었다. 저번에 내가 미술시간에 조각을 하다 살이 파였었는데 그걸 치료안하고 있다 선생님께 들킨 적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은 내가 더 이상 포기 할수 없게 만들었다.
'반장. 손이 왜이래!'
'네? 아..이거 조각하다 베였어요.'
'약은 발랐어? 잘하면 흉터 지겠다. 어떻게 해. 아파?'
이러고 내 상처를 보며 선생님이 다친 거같이 더 아픈 표정을 하고 후후 바람을 불어주었었다. 그리고 갈 생각 없던 보건실로 데려가 치료 받게 했었지. 그리고
'누가 이렇게 놔두래. 흉터는 다행히 안 생긴다하지만! 여자애가 조심성 없게. 앞으로 조각 같은거 시키면 아프다고 선생님 이름대고 빼먹어!'
라고 하며 아프지 않게 내 머리에 달달한 꿀밤을 때렸던 거 같다. 이렇게도 선생님은 내게 잔인했다.
얼마 남지 않은 교무실까지 뛰어와 선생님을 찾았다. 하지만 찾는 선생님은 없고 뛰지말라는 다른 선생님들의 꾸중만 들려온다. 어디갔지? 이렇게 엇갈리다니.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벌써 와있었어?"
"선생님!"
뒤도는 나에게 말하는 목소리. 듣기만 해도 좋아. 선생님은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말한다.
"아픈 애가 뛰어왔어? 얼굴 빨간 거봐"
손에 쥐어져있는 음료수를 얼굴에 대준다. 매점에 갔다 온 건가?
"아까 기분이 안 좋아 보이 길래. 우리반장은 음료수 엄청 좋아하지? 그래서 선생님이 사왔어. 잘했지?"
네! 엄청요. 같은 반응도 못한 채 그저 선생님이 볼에 대주는 음료수를 받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좋다. 좋아해요.
"선생님."
내게 음료수를 쥐어주곤 자리에 앉던 선생님은 내 말에 응? 하며 말한다.
"좋아해요"
비록 선생님은 별 뜻 없이 받아들이겠지만 좋아해요. 엄청요. 진심으로 많이 좋아해요.
"응, 나도 좋아해"
그리고는 내 머리를 토닥여주고는 종이 쳤다고 나를 올려 보낸다. 저렇게 쉽게 대답하는 모습에 괜히 힘이 빠졌다. 역시 나를 여자로 안보는 거겠지. 나는 생각 외로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나보다 '나도 좋아해' 이 말 하나들었다고 이렇게도 심장이 뛰는걸 보면. 이제 시도 때도 없이 말해야겠다. 어느 순간 진심이구나 하고 서서히 느끼도록. 손에 쥐어진 음료수 캔을 주머니에 넣었다. 정말 선생님의 행동하나 말 하나에 이렇게 하루가 달라지다니. 신기해서 웃으며 교실로 걸었다. 교실로 들어서니 손을 흔들며 말하는 태형이가 가장 먼저 보인다.
"왔냐. 뭐 고백이라도 했어? 내말은 듣지도 않고 가버리더니"
왠지 모를 너의 표정을 신경 쓸 새도 없었다. 너무 어린 나는 나 신경 쓰기 바빴으니까.
"응. 해버렸다?"
담담히 말했다. 속으로는 사실 우리선생님의 나도 좋아해 란 말을 계속생각하고 웃고 있지만 이 사실을 너에게 알리고픈 마음은 없었다.
"..그래?"
왠지 모르게 아픈 얼굴을 하는 너를 보다 자리에 앉았다. 어두운 표정의 너를 보다 네가 보이게끔 자세를 고쳤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너의 손바닥을 끌고 와 손바닥에 한 글자씩 또박또박 써 내렸다.
'우리 태태 삐졌어?'
너의 손바닥과 내 손을 한참을 바라보던 너는 이해했는지 나를 보며 말한다.
"너는 정말.."
한숨 섞인 원망스런 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넌 대체 왜 날 원망하는 건데? 모르겠다.
"김태태. 화났지? 이 누나는 다 알아요"
내말에 너는 내 쪽으로 몸을 틀더니 말한다.
"그래."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에 괜히 놀라 장난으로 놀렸다.
"왜. 누나가 딴 남자한테 고백해서 화났어요?"
내 말에 너는 똑바로 내 눈을 쳐다본다. 너무 장난이 심했나 하는 순간 대답이 들린다.
"응."
한순간에 우리 사이에는 정적이 흐른다. 넘겨보려고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장난이지?"
"장난 아니야. 너 제대로 들어"
너는 내 손을 단단히 잡고 나를 바라본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상태가 부담스러워 괜히 눈길을 돌리자 너는 내 얼굴을 붙잡고 말한다.
“나 너 조..”
그 순간 우리선생님이 들어온다. 반가워 활짝 웃으며 선생님을 보고 있자 너는 짜증을 내며 내 얼굴을 놓아준다. 그런 너를 달래줄 생각도 못한 채 선생님을 보며 웃는다. 선생님도 그런 나를 보고 있었는지 나를 향해 웃어주고는 말한다.
"이번 시간 선생님께서 출장 가셨으니까 모두 자습해. 그리고 우리반장님께서는 나 좀 도와주고"
네! 하고 대답했다. 나에게 무언갈 말하려 하는 너에게는 미안하다 손짓으로 대신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말 듣고가."
내 손목을 잡는 니 손에서 원망과 미련이 느껴진다. 잠시 고민했다. 너의 이야기를 듣는게 좋을까?
"지금?"
"응. 지금"
단호하게 말하는 니 모습에 괜히 무서워 선생님이 있던 문을 보며 말했다.
"지금 말고. 나중에 들을래."
내말에 너는 내 손목에서 손을 떼고 헛웃음을 짓는다. 니 말을 듣는다면 우리 관계가 다 허물어질 거 같은 기분에 거절했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될까봐 못 듣겠다. 듣고 싶지 않다.
"미안해"
이 말을 너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선생님이 있을 교무실로 걸어갔다. 날 기다려주는 사람을 떠나 내가 기다려야하는 사람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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