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댓글 달아준 독자들도 감사요..^^ 행쇼S2
암호닉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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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김철수
캔디
계란라면
눈사람
쫑
루아
몽쉘 (급하게 추가ㅋㅋㅋㅋ)
빠진 사람 없져???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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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2 |
"또 햄버거야?"
은주가 수현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주문을 끝낸 수현이 은주를 내려다보았다.
"저번 주 내내 햄버거랑 피자만 먹고..."
"내일은 다른 거 먹자."
수현이 은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수현 때문에 둘의 점심식사는 늘 햄버거나 피자였다. 주문한 햄버거를 받으러 간 수현을 바라보며 은주는 문득 철수 생각이 났다.
"철수 씨는 나 라면도 먹지 말라하는데..저 인간은..."
*
"그래서 할머니 별장은 아직 멀쩡해? 옛날에 다 무너질 거 같다 했었잖아."
"아, 저번이랑 별로 다른 건 없었는데..그나저나 나 거기서 우리 할머니랑 증조할머니 아는 사람 봤어."
"진짜? 증조할머니까지 아시는 분이면 되게 오래사신 거네?"
감자튀김을 집어먹는 수현을 멍하니 쳐다본 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오래 사셨지-하며 기운없이 말하는 은주를 본 수현이 은주의 눈 앞에 감자튀김을 흔들었다.
"맛없어?"
은주는 정신을 차리고는 수현을 쳐다봤다.
"당연히 맛없지! 주구장창 햄버거야!"
은주는 실실웃는 수현을 한 번 노려보고는 햄버거를 앙-하고 물었다.
*
자취방으로 돌아온 은주는 책상 위에 놓여진 할머니의 일기장을 펼쳤다.
'1965년 10월 31일 아무 쓸모도 없는 폐병! 죽어버려!'
조그만 글씨들이 빛바랜 종이에 가득했다. 어렸을 적부터 폐병을 앓았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안쓰러움과 할머니에게 못 해준 것들이 생각이나 더 마음이 아팠다. 다음장으로 넘기자 익숙한 이름 등장했다.
'1965년 11월 5일 그 아이의 이름은 철수다. 철수는 이제 나와 밥을 먹는다. 철수는 머리 쓰다듬는 것을 좋아한다.'
'1965년 11월 17일 철수의 또다른 모습을 보았다. 그래도 나는 철수가 좋다.'
'1965년 12월 1일 철수는 오지 않는다. 강아지들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던데 보고싶다.'
'1965년 12월 2일 서울로 이사를 왔다. 철수가 보고 싶다.'
은주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차 올랐다. 전부 철수의 이야기로만 가득했다. 할머니가 철수를 얼마나 아꼈을 지 눈에 보였다. 은주는 철수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빛바랜 종이에 은주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1965년 12월 5일 눈이 온다. 철수와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는데.'
*
"남자주인공 진짜 멋있었어. 마지막에 총을.."
신나게 이야기하던 수현이 멍하니 있는 은주를 불렀다.
"영화 재미 없었어? 그렇게 보고 싶다고 하더니..."
"아니야, 듣고 있어. 계속 얘기해."
어제 밤이 새도록 철수 생각만 했다. 철수는 할머니가 떠나고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태어난 곳은 어디고 어쩌다 할머니를 알게 되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가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수현과 평소 때처럼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은주는 이 상황이 고리타분하고 질렸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수현을 보자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데이트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미웠다.
"너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왜 이렇게 힘이 쭉 빠졌어."
수현이 걱정스레 물었다. 은주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래. 과제가 너무 많았어."
"휴, 일어나. 데려다줄게."
"늦게까지 공부만 하지 말고 잠도 푹 자고, 되게 피곤해보이니까."
"응, 나 땜에 데이트도 제대로 못 했네. 미안해..오빠."
"뭐가 미안해. 사랑하는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 자꾸하는 거 아니래. 가 볼게. 잠 안오면 전화하고."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은주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춘 수현이 엘레베이터의 문이 닫힐 때까지 은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은주도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수현에게 잘 가라며 인사를 했다. 도어락을 풀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 안에 들어섰다.
"힘들다.."
코트를 벗은 은주의 시선이 책상 앞 그림에 머물렀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머리 속을 가득 메우는 철수의 얼굴, 손, 말투가 짜증났다. 아니, 짜증이 난다기보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얼른 금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느릿느릿 일어난 은주가 커튼을 치고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달력을 힐끗보니 빨간색으로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금요일이다."
천천히 준비를 하며 옷을 챙겨입었다. 마침 일찍 끝나는 날이라 적어도 3시엔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학교 가기까지 시간이 넉넉히 남아 엄마가 보내준 반찬을 작은 반찬통에 옮겼다. 은주가 제일 좋아하는 장조림도 쌌다.
"얼마 안 남았는데..내가 다 먹으려고 했는데.."
조금만 싸겠다고 생각하면서 손은 듬뿍듬뿍 담고 있었다. 제일 많이.
평소라면 금요일 강의시간이 가장 짧다고 느껴졌을 법한데 시간은 정말 느릿느릿 갔다. 30분 쯤 지났겠거니 하고 시계를 보면 고작 3분이 흘러있었다. 교수님이 무엇을 설명하는 지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작은 진동이 울렸다. 수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끝나고 정문 앞에서 만나자.'
'나 오늘 강원도 가 봐야 돼ㅠㅠ 어쩌지?'
메시지를 보내고 책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진동이 다시 울렸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강원도 도착하면 전화하고.'
*
강의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인사를 하는 동기들에게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캠퍼스를 후다닥 달렸다. 택시를 잡아 자취방으로 향했다.
자취방에 와서 먹을 것을 챙겼다. 인스턴트를 싫어하는 철수 때문에 가방에는 과일로 가득했다.
"다 챙겼나?"
가스밸브와 베란다 문을 잠그고 신발을 신는데 침대 옆에 놓여진 기타케이스가 보였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타를 어깨에 멨다.
생각보다 도로는 한산했다. 그래도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장장 세 시간을 달린터라 피곤이 밀려왔다. 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당에 있는 평상에 앉아 무언갈 하는 철수가 보였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철수 씨!!"
양손에 짐을 한가득 쥔 은주가 별장을 향해 뛰어갔다. 평상에 앉아 글씨연습을 하던 철수가 은주를 보고는 신발을 대충 구겨신고 은주에게 달려갔다.
"저 기다리고 있었어요?"
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주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하루종일 철수 씨 기다렸어요. 히히."
철수는 양손 가득 무언갈 들고 있는 은주를 내려다보곤 은주의 짐을 자신이 들었다.
"어, 제가 들어도 괜찮은데.."
"무거워요. 이거 들고 있으면 은주 키 더 작아집니다."
"참나, 철수 씨도 그렇게 막 큰 건 아닌데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크게 말하는 은주를 내려다보며 살짝 웃은 철수는 은주보다는 큽니다-하고 반박했다. 은주는 철수의 팔을 툭치고는 별장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여보세요? 오빠, 나 지금 도착했어."
'정말? 일찍 도착했네. 오늘 강원도 되게 춥대. 옷 따뜻하게 입고 갔지?'
"응, 오빠도 금요일이라고 또 술 진탕 먹지 말고.."
짐을 풀고 있는데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워 힐끗 쳐다보자 철수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은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오빠 내가 이따 다시 전화할게."
통화를 급히 끝낸 은주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철수에게 다가갔다.
"표정이 왜 그래요? 오늘은 라면 안 싸 왔어요."
"남자소리."
"응?"
"남자 목소리 들렸습니다."
철수는 은주가 들고 있는 네모난 물건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기분이 매우 거슬렸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 기분은 그 옛날 지태가 순이의 손을 잡고 있거나 순이와 함께 있을 때나 드는 기분이었는데 왜 은주에게서 이런 감장을 느껴야 하는 지 또 머리가 복잡했다.
"애인이에요."
"애인? 그게 뭡니까?"
처음 듣는 단어였다. 그 동안 읽어온 책들에서는 애인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서도 애인이란 단어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근데 매우 거슬리는 단어인 것은 확실했다.
"사랑하는 사람. 그게 애인인데."
"그럼 그 목소리주인이 은주 애인?"
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도 내 애인이고, 나도 그 사람 애인이에요-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은주가 미웠다.
"철수 씨는 애인 없어요?"
은주가 살풋 웃으며 철수에게 물었다. 철수는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은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순이, 순이가 내 애인입니다."
은주는 왠지 모를 실망감이 들었다.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아쉬운지 알 수 없었다. 철수는 하마터면 자신의 애인이 은주라고 말할 뻔 했다. 왜 내가 애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순이가 아니라 은주인 지 기분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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