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다. 끝이 없는 복도. 유권은 힘겹게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리 뛰어도 어둠만이 자신을 기다릴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벽에 몸을 기대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물렀다. 멤버들은 다 어딨는 거야…. 한참 다리를 주무르다 이내 유권은 아차 싶어 바짓주머니를 뒤적인다. 휴대폰! 병신같이 잊고 있었구나.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멤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신이 간당간당 불안정했다. 제발 되라…. 몇 번을 시도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휴대폰에 유권은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다시 쑤셔 넣고는 무겁게 한숨을 쉰다. 한줄기의 희망이 절망감으로 뒤덮였다. 쪼구려 앉아 이런 지랄 맞는 상황에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렀지만, 그저 돌덩이가 굴러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아오! 이런 돌대가리!
"여기서 썩어가긴 싫어!"
유권의 촉촉이 젖은 울부짖음이 복도 곳곳에 애절하게 울러 퍼졌다. 그 순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새하얀 종이비행기가 날아오더니 유권 근처에 힘없이 툭 바닥에 떨어진다. 종이비행기? 재빨리 몸을 일으켜 비행기가 날아온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조심스레 종이비행기를 주어 펼치는 유권. 빨간 글씨로 적혀있는 문구.
'지난 주말 너의 입가.'
…? 이게 무슨 말이지? 뜻을 캐내려고 한참을 그 글씨를 들여다보려 하니 눈이 침침한 게 따가웠다. 지난 주말 너의 입가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문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일단 종이를 곱게 접어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고개를 드는데 분명 아무것도 없는 딱딱하고 차가운 벽에 웬 아깐 보지도 못한 문 하나가 자신을 반기고 있다.
……. 열어도 되겠지? 조심스레 다가가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유권. 뜻밖에 안 열릴 줄 알았던 문이 열리고, 경계를 풀지 않고 빼꼼 얼굴만 내밀어 안을 살피려는 순간.
"유…. 유권!"
"어! 여기서 혼자 뭐 하는 거야!"
축 늘어트렸던 몸을 일으켜 반가운 듯 그대로 유권을 껴안는 지호. 흑흡……. 여기 존나 병신이야. 킁! 유권의 옷에 차오르는 콧물을 시원하게 풀고는 다른 멤버들은 봤느냐고 묻는다. 고개를 저어 보이는 유권. 그리곤 아까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종이를 꺼내 지호에게 건넨다. 지난 주말 너의 입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종이를 뒤집어 뒷면도 살피며 이리저리 단서를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 문제가 뭔데?."
유권의 물음에 지호는 아까의 그 허탈함과 분노가 다시 치밀러 벽에 한 번 발길질한다. 그런 지호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한 번 봐주고는 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문제를 확인하는 유권. 제일 잘생긴 멤버? 무슨 문제가 이렇게 구려.
"……. 아, 좀 짜져있어. 으음, 잘생긴 멤버라…."
솔직히 없는데…. 나라면 모를까. 유권은 문제를 유심히 바라보며 추리를 했다. 아마 이 문제를 낸 사람은 우리가 말하지 않을 답을 예상하고 냈겠지. 그렇다면.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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