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S2 |
송중기
김철수
(이 짤은 봐도봐도 설렘..ㅜㅠ) 캔디
계란라면
눈사람
쫑
루아
몽쉘
순이
꾸앙
방화범
츄파
신의퀴즈
나의 왕자님
빠진 분 없져?? 있으면 소금소금.. |
늑대소년2 |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은주와 철수 둘 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은주, 배 안 고픕니까?"
어색함을 참지 못한 철수가 은주에게 말했다.
"철수 씨, 배고파요?"
"조금 고픕니다."
은주는 철수에게 바나나를 건넸다.
"밥 해줄테니까 바나나 먹고 있어요."
가스버너를 가지러 트렁크에 가는 은주를 바라보며 별의 별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다 은주에게서 순이를 보고 있는 자신이 미웠다.
가스버너를 꺼내던 은주는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한 지 알 수가 없어 짜증이 났다. 지금 이 기분은 예전에 수현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낀 그런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수돗가에서 쌀을 씻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철수가 바나나 한 송이를 다 먹어 치운 것을 보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많이 먹으면 밥 못 먹잖아요."
"먹을 수 있습니다. 빨리 밥.."
우리 엄마도 내가 밥 달라고 칭얼거렸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은주는 철수가 귀여워 철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미안해요."
흠칫하며 손을 뗀 은주는 버너에 불을 키고 냄비를 올렸다. 철수가 자신을 쳐다보는 게 느껴져 시선을 회피했다.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따뜻한 손이 순이가 처음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날이 생각나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은주."
"네?"
"나는 머리 쓰다듬어 주는 거 좋아합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은주가 바닥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수는 자신을 봐 주지 않는 은주가 조금 답답했다.
*
"장조림 좋아해요?"
"고기는 좋습니다."
반찬통의 뚜껑을 여는데 장조림만 양이 가득가득했다. 밥을 먹을 때 이야기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철수와 있을 때면 말이 많아지는 기분이었다.
"나 우리 할머니 일기장 봤어요."
"그거 가져왔습니까?"
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철수 씨 얘기 되게 많이 나와요."
"저도 압니다."
"기분이 어때요. 우리 할머니가 철수 씨 많이 좋아한 거 같은데."
"기분 좋아요, 나는 나 혼자서만 순이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순이도 나 좋아해서 다행입니다."
철수가 정말 기분 좋은 듯 웃자 은주도 왠지 자신의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아 활짝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은주는 손을 호호 불며 설거지를 했다. 별장 안에 수도가 고장이 나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설거지를 해야했다.
"수도를 얼른 고치든가 해야지, 이러다 손 다 얼겠네."
철수는 창문으로 보이는 은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수컷늑대는 평생 단 한 마리의 암컷만을 둔다고 했다. 자신은 늑대인데 왜 순이와 은주, 두 사람을 좋아하는 지 의아했다. 그냥 자신이 돌연변이인가보다 하고 치부하기엔 마음이 언짢았다. 설거지를 다 마친 은주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철수 씨, 우리 내일은 수도부터 고쳐야겠어요. 손이 아주 꽝꽝 얼었네. 아유 손시려.."
손이 시려운지 계속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은주에게 철수가 말했다.
"손 주세요."
"왜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낸 은주가 철수의 손에 자신이 손을 올렸다. 자그마한 손이 귀여워 살짝 웃고는 은주의 손을 잡았다.
"은주는 다 작습니다. 눈도 작고 코도 작고 입도 작고 키도 작고 손도 작고 머리도 작고..."
"나 눈 커요.. 근데 철수 씨 손 디게 따뜻하다.."
입을 조물조물 움직이는 은주를 본 철수는 순이가 겹쳐보여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소파 옆에 있는 기타케이스가 보였다.
"이거, 기..기타입니까?"
"웅..그거 기타에요."
철수가 기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은주를 쳐다보았다.
"기타..쳐 달라고?"
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주는 안 친 지 되게 오래 됐는데...하며 기타를 튜닝하기 시작했다.
*
"큼..이거 우리 할머니가 알려준 건데..내가 매일 잠자기 싫다고 그러면 할머니가 불러준 거에요. 듣기 싫어도 끝까지 다 들어요."
은주의 손이 줄을 튕기자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밤새도록 창 밖에 햇님이 뜨길 기다려요.."
철수는 은주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리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순이가 딱 한 번 불러준 노래였지만 왜 그렇게 뇌리에 박혔었는지. 그 이후로 계속 불러달라고 졸랐었는데..47년 만에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은주는 노래를 부르면서 철수의 눈치를 보았지만 평소처럼 무표정이었다. 노래가 이상한가 싶어 노래를 멈췄다. 노래를 멈추자마자 철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더 불러줘요. 은주 목소리 예쁩니다."
"노래 좋아요?"
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주는 기타를 고쳐메고는 다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내 손 잡아줘서..고마워요 내 눈 바라봐서 고마워요 내가 그리던 왕자님..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줘서...."
철수는 그 옛날 순이에게 했던 것처럼 은주에게 다가갔다. 은주는 민망함에 고개를 떨구고 손만 만지작거렸다. 철수의 따뜻한 손이 머리에 닿자 화들짝 놀란 은주가 고개를 들었다.
"은주, 노래 잘 합니다. 나 계속 듣고 싶어요."
순이에게는 하지 못했던 말을 은주에게 전했다. 은주는 볼이 발그레해짐을 느꼈다. 이..이거 2절도 있는데-하며 어버버거리자 그게 귀여웠는지 철수는 은주의 머리만 연신 쓰다듬었다.
*
밤이 되자 샤워를 하려 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은주를 본 철수가 은주에게 다가갔다.
"은주는 목욕탕 알아요?"
"목욕탕? 이 동네에 목욕탕 있어요?"
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주는 그런데 좀 멉니다-하는 철수를 뒤로하고는 별장 밖으로 나갔다.
"얼른 타요! 목욕탕 가게!"
시내로 나가자 '24시 사우나'라고 써 진 초록색 전광판이 떡하니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철수에게 씻고 나오라며 수건을 건넸다.
"먼저 나오면 기다리고 있어요."
여탕문을 열고 들어가는 은주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는 거라면 누구보다 잘 할수 있었다.
은주는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니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다가 문득 수현의 생각이 났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종일 수현의 생각만 했을텐데 왜 지금은 철수 생각만 하게 되는지 몰랐다. 혹시 내가 철수 씨를 좋아하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다. 자신과 수현은 예전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수현과 무얼하든 설레고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권태긴가봐..."
무릎에 고개를 묻고는 수현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 한숨을 쉬었다.
다 씻고 나온 철수는 카운터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여탕의 문을 쳐다봤다. 은주는 철수가 기다릴까봐 얼른 씻고 옷을 챙겨입었다. 철수에게 줄 맥반석 계란도 샀다. 문을 열고 나가자 철수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안, 오래 기다렸죠?"
철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은주가 주머니에서 계란을 건넸다.
"목욕 다 하고나면 이거 먹는 거에요. 목 막히니까 천천히 먹어요."
철수가 말없이 계란을 깠다. 은주는 차에 시동을 걸고 히터를 틀었다. 하품을 하고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눈 앞에 매끈한 계란이 보였다.
"먹어요."
"철수 씨 먹어요, 나 주머니에 있어요."
눈 앞에 계란을 치우지않는 철수를 보자 철수가 먹으라며 손짓했다. 은주가 살짝 웃고는 고맙다며 계란을 앙-하고 물었다. 은주가 계란 하나를 다 먹자 철수는 손을 은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먹네, 우리 은주."
그 옛날 순이가 했던 것처럼 말하며 은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은주가 맑은소리로 웃으며 철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철수가 손을 황급히 뗐다. 은주의 웃는모습을 보니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도정비공에서 내일 공사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워낙 낡은 집이라 시간이 걸릴 것이라 했다. 은주는 상관없다고 했다.
"집 왜 고칩니까?"
"그야..."
은주는 왜 이 별장에 계속 와야하는 지 몰랐다. 모든 일을 뒤로하고 이 낡은 별장에 오고 싶어했는지, 이 곳에 오는 날만 기다려야 했는지.
"그야 철수 씨랑 계속 지내려구요."
이유는 간단했다. 철수가 보고 싶었으니까.
별장 안은 난방조차 되지 않아 입김이 폴폴 나왔다. 철수는 온실로 가자며 은주를 이끌었다. 은주가 철수의 의자 위에 겉옷을 올려놓고 방 밖으로 나가자 철수가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은주는 철수 옆에 쪼그리고 앉아 꽃을 가리켰다.
"이 꽃 이름이 뭐에요? 철쭉인가?"
"꽃 이름은 모릅니다. 꽃말은 압니다."
"뭔데요?"
은주가 고개를 들어 철수를 바라보았다. 서 있던 철수가 은주의 옆에 앉아 화분을 만졌다.
"아직도 기다립니다."
은주는 목이 막혀 왔다. 철수의 기다림의 대상은 늘 할머니였겠지. 마음이 욱신욱신거렸다. 철수는 늘 순이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은주를 기다리고 싶은지 누군가 답 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
아 꽃이름 찾으려고 구글링까지 했는데 끝내 안 나오네...;;;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고마워여^~^ 철수가 하는 행동들은 죄다 인터뷰 모은건데 감독님 인터뷰 되게 많이 하셨네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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