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다이어트라는 끝없는 숙제 덕에 매일 같은 시간에 동네를 돈다.
어제는 날 이뻐라하는 선배가 복학한 기념으로 술을 좀 과하게 마셨더니 몸이 영 찌푸둥하다. 오늘은 30분만 하다 가야지.
열심히 뛰고 있는데 앞서 뛰어다니는 남자가 보인다. 어느날부터 보이기 시작한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간에 보인다.
딱봐도 몸이 좋은게 보인다.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한 찰나 남자가 살짝 뒤를 돌아본다.
와, 잘생겼다. 반밖에 못 봤는데 잘생겼다는게 보일정도다. 아, 운동하는 곳에 훈내나는 남자가 있다니... 내 모습이 초라해지잖아.
"어머, 학생. 오늘도 나왔네?"
"아, 예. 안녕하세요."
항상 저녁에 운동하시는 아주머니들 무리. 먹을 걸 엄청 챙겨오셔서는 나한테도 건네는데, 몇번을 얻어먹었다. 그 이후로 인사도 하면서 가끔은 얻어먹기도 하면서 지낸다.
"어젠 안 나왔던데, 무슨일 있었어?"
"아, 그냥 약속이 있어서요."
"남자친구?"
"에이, 아니예요."
"남자친구는 있고?"
"네?"
"어머, 있나보네."
"젊으니까. 저때면 남자친구도 사귀고 해봐야지. 젊은건 좋은거야."
내 대답은 듣지도 않으신채 나에게 먹을걸 건네신다.
"아니예요, 저 오늘 저녁 먹고 와서요."
"그래? 그럼 거기 총각 먹을래요?"
옆 벤치로 말으 거시길래 쳐다보니 아까 그 남자다.
"예? 저요?"
목소리에 좀 어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머, 총각 참 잘 생겼네. 몇 살이야?"
"저 21살이요."
"ㅇㅇ이가 22살이랬지?"
"네."
"둘이 친하게 지내면 되겠네. 이 시간에 운동하러 오는 사람이 아줌마들밖에 없어서 ㅇㅇ이 심심했을텐데."
"아, 안녕하세요."
"아, 예."
"총각은..."
아줌마가 이름을 물어보시려는 타이밍에 전화진동이 울린다.
"받아, 받아."
"아, 네. 여보세요? 아... 지금 밖이에요. 아니요, 그냥 동네 돌고 있어요. 그냥 좀 답답해서요. 네. 알겠습니다."
되게 깍듯하게 받네.
"부모님?"
"아, 뭐..."
"부모님한테 되게 깍듯하네. 요즘 애들은 다들 반말쓰던데. 우리 딸만 해도..."
또 아주머니들의 자식욕을 시작하셨다. 이러시다가도 결국은 자식자랑으로 끝난다는 불변의 법칙이 있긴하지만.
"저 먼저 일어나볼게요."
"어, 그래. ㅇㅇ아 조심히 들어가고."
"네."
꾸벅 인사하고 천천히 걸었다.
"총각도 가? 총각도 조심히 가."
"아, 예."
내가 산책로를 나올때까지 내 뒤에서 조용히 온다. 이상한 사람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내가 산책로를 빠져 나올때 나를 지나쳐서 간다. 아님 다행인거고.
이제 못만나겠지 했는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또 만났다. 물론 고개로 끄덕 인사만 할뿐이였지만.
"저기요..."
"네?"
"물 있으세요?"
그 사람의 손을 보니 빈 물통이 보인다.
"아, 예."
물을 건네니, 고맙다는 듯이 살짝 웃더니 고개를 들어 물을 마신다. 아... 목젓 대박.
"감사해요."
"아니예요."
이렇게 제대로 쳐다본적이 없었다가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쳐다봤는데, 누굴 닮았다. 누구지....
"왜요?"
내가 너무 뚫어져라 쳐다본건지 당황한다.
"아니, 누굴 닮으신 것 같아서."
"누, 누구요?"
"그게 기억이 안나서... 되게 유명한 사람인 것 같은데... 아, 누구더라..."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웃으니까 더 잘생겼네.
"그냥 빈말이구나."
"아니요! 아, 진짠데... 나중에 기억나면 말해줄게요."
"그럼 ㅇㅇ씨 생각날 때 듣게 번호 좀 줄래요?"
"예?"
"번호요. 나 지금 완전 용기내서 물어보는건데..."
헐, 나도 드디어 번호라는게 따이는구나... 떨리는 손으로 안 떨리는 척 번호를 찍어줬다. 웃는거 보니까 더 잘생겼네.
"스포츠 좋아해요?"
"아, 뭐... 올림픽 챙겨보는정도?"
"그럼 태권도 봤어요?"
"예. 당연히... 헐."
누구 닮았는지 알겠다. 아니, 누군지 알겠다.
"맞죠?"
"네? 뭐가요?"
모른척하는 저 말투. 확실하구나.
"태권도. 그... 그 이대훈선수, 맞죠?"
또 한 번 씩웃는다. 그래, 저 얼굴이야. 저렇게 잘난 얼굴을 왜 몰라 본거야. 잘생겼다고 친구랑 난리친게 불과 몇달 전 일인데.
"난 그래도 메달도 따고 그래서 내가 유명한 줄 알았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아무도 못 알아보고."
"미안해요. 아니, 태릉쪽 살긴해도 진짜 운동선수랑, 그것도 국가대표랑은 산책로를 같이 걸을 줄 몰랐죠... 아무튼 진짜 대박이다."
"나 이제 매일은 못 나오는데... ㅇㅇ씨한테 번호 물어보려고 감독님하고 코치님한테 욕먹으면서 매일 밤 나온거예요."
이거 꿈 아니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주말에 나랑 만나주기. 거부권은 없어요."
또 씩 웃는다.
"또 코치님한테 전화오네요. 산책로 나가는 길까지만 데려다줄게요."
"아... 네."
진짜 대박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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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 똥글망글ㅠㅠ
그래도 써보고 싶어서 써보았는데....
반응 있으면 다른 아이들도....
소근소근 사실 몇 개 써둔게 있.....ㅋㅋㅋㅋㅋㅋㅋ
없으면...............................
그냥 짜질게요 소금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