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병신. 오메가 냄새나니까 꺼져."
"지랄을 해요."
학교 안 시끌벅적한 쉬는 시간에 내 귀에 꽂히듯 들려오는 저 소리. 알파라는 아이들에게는 병신이라는 말보다 기분 나쁘게 반응하는 오메가. 학교라는 곳에서는 교사들도 모르게 알파와 베타, 오메가가 입학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달 정도만 지나면 서로의 피를 알아채고는 무리지어 생활을 한다. 오메가가 학교라는 사회에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알파 옆에 병신처럼 붙어있거나 오메가끼리 뭉쳐있거나 자신을 숨기거나.
"자자. 다들 조용히하고. 이제 좀 있으면 방학이라고 너무 놀지말고. 너네 곧있음 고3이다. 문제들 일으키지말고. 가라."
담임의 가라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끄러워지면서 한 명씩 교실을 빠져나간다.
"오싹. pc방 콜?"
"됐다."
"기말도 끝났는데, 놀자 좀. 이 범생아."
"나 오늘 약속있어."
"아, 뭐야. 또 그 친구?"
"어."
"니네 사귀냐? 어떻게 그렇게 붙어다니냐?"
"사귀면. 뭐."
"어, 시발. 얘 봐라? 얘 윤석영하고 진짜 사귀는거 아니냐?"
"알파가 남자끼리 사귀는거 봤냐? 저 새끼 또 소설 쓰니까 적당히 놀려먹어라."
"됐고. 나 간다."
"그래. 꺼져버려라."
오늘도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며 윤석영의 집으로 향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데 이래저래 잘난 친구다.
알파에다 공부며 운동이며 외모며 빠지는게 없는지라 꼬이는 여자도 많고. 그 덕에 부러움의 눈총을 나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가 서로 갈리고 그 이후에도 이렇게 방과 후면 종종 만나곤 한다.
"왔냐?"
"엉."
"밥은?"
"배 안 고파."
"먹어야지."
"별로."
집으로 들어서자 윗옷은 어디다 벗어뒀는지 바지만 입고 윤석영이 나를 반긴다. 쇼파에 가방을 두고 오면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떨어트렸다.
"아, 씨."
"바보새끼."
"지랄."
시덥지 않은 욕으로 대화를 끝내고 화장실을 가다 열려있는 방 문을 생각없이 들여다 보다 여자의 벗은 몸이 보였다.
"또 냐?"
"뭐가?"
내 턱 짓에 아아하며 끄덕인다.
"자달라고 매달리는 알파를 내보낼 수가 있어야지. 오메가도 아니고."
"존나 넌 그러다 에이즈걸리겠다."
"이 형님이 다른건 몰라도 피임은 죽이게 해요."
"잘나셨네."
"이제 알았나?"
"죽어라 새끼야."
시끄럽게 투닥거려도 깨지 않는 여자가 대단하다고 느끼며 다시 쇼파에 앉아 티비 리모컨을 돌렸다.
"와, 요즘 세상 좋아졌네."
"엉?"
쇼프로그램을 보던 윤석영이 턱짓으로 가르킨 여자연예인을 봤다. 요즘에 꽤 인기있는 가수.
"왜? 쟤가 뭐."
"쟤 오메가야."
"뭐?"
오메가가 연예인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에다가 난 단한번도 저 여자가 오메가라는 말을 못 들었다.
"발정났었을 때 한 번 봤거든."
"다른 사람 아니야?"
"저번에 길가다 단내가 나길래 그 쪽으로 가보니까 저 여자가 나한테 매달려서
발정난 고양이마냥 갸르릉 대더니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끌고 가더라."
"헐."
진짜 헐이다. 어떻게 살아남는거지? 저 연예계에서? 흔해 빠진 오메가 몸을 받친다고 누가 힘을 써줄까?
"근데 장난아니더라."
"응?"
"나 솔직히 살짝 흔들렸거든. 냄새가..."
히트사이클이면 오메가는 알파를 유혹하기 위해 몸에서 자신만의 향기가 난다. 그 향기에 취해 알파는 오메가에게 씨를 뿌리고.
"왜. 잘나신 알파 윤석영이 오메가 따위의 냄새에?"
"너도 맡아봐야되. 진짜 취하더라."
윤석영이 저럴정도면 대단한거다. 그 여자도. 잘난 알파 윤석영은 알파만 취급한다.
뭐 보면 오메가랑 아예 안 자는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웬만해선 알파만. 그래서 진짜로 윤석영이 대단한거 겠지.
"대단하다. 너도."
"이제 알았냐?"
"라면이나 끓여와. 배고파."
"넌 언제 총각딱지 뗄래? 알파 중에 이 나이까지 총각딱지 안 뗀건 너밖에 없을껄?"
"어머나. 그런 천연기념물이 있단 말이야?"
반박하려던 차에 갑자기 들리는 여자목소리에 놀랐다. 아, 아까 그 여자구나.
바지는 어디다 뒀는지 윤석영의 큰 티만 한장 달랑 걸치고 와선 내 옆에 앉는다.
"나도 라면. 대단하신 윤석영이 끓인거 한 번 먹어보자."
"야. 너 가."
"누나한테 야가 뭐니?"
"가. 옷도 니 옷 입고."
"뭐야. 침대에선 매너 좋더만."
알고 싶지 않던 윤석영의 침대 속 사정까지 알게 생겼다.
"자자. 그만들 하시고. 윤석영 너는 라면 끓여와. 이 분 것도."
"오재석."
"그럼 쫓아낼까? 그럴거면 나도 쫓아내."
"됐다, 됐어. 끓인다."
투덜투덜거리며 부엌으로 향한다.
"윤석영 본처가 너구나?"
"네?"
"유명하거든. 우리학교에서도. 윤석영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본처가 있다고."
"본처... 저 남자예요."
"요즘 세상에 남자끼리 잠도 자고 하는거지."
"석영이랑 그런 사이 아니예요."
"너도 냄새 안 나는거 보면 알파같은데 그러겠지. 근데 진짜로 한 번도 안 했어?"
"예?"
"섹스. 안 해봤냐고."
"예... 뭐..."
"진짜로? 그럼 이 누나랑 한 번 잘래? 누나가 잘 해줄게."
"아니요."
"야! 너 오재석한테 꼬리치지 마!"
귀도 밝다.
"나정도면 괜찮지 않나?"
얼굴도 이쁘다. 몸매도 좋고. 내 팔을 끌어앉으며 닿는 가슴으로 보아하니 크기도 꽤 되는 듯 싶다.
"관심 없어요."
"완전 철벽이네.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거야?"
"별로... 그냥 관심이 없다고 해두죠."
"뭐야? 그 애매모호한 대답은?"
자꾸 캐묻는 여자를 뒤로하고 부엌쪽으로 향했다. 라면 끓이기가 막바지로 다달했고 여자는 계속 뒤에서 쫑알거리며 쫓아온다.
"다 됐어?"
"어. 먹자."
"윤석영이 끓인 라면까지 얻어먹고 이 집 나가는건 내가 처음인가?"
"오재석 아니였음 넌 진작 쫓겨났어. 쫑알거리지말고 라면이나 먹어."
"까칠도하셔라."
여자랑 관계를 하는 건 좋지만 골빈여자나 쓸데없이 잔머리 굴리는 여자를 싫어한다. 이 여자는 후자.
"너네 둘은 자봤어?"
"네?"
"섹스해봤냐고."
윤석영은 사레 걸렸는지 기침을 해댄다.
"아니요. 안 해봤다니까요."
"진짜?"
"아, 진짜 밥 먹으면서 그런걸 물어!"
"그냥 그 유명한 본처랑 사귀는 게 아니라면 섹스프랜드인가 하고."
"그냥 친구예요. 순수하게."
"글쎄."
"라면이나 먹죠."
라면을 다 먹고 안가겠다고 버팅기는 여자를 윤석영이 기여코 쫓아냈고 시간이 꽤 되서 나도 가봐야겠다며 일어났다.
"가게?"
"뭐 시간도 늦었고."
"내일도 와?"
"글쎄. 학교애들이 너랑만 논다고 난리던데."
"그럼 계속 나랑만 놀아."
"내일 보자."
내일 보자는 말에 웃는 얼굴로 끄덕인다. 얼굴을 보아하니 여자 울리게 생기긴했다.
밖을 나오니 춥다. 아직 겨울도 아닌데 이미 겨울날씨다. 내일부터는 외투도 입고 나와야겠다. 크고 높은 집 대문이 보인다.
'누구세요?'
"저예요."
'막내도련님?'
"네."
긴 정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가니 나를 뺀 가족들이 앉아있다.
"왔니?"
"예."
"학교는 다닐만 하고?"
"나쁘지 않아요."
"이번에도 전교 1등했더구나."
"예."
"대학은 결정했니?"
"아니요. 천천히 생각하려구요. 아직 1년 남았으니까요."
"그래. 이 아빤 니가 잘해줘서 너무 고맙구나."
"저 올라가 볼게요."
"그래."
친엄마가 아닌 어머니와 친아버지, 그리고 피가 반만 섞인 누나. 나는 이 알파의 집안에서 빌어먹을 오메가인 걸 처음 안 건 15살 때 였다. 그 전까진 내가 알파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어머니와 아버지의 친 아들로만 생각했지. 하지만 15살, 히트사이클이란게 처음 왔다. 워낙 요즘엔 발육이 빠른지라 히트사이클이 처음 오는 나이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걸 뉴스를 통해 봤을 뿐 나는 알파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의 일은 아니겠지하고 넘겼다. 아, 이게 발정이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온 몸에서 열이 나고 정말 아무나 붙잡고 제발 박아달라는 천박스런 말까지 하고 싶은 지경이였다. 그 때 들어온 어머니가 쥐어주신 약을 먹고 거짓말처럼 싹 가라앉았다. 알파치고는 인정이 많은 어머니 덕에 나는 이 집에 붙어살 수 있었던 거다. 그 이후로 나혼자 불편해 하며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벽을 치기 시작했다.
"들어가도 되?"
똑똑 하는 소리와 함께 누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또 석영이네 있다가 온거야?"
"석영이 아니면 놀 사람 없어."
"너... 그러다..."
"누나. 나 약 잘 먹고 있어."
부자들 사이에서만 돌고 있는 이 약. 오메가들의 히트사이클을 억제하는 약이다.
부작용으로 약간의 두통이 오긴하나 오메가로서의 삶을 사는 것보다 그 두통을 느끼는 게 훨씬 낫다.
"그래도... 알파 사이에 섞여있어도 흠 잡을 곳 없는 너란 걸 알지만... 너무 붙어있다보면..."
"괜찮아. 벌써 몇 년 째인데. 학교에서도 아무도 몰라."
"그래. 그리고 너 엄마랑 아빠한테 좀 살갑게 해. 사춘기가 온거야?"
"그냥... 그냥 어머니한테 미안해서."
"뭐가."
"친아들도 아닌데... 알파도 아니고..."
"쓸데없는 소리할거면 씻고 잠이나 자. 너는 오메가던 알파던 베타던 우리 가족이야."
"누나. 고마워."
"고맙기는 그래도 석영이 조심해."
"응."
쓸데없는 걱정은 누나가 훨씬 많이 한다. 태어날 때부터 알파의 교육만 받고 자란 내가 알파보다 더 알파같을 것이란건 잘 알거다.
돌연변이 오메가인 내가, 알파보다 더 재능있는 내가 들킬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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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ㅏ.... 막상 쓰긴썼는데 올리려니 참으로 당사자들에게 미안하네요.....ㅠㅠ
이건 그냥 반응 보기용이라.....음...
반응 안 좋으면................ 그냥 저 혼자 상상하며 즐기죠, 뭐.......
매번 댓글 써주시는 독자분들 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하고 스릉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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