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50℃
written SOW.
7-1.
"반팅? 그게 뭔데?"
여주가 말을 내뱉자마자 주현을 비롯한 아이들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숨기는 꿍꿍이가 아주 다분해 보였다.
정말 반팅을 모르는 듯한 여주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던 아이들은 순진하디 순진한 여주를 골려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반끼리 뭐 먹는거야. 너 뭐 먹을래."
"나 돈까스!"
주현은 돈까스를 먹자는 여주의 말에 대충 끄덕이고는 바로 옆반인 태형의 반으로 향했다. 반팅의 주선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전정국이 지금 김태형이랑 박지민이랑 떠들고 있을게 뻔하니까. 야 김태형.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였으나
주현의 예쁘장한 외모덕에 태형의 반 남자아이들은 물론 여자아이들조차 고개를 돌려 주현을 바라보았다. 입학하기 전 부터 유명했던
주현이었고, 더 유명해지게 된 이유는 바로 지민과 태형, 정국과 친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지민과 태형이야 그렇다쳐도, 정국과 친하게
지내는 여자애는 주현이 유일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주현은 예뻤고, 정국은 잘생겼으니까. 거지같은 순리이지만
예쁜 애와 잘생긴 애가 사귄다는 건 언젠가부터 굳어진 순리였다.
"어, 배주현 오랜만."
"여주가 돈까스 먹재."
"그걸 왜 나한테 말해. 아, 설마 너 ‥."
"반팅."
"야, 미쳤냐? 김여주를 왜 반팅에 보내!"
태형이 정국의 눈치를 보며 주현에게 외쳤다. 절대 김여주 못 나가게 해. 라는 정국의 살벌한 눈빛을 읽은 태형은 주현을 설득하려 애썼다.
하지만 주현이 어떤 위인이던가, 저들과 불알친구가 아닌가. 한 성깔 하는 지민과 태형과 정국을 넘어서는 주현의 성격은 그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태형은 주현에게 쌍욕만 얻어먹었다.
정국은 그런 주현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저거, 말을 아무리 해봤자 듣지도 않을거고. 그렇다고 정국 자신이 여주에게 직접 말하자니
자신에게 여주는 친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 뻔했기에 그저 군고무마 마냥 뜨거운 속을 식혔다.
근데, 나랑 김여주가 친구는 맞나.
"아무튼, 우리반 여자애는 두 명 빼고 다 나가거든? 13명. 그 쪽도 13명 채워오라고 해. 참하고 튼실한 애들로."
"누가 보면 지는 예쁜 줄 알겠네. 님 거울 좀 보세요."
"양심은 니가 없지, 그 얼굴로 공학 올 생각을 어떻게 했냐. 나같으면 쪽팔려서 남고 갔다."
"와 진짜 배주현 얄미운거 봐."
주현은 지민을 가볍게 무시한 후 정국과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정국을 향해 말했다.
빨
리
고
백
해
7-2.
여주는 뭣도 모른 채 아침부터 주현의 집으로 끌려와 열심히 스케치북 노릇을 했다. 주현이 섀도우를 바르면 얌전히 있는게 바로 여주의 임무였다.
이런거, 꼭 해야해? 올망졸망하게 제게 물어오는 여주에 주현은 순간 마음이 약해질 뻔 했지만 여주의 미래를 생각해 마음을 바로잡았다.
이렇게 전정국하고 김여주가 삽질만하게 둘 수는 없지. 둘 중 하나는 먼저 마음을 고백해야 하는 법.
"너 전쟁 나갈 때 총 안들고 나가는거 봤어?"
"그런거 못 봤는데 ‥ 넌 뭐 전쟁 나가본 거 처럼 얘기한다?"
"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맞아, 아니야?"
"그래, 들고 나가겠지."
"넌 지금 내가 너한테 총을 쥐여주고 있는거야."
" ‥ 그래 고맙다."
처음 발라 본 에어 쿠션은 텁텁했으며, 처음 발라본 섀도우는 자꾸 쌍커풀에 끼는 느낌이었고 처음 발라본 아이라인과 틴트는 정말이지 ‥
너무나도 어색했다.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자신을 얼굴을 바라본 여주는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달려가 얼굴을 박박 지우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말 주현에게 썰릴지도 몰랐다. 장장 40분을 공들인 화장을 0.5초만에 지워버린다면, 아마 자신도 세상에서 지워지겠지.
"아, 진짜 너무 예쁘다. 반팅 나가서 니가 싹쓸어올듯."
" 맞아, 돈까스 하나는 싹 쓸어올 자신 있어."
"아, 그, 그래."
왠지모르게 비장한 표정의 여주를 보던 주현이 울리는 제 핸드폰에 손을 뻗었다. '전정국.' 반갑지 않은 이름에 저절로 눈썹이 찌푸려진 주현은
여주에게 잠시 물 좀 마시고 온다며 여주 몰래 정국의 전화를 받았다. " 왜, 뭐."
-너 진짜 김여주 반팅 내보낼 건 아니지?
"맞는데."
-아, 진짜.
"꼬우면 니가 남자친구 하시던가요."
- ‥ 내가 하기 싫어서 안하냐?
"1시, 메빈 앞."
-어?
"선택은 네가 해. 난 분명히 말했다."
끊긴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던 정국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했다. 꽤나 바쁜 아침이 될듯 싶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12시니까.
7-3.
"어디 있다는 거야."
간신히 1시에 맞춰 온 정국이 아무도 없는 약속 장소에 서서 여주 그림자찾기를 했다. 어째 그림자 조차도 보이지 않음에
주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어? 전정국!"
자신을 보며 해맑게 웃는 여주와,
" …"
그런 여주의 곁을 지키고 있는 윤기에 정국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학생회장 형이 왜 쟤랑 같이 있어.
여주는 윤기에게 자신이 사온다며 먼저 들어가라고 했지만 윤기는 묵묵부답이었다. 상황을 보던 정국은 이 모든게 주현의 계략이었음을 깨달았다.
아마 약속시간은 1시 전이었을테고, 아마 학생회장 형의 반과 반팅을 하다가 남자를 싫어하는 김여주를 위한답시고 배주현이 여주와,
저, 민윤기를, 함께 내보냈을 것이다.
자신과 동선이 겹치는 이 장소로.
아마 주현은 자신을 자극하려고 한거 겠지만 ‥ 그렇게 생각했다면 정말 똑똑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다. 어렸을 때 부터 머리하나 좋은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이딴식으로 써 먹을 줄이야.
"뭐야, 둘이 아는사이 ‥ 에요?"
"아니."
"빨리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벌칙인데 늦으면 또 뭐 시킬라."
"아 ‥."
"짖궃은 애들이니까 뭐 … 키스 같은거?"
"저기요, 형."
"?"
"초면에 죄송한데, 오늘 벌칙은 혼자 하셔야겠는데요."
"에?"
"배주현한테 전해주세요. 네 작전, 아주 완벽히 성공했다고. 형도 수고하셨습니다."
윤기 옆에 서 있는 여주의 손가락 하나를 쥐곤 정국이 빠르게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손가락 하나 잡았을 뿐인데도 쿵쿵 거리는
심장에 여주에게 들키진 않을까 내내 조바심이 나던 정국은 윤기와 멀어지자마자 손가락을 놓았다. 윤기의 키스라는 말부터 달아오른
여주의 볼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라앉으려 하면 제 손가락을 잡아오는 정국의 온기가 자꾸 느껴져서 죽을지경이었다.
왜, 왜 자신을 데려온건지. 선배는 왜 ‥ 그런 장난을 친건지. 연애 세포에 면역이 100% 없는 여주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벅찬 상황이었다.
"놀랐지, 미안."
"아, 아니야. 근데 나 돌아가야할 것 같은데 ‥ 주현이도 있고, 애들도 다 거기있,"
"안가도 괜찮아. 학생회장 형이 배주현한테 전했겠지."
"이렇게 빠져나와도 되나?"
걱정이 되는데 내내 눈꼬리를 내리며 종알거리는 여주는 흡사 주인에게 혼날까 조바심내는 강아지와도 같았다.
처음에 김태형이 강아지 닮았다고 했을 땐 그저 그랬는데, 지금보다 닮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강아지였다.
상황이 정리된 후에 여주의 얼굴을 보니 가관이었다. 이리저리 색칠한 꼴을 보자면, 분명히 주현의 짓일 터.
"이렇게 화장 안해도, 예뻐."
어? 자신의 귀가 잘못되었다는 듯 되묻는 여주에 정국은 말 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이런거, 안해도 된다고.
이런거- 라고 하며 여주의 입술에 번진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살짝 지운 정국은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을 되짚고, 당황했다.
아, 방금 내가 대체 무슨 ‥!
미안하다고 말하려던 순간,
아까보다 더 빨개져있는 여주의 볼에 그만 눈을 감았다. 아, 참자. 아직은 때가 아니다 전정국.
"사실 고마웠어."
"어?"
"난 사실 ‥ 반팅이 반끼리 뭐 먹으러 가는 줄 알고, 돈까스 먹으러 간거였는데."
"..응."
"그게, 그, 미팅, 그건 줄 몰랐어. 근데 윤기 선배가 있길래 간신히 거기 붙어있었는데. 갑자기 배주현이 무슨 게임하더니
나랑 윤기 선배한테 아이스크림 심부름을 시키는 바람에 ‥."
"알아, 너 곤란했을거. 그만 얘기해도 돼."
정국의 다정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여주는 아! 하더니 정국에게 너무나도 해맑게 물었다. 나랑, 게임하러 갈래?
7-4.
왠만한 게임은 다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었는데, 정국은 엄청난 점수 차로 패배한 자신의 기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5판 째다. 이번에도 지면 6판 째. 생긴건 좀비 보는 것도 무서워할 것 같이 생겼는데. 곧 최고기록까지 달성할 기세인 여주에
정국은 혀를 내둘렀다. 좀비란 좀비는 얘 혼자서 몰살도 시킬 수 있을거 같은데.
" 전정국 게임 못하네!"
"이것만 못하는 거야."
"명언 중에 이런게 있어, 이것만 못하는 건 없다고. 잘하면 다 잘해야지. 넌 지금 이거 하나 못함으로써 게임을 못하는 사람이 된거야."
" ‥ 3판만 더 하자."
"그래, 이번엔 내기 콜?"
"지는 사람 딱밤맞기."
"콜."
첫판은 무난히 여주가 이겼다. 정국의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여주는 호들갑 떨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다 이길 게임,
세게 때려도 아마 자신은 보복당할 일이 없을 것이다. 허나, 그것은 정국의 자존심을 건들이기에 충분했다.
승부욕, 그거 하나는 누구보다 최고였던 정국은 여태 묵혀왔던 발군의 실력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어."
"봤냐."
점수 차이는 고작 20점. 좀비 하나를 죽이면 나오는 점수였다. 위기를 느낀 여주는 눈치를 보며 정국에게 말했다.
야, 난 이겨서 세게 때린거다? 나중에 뒤끝 없기.
여주는 신명나게 정국의 마빡을 갈겼다. 말 그대로 갈겼다. 어찌나 힘이 센지 정국이 뒤로 휘청거릴 정도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정국은 모든 것을 건 눈빛으로 말했다. 마지막, 한 판 남았지?
그에 살기를 느낀 여주는 그에 못지않게 열심히 총을 쐈지만, 똑같은, 20점 차이로.
"이마 대."
"아, 잠시만요. 아, 저기요? 어! 저기 뒤에 전지현!"
"나 전지현 안 좋아해."
"트,트우와이스!"
" ‥ 그런거에 안 넘어가거든? 빨리 이마 대."
"아, 너랑 나랑 손 크기가 얼마나 차이 나는데! 애초에 이건 불가능한 내기였어."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정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때릴 기세인 정국에 여주는 눈을 질끈 감고 앞머리를 확 깠다. 자, 빨리 때려!
그런 여주를 멍하니 바라보던 정국이 여주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들어 여주의 이마에 살짝 올려놨다.
여주는 제 손이 들림과 동시에 이마에 닿는 제 손의 감촉에 살짝 눈을 떴다. 뭐야, 때린거야?
"내가 널 어떻게 때리냐."
" ‥ 야, 아니. 뭐야 그럼 내가 뭐가 되냐."
"그렇게 미안하면,"
"응?"
"나랑 나중에 데이트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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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같은 작가! SOW가 왔습니다! 쓰라는 디마보는 완결도 안내고 오는 쓰레끼!
연애의 온도도 점점 망작이 되어가는 늑힘! 예아! 지금 시험이 거의 2주 남아서 제정신 ㄴㄴ... 시험끝나고 진짜 제대로 돌아올게요
12월 1-18일까진 진짜 전투모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