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written SOW.
자그마한 새가 소리쳤다. 그가 돌아왔노라고. 숲 전체에 울려퍼지고 나서야 새들은 바삐 움직였다. 잡히면, 죽는다.
잡히지 않아도, 죽을껄.
나뭇잎 한 장 마저도 불태워버린 악마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숲에서 아이를 발견했다. 수많은 희생을 낳고서야 낳아진 아이.
드디어, 내게로 와주었구나.
나의 아이야.
9. 악마의 아이가 인간계에 갔을 때 (1)
태형이 이번에 이를 간 것이 틀림없었다. 정국과도 떨어져 여주는 현재 무념무상의 상태였다. 아, 그토록 원했던 인간계인데 왜 자신은 두려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인간계를 갈 때 저 혼자 갈거라곤 꿈에도 상상 못했던 여주는 거리에 지나다니는 인간들을 보며 절망했다.
후, 침착하자. 애써 호흡을 가다듬은 여주가 교복-정국이 알려줬다. 친절히 그림까지 그려가며.-을 입은 남학생 하나를 붙잡았다. 저기요.
" ‥예."
교복에 금발이라, 여주가 정국에게 전해들은 학생과는 좀 멀어보이긴 했으나 여주는 아랑곳 않고 남학생에게 말했다.
여기, 인간들 많죠? 뜬금없는 여주의 물음에 윤기는 눈을 크게 떴다. 뭐야, 무섭게. 대충 고개를 끄덕인 윤기가 다시 이어폰을 끼고 앞으로 직진하려던
순간, 다시 붙잡힌 가방에 윤기가 다시 뒤돌았다. 왜요.
"제가 지금 너무 배고파서 그런데 … 밥 좀 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여기 온지 얼마 안돼서요."
"저 학교 가야 되는데요."
"아, 거기가 어딘데요? 여기서 멀어요?"
학교가 어디냐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윤기는 볼수록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며 빨리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 했다. 와 뭐 사이비, 이런거 아니야?
윤기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모르고, 여주는 그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음식을 갈구 할 뿐이다. 학교가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은 너무 배고팠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엔 이 남학생이 그나마 나아보였다. 뭐랄까, 금발에 대한 익숙함이랄까.
"해환남고요. 여기서 3분만 걸어가면 있는데."
"밥도 줘요?"
"밥 ‥ 주죠."
"헐, 저도 같이 가요! 배고파 죽겠네."
윤기는 막무가내로 제 뒤를 따라 걷는 여주에 어이가 없었다. 분명 자신은 남고라고 했고 ‥ 에이 설마 안까지 들어오겠어?
윤기는 현재 감기에 걸려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였고, 정말 여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교문 안으로 들어와서야 초롱초롱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여주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저기요, 여기 남곤데요.
"아, 그게 뭔데요?"
" ‥남자 고등학교요."
"아깐 해환 어쩌고라고 하지 않았어요?"
"해환 남자 고등학교요."
여주는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윤기는 제 손목시계를 한 번 쳐다본 후 미련 없이 뒤로 돌았다. 세이프까지 1분 전, 안 뛰면 벌금 2000원이다.
남자 고등학교라고 또박또박 발음까지 해줬는데, 알아서 돌아가겠지. 윤기는 정말, 미련 없이 뛰어 반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울리는 종에
호석이 깐족거렸다. 와, 민윤기 이 새끼 뛰는거 봤냐? 체육대회 때 보다 열심히 뛴 듯. 닥쳐, 기분 더러우니까.
윤기의 신경가득한 말에 호석이 물었다. 왜, 뭔데? 오다가 전여친이라도 봤냐?
"그런거 아니 ‥!"
"야, 여자야 여자! 밖에!"
여자라니, 윤기는 제발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길 빌었다. 아니겠지, 아닐거야.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윤기를 바라보던 호석이
야, 너 어디가! 하는 말과 함께 덩달아 일어났다. 창가에 몰려있는 남학생들을 순식간에 제친 윤기가 기어이 봐버렸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건물로
들어오는 여주를. 아, 씨발. 진짜 무슨 병 있는거 아니야? 아니면 나 죽이러 온건가? 아빠가 보냈나?
"왜, 왜 그러는데! 아는 여자야?"
"몰라."
"뭐야."
모른다며 대충 손을 휘휘 저은 윤기가 책상에 엎어졌다. 잠이나 자야지. 책상에 엎드린지 10초. 떠들석한 남자들의 함성이 더 커졌다.
3반의 형식이 목소리, 4반의 태권이 목소리, 5반의 병진이 목소리. 점점 자신이 있는 6반으로 '남학생들을 달아오르게 할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아닐껄? 아닐 거야 윤기야. 자자, 너 잘 자잖아.
제 가디건에 더욱더 깊이 얼굴을 묻은 윤기는 기어이 듣고야 말았다.
"여기 금발 머리 남자애 없어요?"
"‥? 민윤기 아니야?"
"맞는듯. 야! 민윤기!"
"여친이냐?"
자신을 찾는 여자와 눈이 마주친 윤기는 갑자기 올라오는 열기에 머리를 짚었다. 꿈이, 아니었다.
10. 아이가 인간계에 갔을 때 (2)
자유로운 학교이긴 했지만, 외부인 하고 같이 수업을 듣게 될 줄이야. 윤기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에 혀를 찼다.
외부인도 막 들이고, 이 학교 신고해야겠네. 윤기는 게임 얘기를 하는 남학생 무리에 자연스레 끼는 여주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또 무슨 또라이 짓을 하려고.
"근데요, 지금 무슨 얘기 하는 거에요?"
"아, 게임 얘기요! 아, 이름이 ‥?"
"여주요!"
"아, 죄송한데 나이가?"
"18살입니다!"
맙소사, 심지어 동갑이었다. 여주라. 그나마 발이 넓은 호석을 쿡쿡 찔러 물었다. 여주라는 이름 알아? 아니, 전혀. 처음 들어봐.
무슨 해외에서 살다 온 건가. 윤기는 어느 새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열정적으로 대화를 함께 나누는 여주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진짜 뭐지? 나랑 아는 사이인가?
여주는 알지도 못하는 게임 이야기에도 맞장구를 쳐주며 함께 대화를 이어나가는 중 이었다. 난데 없이 부딪힌 윤기의 시선만 아니었으면.
윤기야!
"헐."
윤기야! 라니. 내 이름은 대체 어떻게 안 거야 ‥? 윤기는 이제 여주가 무서울 지경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 말도 안 되는 여자, 말도 안 되는 나.
어느 새 여주에게 적응 해가는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 밥 한 번 먹었더니 나를 제 친구로 아는 건가.
검정색의 플레어 원피스를 갖춰 입은 여주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남자들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여자'와 친해져 보려는 남자들도 있었다.
윤기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기 싫었다. 그래도 나 따라서 온건데, 험한 꼴은 당하게 안 하는게 도리겠지?
순식간에 조퇴증을 끊어 온 윤기가 여주 손을 잡고 반을 빠져나갔다. "나중에 또 와 여주야! " 또 오긴, 개뿔. 코웃음을 친 윤기가 교문 밖으로 나가서야
여주와 맞잡은 손을 풀었다. 이제 가요. 밥도 먹었잖아요.
"민윤기야."
".."
"왜 나한테 존댓말 써? 나 너랑 동갑인데?"
"빨리 가. 밥 먹었잖아."
"음, 넌 어디 갈건데?"
"당연히 집, ‥ 아."
"나도 같이가. 나 잘 곳 없어."
진짜 잘못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 윤기는 자신과 비슷한 희끄무레한 피부를 지닌 여주를 내려다보았다. 뭐지 대체. 뭔데 이렇게 뻔뻔하지.
"야, 너 나 알아? "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 같아 참으려 했는데.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었다. 다른 건 다 포기해도 , 집은 포기 못하는 윤기였다.
"알지."
"‥안다고?"
"오늘, 만났잖아."
"아 진짜 미치겠네."
뭐, 나 말고 아는 사람 없어? 왜 하필 나야?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은 여주의 해맑은 웃음으로 인해 내려갔다. 아, 진짜 안되는데.
뭔가 이 여자랑 엮이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고민하던 윤기가 갑자기 볼에 닿는 부드러움에 눈을 번쩍 떴다. 이게, 대체 ‥.
"태형은 이거 해주면 다 해주던데."
"아니, 너 ‥!"
"재워 줄 거지?"
제 볼에 뽀뽀한 후 천연덕스럽게 재워 달라는 여주에 윤기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가린 채로 말했다. 그래, 씨발 갈 때 까지 가보자.
손에 소리가 막혀 웅얼거렸지만 용케 알아들은 여주가 예이! 하는 소리와 함께 앞장섰다. 그 쪽 아니야. 야, 야!
11. 아이가 없을 때의 악마는.
태형은 오랜만의 만찬을 즐기는 중 이었다. 태초부터 악마인 탓에 살생을 멀리 할 수 없는 태형의 천성은 다른 평범한 악마들보다 배는 욕구가 컸다.
하지만 '아이'가 생긴 후 태형은 살생을 삼갔다. 자신의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죄를 저질렀다. 악마들에게 죄를 짓지 않는다는 건
천사가 인간을 죽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태형은 저에게 목을 내어주는 하급 악마들을 보면서도 자꾸 여주가 아른거렸지만 숨을 깊게 들이마쉼과 동시에
들어오는 비릿한 피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여주를 잠시라도 잊어보려 피냄새에 취해봐도 더 진해지면 진해졌지, 여주가 흐려지지 않았다.
아, 괜히 보냈나. 사실 너무 화가 나 마법진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인간계 좌표 어디를 찍었더라 내가.
잠깐, 한국? 태형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여주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인간 남자는 사랑꾼.' 이 말을 한 계기가 바로
한국의 소설을 읽은 후 였었다. 필시 여주는 로맨스를 꿈꾸고 있을 터. 태형은 자신을 자책하며 다시 마법진을 그렸다.
자, 다시 그려보자. 내가 어떻게 그렸더라 ‥.
"어헉! 살려주ㅅ ‥!"
전정국? 아니 쟤가 왜 저기 ‥. 태형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의 성급한 마법진이 실패했다는 것을. 그래서 정국은 시공간에 잠시 갇혀있다가
타임리프가 끝나서 정원 호수에 빠져있는 것일 테고, 여주는 ‥ 어디있지?
"야, 전정국! 여주는!"
"몰라여! 헉! 사람 살려!"
손을 휙휙 휘두른 태형이 순식간에 정국을 호수에서 꺼내 제 앞으로 내놓았다. 말해, 여주 어딨어.
정국은 마계의 독기가 가득 찬 호수 물을 다량으로 마신 상태였다. 인간인 정국이 소화하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있어야 할 터,
게다가 마법진을 한 번 실패한 탓에 태형은 거의 한 달동안의 리스크가 있었다. 한 마디로, 적어도 한 달은 마법진도 그렇고, 순간이동도 못한다는 얘기.
그제야 자신이 한 일의 폭풍을 깨우친 태형이 고함을 질렀다. "집사! 빨리 김남준한테 연락해, 빨리!"
12. 아이가 인간계에 갔을 때 (3).
여주가 윤기의 집에서 신세진 지 벌써 일주일 째였다. 어느 새 윤기도 여주에게 익숙해져 이제 집에 돌아와서 여주가 반겨주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였다. 뭐랄까, 강아지 하나를 입양한 기분이랄까. 다행히도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윤기덕에 여주는 마계에 있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풍족하게 사는 중 이었다.
"근데, 야."
"응?"
"너는 왜 원피스만 입냐."
"아닌데? 나 드레스도 입는데?"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지금까지, 여주가 바지 입은 모습을 전혀 못 본 것 같아 윤기가 의문을 던졌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드레스도 입는다' 라.
뭐야, 무슨 귀족도 아니고 드레스를 입어. 윤기가 못 말린다는 듯 살풋 웃었다. 여주와 일주일 동안 지낸 윤기는 아주 뼈져리게 느꼈다.
저 여자는, 무시가 답이구나. 그런데 저런 백치가 자신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건 윤기 나름대로 자존심 상했다. 3일 전, 자신의 학교에서 아주 무섭다고
소문 난 수학 선생이 내준 수학 숙제를 머리를 싸매며 푸는 윤기에게 다가온 여주가 명쾌하게 해설을 해주었다. 그에 놀란 윤기가 물었다.
뭐야, 너 이거 어떻게 알아. 윤기의 놀란 투에 여주는 태연스레 말했다. 이거, 나 3년 전에 배웠는데? 너야 말로 이걸 몰라?
윤기가 푸는 문제집은 블랙라X. 그것도 미적분이었다. 고난이도의 문제를 쉽게 풀어버리는 여주에 허무해진 윤기는 그 이후로 여주를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쟤는 멍청한게 아니라, 모르는 거 구나.
"그래, 그러시겠지. 왜? 왕자님하고 같이 산다고 하지?"
"음, 왕자님은 아닌데."
"어?"
"그만큼 멋진 남자랑 살긴 하지."
윤기는 제 눈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 여주에 윤기의 눈이 정처없이 흔들렸다. 저 멋진 남자가, 난가? 쟤 설마 나 좋아하나?
윤기는 몰랐다. 여주와 같이 사는게 자신이 아니라, 다른 남자, 태형도 있다는 것을.
쓸데 없이 두근거리는 제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킨 윤기가 차분히 대꾸했다. 그 말이 너무 차분해 윤기의 감정이 조금 드러났지만, 여주는 물론 몰랐다.
"야, 너 아무 마음 없으면서 그런 말 하는 거 진짜 나쁜 거야."
"내가 뭘, 난 사실을 말한 건데? 진짜 멋있어."
"아, 그만해라."
윤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실 아님- 칭찬에 입꼬리는 이미 하늘에 걸려있으면서도 그만 하라며 엄한 표정을 지었다.
여주는 윤기가 그저 자신을 귀찮아하는 줄 알고, 그래! 그만 할게! 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섭섭해 하는 건 윤기였다. 뭐야, 싱겁게.
"아, 윤기야 나 배고프다. 밥 좀."
"내가 니 식모야?"
"내가 네 집에 들어온 게 뭐 때문인데. 밥 먹고, 자고! 씻ㄱ ‥!"
"거기까지 해라."
쟤는 대체 날 남자로 보는 거야, 뭐야. 일주일 동안, 윤기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아니, 고자일거다.
솔직히 말해서 저런 또라이는 처음 보지만, 그만큼 예뻤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윤기에게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여주는, 짜증났지만, 예뻤다. 근데 문제는, 여주는 자신을 거의 불알친구 급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 이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어, 왔어? 하며 해맑게 웃는 것 까진 좋은데 왜 항상 드라마 남주인공을 앓는 소리 밖엔 안 들리냐고.
"밥 해줄 거지?"
" ‥그래."
"그럼 난 드라마 보고 있을 게! 다 되면 불러라!"
어느 새 여주의 노예가 된 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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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똥망이네, 미안해요 ㅜㅜㅠ 암호닉은 이번 화 까지만 받고 다음 화 부턴 안 받습니다! 다음 화에 암호닉 총 정리해서 올릴게여!
항상 감사하고 ... ♥
"댓글 달아주면, 특별히 29금 소설 독자들한테 줄 수도 있을거 같은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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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아허미ㅏ허러ㅣ 이런거 해보고 싶었어여 히ㅓㅎ미ㅏㅓ라ㅣ멀
마감댓글 달린거 이후 암호닉은 안받는거 당연히 아시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