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경수는 돌아오면 꼭 전화 하라는 엄마의 메모에 가만히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일정한 수신음이 지루한지 제법 길게 자란 손톱으로 탁자를 다다닥 하고 내려치던 경수가 엄마의 방방 뜬 목소리에 입을 열었다. 응 엄마, 다녀왔어. 경수의 차분한 목소리에 엄마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어땠냐고 묻기 시작했다. 뭐 그냥 그랬지. 친구 사겼냐고? 경수가 엄마의 물음에 뜸을 들였다. 어, 김종인이라고. 아, 백현이도 있다. 살풋 미소를 터트린 경수가 대답하자 엄마는 다행이라고 손뼉을 짝하고 쳤다. 직장 상사의 부름에 씨근덕거리던 엄마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경수가 다급하게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는 만약에 내가… 동성애자면 어떡할 거야?
잠시 적막이 흘렀다. 거기 김팀장 뭐하는 겐가! 성에 못 이겨 씩씩거리는 상사의 목소리가 수화기 건너 경수에게 까지 전해졌지만, 엄마는 전화를 놓지 않았다. 경수의 물음에 곰곰히 생각에 잠긴 듯한 엄마가 빙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넌 내 아들이잖니. 니가 그렇게 된다면 나도 죽고, 너도 죽는 거야 경수야. 엄마의 말은 나긋나긋 했지만, 그 내용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자세한 얘기는 집에 가서 하자꾸나. 엄마는 차분하게 전화를 끊었다. 아마도 경수의 차분함은 엄마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가 집에 돌아와 그 주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아챈 경수는 작은 한숨을 토해내며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탕탕탕, 우렁찬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현관문을 급하게 두드렸고, 교복을 벗다 말고 누구세요 하고 경수가 물었다. 나야 나! 누군지 말하진 않았지만 그 목소리는 종인의 것이었고, 경수는 편안한 사복으로 갈아입곤 문을 열어 젖혔다. 더럽게 늦게 여네 진짜. 종인이 바리바리 먹을거리를 사 들곤 추위에 빨개진 콧잔등을 연신 문지르며 경수에게 툴툴댔다.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왔어? 경수가 의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묻자 종인이 능청스레 대답했다. 미행했다, 형님 멋있지. 터무니 없는 종인의 말에 웃음을 터트린 경수는 종인이 사 들고 온 검은 봉지의 내용물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 왜 사 갖고 온 거야?”
“먹으라고.”
“장난치지 말고 얘기해. 왜 온 거야 너.”
“그렇게 싫냐? 그럼 나가고.”
경수가 종인을 붙잡았다. 그래도 자신을 위해 많은 걸 사 들고 왔는데, 이렇게 매몰차게 내쫓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일단 앉아. 갈색 빛이 도는 매끈한 재질의 식탁 의자를 빼낸 경수가 의자를 톡톡 두드리며 말하자 종인이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너네 집 되게 좋다. 말끔한 집 내부를 이리 저리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던 종인이 그제서야 아, 너네 집 부자였지, 하고 이야기 하자 경수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 모습을 보고 미소 짓던 종인이 장난 장난, 하고 덧붙혔다.
“넌 왜 부자라는 소리가 싫어서 안달이야? 서울 놈이란 소리도 싫어하고, 맞지? 나 전학 첫 날부터 널 너무 많이 알게된 것 같아. 부끄럽게.”
“…너한테 부자나 서울 사람이 무슨 존잰데? 그렇게 멋있어 보여?”
“멋있지! 야, 내가 경기도 토박이라 그런데, 서울은 어떠냐?”
찡그린 인상을 풀어내지 못한 채 종인의 말을 듣고있던 경수가 식탁 한 가득 쌓인 음식들 중 치즈 케이크를 골라 내 포크 두 개를 식탁에 내려놓고 제가 먼저 한 입 베어 먹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서울은 서울일 뿐이야, 한국의 수도 서울. 경기도보다 더 할것도 덜 할것도 없어. 종인은 장난스레 웃음을 터트리며 우악스럽게 치즈 케이크를 입 안에 쑤셔 넣었다. 웃기네. 경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에게 ‘서울 놈’ 이나 ‘부잣집 아들’ 같은 호칭은 자신의 인간관계를 망쳐버리는 못된 존재였다.
“근데 너.”
“어.”
“백현이는 어디다 두고 너 혼자 왔어?”
경수가 달그락 거리며 설거지를 하며 묻자, 종인의 얼굴이 구겨졌다. 유난히 백현의 이야기에 민감한 듯한 경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아이처럼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왜? 하고 물었고, 종인은 아니라는 듯 두 손을 저었다. 속상했다. 담임 선생님께 조르고 졸라 경수의 집 위치를 알아내 뭘 좋아할지도 몰라 3개월 치 용돈을 탈탈 털어 시장 내에 맛있어 보이는 먹을 거리들은 몽땅 사 왔는데, 경수는 백현을 찾고 있다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한 느낌에 종인이 몸을 눕혀 소파에 기댔다.
“야, 있잖아. 재밌는 거 알려줄까.”
멍하니 허공만 응시한 채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종인은 경수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자신의 기분을 수직 상승 시켰다가, 처참하게 추락하게 만드는 경수를 바라보니 원망과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장난스레 웃으며 제 옆에 앉아 키득거리는 경수는 미워할래야 미워하기 힘들었다. 도경수는 예뻤다. 뭔데. 종인이 애써 심드렁한 척 하고 대답하자 경수가 이야기를 늘여놓았다. 우리 엄마한테 아까, 내가 동성애자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거든? 경수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종인의 호응을 기다리자 종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꿀꺽 침을 삼켰다. 글쎄, 우리 엄마도 죽고 나도 죽는 거래. 그게 뭔 뜻일까? 아무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겠지? 종인은 대답이 없었다.
“야, 너 왜 말 씹어. 아무튼 나 만약에 게이가 되면 말이야…”
“죽을 수도 있겠네. 끼―익. 걱정마라 뼈는 잘 묻어줄게.”
경수가 푸스스 웃음을 터트리며, 죽기 싫다. 이미 게이가 된 거 같긴 하지만, 하고 덧붙히자 종인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화들짝 놀라 쇼파에서 일어난 종인을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경수가 쇼파에 깡총 뛰어올라 아빠 다리를 한 채로 자신의 연애담을 늘여놓는 사춘기 소녀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을 손으로 가리며 이야기 했다. 있지, 아까 전에 백현이랑 악수를 하는데, 심장이 진짜 찌릿찌릿 했다? 경수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말하자 종인은 당황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애써 무심하게 바꾸며 그게 뭐, 하고 맞받아쳤다.
“내가 서울에 있을 때, 학교 다닐 때 우리 기술 샘이 그랬거든. 남자끼리 손을 딱 잡았는데, 찌릿! 하면 그건 게이라고.”
“지랄한다.”
“나도 처음엔 그게 개소리인 줄 알았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까 진짜 맞는 거 같애.”
“내 눈엔 아직도 개소리 같은데.”
“에이, 아무튼. 백현이가 날 더럽게 보면 어떡하지? 야, 넌 게이된 지 좀 오래되서 뭐 좀 알 거 아냐.”
경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종인에게 물었다. 자신은 이렇게 경수를 보며 가슴 떨려 하는데, 제 앞의 경수는 백현이 좋다고 고백을 하고 있다니. 말 같지도 않은 상황에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누른 종인은 퉁명스레 모른다고 대답했다. 야, 난 그래도 니가 제일 먼저 사귄 친구니까 털어놓는 거야 등신아! 경수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종인에게 화를 냈고, 종인은 연신 마른 세수를 해댔다. 확, 박찬열이랑 놀 걸 그랬나. 경수의 말에 종인이 고개를 홱 젖혔다. 야. 종인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경수 또한 고개를 돌렸다.
“장난으로라도 박찬열 이름 꺼내지마. 그 새끼 이름 듣기 싫어.”
“…싫은데. 질투나서 계속 해야겠는데, 박찬열 얘기.”
“뭐?”
“난, 너네 형이, 질투 나.”
종인의 가슴이 뛰었다. 뭔지 모를 경수의 말에, 혹시나 준면을 걱정하고 준면을 괴롭힌 찬열과 다솜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질투심을 느낀 걸까, 하는 기대가 되었다. 이미 경수는 백현이 좋다고 이야기 했지만, 종인 또한 별 수 없는 간사한 인간이었고, 행여 자신에게 기회가 올까 가슴 부풀어하는 어린 아이와 같았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의 종인을 빤히 올려다 보던 경수가 빙긋 웃으며 말을 덧붙혔다.
“난 그 때 혼자였어. 너희 형은 열 아홉 살 때 그런 일을 당했겠지만, 난 열 다섯 살 때였고, 너희 형은 니가 지켜줬고 지금도 지켜주고 있지만… 난 혼자였거든. 그러니까 종인아, 너무 오버 하지마. 너희 형이 그렇게 니 부축만 받다가, 나중에 두 손을 놔 버렸을 때 혼자 철푸덕― 넘어지면… 그 땐 아무도 못 도와줘.”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럽더라, 너네 형. 경수가 이야기를 끝마쳤고, 종인은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들으며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대답했다. 난 변백현이 질투 난다. 경수가 이내 장난스러운 얼굴을 되찾고 낄낄댔다. 왜?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 감정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뚫린 입이라고 마구 내뱉은 말에 누가 상처받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제멋대로 나뒹구는 경수가 밉기만 했다. 종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냥, 하고 이야기 했다. 에이… 뭐야! 부루퉁해진 경수가 고개를 돌리자 종인이 웃으며 걔 귀엽잖아, 인기도 많고, 하며 번지르르한 핑계를 덧붙혔다. 아아.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는 듯 말했다. 맞아, 인기 많지. 오죽하면 남자도 좋아하겠어. 그치?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연신 깔깔대며 웃던 경수는 피곤한지 기지개를 폈다.
“야, 벌써 밤이다! 겨울 되서 그런가 벌써 깜깜해졌네. 너 안 가?”
“…어, 가야지.”
“재밌었다. 나만 재밌었나? 너 내 친구랬으니까, 나 백현이한테 어떡해야 될지 좀 생각해줘. 나도 오늘 밤 내내 고민해야지.”
“너 시험기간이라 공부해야 된다며.”
“글―쎄. 박찬열도 전교 1등 한다며.”
“내가 졌다.”
경수가 웃음을 터트렸고, 종인도 웃음을 터트렸다. 현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잘 가아 하고 말끝을 늘이는 경수를 귀엽다고 생각하며 종인이 손에 쥔 우산을 바닥에 탁탁 내리쳤고, 그와 동시에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야! 백현이한테 절대로 내가 걔 좋아한다고 하면 안돼! 경수가 방방 뛰며 말을 덧붙히자, 종인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아, 좆같다. 비탈길 구석을 내려가며 종인이 실소를 터트렸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고 느꼈을 때도 그닥 혼란스럽지 않았다. 여전히 여자도 좋았고, 그에 남자가 좋다는 게 따라왔을 뿐이었다. 예쁜 여자친구가 질리면 잘 조이기로 유명한 여리여리하게 생긴 남학생의 몸을 탐하면 되는 거였고, 종인의 삶은 평탄하면 평탄했지 험난하진 않았다.
하지만 경수의 등장과 동시에 우주 대폭발이 일어나듯 종인의 마음 속에도 크나 큰 혼란이 찾아왔고, 백현을 좋아한다는 경수의 고백은 삶을 관두고 싶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왜?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은, 불과 1년 전에 한번 일어난 적이 있었다. 중3인 백현과 종인은 태권도부였고, 그런 둘을 잘 따르던 후배 세훈이 있었다. 종인에게 세훈은 나름대로의 첫사랑이었고, 아주 큰 용기를 내 세훈이 전학을 가기 전 날 세훈에게 고백을 했었다. 미안해요 형, 나는… 백현이 형이, 좋아요. 세훈의 단호하지만 애처로운 한 마디에, 아마도 그 날 종인은 낡은 박스를 주워 다니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보다 딱 두 배 정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백현 또한 자신의 소중한 친구였고, 그 일 이후에 백현과 더 가까워졌을 뿐 더 멀어지진 않았다.
왜 늘, 종인은, 백현에게 지는 것일까. 교복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던 종인이, 담배가 없음을 알고 낮게 욕을 중얼거리자 저 멀리서 노란 우산을 뱅글 뱅글 돌리던 백현이 깜댕이! 하고 소리쳤다. 가장 피하고 싶은 얼굴인 백현이, 눈부신 미소를 가득 매달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 왜 저기압이냐! 아까 경수네 간댔는데 이제 온 거야? 단 둘이 뭐했대? 유후―! 백현이 장난스레 종인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자, 종인이 미간을 좁히며 그런 백현의 팔을 떼냈다.
“어우. 진짜 오늘 장난 아닌데 김종인? 뭔 일 있냐?”
“아, 몰라.”
맘 같아선 다 말해버리고 싶었다. 도경수가 너 좋아한대. 호모포비아인 백현은 종인을 제외한 모든 동성애자는 더럽다 못해 구질구질 한 존재라고 장난스럽지만 자주, 세뇌 시키듯 그렇게 이야기 했다. 만약에 경수가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백현은 자연스레 경수를 멀리할텐데. 하지만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던 경수의 모습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자 열리려던 입이 다시 제자리를 되찾고 꾹 닫혔다. 뭔데 뭔데 뭔데에, 또 김종대가 니 앞에서 경기도 쪽바리 새끼들 어쩌구 하면서 까불었냐? 백현은 애써종인의 기분을 풀어주려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종인의 기분을 악화시켰다.
“부럽다 변백현.”
“왜. 이 형님의 매력을 이제서야 알았냐. 실컷 부러워해도 돼, 부끄러워 말구.”
“지랄하네 또.”
“지랄이 내 취미잖아. 내가 왜 부러운데?”
“게이 새끼들이, 다, 너만 좋대.”
의미심장한 종인의 말에 곰곰히 생각에 잠기던 백현이 기겁하며 종인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허, 설마! 너 나 좋아하냐? 종인이 있는 힘껏 백현의 뒤통수를 내려치며 미친 새끼, 하고 덧붙히자 백현은 싸하게 아려오는 뒤통수를 부여잡고 낄낄댔다. 왜? 누가 나 좋대? 박찬열? 내가 아는 게이는 걔랑 너 뿐인데. 백현이 끊임없이 물음을 내던지자 종인은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위 아래로 들썩였다. 하여튼 앞뒤 다 잘라 먹고 지가 하고싶은 소리만 하는 건 여전해요. 백현은 툴툴대며 자연스레 종인의 옆에 붙어 걸음을 옮겼고, 종인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도경수 어때? 간결하지만, 많은 뜻이 담겨있었고, 그 뜻을 찾아내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뭐, 그냥 그래. 돈 많은 놈이니까 빌붙으면 나쁠 건 없겠지. 백현이 키득거리며 이야기 했다. 경수는 종인에게, 백현의 첫인상에 대해 얘기 했었다. 웃는 모습이 너무 착해 보여서, 그 누가 귓가에 대고 저 새낀 나쁜 놈이야! 하고 외쳐도 아니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지만 백현의 실체는 종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순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백현은 세상에 너무나 오랫동안 방치 된 맹견과도 같은, 그닥 착하지만은 않은 인물이었다.
“착해보이는데 돈만 뜯어먹으면 좀, 불쌍한가.”
“그런 걸 이제서야 느끼냐? 너 그렇게 치면 김종대한테도 싹싹 빌어야 돼, 그 새끼가 너한테 얼마를 뜯겼는데.”
“경기도 쪽바리들 어쩌고 하면서 나댄 건 걔야. 더 빨아먹으려다 말았다, 씨발.”
백현이 우산을 팔에 걸치고 담배 하나를 입술에 물며 낮게 욕을 중얼거렸다. 아, 그래도, 걘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돈 뜯고 싶단 생각은 안 들더라, 이상하게. 잠자코 듣고만 있던 종인이 손을 펼쳤고 백현이 담배 한 개비를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백현이 난 돈을 빨아먹고, 넌 애새끼들 몸을 빨아먹고. 우리 진짜 최고의 콤비 같다. 하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에 낮게 웃음을 터트린 종인이 고개를 까딱이며 담배를 빨아들였다.
“넌 같은 반이라서 나보다는 잘 알 거 아냐. 넌 도경수 어떤데?”
“……”
“뿅 갔냐. 새끼, 이쁜 건 알아갖고.”
“누가 뿅 갔대? 나도 걔 처음 봤을 때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그럼, 강간? 제 2의 박찬열은 너, 제 2의 김준면은 도경수?”
백현이 재밌다는 듯 고개를 젖히며 와하하 웃어제꼈고, 종인은 한 번 더 거칠게 백현의 복부를 내려쳤다. 미친 놈아 말은 가려서 해. 격렬하게 웃음을 터트린 탓에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슥 닦아낸 백현이 왜 그래, 나도 준면이형 좋아. 그 사건은 정말 더럽고, 지저분하고, 추하지. 암, 그렇고 말고. 하며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답했고, 종인은 차라리 찬열이 게이라서 싫은 거라 대답하라며 백현에게 핀잔을 주었다.
늘 백현은, 종인이 좋은 것은 자신도 좋고, 종인이 싫은 것은 자신도 싫다는 주의로 착실히 종인의 옆에 붙어있었지만 준면의 사건에서만큼은 예외였다.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하는 백현이었기에, 정액에 범벅이 되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는 준면을 끌어안고 반쯤 이성을 잃어버린 종인을 붙들고 이야기 했었다. 야, 너 박찬열한테 가서 할 얘기 없으니까 형 씻기기나 해. 애들 따먹고 내다 버리는 건 니가 한 짓이랑 똑같잖아. 할 말이 없었고, 종인은 가만히 준면을 내려놓은 뒤,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끝으로 체육관을 빠져 나갔었다.
백현의 말대로, 할 말이 없었기에 무차별 적으로 찬열을 미친 듯이 때려 밟았고, 아무런 죄가 없었지만 그저 옆에서 지켜보고 찬열의 곁에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다솜까지 걸레 취급하고, 자신과 같은 짓을 벌인 그들을 악역으로 내몰았다. 종인은 그렇게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했다는 드 행동하며, 뻔뻔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속으로 소심하게 끙끙 앓다가, 백현의 말이 맞으니 너도 관두라는 준면의 간절한 바램을 듣고 나서야 종인은 그렇게 자신의 성 노리개들을 하나 둘 잘라냈다.
“난, 도경수, 좋아.”
종인은 1년 전 세훈이 자신에게 그랬듯, 분명하고 단호하게 이야기 했지만, 백현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그러냐? 그럼 나도 좋아. 백현이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추적추적 지저분하게 내리던 비도 멎어들었고, 싸늘한 바람도 잔잔해졌다. 얼른 들어가, 내일 여덟 시 까지 안 나오면 고자로 만들어버릴 거야. 종인의 험악한 말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 백현이, 아잉 자기! 부끄럽게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냐. 그럼 잘 가, 내 꿈 꿔! 하며 장난스레 받아쳤다. 덕분에 많이 웃었다. 경수의 생각으로 혼란에 젖어든 마음을 추스릴 수도 있었고. 하지만 종인은 앞으로 자신에게 더한 시련이 찾아올 것임을 확신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우와 드디어 시험이 2주 남짓 남았어요. 저번 시험엔 운으로 반 7등을 했었는데, 목표인 반 5등에 도달하지 못해서 폰 압수를 당해버렸네요.. 갑갑..T^T 이번 시험은 좀 잘봐야 하는데 아직 머릿속은 텅텅 비어있고, 빨리 빨리 글 쓰고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제가 미쳤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창 예민한 상태에서 글 써서 그런가 다듬어지지도 않은 것마냥 까칠하고 종잡을 수 없는 글만 싸질러대는 것 같아요.. 맘에 안들게 써지면 완결은 내도 텍파 나눔은 안할까봐요.. 사실 늑대소년도 텍파나눔 하기 싫었어요 너무 못써서! 흑흑 브금이 글과 잘 어울린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저는 이루마님의 곡을 자주 쓰고 있답니다. 브금은 계속 우려먹는 중이예요 흐흐 좋은 곡 있다면 추천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글에 방해가 되지 않는 브금 정도만 되도 감사한데,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백만배 감사해요 ^.^ 이제 월요일이네요. 남은 주 재밌게 활기차게! 힘든 일 없이 기운 내서 잘 보내시길 바래요. 오늘은 짱구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사담이 늘어났네요.. 죄송합니다. 늘 한결같은 사랑과 관심 주시는 독자분들, 제가 많이 애정해요 ㅎ^ㅎ고기는 삼겹살이 최고예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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