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이름이 뭐야?"
"알 빠?"
생각보다 거칠게 나간 대답에, 나도 그도 놀란 듯 했다.
"명찰 봐, 여기 있네"
하면서 나는 내 가슴팍을 가르켰다.
"김...탄소?"
"맞게 읽었네 뭘."
말을 마치고 교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새 학기 첫 날부터, 누군가랑 말을 하면 항상 안 좋은 일이 생기더니.
올해도 그럴 것 같았다.
-
"어어! 탄소 왔네!"
집에 가려고 학교를 나오자 걱정했던 대로, 교문 앞에 서 있었다.
"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
"싫어, 내가 탄소 보러 온다는데, 왜?"
"나 이미지 안 좋아, 괜히 그러지 말고, 가"
"난 상관 없는데?"
"내가 상관 있어, 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어깨에 팔을 두르는 김태형에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헐 대박, 쟤네 봐"
"김태형이 원래 저런 얘야?"
"우리 학교 아니지 않냐, 쟤?"
"엉, 쟤는 우리랑 급이 다른 인문계야"
"설마, 김탄소랑 자려고 온 거야?"
"미친, 대낮부터? 역시 탄소"
다시 들리기 시작하는 비아냥에 김태형의 손을 뿌리쳤지만, 김태형은 밀려나는 척도 해 주지 않았다.
"아니, 상관없다니까?"
"상관있어, 너랑 엮이기 싫어."
아침의 데자뷰를 느끼면서 버스 정류장까지 곧잘 달려갔다.
올해, 느낌이 안좋다는 건 괜한 직감이 아닌 것 같다.
-
"조용히 해"
"..."
교실이 조용해 지고 3학년 선배, 아니 선도부장이 내려와서 학교를 돌기 시작했다.
"올해부턴 우리가 3학년이라 너희를 단속을 못해, 알지?"
"예에~"
환호성이 들리고, 그 선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가방 검사 하기 전에, 조용히 해"
"저기, 윤기 선배!"
뒷자리에, 평소 민윤긴가..하던 선도부장을 짝사랑한다고 소문나 있던 여자얘가 손을 들었다.
평소에 워낙 소문나 있던 사실이라 모든 아이들이 그 아이를 쳐다봤고,
환호성이 들리던 가운데, 그 여자아이는, 눈에 들기 위해 앞 자리 사람을 나락으로 빠트렸다.
"제 앞자리 얘, 가방에 이상한게..있어요."
하고 나를 한번, 동급생인 정호석을 한번,
나를 한번, 정호석을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푹 떨궜다.
"그게 뭔데"
"네...?"
여자아이는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민윤기, 그 선도부장의 화살은 정호석에게로 돌아갔다.
"너도 아는 눈치던데, 뭐야?"
"아, 그게..."
정호석은, 나를 보고 웃었다.
"담배? 술? 학생부로 데려가면 되나?"
"아, 아뇨.."
내 심장이 아릴 정도로, 그는 알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해도 내가 그에게 매달릴 것이라는 걸.
"그럼, 뭔데, 말 못할 거야?"
"그게,,잠시 귀 좀"
정호석이 소근거리는 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들을만한 소리로 그는 말했다.
"그..남자랑 여자랑 잘때 쓰는.."
"김탄소, 나와."
민윤기는 내 손목을 잡고 밖으로 데려갔다.
"벌점 주세요 그냥. 이젠 진절머리가 나요."
"뭔 일인지 모르는데, 일단 상황을 말해봐. 니 꺼야?"
"제 꺼가 아니어도 제 꺼에요."
"김탄소."
"2학년 3반, 김탄소입니다. 벌점 주세요 그냥. 교내봉사 하면 되나요?"
"...들어가, 일단"
교실로 들어오자, 공기는 나 하나로 인해 싸늘했다.
엘사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리자, 정호석이 내게 입모양으로 물었다.
'이따, 폐기숙사로 가자.'
도리질 치고 싶었지만, 이미 내 고개는 환한 미소를 띈 채,
'응,'
하며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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