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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더이상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없네."

"아.. 괜찮아요, 선배. 죄송해요."



...씨발, 이게 뭐람.






w.민트라떼





수능을 50여일 앞둔 이 시점에 풀어둔 문제지는 한 페이지에 서너개를 틀리고, 일주일 넘게 그 지랄을 하고 있으니 자신감은 맨틀까지 뚫고 들어갈 기세다. 우울한 마음에 공부도 안 되고, 석식 후 야자 시작 전 찬 바람이나 쐬며 청승이나 떨자 싶어 운동장을 몇바퀴 돌다 들어오는 길이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나쁠까.를 수백번 되뇌면서. 거기다가 아까는 설사까지 했고. 집에 가고싶어 죽겠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2년동안 죽어라 짝사랑했던 김준면이, 1학년 여자애와 깜깜한 어둠 속, 아무도 없는 4층 3학년 자습실 옆 계단에서, 단 둘이,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







[EXO/빙의글/수호] 물고기 | 인스티즈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김준면을 봤을때, 여학생들에게는 남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는 여학생들이 최대 관심사였고 화제였던 그 때 나는 김준면을 굉장히 아니꼽게 봤었다. 규칙, 규율 중시하고 일진 날라리 싫어하는 내 눈에 그 당시 김준면의 외양은 양아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말하는 양아치는 남이 생각하는 그런 심한 정도의 양아치는 아니다. 왁스 발라 머리 쫙 세우고 뭐 그런 정도의 모습도 내 기준에선 양아치였으니까. 그래서 나에게 김준면의 첫인상은 '겁나 느끼하게 생긴 양아치' 정도였다.

그랬던 김준면이, 입학하고 자꾸 자꾸 보니까 이유 없이 귀여워보였다. 군기 바짝 든 1학년이었던 우리는 학교에서 마주치는 누구든 얼굴 모르면 그냥 허리 숙여 인사하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같은 학년한테 꾸벅 인사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김준면도 그랬다. 그 때마다 서로 당황하고 민망한 웃음을 보이고 지나쳤었는데, 그 민망해하는 모습도 귀여웠다. 그러다 김준면이 세번째 나한테 인사했을 때, 내가 그랬다. 왜 자꾸 나한테 인사해? 내가 그렇게 삭아보여? 라고.

처음에는 몰랐다. 내가 얘를 좋아하는 건지, 그냥 애가 귀여운건지. 그냥 뭐든지 해주고 싶었고,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남자치고가 아니라 웬만한 여자애보다 가는 다리를 가지고 있던 그 아이에게 이래가지고 여자친구는 사귀겠냐,를 핑계로 사탕도 주고, 비타민도 주고. 그러다가 어느 날, 반끼리 섞어서 하는 이동수업을 마치고 올라가던 중, 김준면과 얘기를 하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 때 김준면은, 어색하게 이것저것 묻는가 싶더니 내 손을 펴서 초콜릿 3개를 쥐어줬다.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오던 봄날의 김준면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때부터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아, 내가 얘를 좋아하구나. 라고. 그렇지만 김준면은 아니었다. 문자를 해도 '나는 너에게 관심이 없어, 너는 내게 다른 반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라는 말이 깔려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런 뉘앙스가 철철 흘러넘치는 문자에도 나는 끝까지 문자 보내는걸 포기하지 못했다.

나는 원래 사람을 한 번 좋아하면 그 좋아 죽을 것 같은 마음을 숨기질 못했다. 김준면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름으로 접어들무렵, 김준면과 문자를 하며 은근슬쩍 네 여자친구는 좋겠다 말했더니, 돌아온 답은 '난 여자친구 생기면 잘 못해주는 타입이야, 미안해'였다. 왜? 왜 나한테 미안해? ...뭐, 그렇게 나는 고백도 못해보고 차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내 삶에 찾아온 다른 고난에 김준면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지고, 그렇게 김준면은 나에게 이루지 못한 지나간 사랑으로 남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김준면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 내내 나에게 건드리면 진물 나는 상처였다. 그 아이가 2학년이 되고 1학년 후배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그 아이에게 줄 연애편지를 꾸미기 위해 나에게 색연필을 빌리러 왔을 때에도 나는 김준면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냥, 그랬다. 나는 김준면에게 그냥 친구로만 남아도 행복하다 했던 그런 호구였으니까. 그리고 그 후배의 미니홈피에 남긴 김준면의 댓글을 보면서 나 혼자 씁쓸해하고. 그게 그 즈음의 나의 생활이었다. 2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에 그 아이와 대화를 한 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주위에 항상 여자도, 여자인 친구도 들끓었던 김준면이 나에게는 그저 같은 반 친구로서의 여지조차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멀리서 김준면을 보며 씁쓸해할 뿐이었다. 그리고 매번 다짐하곤 했었다. 나 좋다는 남자들 많은데 겨우 김준면이 뭐라고 나를 이따위로 취급하냐고.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김준면이, 우리가 둘 다 3학년이 된 지금, 현 2학년인 그의 전 여자친구로도 모자라 지금은 1학년과 야밤에 하하호호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도대체 나는 뭔가, 하는 생각에 그 계단에 멈춰버렸다. 내가 멍하니 벙쪄있는 사이 김준면과 여후배는 인사를 하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씨발, 도대체 김준면이 뭔데 아직까지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5층 자습실로 올라가려는데 김준면이 어줍잖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앞을 막아섰다.


"..왜?"

"아, 아니... 아까 왜 안 가고 서있었어?"

"그냥, 좀 당황해서."

"아. 그래, 자습실 안 가?"

"이제 가야지."


그리고 나는 그대로 김준면을 지나쳐 계단에 올랐다. 씨발, 니가 왠일로 나한테 먼저 말을 거냐. 내가 네 여자관계 소문이라도 낼까봐 무섭냐. 너랑 걔 얘기 엿들어서 기분 나쁘냐. 지조 없이 여자만 많은 놈. 에라이 씨발 빌어쳐먹을 놈의 세상아. 나 오늘 조퇴할란다.









*

오랜만에 꿀같은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더니, 김준면이 있었다. 어색하게 눈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 얼른 1인석에 앉았는데 친구와 만나 가기로 했는지 2인석에 앉은 김준면이 계속 두리번거린다. 알 게 뭐람. 이리저리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김준면이 내 옆으로 왔다.


"ㅇㅇㅇ, 우리 드디어 같이 가는데 같이 앉아서 가자."

"어? 너 친구랑 같이 가는거 아니야?"

"아니, 걔는 오늘 낮에 일찍 갔대."

"아, 어..."


지난번 수시 내느라 자기소개서 다 쓰고 귀가할 때도 같이 가자는걸 난 내일 갈래, 하고 먼저 보냈는데 결국 이렇게 같이 가게 되네. 얘 왜 이래.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던데. 나는 아무래도 김준면이 나한테 갑자기 이럴 땐 무섭다.



"지난번에 나랑 ㅁㅁㅁ이랑 얘기하는데 너 마주쳤을 때, 그 때 되게 당황스러웠는데."

"아, 어. 나도. 그 때 무슨 일 있었어?"

"어, 동아리 때문에. 걔가 동아리를 탈퇴하겠다고 하는데, 걔까지 나가면 1학년 여학생이 한 명도 없어서. 설득하려고 했지. 그런데 2학년 애들이랑 문제가 있어서 안되겠더라."

"아, 그런거였어? 난 또 뭐라고. 3학년이랑 1학년이 무슨 일인가 싶었네."

"그 때 바로 설명하려고 했는데, 내가 설명하는게 더 이상한 것 같아서.."

"하긴, 설명하는게 더 이상하긴 하다. 그치?"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얘기해주니 나는 약간 고맙기도 하고. 늘 항상 이런 식이다. 겨우 이런 말 한 마디에 나는 다시 자진해서 네 어장으로 들어가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꼴인 듯 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려나, 나는. 그리고 너는 언제까지 나를 상대로 이러려나.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놈이다. 정말.



"근데, 아까 옆에 있던 여자 누구야?"

"아, 우리 언니?"

"헐. 언니야? 동생인줄 알았는데?"

"...야, 우리 언니랑 나랑 다섯 살 차이 나는데 뭐, 동생?"

"아하하, 아니 그냥. 어려보이시던데. 완전 반했어."




...에라이 씨발새끼야. 그냥 닥쳐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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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이용!!!@!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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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씁쓸하면서도 왠지 헛웃음이 나네여ㅋㅋㅋㅋ쿠ㅜ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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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신알신하구가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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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ㅋㅋ 준면이 왜이래여 ㅋㅋ 어장 쩌는데여!! b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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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이요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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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어장굿bbbbbb신알신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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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신알신이요!!어장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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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신알신하고가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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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설랠뻔햇는데김준면이나쁜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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