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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e Want

Written by.흑지

 

 

 

 

*

 

 

진눈깨비와도 같은 비가 몇 번이고 더 내렸다. SR제강이 연루되었던 마약사건은 한차례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의심은 끝도 없었지만 그저 사람들의 대기업에 관련된 부정적인 시각으로 판단 짓는 기사가 또 한 번 나왔다. 세훈의 아버지는 부쩍 수척해지시고 눈 밑이 퀭했다. 많이 피곤하셨던 모양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3일 동안은 회사에 나가지 않으셨다. 그토록 일을 좋아하신다고 정평이 나있는 성실한 사장님이었는데. 12월의 중순에서 점차 끝자락으로 가고 있을 시점에 SR제강은 또 한 차례 타격을 맞았다.

 

 

 

 

“그러고 보니, 정부가 있었다면서요? 두 번째 부인은 어디다 숨겨두시고 아들만 덜컥 호적에 들인 겁니까?”

 

 

 

 

이제 더 이상 마약에 관련해서 묻지 않았다. 잠잠해질 만 했는데, SR제강 회사건물 앞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손을 떨던 기자 한 명이 물었다. 끈질긴 기자였다. SR제강에 대해서 얼마나 조사했고 무엇을 얼마나 더 노력했는지 모르겠다만 무슨 특종을 바라겠다고 이러는 건지. 겨우 세훈의 죄를 덮었던 의진이었다. 오의진사장님, 말씀해주십쇼. 저에게 답을 바라고 닦달하는 기자가 경호원에게 끌려가기 직전이었다. 사장은 제 옆을 지키는 남자들을 만류했다.

 

 

 

 

“됐습니다. 안 그래도 때가 되면 말하려고 했습니다.”

“…오, 둘째 아드님은 세훈군과 같은 학교에 진학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들은 아니죠.”

 

 

 

 

저는 종인이를 세훈이와 다르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기자는 노트북을 케이스에서 빼내었고 카페로 가시죠. 사장님. 하고 의진을 부추겼다. 의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제 경호원에게 뒤에서 지켜보라며 제 옆에서 멀어질 것을 강요했다. 회사 근처 카페에 들어가, 기자는 커피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사장님도 같은 걸로? 묻자, 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인터뷰를 거절하실 줄 알았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뭐, 어차피 곧 말하게 될 거였는데. 먼저 말한다고 나쁠 것도 없죠.”

“현재 주식지분율이 사장님다음으로 세훈군이 가장 높고 종인군이 그 다음이던데…. 아까 다르다고 느낀 적이 없다는 거 치곤.”

“어디까지 알고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종인이는 중학생 때 데려온 아들입니다.”

“아, 사장님이 오래 키우셨던 세훈군이 아마 후계자로 적임 될 확률이 높겠군요.”

“그건 아닙니다. 저는 종인이를 늦게 만났지만 세훈이 다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기자는 노트북을 펼친 채, 무어라고 타이핑을 해댔다. 벨이 울리자, 기자는 빠른 속도로 일어서서 커피 가져오겠습니다. 라고 사무적으로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진은 노트북을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가 슬쩍 훑고 다시 노트북을 돌려놓았다. 대충 읽어보니, 기사의 주된 타이틀은 마약관련 건으로 주춤했던 SR제강, 떨어진 주식을 올려놓을 방안은? 부터해서 오사장이 언급하지 않았던 둘째아들의 행방은? 첫째아들 세훈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져…. 까지. 의진이 아무렇지 않은 척 팔을 괴어 손으로 턱을 받쳤다. 기자는 쟁반을 들고 테이블까지 도달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컵 하나를 사장 쪽으로 놓고 기자는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마약관련 건 기사가 한 차례 나고 주가가 미미하게 변동을 보였는데, 두 번째 오인기사로 인해 큰 파동이 일었잖습니까.”

“네.”

“거기에 관련되어 해결방안은.”

“회사의 일이라 아직은 누설할 수 없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종인이를 둘째아들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종인이도 제 아들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후계자자리를 넘겨받을 권리가 있고 또 그만큼 영특한 아이입니다. 몇 년 전 세훈이 기사가 여러 차례 나서 알겠지만 세훈이가 꽤 똑똑한 두뇌를 가졌고 아들이 하나밖에 없어서 당연하게도 사람들이 사장자리는 세훈이가 물려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저는 늦게 찾은 제 아들 종인이에게 그 동안 못해주었던 것들을 많이 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들 얼굴도 마주볼 기회가 몇 없고 티가 날 만큼 애정을 쏟은 적도 없지만 제 마음만큼은 진실이라는 걸, 이 기사를 통해 제 아들 두 놈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의외네요. 언론에서는 당연히 첫째 아들 오세훈군이 후계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던데.”

“세훈이는 전에 기사에 났듯, 천재입니다. 명석한 두뇌를 가졌죠.”

“그래서 더더욱 세훈군이 후계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억측입니다. 사람은 됨됨이가 중요하죠.”

“네? 됨됨이요? 세훈군의 성격이 별로라는 말씀이신가요?”

“그게 아닙니다. 종인이는 제가 보살펴주지 않은 어린 시절에 조금 고생을 하며 자랐어요.”

 

 

 

 

그것은 물질적인 문제였지만 제가 나타나서 그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세훈이는 어렸을 때부터 태어나보니, 제 아들이었고 SR제강의 독자로써 사람들의 이목을 단번에 끌었죠. 하지만 종인이는 제가 데려와서부터 언론이 무어라고 마음대로 입을 놀리는 게 싫어.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기자 분들은 다들 종인이의 존재를 눈치 채셨겠지만 처음부터 말하지 않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종인이는 그 때 어렸으니까요. 어린 나이에 언론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왈가왈부하면서 종인이의 존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종인이는 아마 제 집에 들어온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 초반에는 세훈이와 종인이의 사이가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매일 같이 집에 있다 보니 정이 안 들래야 안들 수가 없죠. 친해진 모양이더군요. 제 카메라를 빌려가 친구들과 놀이동산에 다녀온 사진을 보았는데. 아, 내 아들들도 이렇게 보통의 고등학생 또래들과 똑같이 여가생활을 보내고 즐겁게 사는구나. 이제 어색하지 않아 보이더군요.

 

 

 

 

“아, 두 아드님이 친한가요?”

“네, 다른 집안에서 이렇게 아들을 들여왔으면 매일같이 노려보고 싸웠을 텐데. 역시 제 아들들이라.”

“아, 좋으시겠습니다. 혹시 주식에 관련돼서의 방안은?”

“아직 제 아들 두 놈이 어려서 주식을 분배하는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아, 네. 이정도로만 해도 충분히 알겠습니다. 호의적인 인터뷰 감사합니다.”

 

 

 

 

의외로 끈질기게 달라붙을 것 같던 기자는 급히 노트북을 접고 노트북케이스 안에 노트북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자의 커피는 입만 댄 상태였고 의진은 커피를 반 이상 마신 상태였다. 기자는 바쁘게 카페의 문을 열고 나갔고 의진은 여유롭게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문을 밀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코가 시뻘개져선 의진의 옆에 딱 섰다. 밖에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니까. 제 옆에 달라붙은 두 명의 사내를 앞질러 걸으며 의진이 말했다. 차 대기시켜놓았습니다. 그 말에 의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카페 앞에 대놓았던 검은 세단의 문을 열었다.

 

 

 

 

*

 

 

 

 

유복하게 자란 아이들이 많은 국제사립고였다. 예외도 있었지만, 백현은 그 중 단연 정석의 귀공자였다. 유명했다. 백현의 회사도, 백현이 외동인 것도. 백현이 얼마나 유복하게 자라왔는지도. 유치원 때는 특유의 외동 성격과 장난기 때문에 여러 애들을 울리고 다녔다. 머리를 곱게 양 갈래로 땋은 여자아이의 머리를 콱 잡아 댕겼다가 여자애가 그대로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아 우는 바람에 첫 번째 유치원을 나왔고 두 번째도 비슷한 맥락 이였다. 별시답지도 않은 유치원 때문에 백현의 부모님은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몇 개월 단위로 끊어 유치원을 옮기다가 제대로 된 유치원앨범하나 없었다. 백현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철이 들었다. 장난스러운 성격은 어디가지 않았지만 남을 배려하는 게 몸에 빼어있게 되었다. 외동답지 않은 성격 하나가 백현의 틈에 자리 잡았다. 그건 도경수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어느 누가 보아도 귀엽고 사랑스러움이 배어있는 아이. 경수도 유복하게 자라긴 매한가지여서 꽤나 백현과 코드가 맞았다. 밝았고 웃는 게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자꾸만 입 꼬리가 올라가는 아이. 백현은 부모님의 사랑을 잔뜩 받고 큰 주제에 욕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에도 누가 반 아이들에게 골고루 무엇을 나눠준다면 백현은 친구들과 재보면서 가장 큰 것을 골랐다. 그건 다 똑같은 것이어서 별로 차이도 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백현은 어느덧 경수를 만난 후로 모든 걸 경수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하나둘씩, 자신의 몫마저도 경수에게 주었다.

 

 

 

 

‘경수야, 나 너랑 만난 뒤로 좀 이상해.’

‘응? 뭐가?’

‘그냥, 하나도 빠짐없이 다 주고 싶어. 내가 정말 마시고 싶어서 산 초코우유도 너 보니까, 그냥 주고 싶어.’

‘ 그냥 갑자기 먹기 싫어진 건 아니고?’

“아니, 그냥 다 그래.”

 

 

 

 

어느 순간, 깨닫고 있었다. 변백현에게 도경수의 비중은 너무 커다랗다는 걸. 옆에 있던 찬열이 삼총사, 삼총사거리며 세 명을 싸잡아 묶어대며 양쪽으로 어깨동무를 걸쳐오는데도 백현의 시선은 올곧게 경수의 눈을 향했다. 절대로 변함이 없었다. 올곧고 순수한 사랑이었다. 백현은 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경수에게 입을 맞췄다. 단순하게 입과 입만 닿은 뽀뽀였다. 늘 말을 해올 때면 도톰한 입술만 백현의 눈에 들이찼다. 자꾸 욕심이 나는 그 사랑스러운 입술을 범하고 말았을 때, 백현은 입을 맞춰놓고도 민망함에 미안. 이라고 말했다.

 

 

 

 

‘…괜찮아.’

 

 

 

 

귀까지 붉어져서 홍조를 띤 경수가 말했다. 매일 같이 다니던 친구가 그랬는데, 그것도 동성친구인데도 경수는 아무렇지 않아했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백현이였다. 민망함에 시선을 거두고 땅만 쳐다보다가 말을 던졌다.

 

 

 

 

‘욕 안하네.’

‘너한테 욕을 어떻게 해?’

‘왜 찬열이한테는 잘만 하면서’

‘찬열이랑 넌 틀리지.’

‘…뭐가?’

‘넌 내가 좋아하니까. 박찬열이랑 틀려.’

 

 

 

 

수줍은 고백이었다. 한없이 진실 된 고백, 그제야 일전의 일이 생각이 났다. 박찬열이 조금만 장난을 걸어도 죽을래? 라고 말하며 덩치가 훨씬 큰 찬열의 팔뚝과 등판을 내리치며 경수는 늘 사랑스럽기만 하던 입을 놀려 찬열에게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똑같은 장난을 백현이 하면 달랐다. 자꾸 그럴래? 아, 하지 말라니까. 아, 모르겠다. 경수는 백현에게 장난이라도 욕을 한 적이 없었다. 짜증을 내면서도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제 몸을 간질이는 백현의 손을 밀쳐내지 않았다. 그냥 친구에게 보였던 태도와 백현에게 보였던 태도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한 번도 주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느끼지 못했지만.

 

 

 

 

‘나도 좋아해. 친구 그 이상으로.’

 

 

 

 

작은 머리통을 여러 차례 쓸어내리며 한 번 더 짧게 입을 맞췄다. 그 때의 백현은 더 어렸고 지금보다 작았다. 경수 역시 그 때는 더욱더 작았고 귀여웠다. 백현은 과거의 일들을 떠올려 보다가 제 눈앞에서 잠들어 있는 경수의 모습을 눈에 담아냈다. 이제 한 겨울인데 옷은 입고 뻗어야지. 하다가 백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방금 전까지 경수와의 행위가 떠올라서였다. 아무리 피곤해도 옷은 입고 자야지. 살짝 귀 끝이 벌개져선 경수의 가슴께까지 덮여져있던 이불을 경수의 목까지 끌어올렸다. 얼굴만 동동 떠있다. 귀엽다. 백현은 경수의 동그란 이마에 촉-하고 입을 맞췄다.

 

 

 

익숙하게 가방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무어라고 쓴 뒤, 침대 옆 콘솔에다가 붙였다.

 

 

「경수야, 혼자 잠들면 어떡해. 너랑 좀 더 있고 싶었는데. 집에서 문자왔다. 아빠가 빨리 오래. 나 먼저 가볼게. 이따가 깨어나서 나 없다고 삐지지 말고 전화해. 보고 싶다고 말하면 단걸음에 달려올게.」

 

 

 

 

무려 한시간전에나 온 문자였다. 친구 집인데, 부모님 안 계셔서 혼자 있으면 외로워해. 라고 답문을 했는데. 그럼 금방 있다가 와. 하고 답이 왔다. 아버지는 원체 바쁘셔서 제 시간에 퇴근하는 일이 없었다. 한 시간 전이 여섯시, 지금은 일곱 시였다. 무슨 일이지? 백현은 불안해서 눈썹을 찡그렸다. 택시를 잡고 집주소를 부르니, 20분이 넘어서서 집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자마자, 키우던 대형견이 백현에게로 달려와 앞발을 들며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눈처럼 흰 사모예드였다.

 

 

 

 

“렉스야, 형 아빠가 불러서 먼저 들어가 봐야 해.”

 

 

 

 

왈왈 짖던 개는 백현의 다정한 손과 음성에 짖던 것을 멈추고 순하게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었다. 현관 앞까지 가는데도 렉스는 자꾸만 백현의 뒤를 쫓았다. 백현은 작게 한 숨을 쉬었다.

 

 

 

 

“기다려, 아버지랑 얘기하고 나서 산책시켜줄게.”

 

 

 

 

집에서 렉스를 산책시킬 사람은 백현뿐이 없었다. 렉스는 한창 활발한 나이였다. 4살 먹은 렉스는 우람한 덩치와 눈부신 흰 털을 휘날리며 마당을 뛰놀았다. 마당만 뛰어 놀기에는 부족한지 자꾸만 백현이 등교할 때만 되면 낑낑거렸다. 저도 나가고 싶단 뜻이었다. 백현은 요새 렉스 산책 안 시켜준 지 꽤 되었네? 느끼며 렉스에게 손가락으로 마당을 가리키며 기다려하고 명했다. 지문 도어 록을 열고 문으로 들어가자, 현관 앞까지 달려 나온 엄마가 백현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아, 잠시만. 나 신발 좀 벗고.”

“아들, 기다렸는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 경수집 다녀왔어. 경수가 혼자 살잖아. 그래서….”

“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백현은 신발을 현관에 벗어두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밥은 먹었어? 묻는 엄마에게 아니, 경수 집에 쌀 다 떨어졌어. 하고 답했다. 부엌으로 들어서자, 낯선 뒷모습이 보였다. 그 맞은 편 대각선으로는 아버지가 앉아계셨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옆에 앉았다. 뭐야? 백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묻자, 아버지는 밝게 웃으며 답했다.

 

 

 

 

“네 약혼자.”

“…무슨 소리야. 내 나이가 몇인데.”

“괜찮아, 네 약혼자도 너랑 동갑이니까.”

“아니, 잠깐만 무슨 뜬금없이. 나한테 아무런 얘기도 안 해주고 덜컥 부르는 게 어디 있어.”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백현은 제 이마를 차가운 손으로 식히며 물었다. 뒤돌아본 긴 생머리의 여자는 이 상황에서 느끼기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예쁜 외모였다. 딱 저와 동갑또래의 어려보이는 외모와 쌍꺼풀이 예쁘게 져있고 속눈썹이…. 아, 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본의 아니게 여자의 얼굴을 뜯어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데. 약혼 얘기는 제가 한 번도 전해들은 게 없거든요. 없던 걸로….”

“아니, 너는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니. 승연이 안 예쁘니?”

“아니, 안 예쁘단 소리 아니야. 진짜 객관적으로 예쁘지만. 난 아직 약혼 같은 거 할 마음이….”

“결혼하라는 거 아니잖아.”

“아니, 무슨 열여덟에 약혼이야.”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략결혼도 비일비재하고 이것도 하나의 비즈니스인데.”

 

 

 

 

그래도 내가 싫다고 하잖아. 처음 본 여자에게 예의는 아니었지만 백현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언성을 높여 대들었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눈치만 몇 번 보던 부모님은 결국 여자를 일으켜 세웠다.

 

 

 

 

“미안한데, 우리 아들이 원래 착한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 가봐. 다음에 자리 제대로 마련할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버지께는 잘 말씀드리렴. 잘 만났다고 전해드리고. 백현이는 아저씨가 설득하마.”

“…설득하긴 뭘 설득해요! 안 한다니까.”

“우리 백현이가 왜 그럴까. 한 번도 엇나간 적이 없었는데. 사춘기도 티도 안 날 정도였는데.”

“그거랑 별게의 문제에요. 저는 제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머릿속으로는 곧바로 경수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으로만 그쳤다. 저도 남자였고 경수도 남자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라면 가능할 법도 했지만 삼대독자에 기업을 물려받을 유일한 백현에게는 동성과의 결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디, 도망이라도 칠까. 외국 가서 몰래 식이라도 올리고 올까. 아직 열여덟밖에 되지 않은 소년은 진심으로 진지하게 제 연인을 떠올렸다. 떠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경수를 온전히 변백현의 사람으로 내 연인으로 인정시킬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약혼은 승연이랑 해라.”

“네? 약혼이랑 결혼이 별게인가요?”

“일단 유한그룹과 약속을 해뒀기 때문에.”

“그럼 제가 후에 원하는 결혼을 해도 괜찮은 거지요?”

“너는 무슨 약혼녀가 앞에 있는데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하나? 매일 같이 얼굴 보면 좋아져서 정말 덜컥 결혼이라도 할 수 있는 거지.”

“…아버지, 그건 아니거든요.”

 

 

 

 

머릿속엔 온통 경수의 생각들로 들이찼다. 내가 꼭 정당하게. 틀리지 않은 방법으로 네게 진실 된 사랑만 줄게. 흔들리지 않게 항상 네 옆에 있을게. 불안해하지 않게 멀리가지 않을게. 매일같이 만났고 오늘도 만났음에도 경수가 못 견디게 그리워졌다. 지금의 갑작스러운 상황들을 정리하기에 백현은 아직 덜 자랐다. 어른인 척 했지만 애는 애였다. 백현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손톱을 물었다. 손톱을 깨물어 부러뜨리진 않았다. 그저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 손톱을 연약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경수에겐 하지 말라고 해놓고 이기적이다. 참. 백현은 금세 물고 있던 손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아직 부러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기말고사 결과가 나왔다. 반 아이들의 예상에 딱 맞아떨어지게 역시 박찬열은 나머지반이 되었다. 말이 특별반이지. 학교에서 남아서 공부하는 거였다. 쪽팔리게 국제사립고에서. 아이들은 특별반이 된 학생들과 특별반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욕했다. 다행이도 예전 세훈의 무리 학생들에는 나머지가 없었다. 전교생 280명 커트라인 250등. 찬열은 250등이었고 전교꼴등이었다. 물론 찬열이 말한 건 아니었다. 그냥 애들끼리 소문이 다 돌아 알게 된 사실이었다.

 

 

 

 

“괜찮아, 이제 고3인데 언제 학교 더 나와 보겠어. 추억이지 뭐.”

“괜찮은 척 하지마라. 나오기 싫다고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아, 나 진짜 공부한다고 다 대학가는 거 아니고 공부 안 해도 가질 수 있는 직업 많은데….”

“그게 본심이야?”

“응, 나 이정도면 키도 얼굴도 반반하고 모델해도 되지 않을까? 농구도 좋아하고 농구선수도 괜찮을 거 같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것도….”

 

 

 

 

어이구, 못 말린다. 고등학교 2학년 12월 말에 진로를 못 정해서 어쩔 거야. 종인이 찬열에게 핀잔을 주자, 찬열이 민망한 듯 뒷목을 긁적였다. 나 뭐해먹고 살지? 공부는 흥미 없는데. 나 진짜 태생이 예체능 이였나 봐. 예체능이면 다 좋아. 일단 학교에 나와서 엠피쓰리도 듣고 잡지도 보면서 앞으로 뭐해먹고 살지 생각 좀 해봐야겠어.

 

 

 

 

“그러라고 방학 때, 학교 나와서 자습하는 줄 아나?”

“물론 아니겠지. 근데 내가 내 일 생각하겠다는데 왜?”

“그러다가 감독 쌤이라도 불쑥 나타나면 망하는 거고 뭐.”

 

 

 

 

종인은 찬열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봤다. 분명 선생님은 찬열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른 아이들과 틀렸다. 역시나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했다. 찬열은 약자였다. 유복한 집안의 학생들과 달리 한 부모가정에 형편없는 성적까지. 찬열은 정말이지 세훈 때문에 겨우 숨만 붙이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사고도 치지 않았지만 학교의 명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만으로 매서운 눈길을 받아야했다.

 

 

 

 

“너, 나 학교 나온 날 세훈이랑 싸웠었지?”

“갑자기 뜬금없이. 싸운 건 아니고 그냥 어색해졌었어.”

“화해했나보네. 요새 자꾸 나 버리고 밥 먹으러 가더라? 나 이제 목발 안 짚어도 되는데.”

“…껴줄까? 너 오늘도 밥 안 먹고 매점 갔지?”

“뭐, 껴줄 것까지야.”

“매일 매점만 가니까 병든 닭처럼 잠만 자지.”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난 잘 자는데.”

“너 감기기운 있는 거 같아. 자면서 자꾸 코 먹더라.”

 

 

 

 

밥을 안 먹고 다니니까. 그렇지. 그 말이 끝난 뒤,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우리엄마도 해주지 않는 잔소리를 종인이가 해주고 있었다. 찬열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저릿해졌다. 희망 가져도 되는 걸까. 사소한 거에 자꾸만 마음을 쓰게 됐다. 어찌됐건 종인은 찬열과 같은 반이었고 신경 쓰이는 세훈은 종인의 옆옆 반이었다. 얼마든지 종인과 편안하게 말을 나눌 수 있었다. 7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렸다. 찬열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종인을 아쉽게 쳐다보았다. 종례시간은 있었지만 청소시간은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몇 번이고 찬열을 째려보면서 우리 반에 특별반이 있다니 유감이라면서 부끄럽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성적이 조금이라도 오르길 바란다면서 종례를 마쳤다.

 

 

 

 

“종인아, 오늘 아버지가 외식하자고 하시는데?”

“어? 아 진짜?”

“응, 너 데리고 오래. 나도 오랜만에 가보는데.”

“뭐 먹는데?”

“스테이크!”

“우와! 진짜 좋아해. 몇 번 먹어본 적 없지만.”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와서 외식한 적 있었나?”

“중학생 때 너랑 엄청 어색했을 때 한 번 있었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깨어진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 둘 모여 떠올랐다. 얘량 겸상하기 싫어. 내가 왜 이런 애랑 같이 밥을 먹어야해? 싫다니까. 고집스럽게 닫힌 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스럽게 벌어졌다. 곱게 자랐던 어릴 적과는 다르게 세훈은 종인이 집에 오고 나서 벌써 두 차례나 뺨을 맞았다. 맞은 뺨이 얼얼했다. 생각해보니 무슨 소, 돼지, 짐승도 아닌데 종인에게 너무 심했던 것 같다. 종인도 같은 사람인데. 자신과 같은 나이또래에 사랑받고 자랐을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인데. 뒤늦게 데려와 아버지의 애정도 물질적인 무언가도 처음부터 다 가졌던 세훈과는 다르게 항상 외롭고 결핍되었을 아이를 세훈은 매몰차게 대했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버지에 눈에 들기 위해 종인을 깎아내리고 제가 항상 우위인 자세를 취했었다. 생각해보니 엄청 나쁜 놈이었구나. 세훈은 멍청하게 허- 짧은 헛웃음을 날린 뒤, 종인과 시선을 마주했다.

 

 

 

 

“나도 예전 일들 생각하면 내가 너무 어렸구나. 떠올리기만 해도 열이 받고 화가 나.”

“너한테 이런 말 듣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사과 받으려고 말 한 거 아니야.”

“그래도 미안해.”

“…난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데. 기분 좋게 가야지. 아버지 기다리시잖아.”

“앞으로 잘 할게.”

“아, 진짜 왜 어울리지도 않게… 진지한 말 하고 그래?”

“지금보다 더 잘 할게.”

 

 

 

 

오세훈, 이상해. 종인이 제 양팔을 손으로 문질렀다. 표면적인 이유는 추워서였고 내적인 이유는 바뀐 세훈이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밖에서 대기되어 있던 흰 세단에 올라탔다. 세훈은 어렸을 때 자주 갔다던 패밀리레스토랑의 이름을 기사아저씨에게 말했고 차는 유연하게 아스팔트 위를 지나갔다. 살짝 물기어린 바닥은 지나가면서 작게 일렁였다. 물웅덩이가 요동치며 바깥으로 튀었다.

 

 

 

 

“오세훈, 나 진짜 솔직하게 말할게. 예전이 더 나은 거 같애.”

“…뭐? 예전이 더 낫다고?”

“어색해 죽을 거 같아. 좀 투덕거려도 예전이 더 정감 있었어.”

“지금은 정 없냐?”

“아니, 오세훈 안 같아. 오세훈은 좀 더 철없고 진지할 줄 모르고….”

“…뭐야, 그럼 예전이 더 안 좋네.”

 

 

 

 

아니, 좋은 거 있어. 그건 네가 날 좋아하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는 거야. 종인은 거기까지 말을 마친 후, 세훈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그래서 좋았어. 순수하고 남자답고 멋있었어. 귓속말로 속삭이자 세훈이 고개를 휙 돌렸다. 그 탓에 종인은 본의 아니게 세훈의 볼에 입을 맞춘 꼴이 되었다. 볼이 붉어진 채로 급하게 옆으로 떨어져나가는 종인을 보면서 세훈이 소리 내어 웃었다.

 

 

 

 

“너 싫어하는 척 했으면서 내가 표현하는 게 내심 좋았지?”

“…어, 좋았지.”

“우리 합의 좀 할까?”

“무슨 합의는 합의야. 이런 거에.”

“네가 원하는 대로 맞춰줄게.”

“그런 거 너무 하면 너 안 같다니까?”

“내가 언제 나같이 행동 안한데? 그냥 다 섞어서 할 거야. 내 마음대로.”

“…오, 그건 좀 지켜봐야겠는데.”

“멋있다고 못 헤어 나오면 책임 못짐.”

 

 

 

 

아, 오세훈 진짜 능글맞아. 저런 말을 어떻게 저렇게 태연스럽게 내뱉지? 종인은 무얼 더 생각하기도 전에 주먹을 쥔 손으로 세훈의 팔뚝을 내리쳤다. 이게 일상이었지? 다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연애 초반으로. 그리고 초반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도착했습니다. 기사아저씨의 말에 몸을 번쩍 일으킨 두 사람이 양쪽 문으로 서로 몸을 빼냈다. 건물 하나로 이루어진 레스토랑은 서양식구조였다.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자, 웨이터와 웨이터리스가 마주보고 서서 인사했다. 오의진 사장님 예약 석은 2층입니다. 나선형으로 된 계단을 올라가 테라스 쪽으로 갔다. 열린 공간, 탁 트인 곳에서 아버지는 미리 나온 식전 빵을 드시고 계셨다. 네 등분으로 갈라져있는 빵에 파테를 묻히고 한 입 베어 문 아버지는 제가 있는 곳까지 다가온 아들들을 보고 그제야 물고 있던 빵을 내려놓고 냅킨을 꺼내어 입을 닦았다.

 

 

 

 

“상당히 오랜만이구나. 셋이 같이 밥 먹은 지 오래 되었지?”

“…아, 네.”

“너희 오자마자, 눈치껏 메인요리 넣으라고 시켰으니까. 금방 만들어 올 거다.”

 

 

 

 

세훈과 종인이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 십분도 채 되지 않아서 샐러드가 나왔다. 간단한 샐러드였다. 닭 가슴살과 양상추가 곁들려진 시저 샐러드, 줄줄이 세트메뉴가 나왔다. 뒤이어 온 스테이크는 종인이 이제껏 먹어왔던 고기보다 붉었다. 종인은 서툴게 칼질을 해, 스테이크를 한 입 물었다. 살짝 핏기어린 고기는 종인의 입맛에는 맡지 않았다. 종인이 결국 한 번 씹고 급하게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고기, 입맛에 안 맞니?”

“아, 저는 항상 웰던만 먹어서 그런가 봐요.”

“그러면 억지로 먹지 말고 새 걸 시켜.”

“아니에요. 오븐에 좀 더 돌려달라고 하죠. 뭐.”

“어차피 아버지가 사는 건데, 부담 갖지 말고.”

“그래도 아깝잖아요.”

 

 

 

 

의진은 자꾸만 종인에게서 종인의 엄마를 보았다. 제가 사랑했던 여자 혜영과 많이 닮아있는 아이. 혜영도 어릴 적부터 의진 못지않게 좋은 집안에서 자라 장녀로써 살아왔다. 혜영은 여자치고는 다부진 성격과 약간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다른 여자들 못지않게 여리고 걱정 많은 평범한 성격의 여자였지만, 의진에게만큼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보통의 있는 집 여성들과는 참 틀리다. 낭비벽도 없고 샤넬백과 프라다 백을 경멸했다.

 

 

 

 

‘그거 괜히 있어 보이려고 없는 사람들도 뼈 빠지게 알바해서 사는 거잖아. 있는 집 사람이 매도 샤넬은 싫어.’

‘진짜 혜영이 너는 다른 여자들이랑은 좀 다른 거 같아.’

‘언제까지나 남자가 벌고 여자가 집안일만 할 수는 없지. 그래서 학과도 경영마케팅 쪽으로 온 거고.’

‘그 능력, 우리 회사에서 쓰는 건 어때?’

‘말도 마. 이미 자리 잡아서 사표쓰기도 무안해. 우리 회사는 점점 성장할 회사고 네 회사는 늘 높은 곳에 우뚝 서있는 회사잖아. 더 올라갈 곳도 없는 높은 곳. 나한테는 과분한 곳이야.’

 

 

 

 

그랬다. 의진은 주관이 뚜렷했고. 여자가 돈 버는 것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그 남자를 만났던 거니? 죽은 혜영이 조금 원망스러워지려 했다. 그래도 내게 종인이를 맡겨줘서 고마워. 늘 결론은 하나였다. 종인이는 혜영이를 빼닮은, 눈이 예쁜 아이였다. 눈앞에 있는 종인의 얼굴을 담았다가 옆에 있는 세훈의 얼굴을 또 한 차례 담아내었다. 나는 이 아이들을 어느 한 쪽으로 편애해서는 안 된다. 그건 혜영이도 원치 않을 거고 또 나 자신도 세훈이를 놓는 것도 원치 않았다. 묵묵하게 스테이크를 썰어내고, 일정하게 썰어낸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무는 세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들, 잘 먹어서 보기 좋네.”

“이제야 제가 보이시나 봐요. 종인이랑만 얘기해서 저 잊은 줄 알았잖아요.”

 

 

 

 

예전처럼 진심으로 화난 말투가 아니었다. 다분히 장난기 어린 세훈의 말투와 미소에 의진이 웃었다. 아들, 질투해? 장난스럽게 말을 맞받아치는 의진은 세훈이 보아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정했고 아빠로써 합격점 이였다. …간만에, 몇 년 만에 아버지에게서 따뜻함을 느꼈다.

 

 

 

 

종인은 다시 구워온 웰던의 스테이크에 칼을 가져다대었다. 손길이 서툴다. 스테이크를 썰어본 적이 있어야지.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썰어주셨는데…. 종인은 입술이 부루퉁하게 튀어나와서는 잘되지도 않는 칼질로 고기 절단면을 오돌토돌하게 만들었다. 딱 한 번 썰었을 뿐인데 칼을 뺏든 세훈이 종인의 접시를 가져다가 대신 칼로 스테이크를 썰어주었다. 일정한 크기로 먹기 좋게 잘린 스테이크는 누가 보아도 능숙한 칼질로 빠르게 잘려나갔다.

 

 

 

 

“고마워.”

“많이 먹어.”

 

 

 

 

스테이크가 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많이 먹어. 라고 말하려다가 아버지가 메인세트와는 별개로 음식을 여러 개 더 시키는 것을 보고 종인은 별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들들, 오늘 왜 불렀는지 알아?”

“…아뇨.”

“그 회사마약사건이후로 끈질기게 붙던 기자가 오늘 벌벌 떨면서 회사 밖에서 기다리고 있더구나.”

 

 

 

 

일순 세훈의 몸이 작게 경직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티도 안날 터였다. 괜히 긴장한 세훈이 제 손으로 손등을 문질렀다. 잠잠히 얘기를 듣고 있자, 예상외의 답이 툭하고 튀어나왔다.

 

 

 

 

“종인이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 하더구나.”

“…아.”

 

 

 

 

그래서 말해주었다. 종인이는 내 아들이고 세훈이도 내 아들이고 둘 다 어느 하나 두 번째로 생각하고 키우지 않았다고. 나는 두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늘 주고 싶었다. 때가 어느 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곧 공식석상에도 종인이의 모습을 비춰야 할테고 성인이 되기 전에 종인이의 기사가 하나쯤은 나올 거다.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너희가 쭉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경쟁이요?”

“사랑하는 아들들을 경쟁시키다니, 참 몹쓸 생각이지만. 경영권을 넘겨준다는 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

“동등한 기회와 권한을 부여하겠다.”

 

 

 

 

의진은 제가 생각한 바를 두 아들에게 말했고 세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종인은 잠자코 아버지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이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세훈은 생각했다. 놓아도 괜찮아. 김종인이라면, 종인이라면 무언 갈 뺏겨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

감정변화 터져 베이베..!

 제가 정말.. 조화하는 독자님들..ㅠㅠS2..

연재텀 이상해졌는데도.. 꾸준히 봐주셔서 감사해여...

암호닉이요~

텐더님 판다님 슈슈님 리마님
72%님 잉여님 퐁퐁님 호호님 짜요짜요님
디니님 비밀님 파레라님 aa님 백백님 정모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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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72%에요!어어ㅓ엉엉ㅇ엉찬열이부짱해..제가데리고가겠습니다..☆★..경영ㅇ권문제가아이들의사이에있어서문제가되지않길바래여..백현이도어떻게될지..ㅠㅠㅠㅠ현실적으로어떤선택을할지궁금하네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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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두커플다 좀 행복해졌으면 좋겠는데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제발 안좋은 상황이 안왔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렇게 안되겠죠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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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히힣 슈슈입니다~ 우와! 이번에도 타이밍 잘잡은 것 같아서 기뻐요 흑지님!!ㅠㅠㅠ 종인이는 예전이 더 좋았다 말하지만 표현많이하는 지금의 세훈이를 더 좋아하리라 믿어요(의심미) 왜냐면 능글맞게 맞춰준다는 세훈이를 제가 좋아하기 때문..흐흐// 저번화처럼 아버지의 태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라고 해야하나요ㅎㅎ 세종이들도 그걸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여요ㅜㅜ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는 세훈이는 정말 처음봤을 때보다 많이 성장한게 느껴져서 눈물이 흡ㅜㅜㅜ 상반되게 백현이는....처음에 경수와 달달한 분위기여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폭탄이 쾅!!하고 터진...으엉;; 삼대독자라는 타이틀은 어렵죠ㅠ 약혼자라니... 경수를 위해 단호해지고... 처음인가요?저런 반항도 하니까 안타깝기만 해요ㅠㅠ 꼭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ㅠ 백도들 사이에서 찬열이는 배제가 되어가는 듯 하네요... 백도들에겐 좋은 의미겠죠..?ㅎ 경수가 '찬열이는 너와 틀려'라고 말하면서 백현이의 마음을 굳히네요ㅋㅋㅋ 이렇게 예쁜아이들인데ㅠ 종인이는 한없이 다정하고ㅠ 찬열이의 종인이를 향한 마음은 더 깊어지고ㅠㅠ 으으...;; 진전된 분위기의 www기대할게요⊙♡⊙ 이번화도 정말 잘보고가요 흑지님!!^0^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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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얼마나기다렸는데.ㅠㅠㅠㅠㅠ흐앙.ㅜㅜㅜ보고싶었어요 ㅠㅠ어서오세영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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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판다입니다ㅠㅠㅠㅠ선의의경쟁좋다....이 소설이 해피엔딩이였으면 좋겠어요 모두들....ㅠㅠㅠㅠ세종도 백도도퓨ㅠㅠㅠㅠㅠ제마음이너무아파ㅠㅠㅠㅠ내용은좋은데많이슬프네여...ㅠㅠ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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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기다렸었는데 인제야 보게됐네여..ㅠㅠ 잘흘러가나싶었는데 백도는 약혼이라는벽이....세종은 선의의경쟁...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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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리마입니다 ㅜㅜ 오기가 힘들어지긴하지만 흑지님 때문에 가끔이라도 읽고 댓 달아요 ㅠㅠ♥ 흑지 러뷰♥♥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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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흑지님 언제나 기다리고있습니당~~정말 글 잘 쓰시네용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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