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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written by.흑지 

  

  

  

  

  

변백현이 실종된 지도 벌써 여섯 달도 지났다. 말이 여섯 달이지. 경수에게는 주마등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백현은 경수와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었다. 언제까지일지는 몰라도 중학교를 같이 나와서 고등학교도 같은 곳에 진학하고 대학생이 되어서 같은 대학이 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인 서울을 해서 같이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하기도 했고 근처 대학로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리포트를 작성하기도 하고 서로 도와주기도 하며 즐거이 보냈던 시간만 세도 10년은 족히 넘었다. 그 정도로 변백현은 도경수의 

  

일상이었다. 모든 일에는 항상 백현이 개입했으며, 과모임이니 뭐니 했을 때도 백현 역시 신입생이라 자리에 빠지지 못했을 텐데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술기운에 아른거리는 정신을 붙잡아주곤 했었다. 대학을 졸업했다. 학사모를 허공에 던지며 날려 보내고 꽃다발을 받고. 그 모든 도경수의 일상에 변백현이 존재했다.  

  

경수와 백현은 그 뒤로도 문제없는 일상을 살아왔다.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며 인턴을 수료하고 남부럽지 않게 직장생활을 했다. 적지 않은 월급, 그리고 오랫동안 사귄 연인. 이뿐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백현은 스물여덟의 나이에 부장급까지 올랐다. 자가로 산 차도 있었다. 그 차는 흰 색이였고 백현과도 같은 색이였다. 이 차는 경수도 곧잘 태웠었다. 늦게까지 야근한 경수가 뻐근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오면 항시 대기 중인 차였다. 경수는 백현보다 성과가 더뎌 일이 많았던 일개 사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흰 차는 백현이 지방출장을 간 날에 묘연하게 사라졌다가 백현이 출장을 갔던 지역 근처의 산에서 발견되었다. 볼품없이 찌그러져 길과는 멀리 떨어진, 그러니까 산에서 떨어진 걸로 추정되는 모양새로 있었다. 혹시나 하고 그 안을 보았지만 시신은 없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경수는 백현이 차가 떨어질 것 같아서 미리 피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그 근처를 수색 해봐도 시신이 없었다고 했었으니까. 그러면 어디 간 걸까? 갔으면 돌아와야지. 혹시 떨어진 충격으로 기억을 잃었나?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그러면 안 돼. 백현이가 나를 잊어버리잖아.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가도 경수는 다시금 마음을 다 잡았다. 주소가 있다. 서울로 다시 돌아올 백현의 집주소가. 

  

  

그렇게 바라고 또 바랬는데. 백현은 끝끝내 경수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림이란 건, 애써 다독거리며 했던 긍정적인 생각들을 부정적인 생각으로 바꾸어놓았다. 백현이를 이제 보내줘야겠구나. 괜히 내가 붙들고 있었어. 미안해. 경수가 작게 눈물을 글썽거렸다. 출근해야지. 어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예전과 다르게 변백현이 없는 것만 빼고. 버스를 타고 회사에 내리고 썩어빠진 동태처럼 멍한 눈으로 모니터를 보다가 모니터 앞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덕분에 건너편에 앉은 부장님의 온갖 쓴 소리와 한 달 치 잔소리는 다 듣고 말았다. 김 부장은 회사에서 알아주는 까칠한 사람이었다. 좋은 인상을 팍팍 구겨가며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온통 졸고 있던 경수에게 풀었다. 그래봤자. 오늘 한 일이라곤 직원들이 쓴 계획서만 검토한 게 다면서 아, 경수는 계획서를 한 페이지 남겨놓고 졸고 있었다. 나 혼날 만한가? 경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한 모금 마시고 자리에 내려두었다.  

  

김 부장에게 계획서를 가장 늦게 냈다고 왕창 깨지고 나서 경수는 힘없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백현의 차를 눈 앞에서 보았다. 흰 차다. 백현이가 탔던 차종이 갔다. 그리고 번호판도. 경수는 홀린 듯, 도로에서 내려오려다가. 갑자기 경수의 앞으로 차가 훅하고 지나가 놀라 뒷걸음질 쳤다. 다시 보니, 그 흰차는 환영이었나 보다. 헛것까지 보네. 진짜 미쳤나보다. 경수는 머리를 붙잡고 작게 한 숨 쉬었다.  

  

  

  

“다칠 뻔했잖아.” 

“…부장님.” 

“오늘 컨디션 안 좋아? 왜 젊은 사람이 머리를 붙잡고 그래.” 

“죄송합니다. 들어가 볼게요.” 

  

  

  

안녕히 가세요. 말하며 경수가 힘없이 걸었다. 차 태워줄까? 부장은 선심 쓰듯 말했지만 경수는 아니에요. 됐어요. 하고 고개를 저었다. 승용차라면 이제 타지 못한다. 애초부터 운전면허증을 따두기만 했지. 운전을 하지 않은 경수는 장롱면허였고 늘 백현의 차에 얻어타기만 했었다. 그런데 그런 백현의 차가 형체도 불분명하게 본래의 절반도 안 되는 찌그러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경수는 백현의 차를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수사를 했던 경찰에게서 직접 사진을 건네받았다.  

사건사진749-1번, 차가 찌그러졌으나, 운전자가 실종된 사건으로 근처에는 높은 산이 있었음. 산에 찻길이 있었던 걸로 보아, 산에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 근처를 다 수색했으나 운전자를 찾지 못했고. 실종이지만 거의 사망에 가까운 것으로 추측. 까지 해서 경수는 그 모든 내용을 직접 보지 못하고 다 전해 듣고 사진도 전달해서 받았다. 그래서 경수는 현실을 부정하려 들었다. 근데 진짜 안 보이니까. 이렇게 오래도록 안 보이니까. 실감이 난다. 

  

경수는 집까지 바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지하철로 가는 게 좀 더 빠르지만 버스가 더 편했다. 돌아가긴 하지만 집 앞에서 내릴 수 있으니까.  

  

편한 자리는 이미 꽉 차 있어서 맨 뒤에 앉았는데, 또 환영인가 보다. 백현의 모습과 흡사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백현이 평상시에 자주 입던 회색 후드집업 까지도 똑같다. 이 정도면 백퍼 환영인 게 틀림없다.
 

  

  

“왜 이렇게 시무룩해. 또 부장한테 혼났어?” 

“….” 

“뭐야. 왜 말 안 해. 나 혼잣말하는 거 같잖아.” 

“또 헛것 보는 거 같은데.” 

“…무슨 헛것이야?” 

백현이 경수의 수척해진 뺨을 붙들고 옆으로 돌렸다. 나 여기 있는데. 안 반가워?  

“반갑긴, 완전 미워.” 

  

  

  

너 지금 이게 나한테 얼마나 못할 짓인지 아니? 죽었다는 보장도 없지만 환영에 환각까지. 나 아무래도 정신병원 가봐야겠어.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이제 변백현이 실감나게 얼굴을 붙들고 저를 똑바로 보라는 듯 눈에 힘을 주어 쳐다보는데. 생생해서 미칠 지경이다. 

  

사실 눈앞의 변백현이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눈을 끔뻑였는지 모른다. 다시 사라질 환영과도 같은 거여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니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야. 왜 따라내려.” 

“당연히 내가 그 버스를 탔는데 같이 내려야지.” 

“너 진짜 변백현 맞아?” 

“그럼 가짜 변백현이겠어?” 

“말투 보니까. 변백현 맞네.” 

“우리 경수 삐졌어요? 내가 너무 오랜만에 나타나서?” 

“당연히 삐졌지.” 

  

  

  

내가 화내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변백현은 항상 이런 식으로 애교를 떨곤 했다. 징그러워. 장난 식으로 말하곤 했지만 그게 절대 징그러워서 그런 건 아니었다. 변백현식 애교는 도경수의 화를 푸는데 크게 한몫했다. 평소 때는 자상하고 항상 챙겨주고 그랬는데. 애교라니. 경수는 이런 백현의 반전이 싫지 않았다. 

집 앞에 와서 도어 록을 열자, 경수의 뒤에서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오던 백현이 잠시 멈칫했다.  

  

  

  

“백구야.” 

“끼잉-” 

  

  

  

얼마 키운 지 안 되어 보이는 새끼 강아지가 낑낑거리며 카펫 위에서 떨고 있었다. 일부러 보일러 온도도 따뜻하게 해놓고 갔는데. 떨고 있다니.
왜 그래? 백구야. 어디 아파? 다정한 말투에 백현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들어와. 왜 문 앞에서 그러고 있어.” 

백현은 현관으로 들어와 신발을 벗어두고 경수의 옆으로 갔다. 

“강아지는 언제 키웠어?” 

“너 없어지고 두 달 정도 뒤부터?” 

“강아지 되게 작다. 몇 개월이야?” 

“눈도 못 뜬 강아지, 눈 겨우 뜨고 데려왔으니까 이제 4개월.” 

“아, 귀엽네.” 

“근데, 우리 백구가 왜 이러지. 자꾸 몸을 떠네.” 

“따뜻한 털방석 같은 거 사줘.” 

“아, 그러면 되려나.” 

  

  

  

아, 근데 아까 전부터 계속 일상으로 기어들어오려고 하는 저 변백현 환영씨. 갑자기 퍼뜩 정신이 든 경수가 강아지를 내려놓고 백현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어디 있었어? 왜 이제 왔어?” 

“참 빨리도 묻는다.” 

“정신이 없어서 지금 묻는 거야.” 

“출장 갔다가 산에서 굴러서 다쳐가지고 요양 좀 하다왔어.” 

“차는?” 

“아, 그거. 떨어졌던데.” 

“왜 이렇게 태연하게 말해? 네 차잖아.” 

“엄연히 말하면 내 차는 아니지.” 

  

  

  

너와 추억이 있었던 차잖아. 변백현과 도경수의 차였지. 백현은 쓰게 미소 지었다. 

  

  

  

“차가 문제야?” 

“…야, 변백현.” 

“내가 돌아왔는데?” 

“….” 

  

  

  

아, 또 예고 없이 눈이 젖어들었다. 울 것 같아. 경수는 도리어 눈에 힘을 주었다. 눈물을 잔뜩 머금은 눈이 천장을 응시한다. 안 우려고 필사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좋아?” 

“…그럼. 안 좋겠어?” 

  

  

  

왈왈, 어린 강아지가 짖어댔다. 경기하듯 높게 짖어대는 통에 경수는 깜짝 놀라, 땅으로 다시 손을 뻗었다. 백구야, 우리 백구 왜 그럴까.
밥통에 밥도 그대로인데. 짖지 마. 쉬이- 형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왔단 말이야.
 

  

  

“낑-” 

“어떡해. 백구 많이 아픈가봐.”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어떻게 장담해?” 

“난 나쁜 사람 아니니까.” 

“…아 맞다. 백구랑 살면서 네가 가장 처음 온 손님이네.” 

“그래, 낯가리는 가보다.”  

  

  

  

백현은 철저하게 경수의 일상에 스며들려했다. 경수는 번뜩 백현의 일상에 관한 내용들이 궁금해졌다. 

  

  

  

“근데 너 직장은? 요새 돈은 있는 거야? 아팠다면서.” 

“이제 다시 다녀야지. 돈은 있어. 아까 버스도 탔잖아.” 

“무임승차한 건 아니고?” 

“…풉. 경수야.” 

  

  

  

아, 귀여워. 진짜 귀여워서 죽겠다는 얼굴로 경수의 볼을 쓰다듬는다. 

  

  

  

“우리 경수 볼 살 어디 갔어.” 

“세월이 잡아먹었다. 왜.” 

“고작 우리 못 본 게 육 개월인데?” 

“…야, 고작이라니.” 

  

  

  

고작이라기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우리가 매일 함께했던 일상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공유했던 감정의 깊이가 너무도 깊었다. 고작. 그 두 단어에 결국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 터졌다. 

  

  

  

“바보야, 네가 정말 아팠다면 핸드폰이 박살이 났어도 병원전화로 내 번호 입력해서 전화 한 통화는 해줬어야지.” 

“…우리 경수, 많이 속상했구나.” 

“속상해. 진짜 미워죽겠어. 변백현.” 

  

  

  

미워죽겠다면서 먼저 기대오는 경수의 작은 머리통을 백현은 손으로 쓰다듬었다. 머리통위로 부드러운 손과 딱딱한 물체가 닿는다. 용케도 끼고 있었네. 아팠다면서 커플링이었다. 경수보다 체구는 컸지만 손만큼은 가늘고 길었던 백현이었다. 손잡은 사진 올리면 여친이라 해도 믿겠다. 그치? 경수는 그러면서 카톡 프로필 사진을 손을 맞잡은 사진으로 바꿨었다. 누가 여친이야. 남친이지. 백현이 짐짓 무서운 눈으로 말했지만 경수는 전혀 무섭지 않다는 듯, 뭐 어때. 애인이라는 개념만 그대로면 되지. 하고 얼렁뚱땅 넘어갔다. 

  

  

  

“아팠다면서 커플링은 용케도 끼고 있었네.” 

“이거 잃어버리면 너한테 맞잖아.” 

“언제는 맞는 거 사실 하나도 안 아프다면서.” 

“그거 사실 뻥이야.” 

  

  

  

뭐어? 진짜 아팠어? 경수가 진지하게 묻자. 백현이 경수의 손을 제 손으로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는 너는 커플링 어디 갔어. 빨리 찾아와.  

  

  

  

“나는 네가 계속 안 보이니까. 뺐지.” 

“어쭈, 바람피우려고?” 

“바람은 무슨 바람이야.” 

“빨리 찾아와서 내 앞에서 껴.” 

“의처증이네. 이거.” 

  

  

  

볼멘소리를 내뱉었음에도 몸을 절로 돌아서 서랍장으로 향했다. 반지케이스 안에 넣어둔 반지가 영롱하게 빛났다. 관리를 잘해둔 탓이었다. 경수는 반지를 들고 거실로 가, 백현에게 보라는 듯 반지를 백현의 눈앞에 보여주고 뒤이어 반지를 꼈다. 월급쟁이가 된지 얼마 안 되어 백현과 함께 샀던 커플링 이였다. 학생 때도 커플링을 종종 사긴 샀었다. 백현이 선물했던 은반지에 용돈 모아 같이 산 두 번째 커플링 18k금반지까지. 그래도 이번 커플링은 좀 남달랐다. 작은 다이아가 박혀있는 브랜드 있는 곳에서 맞춘 반지였다. 그리고 이걸 맞추며 백현은 고백했다. 

  

  

  

‘이거, 비록 더치로 산거지만 다음에 돈 더 벌면 내가 더 예쁘고 비싼 걸로 살게.’ 

‘아냐, 이거 계속 끼는 걸로 만족할게.’ 

‘나 지금 고백도 전에 차인거야?’ 

‘무슨 고백할 건데.’ 

‘그 때 되면 결혼하자고.’ 

  

  

  

우리나라는 안 되고 해외 나가서 그림 같은 곳에서 작은 성당에서 하자. 라고 했었다.  

  

단순한 고백이 아닌 청혼이었다. 

  

  

  

“자, 이제 만족해?” 

  

  

  

경수가 손을 들어 백현에게 보여줬다. 반지 보여주고 반지 낀 손 보여주고. 오히려 반지를 찾아오라던 백현보다 더 열성적으로 반지를 인증하는 경수를 보며 백현이 간지러운 미소를 숨김없이 다 흘려내었다. 예쁘다. 잘했어. 경수야. 뒤이어 들려오는 보상 같은 칭찬에 경수는 아이처럼 웃었다. 어른이라기엔 소년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시간 늦었다. 백현아, 자고 가.” 

“그러려고 했어.” 

“이게 염치없이.” 

“어차피 자고가. 라고 하려고 했잖아.” 

“어, 맞아.” 

  

  

  

우리가 안지도 어언 14넌이다. 열 네 살에 만났으니, 인생의 절반이 변백현이라고해도 과한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척보면 알았다. 미묘한 표정변화에도 얘가 무슨 일이 있구나. 무슨 생각하는 구나. 다 알았다. 그래서 백현은 진즉에 알았을 것이다. 내가 왜 따라내려. 라고 까칠하게 말했을 때도 변백현은 내가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 거다. 그리고 집에 와서 했던 미운 7살 아이 같은 투정에도 변백현은 날 잘 컨트롤했다. 나는 그런 백현에게 오히려 컨트롤 받았다.  

  

우리는 정말이지 일말의 스킨십도 없이 잠을 잤다. 자고 가라는 말에 별다른 뜻이 없었다는 건 변백현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같은 침대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굿나잇키스도 하지 않은 채 잠을 잤다. 나는 어차피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백현이 내 옆에 오늘처럼만 있어준다면 스킨십은 내일해도 모레해도 늦지 않다. 그냥 서로 원할 때 해도 충분했다. 백현이 먼저 잠이 들었는지 자연스레 몸을 옆으로 돌렸다. 백현은 똑바로 잠들지 못했다. 똑바로 누워있어도 어느새 보면 새우잠을 잤다. 경수는 반대로 옆으로 자지 않았다. 이건 백현과 경수의 다른 점이었다. 그래도 이 점은 이들에게 이로웠다. 백현은 습관처럼 경수의 몸 위로 손을 얹었다. 

  

  

  

‘너 곰돌이 인형 같아.’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어렸을 때 안고 자던 인형.’ 

‘남자애가 무슨 인형을 안고 자.’ 

‘넌 안 안고 잤어?’ 

‘어.’ 

‘그래도 아주 어렸을 땐 안고 잤을 걸? 난 5살 때 기억도 나는 걸.’ 

  

  

  

그래, 그건 중학교 때. 경수의 집에서 처음으로 자던 백현이 경수를 끌어안으며 했던 말이였다. 백현은 무언가 끌어안고 자는 걸 좋아했다. 새우잠을 자기 때문일까. 백현은 자연스럽게 경수를 품에 안고 잠에 들었다. 경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익숙함에 수면으로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그건 아침 알람시계가 울렸을 때, 머리가 지나치게 개운하다. 며칠 미뤘던 잠을 몰아서 잔 듯, 너무도 개운했다. 경수는 자연스레 제 옆을 확인했다. 비어있는 빈 자리에 경수는 작게 머리를 흩뜨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현아, 화장실에 있어?” 

  

  

  

화장실 문을 열어봤지만 없다. 그리고 카펫 위에서 잠을 자던 아기강아지는 이제 충분히 잠을 다 잤는지, 아니면 경수가 너무 반가운 건지. 특유의 애기강아지 톤으로 밝게 두어 번 짖으며 경수에게로 달려왔다. 경수는 허탈한 표정으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 백구의 뺨을 매만졌다. 

  

  

  

“우리, 백구 아침부터 기분이 좋나보네?” 

  

  

  

멍! 진짜 대답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저녁에 아픈 것 같이 낑낑대고 지나치게 몸을 떨어대더니, 반나절이 지나서 보니까 아주 멀쩡한 모습이다. 아픈 적이 없었다는 듯,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백구의 등을 쓰다듬으며 형, 출근해야 돼.하고 짧게 말한 뒤 화장실로 들어가는 경수였다. 

  

  

  

‘갈 거면 말을 하고 가던가.’ 

‘아니면 연락처라도 알려주고 가던가.’ 

‘이것도 아니라면 그냥 계속 자고 가지. 연락처는 깨워서 물어봐도 되잖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느릿느릿하게 샤워를 했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차가웠다. 경수는 아, 작게 놀란 소리를 내며 밸브를 따뜻한 쪽으로 돌렸다. 따뜻한 물에 녹녹해진 몸으로 머리를 감고 머리를 탈탈 털면서 나왔다. 알람시계와는 다르게 조금 늦게 울리는 핸드폰 알람에 경수는 시끄러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알람을 해제시켰다. 그러자, 새 메시지 2건이 뜬다. MMS 010-0506-0112 내 번호로 온 메시지였다. 뭐야. 경수는 의아함에 문자 확인 버튼을 눌렀다. 

  

  

  

「나야, 변백현. 먼저 가서 미안해. 사정이 좋지 못해서 매번 놀러오지는 못 해.
근데 가끔 놀러올게. 커플링 빼놓고 있지 마. 서운하니까. 아 그리고 나 또 잠깐 동안 어쩌면 몇 개월이 될지도 모르는데 못 봐. 되게 밉겠다. 서운하지?
그래도 미워하지 마. 진짜 나쁜 놈이었으면 나타나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아, 참, 백구는 괜찮아? 어제보단 나아졌을 거야. 애기강아지라 더 걱정되고 그럴 텐데
너무 걱정하지 마. 아프지 말라고 도경수 걱정시키지 말라고 내가 부탁해두고 갔어. 경수야, 다시 보는 그 날까지 안녕. 사랑해, 경수야.」 


  

 

끝까지 이런 식이다. 결국 희망을 안겨주고서 몇 달간 못 볼지도 모른다니. 미워. 너 정말.  

  

  

경수는 끝끝내 진실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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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수정함 원래 인생의 절반이 될뻔함;;.
제 말이 길어지면 폭넓게 글을 보는데 방해가 되겠죠.. ((줄임))
번외는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제 성격상 안쓰겠죠..;(오열.) 

  

이건 오늘 갑자기 감정이 잡혀.. 토해내듯 세시간만에 써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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