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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애아빠가 산다
25
* * *
그 날 이후로 나는 절대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내가 누군가를 욕심내면, 그 사람은 꼭 내 곁에서 사라져버리곤 했으니까.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 내 사람은, 시우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남은 생은 시우 하나만 사랑하면서, 시우만 지키면서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네가 나타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내 앞에서 한없이 사랑스럽게 웃어주는 사람.
" 이제. "
" 응? "
" 우리집으로 가자. "
" ... "
" 헤어지기 싫어. "
지금 잡은 이 손을, 나는 이제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된다 해도, 네 손만큼은 다신 놓고싶지 않아졌으니까.
평소와는 달리 엘리베이터 앞에서 헤어지지 않고 손을 잡은채로 함께 우리 집으로 들어갔다.
참을 생각도 없지만,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어찌 하지 못하자 옆에선 너는 실없이 웃는다며 나를 구박한다.
하지만 네가 뭐라 해도 그저 즐거운 나에게는 그 말도 귀엽게 들리니 이정도면 병이지 싶다.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도 평소보다 경쾌하게 들리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느껴지는 온기도 기분좋다.
아마 이제부턴 그 온기가 지금보다 더욱 따뜻해지겠지.
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문을 열면 나를 반겨줄 너와 시우의 웃는 얼굴을 상상하자 또 웃음이 터졌다.
둘이 같이 현관에 들어서 신발을 벗는데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막 잠에서 깼는지 눈을 부비며 방에서 나오는 시우가 보였다.
눈을 깜빡거리며 우리를 올려다보다 잠투정을 하며 손을 뻗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 옆에 서 있던 네가 시우를 들어 품에 안는다.
" 시우 왜 깼어? "
" 으응... 누나야...? "
" 응, 누나네? "
" 눈나가 왜 우리집에 이써...? 시우 꿈꾸는건가...? "
네 품에 볼을 부비던 시우가 웅얼거리는 말에 우리 둘 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여전히 잠에 취해 영문을 모르는 시우만 계속 꿈이냐며 중얼거린다.
너는 그런 시우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섰다.
네 품에 편히 안겨 다시 노곤히 눈을 감는 시우와 널 바라보며 나도 천천히 따라 들어섰다.
" 누나.. 안졸려어? "
" 시우 졸리구나? 누나랑 잘까? "
" 으응... 시우 졸려... 누나랑 자꺼야... "
" 어, 그럼 아빠는? "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괜히 시우를 흘겨보며 말하자 반짝 눈을 뜨며 아빠도! 하고 소리친다.
나와 네가 동시에 시우를 쳐다보자 헤실헤실 웃으며 아빠두 가치 자면 되지- 중얼거린다.
다시 곧 잠에 들 것 처럼 느리게 눈을 꿈뻑거리는 시우를 보고 너는 자연스레 내 침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널 뒤따라가자 어느새 너와 시우가 내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 내 자리를 비워놓고 있었다.
시우를 가운데에 두고 어서 눕지 않고 뭐하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눈짓을 하는 너를 보니 웃음이 났다.
둘의 눈치에 결국 살며시 시우의 옆에 눕자 시우가 해맑게 웃으며 나와, 네 손을 꼭 붙잡았다.
" 우리, 꼭 지짜 가족 같지요? "
" 그러게- 우리 셋이 정말 가족 같네? "
" 시우는... 앞으로도 눈나랑 압빠랑 쭉 가치 있었으면 좋게써... "
살살 눈치를 보며 끝을 흐리는 시우의 중얼거림에 슬며시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연신 간절한 눈빛으로 양 옆을 왔다갔다 올려다보는 시우의 귀에 대고 네가 작게 속삭였다.
이제, 우리는 계속 함께 살거라고.
그 말에 시우 뿐만 아니라 내 눈도 동그랗게 커졌다.
몇 번을 들어도 벅차고 기쁜 확인이었다.
" 와아! 우리 셋이? "
" 그럼- 이제 누나가, 시우 엄마 할거야. "
" 정말? 압빠, 압빠 누나 조아? "
이번엔 너와 시우가 똑같이 내 쪽을 바라보며 초롱초롱 눈을 빛낸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팔을 뻗어 한 팔로는 시우의 목 아래 팔베게를 해주고, 다른 한 팔은 뻗어 네 손을 깍지껴 잡았다.
" 그럼, 아빠가 누나를 많이 좋아해. 시우 좋아하는 만큼. 많이. "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은 시우가 내 품에 쏙 안겼다 금새 빠져나와 너에게 안겼다.
잔뜩 신이나 이쪽 저쪽으로 굴러다니는 아이를 보며 우리 모두 웃음이 터졌다.
한참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시우에게 이제 자야한다며 토닥이자 다시 얌전히 제 자리를 잡고 누웠다.
눈만 굴리며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다 곧 헤실헤실 웃는 아이가 귀여워 볼을 살짝 꼬집으며 뭐가 그렇게 좋으냐 묻자,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 당연히 좋지요! "
" 왜, 아들 뭐가 그렇게 즐거운데? "
" 우리 이제 지짜 가족이자나! "
가족이라는 말에 괜히 혼자 마음이 찡해져 그저 계속 시우를 토닥이고 있는데,
그 옆에 누워있던 네가 눈을 꼭 감으며 우리와 더 가까이 붙었다.
그러게, 우리 시우랑- 시우 아빠랑 한 가족이 된게 진짜 행복하다.
중얼거리며 시우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춘 네가 시우와 닮은 미소를 지으며 얕은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그러자 시우도 눈을 꼭 감고 점차 고른 숨을 내쉬며 잠에 빠져들었고, 곧이어 네 콧노래도 점차 잦아들었다.
정말 가족이라던 시우의 말이 자꾸만 머릿 속에 맴돌았다.
내 옆에서, 내 품에서 잠이 든 둘을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 행복해서일까, 한참을 잠이 오지 않았다.
* * *
" 압빠는 잠꾸러기네? 시우랑 언마보다 훠얼씬 더 오래 잔다! "
" 시우야, 가서 아빠 깨울까? "
" 응! 시우가 압빠 일어나세요- 하고 오께! "
" 그래, 아빠랑 같이 나와, 아침 먹자. "
아침식사를 준비하려 일찍 일어난 나를 따라 일어난 시우는 쭉 부엌의자에서 나를 구경하며 앉아있었다.
그런 시우에게 방에 들어가 아빠를 깨우라 말하자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 총총거리며 방 쪽으로 달려간다.
찌개를 떠 먹으며 간을 보고 있는데 방 안에서 윽, 하는 순영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시우가 어떻게 제 아빠를 깨우고 있을 지 뻔히 보이는 것 같아 혼자 웃으며 마저 식탁을 차렸다.
그 후로도 몇번쯤 더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권순영은 부스스한 몰골로 시우를 옆구리에 낀 채 방에서 나왔다.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시우는 연신 자길 내려놓으라며 아빠를 쿡쿡 찔러댔지만,
움찔도 하지 않는 탓에 결국 축 늘어져 강아지같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 모습에 얼른 다가가 시우를 꺼내 품에 안아주자 웃으며 폭 안긴다.
" 얼른 앉아, 밥 먹어요. "
" ...언제 일어나서 다 했어, 나 깨우지... "
" 이제서야 일어나는 사람이 무슨 소리래? 그냥 먹어요. "
" 압빠는 잠꾸러기야! 언마는 시우랑 가치 완전 빨리 일어났는데! "
" ...엄마? "
시우를 품에 안은 채로 식탁에 마주앉는데, 숟가락을 들다 시우의 엄마라는 말에 벙찐 얼굴을 한다.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나와 응! 하며 손을 뻗어 제 숟가락을 손에 쥐는 시우의 모습을 멍하니 보더니 곧 피식 웃어보인다.
내 품에서 나올 생각이 없는 듯하던 시우는 결국 제 아빠에게 한소리 듣고 나서야 입을 삐죽이며 내 옆 의자로 옮겨 앉았다.
그런 시우의 숟가락에 밥을 푸고 햄까지 얹어 입 앞에 가져다 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헤실헤실 웃으며 밥을 받아먹는다.
" ...어떻게 하루만에 그렇게 바로 바뀌어? "
" 왜요, 좋은데. "
" 그렇긴 한데... 둘이 좀 너무 친해진거 아닌가? "
" 뭐야, 설마 지금 질투해요? 아들한테? "
한참 다정한 나와 시우를 왜인지 불만 가득한 뚱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툭, 말을 던진다.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묻자 전혀 아니라며 손을 내젓는데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던 말이 딱인 것 같다.
여전히 부루퉁한 순영의 밥그릇에도 반찬을 덜어주며 얼른 먹고 출근 준비하라 덧붙이자 그제야 다시 느릿느릿 수저를 든다.
그런 순영을 보고 나서야 아들 둘을 키우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마저 시우의 밥을 챙겼다.
그 후로도 자꾸만 투닥거리며 다투는 두 남자를 겨우겨우 말려가며 밥을 먹이고,
각각 한명은 화장실로, 한명은 방으로 밀어넣고 나는 시우를 따라 화장실로 향했다.
막 나와 시우의 칫솔에 치약을 짜고 입에 넣었는데, 어느새 돌아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순영이 보였다.
뭐하냐는 듯 눈짓을 하자 아무렇지 않게 제 칫솔을 꺼내 치약을 짜더니 나와 시우의 옆에 나란히 서서 양치질을 하기 시작한다.
어째 얌전하다 싶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다 결국 물을 두손 가득 담아 내 쪽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시우는 그런 아빠에게 대항해 그 작은 몸으로 나를 가려주겠다며 낑낑거렸고, 그에 더 신이 난 권순영은 더 가열차게 물을 뿌려댔다.
덕분에 세명 다 아침부터 시원하게 물벼락을 맞은 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 정말 내가 아들을 둘을 키우는구나. "
" 압빠! 이게 모야아... 시우 추어... "
" 얼른 들어가자, 시우 옷 갈아입어야겠어. 빨리 들어가서 옷 입어요. "
" 너 진짜 나한테만 까칠하다? "
잔뜩 젖은채로 화장실에서 나와 춥다며 몸을 부르르 떠는 시우를 안아들고 방으로 향하면서 안방을 턱짓으로 가리키자
수건으로 제 머리를 털며 또 궁시렁거린다.
작게 한숨을 쉬며 다가가 엉덩이를 토닥이며 얼른 들어가라 말하자 그제야 터덜터덜 안방으로 향하는 걸 보며 웃자 시우도 따라 웃는다.
시우 방에 들어가 아직 젖어있는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말려주자 눈을 꾹 감고 배시시 웃는게 귀여워 연신 뽀뽀를 퍼부었다.
옷을 챙겨 입히면서도, 머리를 빗어주면서도 애교가 넘치는 시우에 방 안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한참을 꽁냥거리며 시우의 옷을 다 입히고 방 밖으로 나오는데, 집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내 상식 선에서는 지금 이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잔뜩 경계하며 현관문 쪽을 바라보았다.
내 손을 잡은 시우도 내게 더 바짝 붙는게 느껴져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 아들? 시우야? "
" ...할무니? "
문이 열리고 들어선 사람은 낯선 듯, 하지만 익숙한 얼굴을 한 여자분이었다.
한 눈에 봐도 고운 외모에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딱 어울릴 법 한 분이었다.
뭐지, 하고 머리를 굴리는 사이 내 손을 잡고 서 있던 시우가 할머니- 를 외치며 그 분께 달려가 안겼다.
아직 상황판단이 끝나지 않은 내가 발이 땅에 박힌 듯 가만히 서 있는데, 등 뒤에서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내 어깨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팔의 주인을 바라보자, 그 팔의 온기 만큼이나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괜찮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인 그가 시우를 안고 있는 분께 고개를 돌렸다.
" 어머니. "
<뿜 사담 뿜>
안녕하세요! 12월 5일에 온다 해놓고 4일 후에 도착한 역시나 글잡담 대표 지각대장 옆집쓰입니다(머쓱)
글을 올릴 때마다 연재시간 약속을 못 지키는 것 같아서... 절 미워하셔도 할 말이 없네요.....(먼산)
연말이라 그런지 알바가 넘 빡세져서 집에 오면 그냥 그대로 떡실신 하거든요ㅠㅅㅠ
오늘은 알바를 가지 않는 날이라서 오늘만큼은 기필코 글을 올리겠다고 다짐을 하고 앉았어요.
다행히 다 썼네요! 도깨비는 놓쳤지만... 저에겐 다시보기가 있으니까요! 하하!
다들 도깨비 보시려나... 짱잼인데... 소재 꿀... 단편이라도... 찔...ㄲ....(닥ㅊ
어쨌든, 다들 애아빠가 갑자기 급전개가 되었다고 생각하시죠?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ㅎ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자까의 온갖 시행착오가 다 담겨있는 아픈 손가락 '옆집에 애아빠가 산다'는
현재 30편 완결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대충 짜놓은 시놉대로만 흘러간다면... 30편이 완ㄱ...쿨럭
그리고 여러분들이 저와 수다를 떨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저는 댓글요정이 될 준비가 되어있으니
마음껏 댓글 달아주세요! 댓글은 사랑이니까요♥ㅅ♥
그럼 이상, 요즘 붐붐에 미쳐 산다는 다시한번 덕심이 뻐렁치고 있는 옆집쓰였습니다!
엄지 춱춱 추천 꾹, 댓글 한줄, 감사합니다♥
(+)
아 참, 제가 스밍 인증 이벤트 비슷한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아이디어 없으신가요...?
지금 제 생각으로는 정말 짧은 정.말. 짧은 조각글 같은걸 써드린다거나...
차기작에 대한 스포를 해드린다거나...
제 비밀을 강제로 알려드린다거나(?...
아이디어 추천 받습니다(찡긋)
다들 붐붐 열스밍 궈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