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fiction
부제 : 소년과 소녀
한적한 거리, 한적한 카페, 꽤 늦은 시간. 새벽 2시를 넘어 이제 3시를 바라본다.
테이블에 놓인 아이스초코와 아메리카노 두잔. 아이와 내가 주문한 음료잔에 따듯한 실내의 공기가 닿아 물방울이 맺힌다.
익숙하면 익숙한 상황. 현재 나와 아이는 소설 구상을 위해 한 밤중에 카페로 나왔다. 내 앞엔 노트북 아이의 손엔 익숙한 책.
아무리 금요일이지만, 아 이젠 토요일이네. 아무튼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를 갔다온 터라 피로가 가득 누적됐을게 뻔하다.
"너 안피곤해?"
"네, 다 되면 말해요 책 읽고 있을거니까"
걱정스런 마음에 물었지만 아이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고 답한다. 서운해 해야 할지 칭찬을 해줘야 할지.
그도 그럴게 아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따끈따끈한 탄소의 신작이니까.
도대체 누가 저 책을 준건지. 발매일이 언젠지도 알려준적이 없는데 나오자 마자 읽고있을줄은 몰랐지.
신작 구성을 위해 나왔지만 시선은 내 책을 읽고있는 아이에게로 향했다.
갓 세상에 나온 책, 요 몇 년을 쥐어 짜가며 내놓은 책을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가 읽고있는데 새로운 작품 구성이 가당키나 한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때 마다 아이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걸 보니 그걸 지켜보는 나의 표정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하게 된다.
과연 아이는 어떤 피드백을 도출할까.
학교에서 틈틈히 읽었던듯 책갈피는 거의 끝쪽에 자리해있었다.
십분 정도가 흘렀을까. 어느새 책을 다 읽었는지 조심스럽게 책을 덮는 아이.
"어때?"
떨리는 마음에 아메리카노에 꽂혀있는 빨대를 이빨로 잘근 잘근 물게 된다.
아이는 손을 뻗으며 아메리카노를 빼앗아 들었다.
"이빨 다 상한다."
"아니, 어떠냐고. 책을 읽었으면 감상이 있을거 아냐?"
"음"
미묘한 표정으로 대답을 얼버무리며 아이스초코를 입에 가져간다.
그 표정에 긴장이 되는건 왜일까.
오물오물 거리는 입술은 무언갈 말하려고 하는것 같으나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으음 뿐이다.
"으음? 뭐 좋다던가 별로라던가 말좀 해줄래"
"누나는 왜 항상 새드엔딩이에요?"
"어?"
"누나 책 다 읽어봤는데, 이책도 그렇고 전 작품도 그리고 그 전 작품도 다 새드엔딩이었잖아요"
작품에 대한 감상이 아닌 엔딩에 대한 의문이 오물거리며 입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의 작품은 다 새드엔딩이었다. 이번 작품 또한.
소년이 주인공. 넓디 넓은 집에 갖혀있는 소년에게 봄처럼 따듯한 소녀가 찾아와 사랑을 알게 되는.
누군지 모를 존재가 소년이 집을 나가지 못하게하는 상황에서 서로 힘을 합쳐 그곳을 탈출해 보니 그 집이 낙원이었고
지옥에 스스로 발을 들인 그들의 무지를 다룬 이야기였다.
마지막은 결국 자신을 자책하며 죽은 소녀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로 인해 정신을 놓은 소년.
"글쎄, 여운이 남아서?"
"소년은 왜 그 경고를 믿었지만 왜 소녀를 따라갔어요? 그게 이해가 안돼요. 그렇게 분명하게 죽게될거라고 말해줬는데"
고개를 갸웃 하곤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이.
언뜻 내 생각을 읽고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접한 소년과 무지한채 지옥으로 안내한 소녀.
그렇지만 나도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한지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지 않을까 그 의미를.
"그 세상이 익숙했던 소년은 새로운 만남에 끌린거야. 그게 자기를 죽일거라는것을 알았지만 겪어보지 못한 죽음보단 지금 겪고있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 거지"
"어렵네요. 사랑에 눈이 멀어 죽음을 택한 소년이라"
"뭐, 사랑때문에 다들 바보같은 일 한 두 번은 하잖아? 소설이니까 좀 더 과대포장한 거라 생각해"
"흠"
역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귀여움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꽤나 많이 늦은 시간이기에 슬슬 일어나자 했다. 조심스럽게 책을 가방에 담는다.
이미 얼음이 녹아 미지근해진 아메리카노를 들고 카페를 벗어났다.
캄캄한 하늘과 그 밑을 밝히는 가로등. 지나다니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그래서 그럴까 아이의 숨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고르고 규칙적인 숨소리. 그 숨소리를 따라 아이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아야 할 정도로 키가 많이 컸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정국아.
나만 아직도 그 때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것 같다.
아이는 이렇게 커서 어른이 되어가는데 말이다.
씻고 침대에 누워 카페에서 하지 못한 구상을 머릿속으로나마 짜보려 했다.
그러나 내 옆에서 잠을 자겠다는 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나란히 누운 바람에 계획을 철회 해야 했다.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그 때부터 혼자서는 자지 못하는 정국이에게 옆 자리를 내준게 잘못이었다.
어느새 부쩍 큰 정국이 덕분에 킹사이즈 침대도 둘이 자기에 매우 좁아져버렸다.
"제발 정국아. 너 쓰라고 방도 줬잖아.."
"나 혼자 못자는 거 누나도 알잖아요"
"이제 곧 20살이 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좁게 잘거야.."
"결혼할때까지?"
"응 제발 어서 결혼해버리렴"
내 대답이 맘에 안드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아이.
저 결혼 드립도 이젠 지겨울 지경이다.
"기다려봐요 20살 되자마자 결혼할지 누가 알아요"
"응 일단 여친부터 만드는게 순서란다 정국아"
아직까지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경험도 없는걸로 알고있는데 결혼은 너무 이르지 않니 정국아.
아이의 근거없는 자신감에 웃음이 나온다.
그 웃음에 아이 또한 웃는다. 내 손을 가져가 제 흉곽에 내려놓는 아이.
자연스럽게 토닥임을 시작한다.
"자자. 늦었다."
"내일 영화보러가요"
"나 내일 미팅인데"
"무슨 미팅이 시도때도 없이 있어"
"원래 구상할땐 담당자의 의견도 중요한 법이지. 영화는 일요일에 보자"
"미루기만 해봐요. 밥 안해줄거야"
"밥으로 협박하는건 심하다 정국아"
"그렇죠? 아무튼 일요일에 보는거에요"
"그래. 이제 진짜 자자"
아이의 약속을 뒤로 한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아이와 함께 잠을 청했다.
"김탄소 작가님!!!"
잠에 든지 얼마 되지 않은 느낌인데 누군가 시끄럽게 집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매우 큰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세상이 너무 밝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2시.
분명 어제 5시에 잠들었는데. 9시간이나 숙면을 취했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있어야 할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잘 뜨이지 않는 눈으로 핸드폰을 찾아 잠금을 풀어보니 잠시 나갔다 온다는 문자가 30분 전에 와있었다.
"김!!탄소!! 작가님!!"
도대체 어떤 인간이 저렇게 집이 떠나갈듯 소리를 지르는건지. 어이가 없어 대충 옷을 입고 현관으로 향했다.
얼씨구 이젠 현관문도 시끄럽게 두드린다.
너무 시끄럽기에 벌컥 문을 열어버렸다.
"안녕하세요. 김탄소 작가님?"
문을 여니 무척이나 잘 생긴 사람이 서있었다.
------------------------------------------------------------------------------------------
오, 새로운 사람이 등장했어요..하하
초반엔 조금 무거우실수도 있어요ㅠㅠ
그치만 중간중간 가벼운 내용도 나올거라 지루하지 않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읽고 가실때 댓글 하나씩 달아주시면 감사합니다ㅠㅠ
조회수랑 차이나니까 마음이 아프네요 흑흑ㄷ....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전정국] Nonfiction (2) 부제 : 소년과 소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13/23/7914c5146f369f705795510ab78c408b.jpg)
![[방탄소년단/전정국] Nonfiction (2) 부제 : 소년과 소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14/0/991a297f1a961c508aa59b05842e7864.jpg)
![[방탄소년단/전정국] Nonfiction (2) 부제 : 소년과 소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14/0/036c54fa8f3ada3e3999c950240a2d18.jpg)
![[방탄소년단/전정국] Nonfiction (2) 부제 : 소년과 소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1/30/21/c96ae794a83a3591b42764433c170f2e.gif)
가끔 샤워하다 치매가 의심 될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