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Kevin MacLeod - Carefree
[전정국] 체육관 연하남
Round 2
고등학생인가 보다.
문에 달린 황금색 귀여운 종이 딸랑 울림과 동시에 들어온 남자는 집 근처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꽤 큰 키에 똘망똘망한 눈. 귀엽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남자의 움직임을 좇고 말았다.
그런 나를 알아챘는지 내 눈치를 슬쩍 보며 탈의실로 들어가 버리는 남자. 성이름, 미쳤지? 순간 민망함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아 쟤는 전정국이라고, 고등학생이에요. 3학년."
"그래요?"
"요즘 애들은 겉으로 봐서는 몇 살인지 잘 모르겠죠? 쟤는 특히 키도 크고 근육도 있어서 성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어요."
"아... 그렇구나."
뭐 이리 말이 많은지.
이대로 계속 답해주다간 1시간은 훌쩍 지나갈 것 같은 예감에 대충 맞장구쳐주다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곤 집으로 와 엄마에게 등짝 한번 내어주고 밥 먹고, 씻고 자고.
인생 뭐 있어?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주말도 침대 위에서 보냈다. 집순이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건지 나는 뒹굴며 잉여 같이 보내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이제 운동도 등록했으니 부지런히 살아야 할 텐데. 그게 잘 안 된다.
이번 주말은 지옥 같은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더 잉여스럽게 보냈다.
사실 중간에 V로 시작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다녀온 것은 안 비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운듯하다.
게다가 종강을 했으면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방학 내내 학교에 나가게 됐다. 빌어먹을, 내가 연극을 왜 또 한다고 했을까?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 난 동아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캠퍼스 커플을 꿈꾸며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곤 한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다. 대학에 오기만 하면, 특히 동아리에 가입만 하면 절로 애인이 생기는 줄 알았다.
수능이 끝난 후 엄마 손을 잡고 간 미용실에서 사람들 몰래 슬쩍 보던 여성 잡지들엔 온갖 므흣한 정보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애인을 만나기 가장 좋은 동아리 베스트 5! 그중 하나가 연극 동아리였다. 뭐라더라? 애틋한 감정 연기 속에서 자라나는 풋풋한 사랑?
순진하게도 이 말을 그대로 믿었던 나는 입학하자마자 연극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작성했었다.
동아리에 가입을 하면 애인이 생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말은 민윤기가 나한테 갑자기 찾아와서 결혼해달라고 청혼하는 것과 똑같은 소리이다. 한마디로 개소리.
여러분. 안 생겨요. 안 생긴다고!
나는, 여전히 모태솔로다.
잘생기고 다정한 남자 주인공과의 애틋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들어왔건만, 돌아오는 건 처녀귀신 가발과 소복이었다.
아니, 호러물일줄 누가 알았냐구요.
그래서 올해는 무조건 로맨스물로 해야 한다고 바득바득 우겼다.
결과는 나의 승. 내친김에 여자 주인공 자리까지 따와버렸다.
결론은, 오늘이 그 연극의 첫 연습날이다. 그래서 이 더운 여름 아침부터 내가 학교에 가고 있는 거고.
지금이 11시, 연습이 끝나면 5시. 집에 가면 6시 30분, 밥 먹고 소화시키고 운동 가면 8시쯤이겠다.
어째 학기 중보다 지금이 더 바쁜듯한데? 벌써부터 피곤하다.
운동 가기 싫은데 첫날부터 빠지면 날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래, 가야지.
이왕 가는 거 좋게 좋게 생각하고 가야겠다고 다짐하며 무의식적으로 그날 마주쳤던 남자를 떠올렸다.
전정국이랬나? 갔는데 걔가 운동하고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별다른 이유는 없다. 잘생겼으니까.
어영부영 첫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덜컹덜컹 움직이는 버스에 맞춰 나도 신나게 헤드뱅잉을 하고 있다보니 집에 도착했다.
아침에 먹다 남은 볶음밥을 데워 대충 배만 채우고 소파에 잠시 앉아있다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재빨리 체육관으로 향했다.
딸랑딸랑.
어김없이 황금색 귀여운 종이 울리고, 그 소리에 구석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던 누군가가 뒤를 돌아봤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전정국이 있었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금요일 신나게 떠들어대던 관장의 말을 되짚어보면 전정국은 체대 입시를 준비한다. 그래서인가 야간 쟈율학습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쭈뼛쭈뼛 들어가는데 전정국이 슬쩍 나를 보더니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피해버린다.
몇 번이나 봤다고 벌써 서운해지려고 하네.
새빨개진 전정국의 귀를 알아차리기에는 너무도 먼 나와 정국의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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