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담(怪談)
" 아저씨. "
" ..깜짝이야. "
5개의 알람이 울려도 일어나지 않다가 ㅇㅇ의 손이 석민의 팔에 닿자 석민은 그제서야 잠에서 깼다.
나 배고프다니까, 문자 못 봤어요?
석민은 핸드폰을 집어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같은 집에서도 문자를 보내야겠어? 석민은 침대에서 벗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 이런 건 혼자서 먹을 수 있잖아. "
" 매일 아저씨가 해줘놓고. "
" 자꾸 그러면 버릇 잘못들어. "
" 이미 스물이에요. 버릇든다 얘기할 때 지난 것 같은데? "
그럼 말고.
석민은 씨리얼을 입 안에 구겨넣듯 넣고는 씹었다. 무의미한 턱 운동의 반복만 하던 중 석민이 ㅇㅇ에게 묻는다.
" 오늘 어디 나가? "
" 어떻게 알았어요. "
" 화장. "
" 아ㅡ. "
혹시 이상해요?
질문에 석민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해본거라. ㅇㅇ는 저를 뚫어져라 보는 눈에 부담스러운듯 민망하게 웃어보였다.
난 예쁜데.
예쁘다구요?
석민은 눈이 잔뜩 커진채로 저를 보는 ㅇㅇ의 눈을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뒤돌아 싱크대를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제가 한 말을 ㅇㅇ의 입에서 다시 듣고 나서야 뒤늦게 얼굴이 달아오른게 그 이유였다. 그런말을 왜 해서는. 하는 후회는 덤으로.
" 예쁘다고 한 거죠 지금? "
" ..어. "
우왁! "
" ... "
ㅇㅇ는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이마를 짚었다. 친구인게 부끄럽다.
멀리서부터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데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 누구하나 뒤돌아보지 않았다.
" 혹시 꼭 그렇게 시끄럽게 와야 직성이 풀리고 그러시는지? "
" 그래봤자 아무도 못 보는데 뭘. "
" 뭔소리래. "
" 아, 아니 내말은ㅡ. 아무도 신경 안쓴다 이거지. "
..나라도 너 무시할거다.
ㅇㅇ는 승관을 두고 다른 친구들과 뭉쳐서는 빠른걸음으로 카페로 향했다. 같이가! 하는 승관의 외침을 배경음악 삼아서.
" 아메리카노 3개, 핫초코 1개, 아이스티 1개요. "
" 테이크아웃이세요? "
" 아니요. 먹고 갈거에요. "
" 혼자서 5개를요? "
ㅇㅇ는 직원의 말에 테이블을 가리키며 같이 먹을거에요. 하는 말을 이었다. 승관이 이쪽으로 크게 손을 흔드는 탓에 고개를 돌렸지만.
직원은 테이블과 ㅇㅇ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까딱하며 영수증을 건넸다.
한적한 카페에는 ㅇㅇ와 그의 친구들 말고는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떠드는 소리가 더더 크게 들려버렸지만.
" 도서관? "
" 네. 할 것도 없잖아요. "
" 너 자꾸 나 백수 취급하지. "
맞으면서.
석민은 반박이라도 하는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언제 제 차키를 들고온건지 키를 손에 든 채 현관에서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난 탓이었다.
" 나 아까 나갔잖아요. "
" 어. "
" 버스 기다리는데 웬 남자가 말을 거는거야. "
" 뭐라고? "
" 뭐야. 왜 질투도 안해? "
ㅇㅇ의 물음에 석민은 당황한 듯 입을 떡 벌린 채 ㅇㅇ를 곁눈질했다. ㅇㅇ는 그런 표정이 웃겼는지 고개를 돌려 큭큭 웃다가 다시 안 웃긴척 고개를 돌렸다.
" 질투, 안 하냐구요. "
" 내가 왜? "
" 와ㅡ. 난 아저씨랑 나랑 최소 썸인줄. "
" 니가 나 좋아해도 수갑 차는건 나야. 자제해줘라. "
에이. 나 스물인데.
난 내일모레 서른이다.
-
대체 잘거면 왜 온거야. 기절이라도 한 것 처럼 자리에 뻗어 잠든 ㅇㅇ의 다리에서 흘러내린 담요를 다시 올려주고서는 석민은 스터디룸에서 나왔다.
해는 언제 넘어간건지 어둑해진 저녁 공기 사이를 걸어 석민은 패스트푸드점에 도착했다.
" 카드 받았습니다. 21800원입니다. "
석민은 창가의 자리에 앉았다. 지나치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를 한참, 그들 사이로 아이보리색 코트가 눈에 띄고 그제서야 그는 울리고있는 진동벨을 알아차렸다.
" 여기있는지 어떻게 알고. "
" 아저씨 도서관 가는 날이면 매번 여기 오면서. "
입 안 가득 버거를 물고서는 ㅇㅇ는 눈을 접어 웃어보였다. 왜 웃어? 하는 물음에 ㅇㅇ는 손가락을 공중으로 번쩍 들었다.
내가 마법 보여줄게요.
" 하나. 둘. 셋. "
그리고 ㅇㅇ는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드가 어, 안오네. 하고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듯 뒤돌아 앞으로 걸었다.
" 뭐한거야? "
" 눈 오는 타이밍 재고있었죠. 다시 하나, 둘, "
" 온다. "
ㅇㅇ가 셋을 외치려 입을 뗀 순간 ㅇㅇ의 어깨 위로 눈꽃 하나가 떨어졌다. 셋 한걸로 치고, 니가 맞췄네. 석민은 손을 뻗어 ㅇㅇ의 머리 위에 얹었다.
왜요?
머리 예쁜데 눈 맞으면 안 되지.
:) 사담
여러분 저를 매우 치십시오. (진지)
일찍 온다고 해놓고 일주일만에 와버리기.. 주르륵.
혹시 저 왜 사는지 아시는 분 계시다면 손을 들어주세요ㅎ..
오늘도 제 글 봐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