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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D.O. 전체글ll조회 1018

 

 

 

 

 

 

 

 

 

"도경수- 이제 얘기 좀 할 마음이 생겼어?"

 

"무슨 얘기- 난 아까 분명 할 말 없다고 했잖아. 네가 할 말이 있다고 해도 내가 그걸 들어야 할 의무는 없어."

 

"분명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 건 너였어"

 

"내가? 언제 그랬는데? 난 분명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게 예의 아니냐고 한거지 기다리란 소린 안했어.
그러니까 비켜-"

 

"하- 얘기 좀 하자니까? 그깟 한 마디 들어주는게 그렇게 힘드냐?"

 

"들어주기 힘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듣기 싫다고- 알겠어? 네 얼굴 꼴보기도 싫고 네 목소리도 듣기 싫고 지금 네가 내 앞에
있는 것도 짜증나. 알아들어? 아니, 네가 그렇게 원하던대로 네 앞에서 사라져서 네 눈 앞에 띄지도 않고, 말도 안걸고,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조용하게 다니면서 다 알아서 피해주는데 왜? 이젠 그것도 짜증나? 아예 나란 존재가 사라져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래?"

 

"야, 너.. 내가 말하는게 그런 뜻이 아니잖아- 난 단지 사과하려고..."

 

"사과? 사과 좋아하네- 내가 그렇게 쫓아다니면서 내가 한 짓도 아닌 일에 대해서 사과하려고 할 땐 거들떠도 안보고 무시하던 사람이
누군데 그래? 진짜 어이가 없네- 그럼 이제 내 기분을 좀 알겠어? 얼마나 비참하고 좆같은지-"

 

 

 

 

 

 

여태껏 참아왔던 억울함과 분노가 폭발이라도 한 듯 경수는 종인에게 거의 숨도 쉬지않고 말을 뱉어냈다.
특히 평소와는 다른 태도로 종인을 대하고, 거친 말까지 사용하는 경수를 보며 종인 또한 당황의 눈빛을 띠었다.

 

 

 

 

 

 

"사과? 그래, 사과라고 했지? 그깟 사과, 나는 누구랑은 다르니까 한 번에 쿨하게 받아줄게. 이제 사과 받았으니까-
다신 보지 말자. 그럼 계산 끝난거지? 그러니까 난 지금까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네 눈 앞에 띄지도, 나타나지도 않을테니까
너도 더 이상 나 따라올 생각 마"

 

 

 

 

 

 

말을 마친 경수가 종인의 옆을 스쳐 지나가려는데 종인이 경수의 팔목을 잡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너.. 나 좋아한다며.."

 

"아~ 그거? 너 지금 그것때문에 맘에 걸려서 이래? 그런건 걱정하지마- 네가 내가 널 좋아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한 이상-
나도 피차 불편하게 너 좋아할 맘 없어. 말했지? 나 의외로 쿨하다고. 어차피 순수한 마음으로 널 좋아한거였지 너랑 어떻게 해보겠다고
한 건 아니었어. 그날 밤 일은 너도나도 술이 좀 들어가서 실수한걸로 치자. 네가 그렇게 기분 나빠하고 어쨌다고 해도,
난 꽤 기분 좋았거든- 그리고 너도 즐겼잖아. 안그래? 난 이제 너 대신 다른 사람 알아볼테니까 너도 나한테 신경 꺼-"

 

"그래도.. 우리 친구..잖아.."

 

"친구?? 무슨 친구? 우리가 언제 친구였던 적이 있었던가? 난 단 한 번도 너를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말했잖아- 너 좋아했다고. 친구사이에 이렇게 좋아하면 그게 친구야? 아, 그리고 너도.
네가 언제부터 날 친구라고 생각했어? 너 나 별로 안좋아했잖아. 말그대로 그냥 같이 어울려다니는 친구들 틈에 껴있었던 것 뿐이지.
근데 넌 친구랑도 섹스하니? 세상에 그런 친구는 없어- 우리가 설령 그 전엔 친구라는 족쇄로 묶여있었다고 해도-
그날 밤 이후로, 우리가 연인이 되지 않은 이상, 너랑 난 아무것도 아닌 '남'이야.
너한텐 네가 그렇게 나를 모질게 대할만큼 너한테 눈 먼 여자들이 있으니까.
그럼 이제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하는 말, 못알아들은건 아니겠지? 두 번 다신 보지 말자"

 

 

 

 

 

 

경수의 말 어느 것 하나에 반박하고 싶어도 모두 맞는 말이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종인이 말대신 경수의 팔목을 한 번 더 세게
움켜쥐었다.

 

 

 

 

 

 

"아- 그리고 내가 충고 하나 하는데,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니까.
너 이런 식으로 계속 수업 빼먹고 학점 빵꾸내면, 아무리 잘생기고 키커도 여자들이 안좋아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아, 이젠 상관 없겠구나. 물론, 누구처럼 개념없는 애들은 다르겠지만 말야-"

 

 

 

 

 

 

말을 마친 경수가 종인의 손아귀에서 팔을 비틀어 빼내고 유유히 강의실을 나섰다.
전에 강의실에 혼자 남겨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홀로 남겨진 종인이, 경수가 실험실에 혼자 남겨졌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며
착잡한 마음에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멍하니 서서 경수가 나간 문 쪽만을 바라보던 종인이 문득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 오늘은 성공했냐?"

 

"뭐가... 쓸 데 없이 전화한거면 끊어라-"

 

"말하는 꼬라지보니까 오늘도 실패구만- 어디냐?"

 

"인대 423호"

 

"학교 앞 호프집으로 당장 튀어온다 실시- 엉아랑 술이나 한 잔 하자"

 

 

 

 

 

 

미처 종인이 대답할 새도 없이 무자비하게 전화를 끊어버린 종대때문에 낮게 욕을 읊조린 종인이 이내 강의실을 나섰다.
추운 날씨때문에 한껏 움츠리며 호프집 안으로 들어선 종인이 곧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종대를 발견하곤 어슬렁거리며 다가간다.

 

 

 

 

 

 

"넌 사람이 대답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예의가 있어야지 네 할 말만 하고 끊냐?"

 

"지랄- 지가 언제부터 예의를 따졌다고. 예의는 밥말아먹은 새끼가 예의타령하고 자빠졌네- 그렇게 예의 바른 놈이 경수한테
그딴 예의없는 말을 하고 까이셨어요~?"

 

"뒤진다 진짜- 근데 다른 애들은?"

 

"엉아랑 둘이 마시자고 임마- 뭔 애들타령이여. 너랑 나랑 둘이 마시는 일이 어디 한 두번이냐? 그냥 닥치고 넘어가자-"

 

"알겠으니까 술이나 시켜 새꺄-"

 

 

 

 

 

 

종인의 예상과는 달리 늘 모이던 애들은 없고 오늘은 종대와 단 둘뿐이었다.
원래 종인과 죽이 제일 잘 맞고 자주 어울리는게 종대라서 가끔 둘이서만 술도 마시고 하긴 하지만 경수에게 까이고 와서 그런가
영 기분이 찜찜한 종인이었다.
술이 나오고 한 두잔 씩 주고받던게 어느새 시간이 지나면서 술병이 테이블 위로 하나 둘 씩 늘어가고 종인의 취기도 스물스물 올라온다.

 

 

 

 

 

 

"야 김종인아.. 너 만난 김에 얘기 좀 해봐라. 대체 경수랑 그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일은 무슨.. 술이나 마셔"

 

"지금 네가 말하는 표정이 전혀 괜찮지가 않거들랑? 그리고 아무 일 없었으면 경수가 왜 그렇게 뛰쳐나가고 한동안 학교도 안나오다가
결국 전공까지 안들어오겠냐? 그게 다 너 때문 아니겠냐?"

 

"아 씨발 진짜!! 왜 다들 나한테만 지랄이야!!"

 

"괜히 할 말 없으면 큰 소리야 이 새끼는- 그럼 너한테 물어보지 착한 경수가 무슨 잘못을 했겠냐? 네가 또 괜히 애 하나 잡았겠지.
대략 네 성깔로 볼 때 짐작은 간다만, 그래도 술마신 김에 불어라- 이 엉아가 고민상담정도는 해주마"

 

"그러거나 말거나 도경수는 쌩하니 반응도 없고 어쩜 그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나 살면서 걔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거 처음봤어.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 막 거친 말로 쏘아붙이는데... 솔직히 놀라서 제대로 얘기도 못했어"

 

"그러니까 누가 그딴 식으로 호모새끼 어쩌구 하면서 얘기하래? 예전에 말했지? 나같았으면 진짜 도끼갖다 찍어버렸어 진작에-
경수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냐? 근데 너 그거 이용만 했잖아. 솔직히 너 내 친구만 아니었어도 거들떠도 안보는건데,
네가 오죽 못되쳐먹었어야말이지. 야- 우리가 비정상적으로 포용력이 넓은게 아니라 상대가 경수니까 사내새끼 좋아해도 그냥
풀어둔거지, 우리도 정상적인 뇌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아 씨 진짜... 이게 다 네 새끼들 때문이잖어!! 니들이 그딴 말만 안했어도... 아니, 그 때 나한테 도경수 떠맡기지만 않았어도..."

 

"알아듣게 설명해라~ 우리가 뭐?"

 

 

 

 

 


주절주절 종대에게 말을 쏟아내며 나름의 속상함을 털어놓는데 종대는 그저 경수의 편만 들뿐이다.
괜히 짜증이 나고 억울한 마음에 종인도 지지 않겠다는 듯 모든 책임을 경수와 친구들에게 떠넘긴다.

 

 

 

 

 

 

"니들이 그 때 도경수 나한테 떠맡겨서... 어쩌다보니까 내가 걔랑 잔거 아니야!!! 근데 그걸 그 새끼가 홀랑 니들한테 까발려가지고
내가 얼마나 쪽팔렸는지 아냐?"

 

"그러니까 고작, 경수랑 잔걸 우리가 알아서.. 네가 경수에게 그런 소릴 했다... 이말이냐?"

 

"아니 딱히 그렇다기보단... 뭐... 둘만 있었던 일을 왜 굳이 너희들한테까지 까발리냐 이 소리지 내 말은!!"

 

"야... 나- 딱, 한 마디만 해도 되겠냐?"

 

 

 

 

 

 

종인이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격분하여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울분을 토하는데 잠자코 종인의 말을 듣고 있던 종대가
갑자기 종인의 말을 멈추더니 조용히 한 마디 한다.

 

 

 

 

 

 

"병신아, 네가 말했어 이 머저리같은 놈아"

 

"ㅁ...뭐..?? 뭘?? 내가 뭘 말해..?"

 

 

 

 

 

 

순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멍하니 종대에게 되묻는 종인에게 종대는,

 

 

 

 

 

 

"경수랑 네놈새끼랑 잔거... 경수가 말한게 아니라, 네가 했다고. 네 그 잘난 주둥아리로-"

 

 

 

 

 

 

라며 친절하게 다시 한 번 리플레이 해서 알려줬다.
종대가 상황을 알려줘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한 종인이 몇 번 눈을 꿈뻑꿈뻑거리다 이내 머릿 속에서 종대의 말을 제대로 인식해서
알아들은 듯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고함을 질렀다.

 

 

 

 

 

 

"뭐???????!!!!!!!!!!!!!"

 

"시끄러 새꺄- 목소리 낮춰, 여기 네가 전세냈냐? 술마시다 쫓겨나고 싶어?"

 

 

 

 

 

 

Oh My God!!! Shit!! What the hell!!! What the fuck!!! Jesus Christ!!! Holy Mother Crap!!!
한마디로 젠장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종인이 내 귀가 잘못들은거겠지 싶어 종대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ㅇ...야... 구라를 쳐도... 하하...하... 내가 그걸 니들한테 왜 말했겠냐?"

 

"그럼- 경수는 그걸 왜 우리한테 말했겠냐? 아니지, 정확히 따지고 보면 나한테 왜 말했겠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이 자식아!!"

 

"그러니까... 네가 그 잘난 주둥아리로 나한테 경수랑 잤다고 나불나불 거렸다고."

 

"그럼... 다른 애들은 어떻게 알아..?"

 

"아 그거~ 내가 말했거든."

 

"뭐?????!!!!!!!"

 

 

 

 

 

 

이미 엄청난 쇼크를 받은 상태에서 종대가 다시 한 번 내뱉은 말은 종인에게 엄청난 데미지와 쇼크를 선사했다.

 

 

 

 

 

 

"아니... 우리가 언제 그런 얘길..."

 

"주말에 둘이서 술펐잖아... 기억 안나냐?? 등신같은 놈"

 

"아... 가 아니라!! 내가 진짜... 진짜로 내 입으로 말했어?? 그랬냐고!!!"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래 이 쪼다같은 놈아!!"

 

"야!! 그럼 넌 그걸 애들한테 왜 얘기한건데!!! 이제보니 이 새끼 이거 완전 미친거 아니야??!!"

 

"그거야 난 또 네가 네 입으로 '나 경수랑 잤다.. 흐흐..'-여기서 종대는 종인의 표정과 말투를 똑같이 재연해보이는 개인기를 선보였다-
하면서 나한테 말하길래, 난 또 아 이 미친새끼가 경수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하고 이딴 쓸데없는 말을 왜 짓껄이는거야 하다가,
네가 웃으면서 말하길래 경수랑 잘되서 나한테 알려준건가 했지!! 그러니까 애들한테도 드디어 경수의 외기러기 사랑이 빛을 발할 때가
온건가!! 하면서 이 기쁜 소식을 나누고자 얘기한거구만. 다른 뜻은 없었다."

 

"지랄하네... 그게 어떻게 얘기가 그렇게 되는건데?"

 

"야- 평소엔 경수라면 별로 썩 내켜하지도 않던 자식이 먼저 경수가 얘기를 꺼낸 것도 모자라서, 아오... 생각하면 내가 다 민망하다-
너 엄청 좋았다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엉? 엄청 좋았다며!! 새빨간 입술이 뭐?? 섹시한 쇄골이랑 허리라인이 어쩌고 저째??
갈 때의 표정이 뭐... 머릿 속에서 상투스가 울려 퍼지고 아기천사들이 날아다녀?? 또 하고 싶다며?? 할 수만 있으면 물고빨고
안놔주고 싶다며!! 그래놓고선... 쯧- 내 친구가 이런 변태새끼였다니... 아오"

 

 

 

 

 

 

말을 마친 종대가 몸을 부르르 떨며 소주를 원샷한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종인도 같이 술을 들이키고선 내가 정말 그런 남사스런 말을 했던가... 하고 생각해보지만 기억이 나면
애초에 경수에게 그렇게 몰아붙였겠냔 말이다.
아, 그러고보니...

 

 

 

 

 

 

"아- 너 그럼 네가 네 주둥아리 단속 못하고 나불댄걸 지금 경수한테 뒤집어 씌우고 그거가지고 애를 아주 못살게 괴롭힌거지?
지금껏 경수가 우리한테 불어버린 줄 알고 네가 경수.. 그러고보니 너 백현한테 들으니 경수 뺨도 날렸다더라?
이 새끼가 미쳤나, 어디서 감히 우리 금이야옥이야 아껴도 모자랄 어화둥둥 내새끼 경수의 뺨에 스크래치를 남겨??
너도 말마따나 원빈처럼 어금니빼고 모조리 씹어먹혀봐야 정신을 차릴래? 아이고... 그것도 모르고 우리 불쌍하고 가여운 경수는
자기가 한 일도 아닌데 괜히 김종인따위한테 사과하겠다고 맘고생만 죽어라하면서 쫓아다니다가 결국 호모새끼란 욕이나 듣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호모새끼라니... 나같으면 진짜 너 도끼로 찍어버리고 나도 같이 목 매달았을걸"

 

 

 

 

 

 

신랄하게 종인을 까대던 종대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종인을 바라본다.

 

 

 

 

 

 

"이제야 좀 상황파악이 되냐? 난 또 왜 그렇게 존나 심각한가 했다. 그건 그렇고, 너 한 번도 경수 그냥 이름으로 불러준 적 없는건 아냐?"

 

"뭐...?"

 

"너- 단 한 번도 경수한테 경수야- 라고 불러준 적이 없다고. 맨날 도경수, 도경수. 성까지 꼬박꼬박 붙여가면서. 무슨 웬수냐?
왜 이렇게 모질게 굴어? 경수도 참 복도 없지. 너같이 무드없고 찌질하고 싸가지는 손톱만큼도 없이 가진건 좀 괜찮은 몽타주랑
몸뚱아리 밖에 없는 너란 새끼를 좋아하고. 아- 네가 경수를 딱 한 번 경수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주말에 나한테 얘기할 때 취해선 '나 경수랑 잤어' 할 때, 그 때 뿐이네"

 

 

 

 

 

 

남들 눈에 비친 나는 경수에게 이렇게 모진 놈인데 정작 당사자인 경수는 어땠을까 싶은 마음에 뒤늦게서야 경수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 종인이었다.

 

 

 

 

 

 

"너.. 솔직히 말해봐. 경수 좋아하지..?"

 

"뭐?? ㄴ.. 내가 걔를 왜 좋아하냐!!"

 

"아니면 네가 뭐하러 고작 사과하나 하겠다고 수업까지 빼먹으면서 경수를 쫓아다녀? 그렇게 사과가 하고싶었냐?
그건 아니지? 너 경수 보고싶었잖아- 안그래? 너 경수랑 그렇게 되고 나서 다음 날 강의실 도착하자마자 내뱉은 말이 뭐였는 줄은 아냐?"

 

"뭐..."

 

"도경수 어디있냐? 하면서 경수부터 찾았잖아. 그건 네가 무의식 중에라도 경수가 보고싶으니까 나온 소리였을거 아냐 임마-"

 

 

 

 

 

 

그런건가.. 그런것이었던건가... 하고 곰곰히 생각하던 종인이 종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군.. 하며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경수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 솔직히 경수에게 괜히 화풀이를 하며 짜증을 내고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게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은 아니었다.
단지 종인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사탕을 건내주고 살풋 미소지었을 때, 부끄러움과 쑥스러움,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얼레리꼴레리 하며 놀려댈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 괜히 여자아이의 치마를 들추며 오히려 짓궃게 굴어 결국 여자아이를 울리고 마는
초등학생 남자아이의 마음가짐, 딱 그 정도의 마인드를 가진 남자였을 뿐이다.
경수가 싫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경수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괜히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워 오히려 경수를 피하게 됐다.
사실 경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불안하고 초조했던 종인은 정말로 경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연락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런 모진 말을 내뱉고 자신이 눈에 띄지 말라고 한 주제에 먼저 전화를 할 용기가 종인에게 있을리 없었고,
집 앞에 찾아가서 잘 지내는지 몰래 엿보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집주소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이틀 경수보다는 아니지만 전전긍긍하며 지내던 종인의 귀에 경수를 학교에서 봤다는 찬열과 세훈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때부터 종인은 모든걸 내팽겨치고 오직 경수 하나를 보기 위해 학교를 뒤지고 강의실 문을 열어젖히며 경수 만을 찾아다닌 것이다.
정말 절실히 사과를 하고 싶어서 자신이 이러는건지 아니면 경수에게 홀려서 경수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처럼 자신도 경수가 좋아져버린건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얼굴이라도 봐야 해답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이미 강의실 안에서 경수의 얼굴을 바라 본 순간, 그 해답은 정해졌다.
단지, 겁많고 소심하고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종인이 현실을 회피하고 있었을 뿐.

 

 

 

 

 

 

"너 지금 이 순간에도 경수 생각하고 있지? 거봐- 부정 못 하잖아. 이젠 그만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지?
미련하게 굴지 말고-"

 

 

 

 

 

 

종대의 물음에 딱히 부정의 말을 꺼내지 못한 종인이 굳게 입을 다물었고, 이 때 요란한 벨소리를 내며 종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야 잠깐만- 어, 여보세요. 아, 응 경수야... 나? 지금 학교 앞 호프집...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아.. 여긴 좀 곤란하고...
내가! 내가 너희 집으로 갈게- 응 그래, 좀 이따 봐"

 

 

 

 

 

 

종대의 입에서 나온 경수의 이름에 순간 종인이 동공을 확장시켜 종대를 바라보았고, 종대가 그런 종인을 쳐다보며 마저 전화통화를 마쳤다.
그러더니 한 숨을 한 번 쉬고선 핸드폰으로 뭔가를 꾹꾹 누르더니 이내 테이블에 내려놓곤 담배를 하나 꺼내 문다.
뭐하는건가 싶어 멍하니 종대를 지켜보던 종인의 폰에 문자메세지 하나가 뜬다.
얼떨떨해하며 문자를 확인하자 낯설은 집주소가 덩그러니 하나.

 

 

 

 

 

 

"뭐야 이게..?"

 

"아오 진짜 병신- 멍청하고 둔한게 눈치도 존나게 없어요- 지금 전화받은거 보면 모르겠냐? 경수 집주소 아니야-
너 경수 집주소도 모르니까 그 날 호텔 데려간걸거 아냐- 안그럼... 일부러 따먹으려고 작정하고 호텔데려갔냐?"

 

"야이씨... 따먹는다가 뭐냐!! 그건... 그냥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어!!"

 

"흐흐흐.. 실수로 일어난 사고가... 그렇게 황홀하고 좋았냐?? 얼마나 좋았으면 나한테 쪼르르 달려와서 그새를 못 참고
일러 바쳤을까? 응? 동정도 아닌 새끼가...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

 

"야... 너..."

 

"뭐- 그러고보니까 너 아직도 여기서 이러고 있었냐? 집주소를 받았으면 내님이 있는 곳으로 당장 존나게 뛰쳐나가야될 거 아냐!
눈치가 없고 둔하면 행동력이라도 빠르던가... 하긴- 그러니까 네가 지금 이러고 있지.. 쯧-"

 

"ㅇ... 안그래도!!! 갈거야 지금!!"

 

"나같으면 그런 말 할 시간에 이미 뛰쳐나갔다. 네가 이러고 죽치고 있을동안 경수는 추운 밖에서 열라 떨고 기다리고 있을거거든?
하여간 너- 내일 경수랑 같이 사이좋게 손잡고 학교 안나오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다시는 경수가 못보게 내가 데리고 도망갈거니까-"

 

"ㅈ... 지랄 마! 누구 맘대로...!!"

 

 

 

 

 

 

말을 마친 종인이 급히 한 손엔 핸드폰을 쥔 채 벗어둔 자켓을 들고 호프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런 종인을 보고 피식- 웃으며 '귀여운 새끼..'따위를 중얼거리던 종대의 표정이 순간 서서히 굳어진다.

 

 

 

 

 

 

"저 새끼 술 값... 존나 계획적인 새끼... 감히 먹튀를 하다니... 내일 학교 나오기만 해봐"

 

 

 

 

 

 

 

 

 

 

 

 

오늘은 좀 길지 않나요...?? 대충 맞게 자르다보니 길게 잘라졌어요...

그래서 그냥 가져온...;ㅅ; 아마 다음편으로 완결이 날거예요...

보잘것없는 재미없는 글에 그래도 꾸준히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해요...

복받으실 거예요... 하트

그렇게 바보가튼 김종인은 현실회피를 하다가 도경수에 입덕했다고 한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오 재밌어요!!!!!! 일편부터 읽고왔어요ㅎㅎㅎ
11년 전
대표 사진
Lovely D.O.
감쟈해요!!일부러 연재하는거라서 구독료는 안받고 있어요.. 한 편정도 남았으니까 기다려쥬세용ㅎㅎ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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