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안셔스 : 적색 락스퍼의 꽃말은 사랑의 시작
학교 댄스동아리 후배 박지민X선도부 너탄
두 송이
선도가 끝나고 터덜터덜 교실로 올라왔다. 1교시 시작하기도 전에 힘들어서 뻗기 직전이네. 내 고등학교 생활이 이렇게 선도에 찌들어야 한다니 앞으로의 한 달이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자마자 인기척이 느껴지는지 잠에서 깬 박수영은 나를 보고 인사를 하려다 내 목에 둘러져 있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생소한 머플러에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이 머플러는?"
박수영의 물음에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을 말해주니 어머어머 하며 감탄사 내뱉기 바쁘다. 내가 보기엔 걔 백 퍼 너한테 관심있다. 만 원 건다! 하며 책상을 쾅 치는데 어찌나 시끄러운지.
"오늘 처음 만났는데 관심은 무슨 관심이야."
"이씨이... 그래도 부럽다. 나는 그 개새끼가 선도부 안 해서 짜증나 죽겠는데 김탄소는 벌써 썸이나 생기고. 인생 재미없다"
정말 인생에 흥미를 잃은 사람처럼 책상에 옆으로 엎드리는데 살짝 불쌍했다. 좋아하는 남자애를 따라서 선도부에 들어온 박수영은 그 남자애가 선도부에 들어오지 않아서 어제부터 난리란 난리는 다 쳤는데 오늘도 찡찡거림을 들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탄소씨 썸이 생긴 기분은 어떠십니까? 아주 좋아서 황홀해서 행복해서 날아갈 것 같나요?"
"뭐래. 나 아직 이름만 알거든?"
"그래도 너 이거 전달해 줄 때 다시 만날 거 아니야. 내 예상엔 그때 번호 주고 받는다. 이 언니의 촉을 믿어"
지 연애에나 촉 좀 세우지. 만난 지 고작 하루 된 사이에 촉 세우면 뭐해. 박수영의 말을 들은 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근데, 다시 만나기는 좀 그래. 걔 친구나 아니면 사물함이나... 그런 곳에 넣어두고 오려고 그럼 괜찮지 않을까? 짧게 편지라도 써서 두면...아! 결국 나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내 머리를 치는 박수영 때문에 비명을 질러 버렸다. 박수영은 답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짓더니 무슨 개소리냐면서 나를 꼴아보기 시작했다.
"야. 개도 소도 아니고 박지민이야. 우리가 여중을 나와서 그런 거지 걔 춤추는 동아리 중학교 때도 있었던 곳인데 박지민 의외로 인기 많을걸? 그걸 다 떠나서 처음 보는 여자한테 머플러 주는 건 코딱지 만큼이라도 관심이 있다는 뜻이잖아"
왜 박수영은 자기 연애사가 아닌 타 연애사에 이렇게 적극적인지는 모르겠다만 들어보니 박수영 말 틀린 게 없다. '박지민에게 머플러를 어떻게 돌려주냐'에 대해 좀더 열띤 토론을 하던 우리가 정한 결론은 예쁜 종이 가방에 넣어 내일 아침 선도를 슬 때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일 열정적인 건 박수영이었다.
*
"아니 굳이... 집에도 널리고 널린 종이 가방을 시내까지 와서 새로 사야해?"
"니 집에 있는 종이 가방들 다 못생긴 거 내가 제일 잘 알거든?"
"종이 가방이 다 거기서 거기지..."
박수영의 말에 시무룩해진 나는 조용히 종이 가방들을 보며 구경을 하고 있는데, 박수영이 야 이건 어때? 하며 종이 가방을 보여줬다.
"그 종이 가방을 받는 건 박지민인데 왜 니가 든 종이 가방은 니 취향인 거야?"
"아 맞다."
진짜 얘한테 맡겨도 되는 건가.
결국 무난한 무늬에 심플한 종이 가방을 하나 샀다. 종이 가방의 가격을 보고는 살짝 후회하긴 했다만 박수영과 헤어지고 집에 와서 학교에서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던 머플러를 꺼내 한 번 더 예쁘게 접고는 종이 가방에 넣었다. 그래도 넣으니까 꽤 마음에 드는 종이 가방의 형태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줄 때 길게 말하긴 좀 민망해서 까먹지 않고 미리 포스트잇에 고맙다는 인사를 조금 길게 적고는 가방 안쪽에다가 붙였다. 아, 그냥 빌린 머플러 다시 주는 건데 뭐가 이렇게 설레는지 머릿속에는 이미 아침에 본 웃는 지민으로 가득했다.
*
오늘도 여전히 춥다. 어제보다 겉옷을 하나 더 입었는데도 여전히 숭숭 몸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갑기만 했다. 아침 일찍 교문 앞으로 나와 옆 의자에 박지민에게 줄 종이 가방을 놓고 애들을 단속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박수영의 모습이 보였다.
"김탄소! 아직 가방 있네? 박지민 안 왔어?"
"원래 좀 늦게 오던데. 넌 웬일로 이렇게 일찍 와?"
"내가 말했던 걔. 아침 일찍 등교해서 공부한다는 소식을 접했거든. 나 들어간다 빠이팅"
그래, 쟤가 저런 이유 아니었음 일찍 등교할리가 없지. 나한테 빠이팅 하며 당차게 가는 박수영의 뒷모습을 보다가 왠지 모르지만 안쓰러운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아무도 통과하지 않는 교문을 보고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주물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교문 너머로 박지민과 박지민 친구들이 보였다. 어제와는 달리 친구들과 말을 하며 걸어오는데 웃는 모습은 여전히 설렜다. 어느정도 거리가 가까워지니 박지민도 나를 발견하곤 친구들한테 뭐라고 말을 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누나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보다 일찍 왔네"
"연습 때문에 일찍 왔어요. 그나저나 누나 제가 준 머플러는 어디 있어요?"
가볍게 인사를 건넨 박지민은 어제 자기가 빌려주었던 머플러가 내 목에 둘러지지 않은 걸 보고는 나에게 물었다. 박지민의 말에 아, 너 머플러 여기. 돌려주려고 가방에 넣어놨어. 주려니까 조금씩 부끄러워져서 빨리 받으라는 표정으로 박지민을 쳐다봤는데 정작 박지민은 받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내 손에 쥐어진 종이 가방을 보더니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가방과 나를 번갈아보았다. 왜 그러냐고 말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박지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도 해요. 오늘도 춥잖아요"
오늘도 하라는 말에 괜찮다고 하려고 했는데 박지민은 이미 내 손에 들린 종이 가방을 가져가서는 머플러를 꺼내 내 목에 두르고 있었다.
"이거 따뜻하죠?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이게 제일 따뜻하고 예뻐요. 그래서 누나한테 잘 어울리는 건가"
이번에는 진짜 괜찮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방금 박지민이 뭐라고 했나요. 박지민의 말에 당황해서 어? 라고 하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며 작게 웃는 박지민에 또 설렜다. 김탄소 너는 왜 시도때도 없이 설렌다니... 그나저나 어떻게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하지. 나름 여자라고 부끄럼을 타며 나를 바라보는 박지민의 눈을 열심히 피하고 있는데 박지민이 머플러 모양을 예쁘게 잡아주며 말을 했다.
"오늘 시간 있으면 저희 연습실 와요. 이 층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인데. 네?"
말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묻는 형식이었지만 시간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와 달라는 듯이 나를 장화신은 고양이 눈빛으로 보는 박지민에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박지민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곤 환하게 웃더니 그럼 저 갈게요. 아 번호는 그때 오면 줘요. 하며 친구들에게 갔다. 나 지금 번호 따이는 거 예약 된 거야? 빠르게 말하고 친구들에게 가는 박지민을 보며 쟤 선순가. 하며 순간 깊이 고민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다정할 수가 있지. 모르겠다. 갈수록 더 모르겠는 박지민과 나의 관계에 정신이라도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제대로 선도를 스려고 하는데, 이미 조금 떨어져 있어 친구들과 박지민이 하는 말이 작게 들렸지만 오늘 하루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야 너 근데 저 누나랑 어제 처음 본 거 아님?'
'왜? 미리 말하는데 관심 가지지 마라'
'관심 가지기는 무슨. 너야말로 저 누나한테 관심있냐?'
'너도 누나 봤잖아 예쁜데 어떻게 관심이 안 가. 근데 너도 다음부터 누나 보지 마. 나만 볼 거야'
*
교실에 올라와서도 아침에 박지민이 친구와 대화하며 말했던 말들을 생각하며 정신이 빠져있는 걸 보고 박수영이 상태 왜이래 뭔 일 있었어? 하며 물었다. 그리곤 아침에 일어난 일을 말해주니 꼭 자기가 경험한 것처럼 나보다 더 지랄발광을 떤다. 그러다가 갑자기 딱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야 솔직히 나 덕분에 둘이 만난 거 아니야? 솔직히 까고 말해서 빵 하나는 사 줘야 된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박수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냥, 형편 없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그 추운 아침마다 나가서 고생을 하고 있는데. 박수영 때문에 선도부 들어온 건 진짜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났지만 짜증을 내기엔 지금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내가 선도 아니었으면 박지민 못 만났을 거야. 박수영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다고 판정한 내 머리는 매점을 가자고 말했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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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덕
온라인
바다코끼리
캔디
안녕하세여 침멍이임니다 ^ㅁ^ 시험도 다 끝났겠다 글 쓰는게 갑자기 즐거워졌어요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올린 지 하루도 안 돼서 또 왔슴니다. 사실 저 분량 조절을 못해요.
뭔가 여기서 끊어야 될 것 같다! 하면 그냥 끊는 편이라...... 짧아도 이해해 주세요... 언젠간 조절 못해서 길게 올 때가 있을 거예요 장담해요.
그리고 글잡 첨 올려 보는데 댓글 달리는 거 너무 싱기함니다... 암호닉 신청도 너무... 싱기하고... 사랑한다구여.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을 거예요 완전완전 감사하게 받을 거예요 많이 많이 신청해 주세요 ^ㅁ^
또 마무리가 안 된다 여튼 좋은 밤이에여 내일 학교에 가는 저는 이만 자러 가야해요 안녕히 계세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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