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징어]
너를 그리다.
(부제, 샤이니 방백)
언제였을까. 너의 환한 미소를 보고 떨리는 손을 뒤로 감추기 시작한게.
"아오…. 죽겠다 정말."
개강한지 벌써 한달이 지났지만, 방학동안 끈덕지게 달라붙었던 나태함과 게으름으로 인해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난 과제를 부여잡고 새벽을 달리고 있었다. 벌써 2시를 향해가는 시계. 거의 다 끝나가는 부분이 마르기를 바라며 잠시 베란다로 나와 밤 하늘을 올려다봤다. 몇일 전에 비가 온 탓인지, 바뀌어가는 계절 탓 인지, 아니면 새벽이라 그런지 차가운 공기가 피부로 맞닿자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다. 먼지가 쌓여있는 난간에 팔꿈치를 살짝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꼬르륵. 배고프다.
너무 일찍 먹은 저녁 탓에 슬슬 허기가 진다. 지금 야식 먹으면 딱 좋을거같은데, 그것도 치킨으로.
"감기걸리면 어쩌려고 밖에서 그러냐."
난데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눈을 뜨니, 네가 있었다. 갑작스런 너의 방문에 놀란듯 2층 아래를 내려다 보니 씨익 웃으며 한손에 든 봉지를 흔든다.
"너 과제 밤샌다며, 심심할까봐 놀러왔지."
한동안 정리를 하지못한 너저분한 원룸에 키가 큰 네가 들어오니 안그래도 좁은 방이 더 꽉차게 느껴진다.
"어떻게 된게 나보다 더 방을 더럽게 쓰냐."
"요즘 밀린거 해결하느라 바빴어. 대충 치울게 앉아봐."
"같이 치워. 그게 더 빠를거아냐."
방 한구석에 물건들을 모으니 딱 두사람이 앉을 공간이 남는다. 자켓을 의자에 걸어놓고 앉고나니 흐르는 어색한 침묵. 코 끝으로 달콤한 냄새가 난다.
"그거 안에 들어있는건 뭐야?"
"아, 맞춰봐. 뭐게~?"
"…떡볶이?"
"땡!"
"치느님이다!"
호들갑을 떨며 검은 봉지안에서 잘 포장된 박스 하나를 꺼낸다.
"아쉽게도 야식이기 때문에 1인1닭은 무리고. 대신, 맥주 네캔 가져왔지롱~ 너 내일 공강이지?"
"아니, 오후 수업인데? 그래도 두 캔 정도야 껌이지."
"주당 ㅇㅇ나셧구만~"
탁, 하고 맥주캔을 따서 한모금 들이킨다. 생각보다 시원하네. 박스를 뒤적이더니 내게 닭다리를 넘기고는 자기 손에 들린 닭과 짠, 하고 부딪힌다.
"치느님을 위하여~"
"그리고 내 살을 위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찮아. 너 딱 지금이 보기 좋아."
"그래, 니가 알면 뭘 알겠니. 여자란말야 숨겨진 비밀이 많단다. 알면 다쳐."
"흠…. 전에 보니까 마르지도 않고 딱 좋던데…."
이게 진짜. 내 몸을 위 아래로 훑는 너의 팔을 때리자 아프다는 시늉을 보인다. 입은 웃고 있으면서.
"아야아야. 내가 너 요즘 힘들어 보이길래 기껏 치킨 사왔더니 막 때리네~~~~"
"됐고 치킨이나 마저 뜯어."
"넵. 맛있다 그치? 여기 너가 알려준데야."
"응. 맛있네."
너와 나는 과는 달랐지만 같은 동아리였다. 동아리가 의무는 아니였지만, 신입생이던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선배들에게 이끌려 반 강제적으로 동아리에 들었다. 정기적인 모임 외에는 모든 활동은 자유였고, 딱히 나는 여러 사람과 몰려다니는걸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있는둥 없는둥 지냈었다. 그러다가, 너를 만났다.
갑자기 강의가 취소되어 집에 가기도, 밥을 먹기도 에매한 시간이 남았다. 초여름이라 슬그머니 다가오는 더위탓에 밖에 나가기는 싫었던 찰나 오랜만에 동아리방에 갔었다. 널찍한 동아리방 구석의 작은 쇼파에 기대 누웠다. 다들 바쁜지 아무도 없었기에 편하게 누워있는다는게 깜빡 잠이 들었었나보다. 어느 순간부터 동아리방이 시끄럽다고 느껴졌을때 눈을 떴다.
"어, 깼다 깼다."
"야, 너가 시끄러워서 깼나봐."
"닥쳐. 니가 나대서 그렇잖아."
초점없는 눈으로 보니 남자 둘이 테이블에 기대앉아 서로 투닥이고 있었다. 쇼파에 몸을 일으키고 앉자, 내 무릎위로 뭔가가 톡, 떨어졌다. 동시에 남자 둘은 배를 잡고 웃어댔다.
"으학학학!!! 미친!!!! 김종대 저거 얘 깨기전에 치웠어야지 미친놈아!!!"
"닥쳐ㅋㅋㅋㅋㅋ아!! 깜빡햇어 애가 갑자기 깨서ㅋㅋㅋ 아, 미안. 미안. 많이 놀랬지. 난 김종대야. xx과. 신입생."
"나는 박찬열. xx과 신입생. 너도 신입 맞지? 왜냐면 처음 보는 얼굴이거든."
"병신아 당연히 처음보지 우리 다 신입인데."
"그런가?"
잠이 덜깬데다가 시끄럽게 떠드는 두사람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었나 보다.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더니 내 눈치를 보던 종대가 다음 강의가 있다며 후다닥 동아리방을 나갔다. 너도 함께 나갈거라 생각한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귓가에 이어폰을 꽂았다.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까.
"뭐 들어?"
어느 샌가 다가온 너는 내 귓가의 이어폰을 슬쩎 빼고선 자기 귀에 꽂았다. 사실, 뭐 이런놈이 다 있나 싶었다. 어이없다는듯 쳐다보는 내게, 너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just vibe-Jeff Bernat. 나도 좋아하는데."
어쩌면 이게 시작이였을까.
처음 보는 내게 마치 오랜 친구처럼 살갑게 대하는 너를 나는 어색해 했었다. 그저 가볍게 행동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가끔 마주치면 눈인사만 했었는데, 나와는 달리 너는 멀리서도 나를 보면 손을 방방 흔들며 내게 인사했다. 뭐, 나에게만 한정된 행동이아닌, 그저 네 몸에 습관처럼 베어있는 행동이였겠지만. 그런 거 하나 신경쓰는 내가 민망하다.
"뭐야. 설마 너 졸면서 먹냐?"
잠시 멍때리는 내 머리를 꾸욱 누르며 네가 눈을 마주한다. 그런 네 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피하며 거의 다 마신 맥주를 들이켰다. 갑자기 열이 확 오르네.
"새벽이잖아. 피곤해서 그래."
"그럼 잘래?"
"안돼. 나 하던거 해야돼."
"밤새려고?"
"아니, 리터칭이니까 1시간 안에 끝낼 수 있어."
"그럼, 나도 옆에서 구경할래."
그러던가. 짧게 대답하고 다시 이젤 앞에 앉았다. 뒤로 지긋이 바라보는 네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고 그림에 집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나. 뻐근해진 목을 풀며 뒤돌아보니, 벽에 기댄 자세 그대로 고개를 꺾고 잠이 들어있다. 방해 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졸았을 너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조심스럽게 너를 바닥에 눕히고, 담요를 꺼내 덮어주었다. 담요 끝으로 삐죽 나온 큰 발.
대충 정리를 하고 시간을 보니 5시. 술이 깨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는다. 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자고있는 너를 바라본다. 잘 때는 누구나 다 애기같구나. 조잘조잘 말하는 입과 동그란 눈이 예쁘게 감겨있다. 남자지만 조그만 얼굴에깨끗한 피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찬찬히 바라본다. 이렇게 자세히 보는건 처음인거 같네. 나도 모르게 만지려는 손을 잡아 끈다. 이러면 안돼는데. 자꾸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올라온다. 하지만, 꼭꼭 숨겨야 한다. 내 마음을 드러낼 용기도 없거니와, 괜히 쓸데 없이 터뜨렸다가는 이 관계 마저도 사라질까봐 두려워서.
언젠가 술자리에서 네가 내게 말했었다. 말하는거 좋아하는 너에게 나는 조용히 귀기울여주는 편안한 친구라고. 그 얘기를 듣고 너처럼 마냥 환하게 웃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보며 깨달았다. 하지만, 절대로 입 밖으로도 마음 밖으로도 꺼내지 말아야지. 누군가를 좋아하는게 서툰 나는, 내 실수로 그것마저 잃어버리는게 무섭다. 너무나 소중해서, 없으면 안될정도로 소중해서.
내가 좀 힘들더라도, 지금을 잘 넘기면 오랫동안 나는 편한 친구로 남을 수 있겠지, 바라며. 네가 눈치가 느린게 다행인걸까.
눈을 떳을 때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었고 너는 자리를 비운지 오래였다. 주위를 정리한 후 씻고 나오니 그제서야 냉장고 위에 붙어있는 메모를 발견했다.
'장좀 봐라. 냉장고가 텅텅 비었네. 너 제대로 안먹으면 쓰러진다? 대충 볶음밥했으니까 먹고 가. 학교오면 동아리방 꼭 와라 오늘.'
여자인 나보다 깔끔하고 통통 튀는 글씨체. 네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구나.
후라이팬을 들쳐보니 꽤 먹음직스런 볶음밥이 있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게 가슴까지 전해진다. 어쩐지 내가 잠에서 깰까 조용히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했을 네가 떠오른다.
"맛있네."
| 안녕하세요ㅎㅎㅎㅎ |
잔망이에여!!!!!! 드디어 회원가입을...ㅜㅜㅜㅜㅜㅜ 글쓰고 싶어서 가입했져여 평소 새벽에 글쓰는거 좋아하는데 그냥 노래 하나 정해놓고 막연하게 쓰는데 너를 그리다 시리즈는 다른 노래들도 이어지는 단편시리즈에여 너를 그리다 라는 title에 다른 subtitle과 그에 맞는 노래로 이루어진..? 그런..? 글입니다. (멘붕)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처음이라 민망하니까 이만 사라질게여 (뿅) 아, 구독료.. 없애려고햇는데...ㅜㅜㅜ ㅜㅜㅜ저는 포인트 거지라...ㅜㅜㅜㅜㅜ 그럼 진짜 (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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