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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행운의향로 전체글ll조회 685l
작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추위에 이제 겨우 12월임에도 온 뺨이 시리다. 나무들은 갈색으로 변해버린 이파리들을 떨구고 간혹 부는 찬 바람을 따라 잔가지를 흔들어 대었다. 겨울의 길거리는 춥다.  

지훈은 목도리에 고개를 파묻고 아무 말 없이 앞서는 지호와 나란하기 위해 걸음을 빨리하려 하지 않았다. 지난 몇 개월은 빠르게 지나갔고, 달라진 것이라고는 한층 두꺼워진 차림과 짧아진 머리카락 뿐이다. 지호가 검은색 패딩을 여미고 신발끈을 고쳐 묶는 동안 지훈은 걸음을 멈추었다. 지훈의 코트는 일 년 전과 다르지만, 지호의 패딩은 몇 년 동안이나 한결같았다. 지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무 일 없던 듯이 몸을 일으켰고 다시 걸음을 뗐다.   

한참을 앞 뒤로 걷던 둘이 놀이터 골목으로 발을 디뎠다. 익숙한 놀이터의 플라스틱 시소도,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나무 벤치도, 그나마 볕이 드는 철봉도 모두 차갑기 그지없었다. 지호는 그네에, 지훈은 미끄럼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뻑뻑해진 모래를 발로 툭툭 차는 지호의 신발 안으로 눅눅한 모래알이 들어왔다.   

하아 내뱉는 깊은 숨이 담배 연기라도 되는 듯 하얗고 길게 뿜어져 나왔다. 지호는 문득 인중이 얼어 간지러운 콧물도 느끼지 못하고 비비탄을 쏘던 학창시절과 겹침을 느꼈다. 항상 승자는 지호였었고, 지훈은 뒤로 넘어져 발목을 살짝 삐끗한 채로 집으로 돌아갔었던 것 같다.   

땅을 내려다 보던 지훈이 먼저 일어섰다. 까딱대는 빈 그네에 지훈이 앉자마자 삐걱 큰 소리가 울렸다.   

  

ㅡ여자친구는 있냐?  

ㅡ아니.  

  

둘 사이의 대화는 오랜 시간 없었지만 지훈이 건넨 질문은 마치 한 시라도 입을 붙이지 못하다 잠시 생긴 정적을 깨기 위한 듯한 사소한 것이었다. 늘 별 볼일 없지만 항상 화두에 오르곤 하는, 둘 사이에선 그저 안녕 하는 인사일 뿐인.  

  

ㅡ남자 애인 있어.   

ㅡ...아아.  

  

지호가 잘게 기침을 했다. 역시 하루아침에 성적 취향이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생각하며 지훈은 마음속으로 질문을 정정했다. 눈을 마주보지 않았다.  

  

ㅡ내일 모레 두 달 돼.  

ㅡ...  

ㅡ...  

ㅡ축하해.  

  

진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계산기에 입력한 수식에 계산기가 답을 하듯 똑같은 대답일 뿐이었다. 이젠 완전히 남에 가까운 이의 연애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걸 지훈은 잘 알고 있었다.  

  

ㅡ넌? 아, 접때 그,  

ㅡ헤어졌어.  

ㅡ...  

ㅡ이 주 전에.  

  

반색하며 되물은 지호도 지훈의 무덤덤한 대답에 입을 다물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만났다 헤어진 것 치고는 꽤나 오래 간 것이다.   

더 이상 나눌 화젯거리는 이미 떨어졌다. 더 이상 근황도 무엇도 궁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예상과 기대 이상으로 오래 늘어진 지루한 관계에서 처음과 같이 순수하게 묻고 싶은 것이 있을 턱이 없었다. 끼익 끼익 불쾌한 소리를 내는 그네만이 조용한 놀이터를 메웠다.  

  

ㅡ...들어가.  

ㅡ...  

ㅡ감기 조심하고.  

ㅡ표지훈.  

  

명왕성은 가끔 해왕성의 궤도 안을 돌았다. 지훈도 지호도 가끔 서로의 선을 넘었다. 작은 행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된 이후 모든 태양계 행성들의 공전 궤도를 같다고 정의할 수 있듯이, 지호는 잘못된 천체 하나를 밀어내어 바로잡고서야 모든 것들을 한결같이 만들 수 있었다. 지훈도 마찬가지였다.   

  

ㅡ...잘 가.  

  

그냥 남자. 서로에게 너무 가깝지 않은 작은 별로. 둘은 명왕성이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이 진전이 안 돼서 그냥 싸질러봤긔...  

녹 슬고 먼지 쌓인 아슬아슬한 관계가 보고싶었음  

결과물은 좀 아쉽지만 말이에요  

  

핸드폰은 안전 모드 잠깐 풀린 상태에서 전원 안 끄고 버티고 있어요ㅋㅋ그래도 언젠간 음량버튼때문에 가보긴 가봐야하는데...  

음 뭐 어떻게든 되겠죠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그대  

권력님  

매운치킨님  

쇼파님  

우산님  

등등  

  

여러분이 있어서 제가 힘이난답니다ㅠ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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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좋아여 좋아여... 이런 아슬아슬 줄타기 관계라고 해야하나... 애매한 관계 너무 슬픈 데 좋아여ㅠㅠㅠㅠㅠㅠ조타구여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아ㅠㅠㅠㅠㅠ아련아련한분위기 너무좋다ㅠㅠㅠㅠㅠㅠㅠ애매모호하다ㅠㅠㅠㅜㅠㅠㅠ좋다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헐 둘 분위기가 꼭 옛날에는 애인인 적도 있었을거같아요 ㅠㅠㅠㅠ그냥 제 추측 ㅠㅠㅠㅠ 어색해지고 건조해진 둘의 관계가 애잔하네요 ㅠㅠㅠㅠ
일년 전과 다른 지훈의 코트와 매년 같은 지호의 패딩이라던가 명왕성이 됐다는 표현이 예뻐요 ㅠㅠㅠ 잘 읽고 갑니드아아 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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