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어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마우스 위에 구부러진 못난 손을 얹었다. 아직 포기는 일렀다. 우리 애기들은 충분히 노력했고 신인상을 탈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징어는 옆에서 자신을 덕후라 칭하는 친오빠의 말에 수긍하며 다시 투표에 집중했다. 엑독방에는 몇몇 타팬들이 엑소를 찍었다는 감격적인 소식이 들려왔고, 차라리 투표가 여기에서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을 뒤로하고 징어는 떨어지는 투표율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중 마우스를 잘못 움직여 오른쪽 방인 인피니트 방으로 들어서게 된 징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연히 인피니트 방으로 들어선 징어는 엑소를 뽑은 꽤 많은 뚜기들을 만났고, 진심을 담아 ㅠㅠ 를 연신 두드리며 자신의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집전화 벨소리를 반 강제적으로 인피니트의 BTD로 바꿨던 것도, 벨소리 메이커를 다운받아 엄마의 휴대폰 벨소리를 추격자로 바꿨던 것도, 아빠가 전갈춤을 따라하다가 허리 디스크라는 병을 얻게됐던 그 작고도 사소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징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뚜기들은 너그러운 미소와 함께 징어를 응원했고, 벅찬 감정을 끌어안은 징어는 오타를 난무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다시 엑독방으로 돌아온 징어는 투표를 재촉하고 의욕을 상실한 징어들에게 힘을 북돋으며 치어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였고, 투표하라는 자신의 카톡을 무참히 씹어버리는 친구들을 욕하며 아침 식사를 마쳤음에도 고파오는 자신의 배에 감탄했다. 조금만 기다려 얘들아, 우리가 꼭 신인상을 너희의 손에 쥐어줄게! 다부진 다짐을 끝으로 징어는 다시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시상식 당일, 말끔한 수트 차림의 엑소가 시상식에 등장했고 징어는 과자를 입 안에 구겨넣으며 티비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환호했다. 이건 다 뚜기들 덕분이야ㅠㅠ 실시간으로 인피니트 방에 감사의 글을 올린 것도 잊지않은 징어가 신인상 수상자를 발표하려는 시상자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울 애기들을 부르지 않으면 죽여버리갔쓰. 징어의 오빠는 심드렁히 티비를 바라보았고, 순간 무차별적인 흡입에 장에선 신호가 왔다. 읍! 오빠 잠깐만! 엑소 나오면 나 불러!!! 징어는 그 말을 끝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엄청난 냄새와 함께 갈색의 형체들이 꿀렁꿀렁 징어의 배 밖으로 빠져나갔고, 후련함에 아려오는 항문을 톡톡 두드리며 징어는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그 순간 징어의 눈에는 손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엑소가 들어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징어가 환호했다. 엄마 엑소가 상을 탔어ㅠㅠ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온 징어의 엄마는 눈물 범벅이 되어 자신에게 안기는 거추장스러운 딸을 밀쳐낸 뒤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오빠 어떡해ㅠㅠㅠㅠㅠㅠ 징어는 연신 울음을 터트렸고, 노트북을 열어젖혔다.
[뚜기들아 정말 사랑해ㅠㅠ]
초등학교 일학년때 첫눈에 반했던 남자애한테 큰맘먹고 고백했을 때보다 몇만배는 더 진실되고 떨리는 고백이었다. 그렇게 한참 사랑을 속삭이던 뚜기와 징어는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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