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춥다."
생각보다 일찍 준비를 끝낸 나는 반짝이는 커다란 트리 앞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지민을 기다렸다.
곧 있으면 약속시간인 7시였다.
하지만 6시 55분쯤에 평소와는 다르게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져 좀 늦을 거 같다는 지민의 문자가 도착했다.
"이씨, 추운데.."
같이 처음으로 맡는 크리스마스라 들떠 지민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얇게 입고 온 게 잘못이었다.
그래도 평소 자신이 늦었던 적이 있기에 괜찮다는 문자를 보낸 후 트리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한 10분쯤 앉아있었을까. 또 한 번 지민에게서 문자가 왔다. 차가 막혀 조금 더 늦을 거 같다는 문자였다.
사실 조금 화가 났지만 ‘차가 막히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라는 생각에 괜찮다고 그 대신 추우니까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핫초코 한 잔 사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내 문자에 정말 미안하다고 버스에서 내려서 곧바로 달려온다고 답장이 도착했다. 나는 이 문자를 적으면서 지민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이 되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분명 안절부절못해서 썻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겨우 완성시켜 적었겠지.
"프흐"
속으로 참고 있던 웃음소리가 밖으로 삐져나왔다.
"재밌는 거 보시나 봐요?"
"네?"
갑자기 내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당황해 고개를 들어보니 처음보는 남자가 서있었다.
"혼자이신가 봐요?"
"네? 저요?"
"네, 당신이요. 저 지금 당신한테 작업 걸고 있는 건데."
"아.. 저 남자친구 있어요."
"에이, 거짓말 하지 말아요. 10분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남자친구는 커녕 친구 그림자도 안보이던데?"
"저를 지..켜.. 보셨다고요?"
"네, 당신이 제 취향이어서요."
나는 갑작스런 작업에 당황스러웠다.
"아, 그렇지만 전 진짜 남자친구가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먼저 일어날게요."
"잠시만요, 그냥 차 한 잔만..."
일어서서 가려는데 갑자기 그 남자가 내 손목을 잡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놀란 나머지 손목을 비틀며 놓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내가 손목을 비틀면 비틀수록 더더욱 세게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 손 놓으시죠."
한창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민아.."
나는 지민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보았다.
급하게 뛰어왔는지 볼과 귀는 빨갛고 숨이 부족한지 가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엔 내가 말했던 핫초코가 들려있었다.
"그 손 놓으시라고요."
"하, 네가 뭔데 손을 놓으라 마라야."
"네가 손목 잡고 있는 사람 남자친구. 그 사람 임자 있으니까 꺼지라고."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는.."
"제 남자친구 왔으니까 전 이만 가볼게요. 이 손 이제 그만 놓으시죠."
나는 그 남자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 남자는 내 남자친구가 나타난 거에 당황했는지 어버버 거리며 나와 지민을 번가라 쳐다보았다.
지민은 우물쭈물하는 남자가 답답하고 짜증이 났는지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표정을 없애고 무표정으로 내 손목을 잡고 있던 남자의 손을 풀어낸 후에 내 손을 잡았다.
"야, 너 여자는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거야. 함부로 여자 손목을 잡아서도 안되고 너처럼 무식하게 손목을 잡는 것도 안되는 거야, 이 새끼야. 다시는 이런 행동 하지 마라."
지민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지 그 남자를 보고 있던 눈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지민의 눈을 보자 긴장이 풀리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풀썩 쓰러질 뻔 했다.
하지만 지민이 내 어깨를 잡아주며 괜찮다고 자기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꽉 안아주었다.
나는 그제야 설움이 올라와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지민의 품에 안겨 펑펑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왜 늦게 왔어 이 바보야. 내가 진짜.. 얼마나... 무서웠는데."
"미안해,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다, 늦게 와서 미안해요. 많이 무서웠겠네."
내 등을 토닥거려주는 지민 덕분에 나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응.."
"이제 그럼 따뜻한 곳으로 들어갈까요? 많이 추워 보이는데."
"응, 추워."
"그래, 저기 있는 카페로 들어가자. 핫초코 사줄게요."
"응.."
지민은 내 어깨를 감싸주며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로 들어와 지민이 음료를 시키러 가고 나는 자리에 앉아 눈물 때문에 번져 버린 화장을 고쳤다.
내가 화장을 다 고칠 때까지 기다리다 왔는지 손에는 이미 내 핫초코가 손에 들려있었다.
"괜찮아?"
"응, 괜찮아요. 너무 걱정 안 해도 되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하필 오늘 내가 늦게 와서 안 좋은 일 겪게 해버렸네. 다음부턴 빨리 와야겠다."
지민이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그래도 빨리 나오지 말아요, 추워."
"너 기다리는 시간은 하나도 안 추워. 그러니까 내 걱정 말아요. 그리고.."
"응?"
"따뜻하게 입고 다녀. 오늘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나왔어."
"그야.. 오빠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나는 네가 뭘 입어도 다 예뻐. 그러니까 이렇게 얇은 옷 입지 말고 다음부턴 꼭 따뜻하게 입고 다녀요. 그리고 요즘 감기 독하다니까 목도리도 꼭 하고. 알았죠?"
"응, 알겠어요."
"착하다, ㅇㅇ."
지민이 눈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에 나도 지민과 똑같이 웃음을 지었다.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며 웃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슬슬 일어날 준비를 했다.
"저녁 뭐 먹을래요?"
"음.. 오빠는 뭐 먹고 싶어요?"
"ㅇㅇ가 먹고 싶은 거."
"나는 오빠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데."
"하하, 그럼 걸어가면서 결정할까?"
"응! 그래요, 그럼."
"그래."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갑자기 지민이 내 손을 슬며시 잡았다.
"잠깐만 고개 좀 숙여볼래요?"
"응? 이렇게요?"
지민의 말에 나는 지민 쪽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지민은 살포시 웃음을 짓더니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대었다.
"오늘 너무 예쁘다."
생각지도 못했던 입맞춤에 나는 내 얼굴이 빨개짐을 느꼈다.
지민은 내 빨개진 얼굴을 보더니 활짝 눈웃음을 지으며 내 코 끝을 살짝 검지로 톡 치며 말했다.
"홍당무 된 ㅇㅇ도 귀엽네. 자, 얼른 저녁 먹으러가자. 너 배고프겠다."
***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적은 단편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넘기긴 하겠지만 그래도 독자분들이 원하신다면..
천천히 다른맴버로 찾아 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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