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W.달빛가득한밤
어느 날부터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코피가 자주 터졌다. 그리고 자주 어지럽고 또 번번이 갑자기 쓰러지기 시작했다.
너의 앞에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너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몸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졌다.
결국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최소 3주에서 최대 한 달정도.
그렇게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난 후에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바로 너였다.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내가 아프기 시작하고 몇 달 네게 잘해주지 못했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너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심했다.
너가 내 상태를 알기 전에 놓아주어야겠다고.
그렇게 결심하고 나 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내 방에 있는 너에 대한 추억을 지우는 것.
너와 함께 맞췄던 커플 옷, 반지, 같이 찍었던 사진.. 너의 모든 것을 나의 방에서 지워갔다.
그렇게 너의 흔적을 지우니 내 방이 텅 비어보였다.
너의 흔적을 지우며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나는 내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만나지 못했던 너를 만났다.
오랜만에 보니 더 예뻐 보였다.
나를 보며 짓는 너의 따뜻한 미소가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는 걸 너는 알까.
너는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 귀엽게 투정을 부린다.
왜 연락을 안 하냐고 자기가 얼마나 걱정하고 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냐고. 먼저 연락을 해도 전화기가 꺼져있어서 답답했다고.
나는 입술을 쭉 내밀고 툴툴 거리는 너를 나는 그저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만 있자 너는 툴툴거리던 것을 그만두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역시 나는 너를 속일 수 없나보다.
그렇지만 나는 너를 속여야했다.
“우리.. 그만 만나자, oo야.”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너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이런 장난은 재미없다고.
너의 말에 나는 다시 한번 너의 눈을 보며 이야기한다.
“나 유학 가게 됐어. 꽤 오랫동안 가있을 거 같아. 그리고 한국에 자주 들어오지도 못할 거 같고.”
내 말에 너는 자기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너에게 말했다.
“몇 년 동안 있을지도 모르는 나를 언제까지고 기다린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며칠 못 봤는데도 우리 어색해졌어. 그런데 몇 년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을 못 보며 지내는 게 말이 안되잖아."
내 말에 너의 눈엔 눈물이 차오른다. 왜 그렇게 말을 하냐며 나는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그런 너를 보며 나는 너에게 더 모지게 말을 내뱉고야 만다.
“헤어지자, 우리.”
나는 눈물을 흘리는 너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결국 뒤 돌았다.
그리고 천천히 너에게서 멀어져갔다.
..미안해..
그렇게 너와의 인연을 끊고 난 후 나의 몸은 점점 더 악화되어갔다.
혼자서는 가누지 못하는 몸이 돼버린 나는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치료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사의 말을 나는 거절했다.
죽기 전의 시간을 치료를 받으며 헛되게 보내기 싫었다.
나는 병실에 있으면서 매일매일 너에게 하지 못한 말들과 너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작은 수첩에 하나하나씩 적어내려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데로 너의 생각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유난히 더 하늘이 맑던 어느 날.
마치 너처럼 맑고 따뜻했던 어느 날.
너의 웃음처럼 따뜻한 햇살이 내리던 어느 날.
그 어느 날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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