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이 성규를 처음 본 건 그래, 딱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갑작스레 고장난 차덕분에 호원은 꾀나 애를 먹어야했다. 수리를 보낸 차대신 택시를 잡아야했는데 자정에 가까워진 퇴근 탓인지 그마저도 보이질 않았다. 결국 호원은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 날밤은 말그대로 살을 꽁꽁 얼어버릴 듯이 추웠다. 외투의 옷깃을 계속해서 여미는데도 옷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들에 호원의 머릿 속에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딱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성규를 보았다. 온통 깜깜한 골목길에서 게으르게 껌뻑대는 가로등 밑을 매일 차를 타고 지났던 호원은 그 가로등이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살아가는 저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날은 그 밑에 처음 보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아니, 물건이라기 보다는…,
“ 어…? ”
“ 흐으…, 흐으으, ”
신음소리를 내며 웅크리고 있는 사람 하나. 호원이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신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상해, 가까이 다가간 호원이 생각했다. 이렇게 매서운 날씨에도 그 주위의 공기만 유난히 뜨거운 것이, 그리고 무엇보다 호원의 코 끝을 찌르는 그 향이. 오메가다, 그것도 히트사이클 기간의. 호원이 남자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남자가 고개를 훽, 쳐 들었다. 호원을 향한 얼굴은 예상보다 훨씬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얼굴은 뻘겋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아롱아롱한 것이, 묘한 색기마저 흘렀다. 이렇게나 짙은 향에 이런 얼굴이라니…, 당장이라도 당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갑작스레 마음이 동한 호원이 얼른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Two-time (for.기린그대S2S2)
W.그드릅
호원은 그다지 배려심이 깊은 사람도, 인내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따지자면 그 반대에 가까울 뿐. 그런데도 호원이 성규를 자신의 집에 거두고도 손 끝 하나 대지않은 이유는, 사실 호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자신이.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았다. 평소의 저라면 오메가를 만나고도 한 번 맛보고 버릴 뿐이었는데, 왠지 그러고싶지 않았다. 처음 본 사람에게 느끼기에는 당황스러운 감정이었지만 옆에 두고 오래 보고 싶었다. 그 뿐이었다. 방 안에서는 계속해서 성규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호원은 주먹을 쥐며 눈을 꾹 감았다. 지나치게 꽉 진 주먹탓에 손바닥에 손톱 자국이 새겨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끝내 호원은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
다행히 히트사이클기간의 막바지었던지, 성규는 다음 날 붉어진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문 옆에 기대 앉아있던 호원이 그제서야 감은 눈을 떴다. 눈 한번 붙이지않고 밤새도록 그 자리를 머문 탓인지 호원은 조금 피곤해보였다. 그런 호원을 본 성규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밥 먹을래요?, 나름 다정스럽게 내려했던 호원의 목소리에 어째서인지 성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크지않은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호원이 성규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 …흐, 성규요…, 성규, 김성규…, ”
“ 성규, 김성규. 예쁜 이름이네. ”
“ …끅, ”
“ 나한테 성규씨 얘기 좀 해줄래요? 나 성규씨 궁금한데, ”
“ 네, 해 드릴게요, 흐, 해 드릴게요. ”
눈물을 흘려대던 성규가 작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울다가 웃으면 큰 일나는데ㅡ, 호원의 장난스러운 말에도 성규는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호원과 성규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기류에 호원이 조금씩 입가에 미소를 걸쳤다. 성규를 보고 맨 처음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같았다. 미소짓는 성규의 얼굴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 알파가 오메가에게 느끼는 감정치고는 상서로운 감정, 자신은 성규에게 첫 눈에 반한 것 같았다. 처음 사랑에 빠진 사춘기소년마냥 간지럽게.
늦은 아침을 함께 챙겨 먹은 성규와 호원이 이번에는 호원의 집 베란다에 마련된 티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어제의 그 매섭던 추위가 다 가시지않아 조금 쌀쌀했지만 햇빛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호원은 그 곳에서 유난히 맑은 겨울하늘과 상반되는 듯한 성규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규는 오메가인 어머니밑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메가인 ‘여자’ 밑에서 태어났고 했다. 갓 20살이 되던 해에 ‘여자’ 는 강간을 당했고 낙태할 돈이 없어 성규를 낳았다고 했다. 그리고 당연히 갓난 아이를 키울 돈도 없었던 ‘여자’ 는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이 되기 삼일 전 서울의 한 부잣집 앞에 성규를 버렸다고 했다. 성규가 오메가라는 내용과 잘 보살펴달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와 함께. 그리고 ‘여자’ 가 놓고 간 종이쪼가리를 본 집주인이 성규를 거둬갔고 그 이후로는 그 큰집의 다락방에 갇혀 몸종으로 생활했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히트사이클 기간인 성규가 도망가지 못할 것이라 방심한 집주인이 외출한 사이 가까스로 그 감옥같은 곳을 빠져나온 것이고. 까맣고, 어둡고, 음침하고. 성규는 제 과거를 그렇게 평가했다.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된 호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성규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24년 인생을 내내 그렇게 살아 왔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대대로 이어진 알파가문에 자신의 아버지 소유로 회사까지 하나 있다. 탄탄대로같은 환경에 곧게 자라 손쉽게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얻고 싶은 것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성규의 과거사를 듣게 된 호원의 마음이 더욱 동했다. 만난지 만 하루도 안 됬지만, 그래 이 사람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 생각을 마친 호원이 애써 밝게 웃으며 성규에게 말을 건냈다.
그럼 여기서 나랑 살래요?
자신의 과거사를 이야기하며 터진 울음에 또다시 눈가를 꾹꾹 짓누르던 성규가 호원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하는 말은,
응, 좋아요. 너무 좋아.
그 눈부신 미소때문에 나는 어쩌면 여기까지 와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미소 하나로 사람을 홀리는 김성규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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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대들..흐흫.. 역시나 절 기다린 그대들은 없었겠지만!핳ㅎ 오늘은 성깔조각이 아녜여ㅠㅠㅠㅠㅠㅠㅠㅠ 무려 익연에서 물어 온 소재!!!!!!!를 제가 망쳤네여..핳 일단 소재 주신 제나 그대..사랑합니다 진심으로요 저 암호닉도 있어요 암튼 소재 주신 거 너무 늦게 써서 죄송하고 상편이 너무 짧아서 죄송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편은 아마..음..다음 주에야 올라오지 않을까..ㅁ7ㅁ8
암호닉있으신 그대들과 댓글달아주시는 모든 그대들ㅠㅠㅠㅠㅠ다들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제 마음을 강제 선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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