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센티넬 김남준
한창 전쟁이 활발하게 일어났을 때.
남준은 전쟁 고아로,
제 몸 하나 제대로 쉴 곳 없어 떠돌이 생활만 어언 5년을 했다.
누더기 옷에, 산발이 된 머리, 제대로 씻지도, 먹지 못해 생기는 붉은 두드러기.
까만 얼굴.
가끔 촌에서 그를 발견하는 사람들은,
그지 중에 상그지라고 말하며 그와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래도 18세의 남준은 심성이 착했다.
동냥과 구걸을 할지언정 도둑질은 하지 않았다.
온갖 욕과 구박을 얻어먹어도 넉살 좋게 헤헤 웃으며 밥을 얻어냈다.
하루는 마굿간에서 잠을 자던 남준이 꺼슬한 바닥이 온돌마냥 따뜻하길래,
이상함에 눈을 떠보니 볏짚이 활활 타오르며 불길이 기둥을 타고 올라갔다.
놀라 급히 문을 열고 나왔지만,
눈 앞에 펼쳐진 건 제가 자고 있던 마굿간은 그나마 양반이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던 온 집이 타버려 재가 되었다.
한 순간에 펼쳐진 절망 앞에 남준은 불길이 저를 덮치는 줄도 몰랐다.
이후, 남준은 등에 큰 화상을 입고 나무 지팡이로 겨우겨우 목숨을 연명하며 지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남준은 어린 나이에 제 목숨도 끝이 날 것임을 직감했다.
뽀드득 눈을 밟으며 산을 올라가다가,
눈 앞이 흐려지며 몸이 땅바닥에 고꾸라져 처박혔다.
아....
입김. 제 안의 조그만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나.
눈을 감으려는 그 때, 어떠한 형체가 아른거리며 다가왔다.
그것이 남준이 가진 18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당시, 센티넬과 가이드는 굉장히 적은 수였다.
죽어가던 남준을 살린 건 그보다 2살 연상의 여성이었다.
둘이 만난 이후로,
남준은 가난에 허덕이지 않아도 되었고 제 꿈을 이룰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탄소는 그저 그를 동생으로만 보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했다.
누나. 나는 혁명가가 되고 싶어.
혁명가?
응.
싸워야하잖아. 너는 직접 전쟁을 겪어봤잖니.
그래서 더욱. 이런 무의미한 전쟁을 끝맺고, 새로 시작해야 하니까.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그가 직접 전쟁을 겪은 세대이기 때문에(물론 본인도 그렇지만)
남은 생을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꿈일 줄 알았다.
그 이후 탄탄대로였다.
그녀는 친척의 지인에게 남준을 소개시켜주었고,
남준은 군인이 되었다.
군인이 된 남준은 어린 티를 벗어났고,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본능에 충실한 사내가 되었다.
*
그가 군인이 된 지 2년,
장교로 특급 승진이 되었던 계기는 남준의 뛰어난 두뇌로 성공한 작전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준이 속한 부대에 새로운 센티넬이 들어왔다.
풋풋한 청년이었는데, 과도한 훈련으로 폭주를 해버린 것이었다.
가이드라고는 없었고, 잠을 자던 탄소가 그를 포옹하며 폭주를 그쳤다.
그 모습을 본 남준은 다시 침실로 들어가는 탄소를 붙잡았다.
누나.
어?
나한테만 가이드 해주는 거 아니었어?
그런게 어딨어. 신입이 폭주했는데.
너랑 나랑 각인도 안했잖아.
각인?
...매뉴얼 안 읽어봤구나. 졸립다, 잘게.
그날 밤, 남준은 밤을 새며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에 대한 책 한 권을 정독했다.
각인을 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남준이 변한 건 그때부터였다.
그녀에게 외출을 금지했고, 다른 이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게 했다.
오로지 자신만이 허락되었다.
당연히 그녀는 반발했다. 단지 남준을 위해 있었을 뿐, 본인도 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부당함에 따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차가운 창살이 존재했다.
그녀가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공간의 케이지였다.
도망쳐야한다.
그것 뿐이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보았지만,
케이지를 굳게 잠근 자물쇠의 열쇠는 남준이 가지고 있었다.
케이지 안에서의 생활이 2개월 쯤 되었을 때,
남준이 속한 부대가 임무를 맡게 되었다.
사실 말이 임무지, 적군과의 큰 전쟁을 치뤄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어쩔 수 없이 그는 케이지의 자물쇠를 풀어주었다.
승리하고 올게.
...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나오지마.
밤이 되고 군인들은 떠났다.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저 멀리 대포 소리가 크게 들리자,
그녀는 케이지 안을 벗어났다.
전쟁이 시작되었다면, 남준도 저를 쫓아오지 못할 것.
맨발로 산을 타고, 고개 하나를 넘어 원래 제가 살던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의 팔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남준의 부대와,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지내던, 방공호.
그 방공호가 위치한 곳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설마 남준이 진 것인가.
적군이 벌써 여기까지 밀려온 것인가.
온갖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도망치는 발은 멈출 수 없었다.
마을이 보였다.
정을 나눴던 이웃 사람들의 얼굴이 보여 눈물이 흘렀다.
쾅!
대포 소리와 총알들이 빗발치는 소리가 난잡하게 섞였다.
난잡함의 소음이 끝났을 때,
쓰러져 있던 그녀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이웃들은 죽어버렸다.
대체, 이게 무슨.
나한테 벗어나지 말라고 했잖아.
누나. 나는 혁명가가 되고 싶어.
누나가 도망쳐서 방공호에 남아있던 사람들도 죽여버렸잖아.
그래서 더욱.
누나 탓이야. 그때 나를 왜 구했어. 나를 왜 구원했어?
이런 무의미한 전쟁을 끝맺고,
가자, '우리' 집으로.
새로 시작해야 하니까.
* 안녕하세요! 성탄절은 이미 지났지만...^^; 2016년은 아직이잖아요...(??)
참고로 남준이 마지막 대사 중 "누나가 도망쳐서 방공호에 남아있던~." 이 말은 남준이가 돌아왔는데 탄소가 없어서
탄소가 사라진 걸 다른 사람들한테 화풀이격으로 그냥 다 죽여버린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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