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아니 누군가를 좋아해 보았다면, 다들 느껴 봤을 것이다. 나만 좋아하고 싶고, 나만 알고 싶은 사람.
그 대상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일지라도 말이다.
입학식, 그러니까 지금에서 4 개월 전, 나는 그를 처음 보았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남자에게 관심도 없었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던 내게, 그의 등장은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게 맞다고 해도 무관할 정도였다. 얼굴 하면 얼굴. 공부 하면 공부. 운동 하면 운동.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던 그였다. 그리고, 선도부장.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들은 다른 소녀들과 같았고, 그는 소위 말하는 학교 간판, 퀸카, 천연기념물 등 다양한 수식어들이 그를 따라다녔다.
드라마에서 나오 듯 하이스쿨 로맨스처럼 전정국이 운동을 마쳐서 수건을 가져다 준다든지, 먹을 것을 준다든지, 그런 일들은 없었다. 아니 하지 못했다.
진실인지, 거짓인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들리는 소문으로는 전정국은 중학교 때 한 번 빼고는 곁에 여자를 둔 적이 없다고 했다. 잘생긴 외모로 중학교 때부터 입소문이 돌던 정국이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 했을 때에, 정국에게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국아, 너 이거 먹을래? 정국아 누나랑 토요일에... 하지만 정국은 그 모든 것을 일체 거절 했다. 전정국이 얼굴을 보는 게 아니냐? 아니다. 옆 학교의 김태희 닮은 꼴까지 고백을 했다가 까인 거면... 말 다 한 거다.
MY DOL, MY KOOK? 00
"어 태형이 왔네? 옆에는 그 이름?"
오랜만에 카드 게임이나 하자며, 복지실에 가자는 김태형이었다. 내가 가자고 했을 때는 매번 귀찮다며 무르는 아이였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져 김태형을 따라 복지실로 들어섰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복지실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아예 없었던 적도 있었고.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지금 김태형에게 인사를 건네는 정호석 선배와, 많은 선배들, 그리고, 전정국 선배.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김태형을 툭 치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물론 그 무리들이 앉아 있는 책상에 가 앉았다. 가서 앉기에는 그럴만한 배짱도 없고, 많은 선배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아 복지실의 문을 여는 순간, 호석의 목소리가 나를 잡았다.
"같이 놀려고 온 거 아니였어?"
"아니였어?"
호석의 말에 폰을 만지작 거리던 김태형까지 한마디 덧붙였다. 아니 같이 놀려고 온 거면, 왜 그곳에 앉는 건데... 차마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고 정호석을 보고 살풋 웃어 보였더니, 앞에 앉으라는 정호석이었다. 제가요? 그럼, 너 말고 누구 있는데?
얼른 앉으라는 듯 제 앞의 책상을 땅, 하고 치는 호석이었다. 소심하게 다가오는 내게 그의 눈빛이 닿았다. 전정국이었다. 한 번 쓱 쳐다보더니 금새, 하고 있던 휴대폰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나 울지도 모르는데. 별의별 생각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나의 모습은 아마도 추했을 것이다.
눈,코,입, 주변의 점들까지 그의 모든 것은 완벽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자꾸 이렇게 쳐다보면 안 되는 건데. 학기 초에 우연히 급식을 먹을 때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것 이후로 가까이 있는 건 처음이라 자꾸만 눈길이 가고 심장이 뛰었다.
"나는 정호석, 얘는 전정국, 그 옆은 박지민."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도 못 들은 건지, 휴대폰만 만지고 있는 둘을 툭 치는 호석이었다. 이제서야 인기척을 느낀 건지, 나를 바라보는 박지민이었다. 어, 너.
"너 맨날 명찰 안 가지고 다니는, 맞지?"
항상 그거 내가 봤었는데, 안 잡았었다! 물론 옆에서 정호석이 꼬박꼬박 학번 적기는 했는데... 민망한 건지, 미안한 건지, 나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는 호석이었다. 아니 이름아. 다급한 말에 박지민 선배는 할 말이 더 남아 있다며 호석 선배를 뒤로 하고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아 근데, 전정국이 항상 벌점을 안 줬어."
게임을 하면서도 얘기를 다 듣고 있었던 건지, 나를 쓱 한 번 쳐다보고는 게임에 집중하는 정국이었다. 선도부 중 벌점 관리를 맞는 학생은 정국이었고, 그 사실은 알게 된 다음 날부터 명찰을 차고 가지 않던 나였다. 사실은 이렇게라도 해야 정국이 내 이름을 기억할 것만 같아서였다. 그런데 지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국이 나에게 그동안 벌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의미 부여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냥 심장이 뛰었다.
그 날 이후, 김태형이 복지실에 데려 간 이후로, 나는 선도부 선배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물론, 전정국 빼고. 알고 보니 김태형과 정호석은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복지실로 불렀지만 쓸데없이 박지민이랑 친해졌다고, 다른 대책을 찾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얻는 건 없었다. 가끔씩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해 볼까도 하지만, 바로 눈을 피해 버리는 정국에 매번 자신감만 떨어질 뿐이었다.
"너는 그 선배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멋있잖아,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겨, 심지어 운동도 잘해. 못하는 게 없잖아 만능이야, 만능."
"그거 완전 내 소개 아니냐?"
태형아, 혹시 목숨이 두 개야? 내 살벌한 말에 장난이었다며, 내게서 떨어지는 태형이었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한결같을까. 상대방 반응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알면서도 깝치는 건 정말 김태형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신경질이 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익숙해졌으니까. 김태형과 말다툼을 나누는 사이, 김태형과 나의 급식 당번 시간이 다가왔다. 학기 말에는 꼭 벌점을 지워야 했는데, 전정국으로 인해 벌점이 없는 나와, 전정국으로 인해 벌점이 있는 김태형 때문에 같이 급식 봉사를 하게 되었다.
"야 귤이나 나눠 줘."
"어이없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어야 돼?"
급식으로 나온 귤을 배식하는 게 우리의 일이었다.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하기 싫다며 자신의 일을 나에게 건네는 태형이었다. 물론, 입 안에 귤을 넣은 채로. 자신의 일은 나한테 주고 자신은 놀겠다니 그렇게는 안 되지. 웃음기를 없앤 표정으로 김태형을 바라보니 순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용기 있는 자, 미남을 얻는다."
"어느 한쪽이 먼저 마음을 표현해야 다른 한 쪽도 알 거 아니야. 호석이 형이 그러던데, 그 형 귤 좋아한대."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내가 귤... 두 개 줘? 멋대로 하라는 김태형을 뒤로 하고, 귤 배식을 한 참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전정국과 무리들이 보였다. 아 진짜 두 개 줘야 하나. 전정국의 식판이 가까워 질수록 머릿속은 더욱 더 복잡해져 갔다. 아 모르겠다. 귤 더 드세요.
전정국의 식판에 귤이 두 개 올려졌다. 예상하지 못한 나의 행동에 당황을 한 것인지, 멈추어 있다가. 곧, 귤 두 개를 내려 놓았다.
"나 귤 안 좋아하는데."
"나는 귤을 좋아하지, 땡큐 이름!"
정국이 내려놓았던 귤 두 개와, 하나의 귤을 더 집어 들고는 고맙다며 사라지는 호석이었다. 정국이 귤을 내려놓고, 호석의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김태형을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할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귤 배식을 잠시 아주머니에게 넘기고 김태형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에, 김태형은 보이지가 않았다. 이건 도망이 확실하다.
"아, 아, 야, 진짜 미안. 내가 진짜 미안."
"너 진짜 친구 맞아? 도움이 안 돼."
조금 전의 쪽팔림을 잊기 위해서 김태형의 등을 더욱 열정적으로 때렸다. 퍽, 퍽, 꽤나 아팠던 건지, 이내 내 손을 잡고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 김태형이었다. 난 이제 망했다고. 알아? 김태형을 있는 힘껏 노려보자.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 김태형이었다. 너 지금 다른 생각해?
"도와 줄게."
"대신에, 너희 누나 나 소개 좀 시켜 줘."
알겠어, 알겠다고. 일단은 내 사랑이 중요하기에, 3 년 째 연애 중인 언니를 강제 솔로로 위장 시켰다. 그렇게도 좋은 건지, 계속해서 거짓말이라면 훼방을 놓는다며, 협박을 하는 김태형이었다. 훼방을 놓아도 좋으니까. 그런 사이라도 만들어 줘? 응?
"정국이 형은 내가 잘 모르니까, 실수가 있더라도 눈 감아 줘야 돼. 오늘처럼 나 때리고 이러면 나 안 해?"
알겠으니까, 제발 좀 도와 줘.
| Q.태형 씨, 진짜 이름이를 도와 줄 생각이 있어요? |
A. 당연하죠, 사람을 뭘로 보고. 벌써 알아 봤어요. 요즘 선도부 자리가 두 명 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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