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나는 정말 답고가 맞는 것 같다. 김태형한테 답고라고 불린지도 벌써 5 일, 전정국을 피해 다닌 것도 벌써 5 일. 김태형이 말했던 것처럼 전정국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그중 정말 내게 관심 있는지 확답을 듣고 싶은 것도 사실인데, 마음처럼 움직이지를 않는다. 마음이 정리 될 것 같으면, 계속 나를 향해 인사를 하는 정국 때문에 더 혼란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김태형의 답고와, 전정국의 인사에 잊고 살았던 게 있었다. 김태형이야, 친한 건 전교에서 다 아는 사실이라 걱정은 없었지만, 전정국. 전정국과 나의 관계는 이 학교에서 애인이라는 관계로 불리우고 있다. 김태형의 말처럼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처음보다는 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는데, 교문 앞에서 마주쳤던 정국 선배의 친구인 여선배의 끊임없는 입담으로 매번 김태형이 나를 놀릴 때 쓰는 말인 "김태형 외 친구 없음." 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점심 시간 내내 김태형에게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냐며, 같은 말만 여러번 내뱉다. 결국은 크게 울어버렸다. 그래서 나온 결말은, 오늘은 어떻게든 정국 선배와 나의 사이에 대해 확답을 받아 낼 것이라고.
"만약에 선배가 나 좋아하는 거 아니면?"
"쪽팔리면, 자살하면 되는 거니까."
싸디 싼, 김태형의 입을 누가 막으리.
01
"부장쌤, 다른 동아리들은 이렇게 부원들 들어오면 환영회, 친목 여행, 이런 거 간다고 했는데. 우리는 뭐 없어요?"
뜬금없는 환영회 얘기에 부장 선생님은 물론, 선도부원들의 이목이 김태형에게 집중했다. 괜스레 옆에 있는 내가 더 뻘쭘해져 김태형을 툭 치자, 나를 제지 하는 지민 선배였다. 원래,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거야.
"왜? 우리는 동아리가 아닌데?"
김태형의 말에 기가 찬 건지 헛웃음을 한 번 내뱉더니, 곧이어 동아리가 아니라서 못 간다는 부장 선생님의 말씀이였다. 누가 봐도, 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투의 말투였다. 부장 선생님의 말씀에 조금 억울한 걸까, 김태형은 괜히 나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고, 나를 바라본 부장 선생님은 나도 가고 싶은 거냐며 나에게 질문했다.
"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김태형이 바라는 신입생 환영회는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부장 선생님을 설득하는 건 조금 어려웠는데, 간부 수련회를 일찍 가는 셈 치자며, 선생님을 꼬드기는 지민 선배의 유혹에 결국 넘어가버린 선생님이셨다. 생각보다 빨리 만들어진 계획에 당황을 하고 있어 모두 멘붕인 찰나에, 부장 선생님은 다른 계획들은 너희가 정하라며, 몇가지 플랜만 정해 준 채로 사라져 버리셨다.
A 필요한 물품 구입 후 정리
B 간부 회의 안건 리스트 정리
C 환영회 지역 탐방 및 조사
"플랜 B가 가장 어려우니까, 김태형이랑 박지민이 하면 되겠고, C는 가장 쉬우니까 나 혼자. 플랜 A는 음... 이름?"
"아무리 그래도 여자 애 혼자 시키려고? 정호석 인성..."
"그럴 땐 정국이 형이 있죠."
자신도 정국이랑 같이 시키려고 했다며, 괜히 머쓱한지 나를 바라보며 웃는 호석이다. 아니 혼자 해도 괜찮은데, 부담스러우면서도 내심 정국이 거절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싫어할까?
"그럴려고 했어."
[야야야ㅑ 김태형]
[태형아]
[야]
[왜애애애애애애ㅐ애앵내애애ㅐ]
[태형아 나 이거 입을까? 아님... 이거?]
[몰라]
[한 번만...]
[...솔직히 정국이 형 눈은 생각해 줘야지, 치마가 뭐임.]
[그치? 바지 입는 게 낫겠지? 아, 치마 괜히 샀다 그치? 치마 입고 싶어도 참아야겠지...?]
[걍 좀 처입어, 치마 입던가.]
아침부터 카톡으로 이거 입으라, 저거 입으라, 김태형에게 어떤 코디가 좋을까 물어보다, 결국엔 내가 입고 싶었던 테니스 스커트를 꺼내 입었다.
사놓고 한 번도 못 입어본 거였는데, 이렇게 입게 될 줄이야, 전 날 늦게까지 지민 선배와 과제를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김태형에게 조금은 미안했지만, 자신도 나를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도 도와 주는 거다. 암 그렇고 말고. 미안, 태형아.
화장까지 김태형에게 물어보기에는 정말, 정말, 죄책감이 커질 것만 같아, 뷰티 유튜버들이 하는 일상 메이크업, 데이트 메이크업 등을 보며 조금씩 따라해 봤다. 생각보다 잘 먹은 화장에 기분이 좋아져 언니 화장대에 있는 향수까지 몰래 두 번 뿌리고 집을 나섰다.
정말 봄이 찾아오는 건지, 산뜻한 공기가 나를 반기는 기분이 들었다. 전날, 전정국과 과제를 핑계로 전화 번호를 주고 받고, 카톡으로 다섯 마디 나눴을 뿐인데,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둔 손은 어찌나 고운지, 문자 말투는 어찌 정갈하며 바른지, 무튼 나는 오늘 전정국과 데이트라고 부르고 싶은 첫 데이트를 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니까."
약속 장소 앞에 벤치에 앉아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는 정국의 모습이 보였다.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바람에 말을 걸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나를 본 건지, 연신 알겠다는 말만 하고서는 전화를 끊는 정국이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밤색 코트, 그의 앞에 다가섰을 때, 은은하게 나는 그의 체향에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 갔다.
"너랑 이렇게 만난 건 처음이네."
나도 처음인데, 속으로 몰래 좋아하기만 했던 정국이 내 옆에서 같이 걸어 준다는 것,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내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 모두 나에게는 처음이었다. 물론 그도 처음이겠지만, 상상만 했던 것들이 현실이 된 기분에 고개를 푹 숙였다. 나 어떻게 해야 하지? 여기서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수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지배하는 기분이 들었다. 정국을 따라 걷다 보니, 준비물을 사야 할 대형 마트가 보였다. 능숙하게 백 원을 꺼내 카트를 뽑고서는, 멀뚱히 서있는 나에게 뭘 사야 할지 묻는 그였다. 어... 고기랑, 음...
"음료수도 사고... 음, 오빠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실수를 한 건가, 대답이 없는 정국이었다. 선배는 너무 유난을 떠는 것 같아서, 오빠라고 한 게 잘못인가? 아님 질문을 한 게 잘못이었을까, 그냥 아무것도 하질 말아야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뿐만이 아니라, 정국 앞에서만 서면, 말 수가 급격히 줄어 들어,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나눠 본 것 같아 던져 본 말인데, 실수해도 제대로 실수한 기분이 들었다.
"오빠라고 해 줄 줄은 몰랐는데."
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빠 라는 단어였다. 조금 웃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정국의 표정에 긴장했던 것들이 다 내려 가는 기분이었다. 오빠라는 단어에 정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사람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긍정적인 반응이 확실하다.
필요한 준비물들을 서로 사전에 찾아 보지 않았던 지라, 서로의 휴대폰을 이용해, 음료수면 음료수, 물이면 물, 고기면 고기까지. 필요한 준비물을 다 사고 나서 양손 가득 박스를 들고서 마트를 나섰다.
"무거워? 내가 들게, 줘."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전정국은 내가 하는 행동에 조금은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국이 들고 있는 박스보다는 가볍지만 내가 들고 있는 박스도 그렇게 가벼운 편은 아닌지라, 잠시 한숨 아닌 한숨을 내뱉었는데, 그걸 또 듣고서는 자신에게 박스를 넘기라는 정국이였다. 자신이 힘든 걸 잘 모르는 건가, 겉으로는 티가 안 나 보이지만, 아마 내가 들고 있는 박스까지 들게 된다면 정국은 쓰러 질 수도 있겠다 싶어,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나의 태도에 내 박스 안에 들어 있던 준비물들을 자신의 박스로 몇 개 집어 옮기더니, 조금 편하냐며 묻는 그였다.
"힘들잖아요, 얼른 주세요."
"별로 안 힘들어 괜찮아."
"그래도..."
말 끝을 흐리며 정국을 걱정하는 나의 모습에, 괜찮다며 말 대신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흔들었다.
[성이름]
[성이름 언제 와]
[성이름]
[야]
학교에 들러, 준비물을 정리하기 위해 책상에 휴대폰을 올려 놓았는데, 쉴새 없이 울리는 카톡에 정국과 나의 이목이 집중 됐다. 내 폰을 집어 들고는 나에게 전해 주는 정국이었다. 혹시나 역시나 당연히 김태형이었다. 어차피 카톡이 올 사람도 김태형밖에 없었기에 자연스레 김태형의 투정을 받기 위해 카톡으로 대충 답을 하고서 책상 위에 폰을 내려놓았다.
[좋겠네 ㅡㅡ]
[아무튼 언제 오셈]
[배고프다며]
[나랑 볼케이노에 치밥 콜?]
[야]
[설마, 둘이 저녁도 먹냐?]
카톡 카톡, 계속 해서 울리는 알림에 신경이 쓰였던 건지, 내 휴대폰을 쓱 쳐다보는 정국이었다. 괜히 민망해져, 빠르게 답을 하고는 휴대폰을 꺼 책상에 내려 놓았다.
"배고파?"
좀 전에 내 휴대폰을 쳐다보더니 김태형의 카톡을 봤던 건지, 나에게 배가 고프냐며 묻는 정국이었다. 솔직히 배가 고픈 건 사실이니, 배가 고프다고 얘기하자, 많이 고프냐며 내게 묻는 정국이었다.
"오빠는 배 안 고파요?"
"조금?"
나 몰래 뭘 먹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정국은 그다지 배가 고파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만나 주기까지 했는데, 정국과 밥을 먹는 건 무리겠지. 마지막 물품을 정리하며, 빨리 집에 가서 김태형과 치밥을 먹을 생각에 저절로 더 배가 고파졌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나랑 밥을 먹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마음에 담아 두기로 했다.
물품 정리를 모두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땐, 학교가 번화가에 위치한 만큼, 저녁을 먹기 위해 여기 저기 사람들이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그냥 여기서 전정국과 헤어지고,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도 될 정도로, 배가 고파져 왔다. 괜히 전정국이 원망스러워져 정국을 쳐다보자, 뭐가 그리도 재밌는 건지, 고개를 숙이고선 웃음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오 분 정도 걸었을까, 이제는 반 포기 상태로, 김태형에게 집에 가고 있다고 치킨을 시켜 놓으라는 문자까지 보냈다. 애초에 나는 전정국과 밥 먹으려고 나온 것도 아니고, 그래 이거면 됐어 하며 나를 위로했다.
"배 많이 고픈 것 같은데."
사실은 아까부터, 나에게 배가 많이 고프냐고 묻는 정국에, 조금 고프다고 거짓말을 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많이 고프다고 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꼴에 자존심을 지킨다고 정국의 말에 조금밖에 안 고프다고 얘기를 했지만, 이제 더는 못 참을 것 같다. 배가 고픈 게 죄는 아니니까.
"많이 고파요."
원하는 답을 얻은 건지, 전보다 더 입꼬리가 올라 가는 정국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저녁, 먹을래?"
원하는 답을 얻게 되었다.
| Q. 정국 씨, 이름이의 배가 많이 고픈 걸 굳이 알고 싶었나요? |
| A. 귀엽잖아요. |
MY DOL, MY KOOK?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정국] MY DOL, MY KOOK?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1/17/0/9253b6646092b57ea6d0c4b7b134ccbf.gif)
![[방탄소년단/정국] MY DOL, MY KOOK?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09/23/ac1bb0bf77166e6a1b21884695386e6b.gif)
전현무, 9년전 '차 안 링거' 진료기록부까지 공개…'주사 이모' 논란 칼차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