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똑같이 흘러간다. 일초가 일분이 되고, 일분이 한 시간이 되며, 한 시간이 하루가 된다. 그렇게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간다. 이것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다. 그런데 인간은 참으로 희한한 동물이라 이 절대적인 진리에서도 어긋날 때가 있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느끼기에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전에 모 방송에서 꽤나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두 사람을 불러다 놓고 A에게는 문제집과 필기도구를, B에게는 게임기를 쥐여준 것이다. 두 사람을 각자 독방에 들어가게 한 다음 정확히 한 시간 후에 부른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당신은 저 방 안에서 얼마나 있었던 것 같나요?
똑같은 한 시간이었으나 A는 3시간이라 답했고, B는 20분이라 답했다. 이번에는 B에게 문제집과 필기도구를, A에게는 게임기를 쥐여준 연구진은 똑같은 실험을 다시 진행하였다. 결과는 같았다. 인간은 지독히 이기적인 존재들이라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곧 진리라고 여기곤 한다. 지금의 지민이 그러하였다. 그토록 원하던 학교였으나, 입학 초부터 꽤나 거지 같은 일을 겪는 바람에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는 참으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하였는데, 지금은 그냥 일분 일초 딱딱 맞추어 흘러간다고 느껴지니 이것 참 웃기는 일이다. 그만큼 이 학교에서의 생활에 적응이 되어간다는 뜻이겠지.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쯤이었나, 반 아이 한 명이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지민의 대회 영상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지민이 전해 듣기로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보려 하였으나 결국 작은 흠집 거리도 찾지 못한 채 영상이 끝나버렸다고 한다. 그제야 단체로 찾아와 사과의 뜻을 전하는 아이들을 지민은 당연하게도, 받아주지 않았다. 됐으니까 나 건들지만 마. 그거면 돼. 그날 이후로 학기 초 지민을 괴롭히던 그 요상한 소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렸다. 대신 그 빈자리에 새로운 소문이 들어와 떠돌아다닐 뿐이었다. 박지민은 무용에 미친 놈이니 건드렸다간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고.
저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빌어먹게도 정확히 그 반대였다. 이상하게 더 기분이 나빠지는 게 짜증이 났다. 영상 하나로 바로 꼬리를 내릴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바보처럼 괴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더는 바라지도 않는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호석, 그리고 딱 한 사람이면 족하니까. 성이름 생각에 또 우울해진 지민이 기분전환을 위해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얻은 의외의 수확이 바로 개구멍과 방치된 연습실이었다. 이곳이면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혼자서 연습도 할 수 있고, 시간도 보낼 수 있다. 지민의 새벽 등교는 정확히 그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나갔다.
" 성이름, 너 담임이 불러. "
" 왜? "
" 그거야 나도 모르지. "
" 알겠어. 고마워! "
" 4층에 빈 연습실이 하나 있어. 무용과 연습실이긴 한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야. 내일 크로키 수업을 거기서 하려고 하는데, 미리 치워줄 수 있니? "
" 네. "
괜히 미화부장을 하겠다고 했나 보다. 담임은 시도 때도 없이 불러 이곳저곳 청소를 시키곤 했다.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표정은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닌 것이 참으로 웃기다. 그나저나, 무용과라고 하니 또 박지민 생각이 나네. 아쉽게도 그날 이후로 박지민과 직접적으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그렇게 보고 싶어 했으면서. 바로 눈앞에 두고도 병신같이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혹시라도 박지민이 정말 나를 잊었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그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중이었다. 다행히도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젠 아무도 박지민을 괴롭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제는 박지민이 나머지를 따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장하네 박지민.
먼지가 가득 쌓여있는 그곳은 누가 보기에도 꽤나 오랫동안 방치된 연습실이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더라면 이 발자국들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가 몰래 이곳에서 연습해온 모양인데, 모르긴 몰라도 꽤나 열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열린 문 너머에는, 꽤나 놀란 표정을 한 박지민이 서 있었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 지민아. "
" ...성이름? "
" 나쁜 새끼. "
" 성이름. "
정말로, 성이름 맞냐고 몇 번이고 물어오는 박지민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 뿐이었다.
그날 박지민은 나를 본 게 꿈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잠도 안 자고 연습만 해댔으니 그럴 만도 하지.
박지민을 죽지 않았다면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머릿속에 이 재회 장면을 수없이 상상했다. 처음엔 박지민을 때릴 거야. 왜냐하면 날 버리고 갔으니까. 그리고 나서는 꼭 안아줄 거야. 그동안 고생 많이 했을 게 뻔하니까. 나를 버리고 갔다는 생각에 원망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이 했기에, 그냥 꼭 안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나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왜 무용을 시작한 건지, 지금 많이 힘들지는 않은지. 그냥 그게 너무 궁금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는데, 이 연습실 안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결국, 기나긴 침묵을 깬 사람은 바로 나였다.
" 그동안 잘 지냈어? "
" 아니. "
" 혼자 그렇게 도망갔으면 잘 지냈어야지. "
" 네가 없어서 잘 못 지냈어. "
" 이제 와서 그러지 마. "
" 자리 잡고, 너 데리러 가려고 했어. 근데 다시 가보니까 네가 없더라고. "
" 나 입양됐어. 좋은 분들이야. "
" 다행이네. "
" 너는, "
" 좋은 형을 만났어. 그뿐이야. "
수고 많았어. 조심스럽게 박지민에게로 다가가 그대로 꽉 안았다. 바로 전에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지민이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괜찮다며 살살 등을 토닥여주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하는 박지민 때문에 나도 같이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의 이야기는 천천히 해도 좋다. 아무렴 어때, 이제 겨우 다시 만났는걸. 일단은 이렇게 껴안고 있고 싶었다. 이대로 놓아버리면 예전처럼 또 사라져버릴까 무서워 더 세게 지민이를 껴안았다.
" 보고 싶었어. "
보고 싶었어.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모른다. 박지민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 나와버렸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이 난다던데, 내 엉덩이에 뿔이 나면 박지민이 책임져야겠네.
그런데 지민아, 있잖아. 사실은 나도 많이 많이….
" 보고 싶었어.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 우리 울고 시작해요 드디어 만났습니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축하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이제 꽃길 걸을 일만 남은건가요...아 그 전에 연애도 하고 그래야겠죠? 지민아 응원한다 ^^ 화이팅! 근데 제가 분명 저번에 이번에는 달달만 가득할거라고 했었는데 쓰고나서 보니 음.....그닥 달달은 아닌듯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진짜!!!!꽁냥꽁냥거리는 두 사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호석아] [초록보꾸] [대유잼] [김짱구] [짐팬치] [해말] [연홍] [달빛] [망개떡촵촵촵] [캔디] [국산비누] [●달걀말이●] [윤기윤기] [동이] [슙지니] [엘은] [짱구] [민슈가] [짐절부절] [토끼] [침쿵해] [프로포즈] 암호닉 분들, 그리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해요!!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