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권순영/이석민] 月夜密會(월야밀회) 二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01/16/edf7456ae29a3f500d1aa64d908fd4a4.jpg)
月夜密會
달월 밤야 빽빽할밀 모을회
: 달이 뜬 깊은 밤의 은밀한 만남
越夜謐懷
넘을월 밤야 고요할밀 품을회
: 그 너조차 모르게 고요히, 너를 내 안에 품었다.
월야밀회
二
![[세븐틴/권순영/이석민] 月夜密會(월야밀회) 二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01/0/46caf009578fd97531fd46d6831a384a.jpg)
“참판 어르신, 오늘 화월이는 다른 객을 모시고 있는지라...”
“대체 내가 몇 번이나 헛걸음을 해야 고 요망한 기생년이 날 만나줄 것이라 하더냐?”
한양 최고 기생이라는 화월, 세봉을 만나기 위해 앞서 몇 번 헛걸음했던 이조 참판의 언성이 드디어 높아지고야 말았다.
낙화루를 관리하는 행수는 골치 아프다는 듯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이마를 박박 문지르다시피 쓸었다. 이조 참판씩이나 되는 양반이 행패를 부려도 빼올 수 없는 객을 모시고 있기에, 상황은 더 난처했다.
“내 한 번 그 놈 면상이나 봐야겠다. 대체 누굴 모시고 있길래 온갖 고귀한 척은 다 한 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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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판 어르신, 저를 이르시는 겝니까?”
참판이 분을 못 이기고 방을 나서려던 찰나, 이조 참판이 들어 있는 방문을 연 것은 석민이었다.
비단의 비 자도 알지 못하는 자가 얼핏 보더라도 게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비단을 걸치고, 깃털 부채를 살살 흔드는 석민은 낙화루 앞에서 유생의 도포를 입고 한 여인을 기다리며 서 있던 풋사내의 모습이 아니었다.
“화월이 뺏어간 방자한 놈 낯짝을 보셨으니, 이제 화월이는 제가 데려가도 되겠지요?”
“예..! 소, 소인이 몰라 뵙고.. 송구하옵니다..!”
참판 이외에 흘러가는 상황을 알 이는 아무도 없었으므로, 얼굴 가득 당황한 낯빛을 띠곤 순식간에 머리를 조아리는 참판의 모습은 두 눈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방 밖에 너를 두고 싸움이 났더구나.”
“그랬사옵니까.”
“다시 네가 하던 얘기를 마저 들었으면 싶구나. 어디까지 얘기를 풀어놓았었던가?”
다시 세봉이 있는 방으로 돌아온 석민은 자신의 얼굴부터 가슴께까지를 가리는 발 두 개를 사이에 두고 꽤 먼 거리에서 세봉을 대면하고 있었다. 이따금 석민이 낙화루에 찾아올 때면, 세봉이 그를 모시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는 발 두 개를 두고 한 시진(두 시간) 정도 되는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일 뿐이었다. 석민은 자신이 말하기 보다는, 세봉이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주는 것을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으므로, 거의 세봉이 일방적으로 얘기를 풀어놓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석민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무척이나 꺼려했으므로, 세봉이 그에 대해 지금까지 알아낸 것이라고는 올해로 약관(스무 살 전후)이 되었다는 점과, 혼기가 다 찬 나이임에도 처를 들이지 않아 부모 뿐 아니라 주변의 재촉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 뿐 이었다.
세봉이 그의 얼굴은 확인하기 위해 술상을 다시 차려오겠다는 핑계로 발 가까이 다가서려 하면, 석민은 그를 단박에 물리며 항상 시종을 불러 대신 하도록 했다.
석민은 가장 값을 후하게 치르는 객 중 한 명이었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큰 벌이를 벌 수 있다는 점은 좋으면서도, 자신이 궁금해 하는 것이면 꼭 풀어내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기에 답답하기도 했다.
석민이 방 문 앞에 서 있던 시종 하나를 부르더니 그를 통해 세봉이에게 선물 하나를 건네왔다.
“발 건너로 얼핏 보기에, 옥색 머리꽂이를 항상 하고 있더구나. 좋아할 것 같아 샀는데, 마음에 드느냐?”
“오늘 값은 이미 치루지 않으셨습니까.”
“받을 수 없사옵니다. 혼기가 다 찼다고 하셨으니, 곧 생길 정인에게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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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진이 다 지났으니, 소녀 이만 나가보겠사옵니다. 밤이 깊었으니 살펴 가세요.”
越夜謐懷
넘을월 밤야 고요할밀 품을회
: 그 너조차 모르게 고요히, 너를 내 안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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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봉아.”
“아까부터 어찌 자꾸 부르십니까.”
반쯤 풀려 있는 사내의 곁에 누워 나른하게 눈을 뜨며 대답해오는 여자의 음성은 모든 사내를 홀리고도 남을 만큼 교태가 섞인 것이었다. 여자가 몸을 뒤척이자, 사내도 옆으로 몸을 틀어 잠시간 여자를 바라보더니, 아기를 재우듯 머리를 쓰담았다.
“다음 달 쯤 해서, 청에 다녀오게 될 것 같구나. 이번에 가면... 못 되어도 석 달은 나를 기다려야 할 텐데. 같이 가겠느냐?”
사내의 물음에 여자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내를 올려다 보았다. 살짝 올라간 눈매가 더욱 앙칼져 보였다.
“하룻밤의 인연으로 도련님께 얽매일 것이라고 생각하신 겝니까?”
“한쪽을 만나지 못해 애달픈 이는 소녀가 아니라 도련님이시겠지요.”
“도련님의 미색에 소녀가 미혹된 것은 맞으나, 도련님만한 이가 조선 팔도 한 명도 없겠습니까.”
“무탈하게 다녀오세요.”
“네게는 나조차도 당해내질 못하겠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네게 말려들기만 할 뿐이니, 원.”
“와중에도 네가 나를 미혹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하니, 나도 단단히 미친 게지.”
당당하면서도 조금은 맹랑한 여자의 태도에 사내는 잠시 허, 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진심으로 걱정이 되는구나.”
“무엇이 말이십니까.”
“조선 천지에 나만한 사내는 널리고 널렸겠지만, 너 만한 여인은 그 어딜 뒤져도 나오지 않을 텐데,”
“석 달 사이에 다른 사내에게 빼앗겨 버리면, 네 몸이 너무 달아서 내가 평생 못 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말이다.”
표정으로는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었다고는 하나, 빨갛게 물든 귀 끝만큼은 숨길 수 없는 사내는, 그 앞에서만큼은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평소 사내와 어느 정도 알고 지내던 이가 이를 봤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었다. 소년 같은 사내의 모습에 여자는 아이를 달래듯 다정하게 사내에게 고백했다.
“꽤 귀여운 구석이 있으십니다.”
“아까는, 제 허언이었사옵니다.”
“도련님만한 재력을 갖춘 이야, 하고 많겠으나, 저를 질리지 않게 하는 사내는 도련님밖엔 없을 것이옵니다.”
“진언이니 믿으셔도 되옵니다.”
여자는 꽤 다정한 눈길로 사내를 바라보더니, 이내 매만지던 사내의 옷고름을 매끄럽게 풀어내었다. 아까부터 은은하게 풍겨오는 여자의 작약 향취에 정신이 아찔하던 사내는 이내 낯빛마저 붉게 물들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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