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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재환] 다채로운 향기가 나길래 꽃잎인가 했다 | 인스티즈



 

너를 종이 위에 담기엔 감히 너를 표현할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너를 카메라 안에 담으려니 도저히 다 담아지지가 않아. 

 

 

 

 

 

한 마디로 미친 사랑을 했다.   

언제나 목이 말랐지, 만족하질 못했어. 너는 까맣게 몰랐겠지만 육욕 따위에 휘둘리는 내가 더러웠어. 더러워서 강한 물줄기를 끼얹고 살이 까질 때까지 내 몸을 벅벅 닦곤 했는데. 이 지독하고 뜨거운 갈망은 식을 줄을 모르더라. 또는 마음에도 없는 거친 말들을 내뱉고, 네 가슴에 난도질을 하고. 그러고 보니, 서로에게 끌린 그 순간부터 난 나쁜 새끼였던거야.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어. 죄를 짓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는 이승의 지옥은 감옥뿐만이 아니야.   

그래, 나는 그리 친절한 사람이 아냐.  

 

 

 

 

 

때때로 맑게 우는 너를 안아주지 않았어. 아-. 네가 너무 예쁘게 울었거든. 그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덧 너의 울음이 잦아들었고, 아무 말 없이 내게 포옥 안겨왔거든.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내 몸의 모든 피와 신경이 너를 향해 곤두서. 내 품에서 매혹적인 너의 감촉을 느낄 때 어쩌면 너로 인해 시라는 문학이 생겨난거 아닐까, 하는 실 없는 생각도 해봤어. 

가끔 내가 몇번째 남자냐고 물으면 넌 가만가만 내 가슴에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 수십개를 그렸어. 

그거 아니? 

너는 내 첫번째 장미꽃이야.  

한 떨기 빠알간 입술을 감아올려 진득하게 내 것으로 만들었지. 아주 철저하고 또 처절하게.  

 

 

 

 

맞아, 

 

은밀하게. 

 

 

 

넌 그런 여자야. 

 

 

 

 

난 너한테 뭐야. 나한테 뭘 원해? 내가 누군지는 알아? 

네 눈을 내 눈에 맞추게 한 다음 물었어. 햇볕이 쨍한 날이었고, 그 빛에 타들어가는 뱀파이어처럼 너는 내 손아귀를 벗어나려 발버둥치더라.  

많이 울었어. 

 



긴 긴 밤이네. 왜 다투었지. 사실 기억도 안난다. 아직도 내 옷에 네 체취가 짙게 배어있는데. 기억이 안나. 아, 아마 내게 무신경한 네 태도. 어느 순간부터 함께 맞췄던 커플링도 잊고 이 자리에서 꼭 만나리라고 약조했던 장소도 잊어버리네. 이대로 있다가는 너 스스로를 잊어버릴 것 같아서 무섭더라. 네가 너를 잊는다면, 나는 어찌 살아가겠어.

 

 

 

 

 

난생 처음 겪어보는 감각에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너는 또 내 허리에 손을 감으며 어깨에는 머리를 기대. 내 손에 은근슬쩍 깍지를 끼고 휴일을 맞이한 요정마냥 콧노래를 부르네. 

그 때, 다채로운 향기가 나길래 꽃잎인가 했다.  

웃기지, 사람 보고 꽃잎이라니. 자태가 곱고 머리가 핑 돌도록 달큰한 향기를 풍기는게 꽃잎이 아니면 뭐야? 이럴 땐 내가 작사가라는 것에 감사해. 

 

 

[VIXX/이재환] 다채로운 향기가 나길래 꽃잎인가 했다 | 인스티즈

 

 

다들 알다시피 난 그리 상냥한 사람이 아냐.  

며칠간 개운하게 퍼부었던 빗줄기가 그치고 나니 그제서야 네가 보이더라.  

먹구름이 물러가고 해가 떠오르고 땅 속에 있던 씨앗이 움틀 때에도 미처 보지 못했던 너 말이야. 네가 내게 무신경했다던 착각이 어떤 사건을 불러일으켰는지 알고 있니. 넌 배려 없이 걷는 내 보폭을 따라오느라 아주 많이 지쳐있었어.  

밤마다 내 등을 꼬집고 내 머리털을 뽑을 기세로 헤집어놓아도 그저 좋다고. 내 건반 위에서 춤 추는 네 몸에 그저 기쁘다고. 삐걱이는 침대에서 아양 떠는 너를 이보다 더 가지고 싶다고.  

이러니 미친듯이 빗물에 내 몸을 씻어내릴 수 밖에. 피부가 벗겨지고 그 틈 사이로 피가 나와도 내 심장은 그래도 여전히 부르짖고 있더라. 

반복 되는 의식에 진절머리가 났어. 

 

아, 나는 네 곁에 있어줄만한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지. 

 

왜, 왜 그랬을까. 너나 나나,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건 없건 상처를 받는건 매 한가지인데.  

 

내가 어리석었다.  

 

나 때문에 네가 힘들어 하는게 죽기보다 싫었다. 널 떠나는건 죽을만큼 싫었다.  

 

그래서 죽어버리고 싶었다. 

네가 날 찾을 수 없도록, 내가 너를 잊을 수 있도록 먼 곳에서.

 

 

 

 

 

그 날, 홀로 새벽에 눈을 떴어. 무작정 죽기로 결심하니 안되는게 없더라고. 

색색이는 네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어. 달이 몰아낸 태양 탓인가, 유난히 네 입술이 더 도톰해보이는 건 왜일까.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주고싶은데, 손을 잡아주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한번 더 너와 닿아버리면 확 안아버릴까봐.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어서 곧바로 너에게서 달아났어. 숲이 깰까 두려워 입을 틀어막는데, 손가락 사이로 비명이 터져나와. 길 한 가운데, 무슨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쏟아지는 눈물이 안쓰러워서. 무엇에 부딪혔는지 터진 입술이 쓰라려서. 안 아픈 데가 없어서. 네 잔상이 사라지질 않아서 괴로움은 증폭되어갔어. 

 

 

 

 

 

한번만, 딱 한번만 안아보면 안될까. 차디찬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고 나서야 아서라, 그리 나쁜 마음을 먹으면 못쓴다. 달빛조차 숨은 밤, 아무도 듣지 않는 기도는 우주 쓰레기처럼 허공에 떠돈다. 이럴거면 왜 죽으면 죽으리라 하늘에 으름장을 놓았을까. 오늘도 별나라는 이렇게 평화로운데 나만 전쟁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구나. 제 눈물도 어찌하지 못하는 남자를 사랑한 여인은 지금도 곤히 꿈 속에 잠식되어 있겠지. 조금씩 진정되어 가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다 가릴 수 없듯이 내 발은 주체 할 수 없이 우리의 공간으로 향하네. 마지막,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찬란한 너를 안아보는 일. 

 

 

 

 

 

나는 서두르지 않았어. 다리가 후들거려 벽을 짚으며 걸어야했거든. 그럼에도 마음은 설레이고 발걸음은 가볍고 세상은 파랗고 어느덧 새카만 문짝이 나를 반기고. 아, 정신을 차려 보니 너에게로 되돌아왔더라. 그때 그 방을 그냥 지나쳤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침을 꿀떡 삼키고 손을 아스라이 뻗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고 네가 뛰쳐나왔어. 깜짝 놀란 나는 뒷걸음질을 치며 숨을 멈출 수 밖에 없었고 영문도 모른 채 한밤중 마주한 두 남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안았지. 난 몇분 전까지 죽을 생각을 했다는것도 잊어버렸어. 

 

 

 

 

 

그런데 네가 닿는 곳이 이상하게 불에 데인 듯 뜨겁고 물에 적신 듯 촉촉하기에 내게 착 감긴 너를 떼어놓고 네 매무새를 살폈다. 아무리 봐도 두 볼이 붉고 달뜬 숨을 연신 내뱉고 있는 것이 겸연쩍어 손바닥으로 네 이마를 덮으니 불덩이가 따로 없더라. 하니, 내 속마음을 들켜도 좋을만큼 황홀한 네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이더라. 

 

 

 

 

 

"나 열나, 재환아." 

 

 

 

 

 

 

나를 돌게 만들기에 충분한 술이었더라. 

 

 

 

 

 

 

 


롱타임노씨

٩( ᐛ )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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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7년 전
비회원56.41
와... 문체가 정말 너무 멋있으세요... 음악도 글과 너무나도 조화롭고!! 완전 대단하세요!!乃乃乃
7년 전
쓔륩리똥
ㅋㅋㅋ겉멋만 들었다는게 바로 이런거죠. 그리 잘 쓴 글은 아니랍니다..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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