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연애 아니고 배틀 썸
하나 아닌 둘
세상에나.
흔한 로코에서나 일어날 법한 상황에 온 몸에는 소름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실실 웃으며 듣고 있는 네 모습에 돋은 걸지도?
잔뜩 움츠린 어깨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던 원우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초코 케이크 접시를 들고 자리를 일어섰다.
친구야 너 이러는 거 아니다?
"미안하다 김여주, 조만간 내가 약속이 생길 것 같다."
"그쪽은 경영과 전원우이신가?"
내가 악마를 깨웠다.
그것도 휴학 악마를 내 손으로 직접.
그래도 이번 휴학은 전원우랑 같이 할 테니 외롭지는 않겠구나.
나의 해탈한 얼굴과 땡을 기다리는 얼음이 된 원우의 자세를 번갈아 보던 그는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갈색의 음료만 쪽쪽 빨아올렸다.
이내 원우의 눈 앞으로 손바닥을 휘휘 젖는 발랄한 몸짓에,
꾸덕해 보이는 초코 케이크의 접시를 꽉 붙잡고 있던 원우의 손은 부들부들 떨며 아슬했다.
"학생들이 많은 카페에서 내 욕을 하셨네요?"
이 인간이 실실 웃으며 얘기하니 그 어느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질 않았다.
하긴 내가 유리창 너머로 우리를 보고 있더라도 도울 상황이 아니라 판단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경련이라도 날 만큼 휜 입꼬리를 유지시키는 게 관건이었다.
"우리 말로 할까 순영아?"
"우리가 말 놓을 만큼 친한 사이입니까?"
원우의 나긋한 미소에 화답하는 것은 블라인드 가득 쳐진 그의 얼굴.
그로 인해 내 등골이 섬찟해졌다.
그래서 우리 원우, 멘탈은 안녕하니..?
"제가 잘못한 거니깐 원우에게 몰아가진 말아주세요."
"예. 저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과연 사람의 심기를 긁고 긁어 부스러기만 남기는 게 그의 목표일까?
홧김에 했던 행동으로 그를 계속 마주칠 일을 만든 내가 밉고 미웠다.
"나는 우리의 논리 왕 김학우 님이 휴학하시는 거 재미없으니깐
대신에 번호로 퉁칩시다."
"예? 번호요?"
"설마 지금 제가 관심 있어서 그런다고 오해하세요?"
"관심이 아니라, 내 출석이랑 필기 부탁 때문에요."
"그쪽도 사과하기 싫어하고 나도 받아봤자 기분만 이상하니깐,
아니 뭐 싫으면 무르세요.
강요는 안 합니다."
그에게 번호를 따인 것도 자존심 상하고 그의 셔틀이란 사실로 자존심은 썩어갔다.
으으, 손짓 발짓 눈짓 몸짓 말투 다 얄미워.
사람 띄웠다가 가라 앉히는 것에 소질 있다 정말..
아주 잠시, 아주 짧게, 그의 행동이 날 향한 환심을 아닐까 고민해왔던 나를 쥐여 패고 싶다.
아니지 이미 쥐여팼었다. 전원우가.
번호를 내놓고서야 그의 늪으로부터 풀려 날 수 있었던 우리는
카페를 나서자마자 덩달아 다리의 힘도 풀려버렸다.
그 순간에도 초코 케이크를 포장까지 해온 너의 경 의심을 표하는 내내 너는 나를 때렸다.
이런 일에 말릴 뻔했다고 아프지도 않은 주먹으로 나를 콩콩 때렸다.
나는 왜 늘 이러고 사는가-.
치맥은 무슨,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지듯 누워버린 내 몸뚱이에는 씻을 힘도 없었다.
어떻게 집까지 기어 오다시피 왔는지도 모르겠다.
귀소본능 하나는 인정한다.
대견해 김여주.
왜인지 조용한 집 안을 보니 모두가 자나 싶었다. 어라 근데 겨우 7시인데?
보글거리는 찌개의 듣기 좋은 소음과 티비 속 가식적인 웃음소리가 나야할 우리 집인데?
어쩐지 휑한 느낌이 뼈속으로 파고들자 한껏 우울해졌다.
청승맞게 닭똥 같은 몇 방울을 흘리고 나니 참 우습게도 내가 꽤나 센티해 보였다.
역시 이런 기분으로는 혼맥이다.
대충 오천 원 하나를 꺼내고선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눈물자국만 지워낸 채로 신발장에 섰더니 오늘의 주인공이던 통굽이 보였다.
제일 아끼던 신발이었는데 굽도 닳았겠다.
너와의 추억들은 바이 바이 굽 바이다 이 새끼야.
새초롬하게 슬리퍼를 질질 끌고서야 현관을 나서는 나였다.
시끄러운 주위와 연말이랍시고 주렁주렁 매달린 조명들에 눈이 다 따가웠다.
그래도 나는 편의점은 조용하겠거니 싶었다.
방금 야자를 끝낸 듯한 저 남학생 무리만 뺀다면?
쉴 틈 없이 떠들어 대는 저 학생들은
라면 3개와 삼각김밥 3개로 6명이서 나눠먹고 있었다.
사실 명찰만 못 봤었으면 우애 좋은 여섯 쌍둥이로 오해할 뻔했다.
오사카만 연신 내뱉는 남자애 하나와 멸시하는 듯한 남자애 하나,
그리고 웃기 바쁜 나머지 넷.
알바생의 표정을 보아하니 나와 같은 생각인 듯싶다.
쟤네 진짜 시끄럽다.
안 그래도 꿀꿀한 기분과 대조되게끔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저 아이들은 행복한 웃음만을 지어내고 있다.
더 우울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맥주 두 캔만 사고 나가야겠다.
급히 클라우드 두 캔을 잡는 동작이 멈추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말소리였다.
속닥거릴 거면 속닥거려서 안 들리게 하던가.
거 참 학생들 다 들리게 하는데 저거야 말로 컨셉아닌가?
"야 저 누나 봐 봐."
왜 운 게 티 나냐?
니들이 봐도 청승맞아 보여?
내가 너네한테 손가락질 당할 만큼 우스워 보여?!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열등감으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니 심성이 꼬이고 꼬였다.
오늘따라 나 자신이 왜 이리도 못나 보이는지 원.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첫 째, 나는 남학생 6명을 제압할 수 없다.
아무렴 쟤네가 고1이라고 가정해봐도 나보다 건장하고 키도 컸다.
둘 째, 난동을 피우면 알바생만 피곤해진다.
알바만으로도 힘드실 텐데 나라도 짐을 덜어드려야 살만 하실 것 아니야.
멈추어 뒀던 손을 다시 움직일 때에는
학생들도 내 눈치를 보며 가지런히 손가락을 모으고선
지들 입술을 탁탁 때렸다.
"4300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혹시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아뇨."
"잔돈은 700원이세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청춘 파이팅.
우리 모두 20대 파이팅..
편의점 문을 나서는 순간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 나빴다.
일진이 사납다는 문장은 오늘의 내게 딱 적합했다.
빨리 집 가서 포근한 침대와 함께 맥주를 즐기고만 싶었다.
뛸까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 이 기분으로 뛴다면
청춘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울어버릴 것만 같았기에 그만두었다.
하지만 울적함에 글썽이는 것은 역시나 멈출 수가 없나 보다.
"야 너 울어?"
아 듣기 싫은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당신이 누군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엄마 이 사람 나한테 원한 있나 봐.
"지금 왜 우냐고 묻잖아."
나 너랑 티격 거릴 힘도 없어. 그냥 가 제발..
"야 무시하냐? 누가 왜, 뭐 했는데."
"너요 너!
시발, 권순영한테 자존심 상해서!
지쳐서 운다고!"
"나?"
"그래 너!"
"내가?"
"그래 니가!"
"너를?"
"나를!"
"내가 왜?!"
| 더보기 안 누르면 성수부인. |
ㅎㅎㅎ안녕하세욤 오늘도 죽지않고 돌아온 수농입니다! ㅠㅠㅠㅡㅜㅠ전편에 댓글이 달렸어서 너무 기쁩니다ㅠㅠㅠㅜㅠ 저 정말 시간 날 때마다 댓글들 또 읽고 또 읽으니깐 부담없이 적어주세요! 그나저나 오늘은 약간 분량이 모자란 듯 기분이 드는데 이건 기분탓인가요...? 모자라던 안 모자라던 내일부터 빡세게 올릴게요,,,,,♥ 아 혹시 너무 진도가 빠른 것 같으시면 말씀 해주세요! 보강 하겠습니다! 그럼 암호닉을 기다리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덜 모두모두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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