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연애 아니고 배틀 썸
셋 아닌 셋 반
또 오래 기다리게 했다며 투덜거릴 그이를 생각하니
걷고 있는 자신이 꽤 양심 없어 보였다.
사실 배려해주긴 싫지만 서도 그는 엄연히 나 때문에 결석을 하고 와준 사람이니깐
까짓것 선심 쓴다는 생각으로 헐떡거리는 컨버스화를 다시한번 동여매고서
그 위치부터 있는 힘껏 뛰어갔다.
뛴다 해봤자 겨우 걸어서 3분인 거리지만.
아니나 다를까 댓 발 튀어나온 입술에,
거의 플라스틱 의자에 묻히다시피 앉아서는
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학우님 옆으로는 대략 그의 앉은 키의 반만한 아가 둘이 그를 놀려대고 있었다.
거 참 ,나이 21살이나 먹은 대학생이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아가들과 티격 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나로서 웃음을 참기가 곤욕 그 자체였다.
하여간, 자기 정신연령에 딱 맞게 논다 정말.
천천히 곁으로 다가가니 그제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편안해 보이던 어젯밤의 모습이 아니었다.
평소의 어두운 의상을 입던 권순영답지 않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밝게 꾸민 모습은
어쩌면 나를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편의점 유리창으로 비치는 내 모습이 솔직히 후회되더라.
"권순영 씨는 많이도 꾸미고 오셨네요."
"그럼 김여주 씨 만나는데 대충 입고 오겠어요?"
괜히 멋있는 그의 모습이 심술 나서 비꼬는 말부터 뱉어버렸다.
그랬는데, 분명 그가 얄밉게 받아칠 상황인데.
그의 얼굴은 한참 동안이나 싱글벙글 거리는 햇님 같았다.
혹시 어제와 오늘, 두 개의 인격인걸까.
"어디부터 갈래요?"
"그쪽 마음대로요."
"난 여기도 좋은데 정말 제 마음대로 해요?"
나는 해장부터 하고 싶어요.
속이 쓰려서 미치겠어요.
사실 우리 집에는 맛있는 소고기 뭇국이 있어요.
라고 차마 그에게 전할 수가 없었다.
뭐 짝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사귀는 건 더더욱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에겐 말할 수가 없었다.
에이 쪽팔려서 그런 거겠지.
들키면 막 부끄럽고 괜히 나한테 맞출까 신경 쓰이고.
그래서 그런 거겠지..
곧이어 불어난 상상에 내 머릿속은 수만 가지의 상황들을 상영하고 있었다.
지금 한 명으로도 괴로운데 수백 명의 권순영을 신경 쓰려니
당연히 내 얼굴이 달아오르기엔 충분했다.
에이 머리에 산소가 부족한 거겠지.
걷다 보면 잊혀질 거야.
다짐하다시피 외우는 주문들을 뒷받침 하는 근거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잊기 위해 무작정 걸어가는 내 옆에는,
단 한 번도 템포에 뒤처지지 않는 그가 서있다.
빠르게 걸으면 걸을수록, 느리게 걸으면 걸을수록.
내가 왼쪽이면 왼쪽, 오른쪽이면 오른쪽으로
내 템포에 주춤거리는 기세도 보이지 않으니 참 약 올랐다.
"아 왜 자꾸 나 따라다녀요?"
"그냥 언제까지 이럴 건가 궁금해서."
마침 표과 붙음과 동시에 휙 돌아서서 먼저 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은 한없이 야속했다.
아직도 나 놀리는 거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나 보다.
"민트 초코칩 프라푸치노 두 잔이요."
"아뇨 전 다른 거 마실 건데요?"
"누가 뭐래요? 두 잔 다 내가 마실 건데요?"
누가 봐도 오해를 살만한 제스처와 행동이었으면서
막 나만 기대한 사람으로 만드네?
화나게?
잔뜩 열 받은 내 표정을 보고 말아야 웃는 학우님을 쥐여 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머니, 저는 오늘 권순영 씨 명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래서 뭐가 그렇게 슬펐어요?"
이 사람이 진짜?
나도 좀 앉아서 숨 돌릴 시간은 줘야지!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턱을 괴는 그의 모습에 그러려니 했던 내가 바보였다.
살짝 기운 고개로 내 눈만 쫓으면 어쩌자는걸까 이 남자.
나도 뻔한 수법임을 아는데,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내가 뭘 어찌 할 수 있냐는 말이야.
그는 여자를 잘 알고 나를 잘 파악했다.
틱틱 거리는 나도 막상 간지러운 상황에 놓인다면
그 누구보다 작아진다는 걸 아는게 틀림없다.
씨, 생긴 것처럼 여우 같아서 눈치만 빨라.
"그 얘기하면 또 울어버릴거 같은데요."
오히려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려 하자 급히 눈알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사람은 내가 당할줄만 알았나?
"아이고 순영씨는 절 울리고 싶으신가봐요?"
의자와 딱 붙어있던 엉덩이를 조금 들어 올려 그를 향해 고민 없이 다가갔다.
이어 탁자에 볼을 맞닥뜨리자 뒤로 물러나며 숨을 크게 쉬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어쩌면 그가 놀려대던 이유도 알 법 했으나
나는 고작 이런 이유로 이해해줄 사람이 아니라고.
"권순영 씨."
"네?"
"자꾸 그러면 내가 울려버리는 수가 있어요."
"헐."
안 그래도 가로로 찢어진 눈이 지금은 세로로도 찢어질 기세다.
바보같이 벌려진 입은 다물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승리감에 도취해 있으려 했다.
그러려고 나는 딱 물러서려 했다.
"설마 내가 이런 거에 당황하고 물러 설거라 생각했어요?"
어라 이게 아닌데?
도로 앉으려는 내 행동이 그의 손에 의해 강압적으로 정지되었다.
그에게 붙잡혀서는 오도 가도 못할 상황으로 놓이자 멀쩡하던 다리가 점점 결려왔다.
이제 하다하다 다리도 결리게 하는 방법도 있구나.
"미치겠다. 진짜 그렇게 생각 했나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 말도 못하고 얼어버린 내게서 원하던 답을 얻어낸건지.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열일곱의 소녀같이 그는 꺄르륵 꺄르륵, 크게도 웃더라.
아 울어라 내 자존심아.
그 이후로도 어젯밤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낼 정도로 티격태격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순간과 순간이 어느새 쌓이고 쌓여,
그를 향한 정으로 변질될까 겁이 나야 할 텐데.
권순영 앞에만 있으면 원래의 나를 찾기란 도무지 힘들었다.
변화에 대해 조금은 두려웠고 조금은 설레었다.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만 보면 실실 거리는 그는 속도 없나 보다.
나도 저렇게 환하게 웃고 싶은데.
"로맨스 영화 좋아해요?
지금 꽤 유명한 거 상영 중이던데."
즐거움은 무슨.
내 삶이 늘 그렇지.
| 더보기 안 누르면 성수부인. |
ㅠㅠㅠㅠㅠㅠㅠㅠㅠ독자님덜 안녕하세요 4도가 아닌 3.5도로 와버린 수농입니다.... 때는 11시였죠.... 독자님들 생각 하며 맘 편히 글을 쓰던 중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는.. 4번 넘도록 화장실을 들락 거리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4도에서는 여주의 과거를 조금 보여드리는 모습으로 맛보기처럼 3.5를 풀자!!! 하여 쓰던만큼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 면목이 없습니다.... 열심히 하겠다 해놓고 이런 적은 분량을 내놓다니.... 그런 의미로 구독료는 없애겠습니다ㅠㅠㅠ 흐아 이렇게라도 해드려야 덜 속상해서.. 독자님들ㅠㅠㅠ 늘 주시는 과분한 사랑에 힘 입어 내일은 꼭 4도로 돌아올테니 염려치 마세오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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